작가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가? 지난 세월동안 숱하게 들은 질문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스토리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 P10

수많은 작가가 상심에 빠진다. 아무리 열심히글을 써도, 아무리 글쓰기 강좌를 많이 들어도, 아무리 자격증을 많이 따도, 출판 에이전트를 구할 수 없고 출판사와 계약이안 되는 것이다. ‘좋다, 내 재능을 못 알아보는 출판계 거물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리라‘ 하고 자가 출판을 해 보지만, 친구와 가족 말고는 읽어 주는 사람이 없다. - P10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 역시 비슷하다. 에이전트들은 들어온 원고의 96퍼센트를 거절한다(내 체감으로는 그 이상이다). 그러니 작가들이 낙담과 실의에 빠지고 심지어 원망을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 P11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스토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우리 몸이 어떻게 음식물의 영양분을 흡수하는지 우리가 정확히 모르는 것과 같다. 물론 그런 현상이 있다는 건 안다. - P11

이 책을 읽으면 스토리의 감춰진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있다. 그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면서, 얼마든지 직접 구현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스토리의 고수‘
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순서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스토리의 밑그림을 그리면 작업의 첫 단추부터 제대로 될 수 있다.  - P12

인간에게는 ‘스토리 본능‘이 있다. 우리는 무슨 스토리를듣거나 보거나 읽건 간에 항상 뭔가를 집요하게 찾고 거기에반응한다. 어떤 장르의 스토리에서건 우리가 찾는 것은 똑같다. 왜 그럴까? 스토리는 우리 뇌가 쓰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 P12

스토리에 반응하는 것은 우리 뇌에 새겨진 본능이라 따로배우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스토리에휘둘리면서도 그걸 잘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스토리에 한번 사로잡히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온몸을 맡긴다. - P13

 미국남부 문학의 대가 플래너리 오코너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스토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직접 써 보면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¹그런데 오코너가 놓친 게 하나 있다. 스토리 쓰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스토리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않으면 안 된다는 것.  - P13

1 F. O‘Connor, Mystery and Manners: Occasional Prose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1970), 66. - P442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중략)
물건을 작동시키는 ‘전기‘를 생각해보자. 아무리밝은 전등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쓸모가 없듯이, 스토리도플롯, 목소리, 재능을 환히 비추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전기가없으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 P14

차차 살펴보겠지만, 스토리에서 중요한 것은 플롯도 아니요, 사건도 아니다. 플롯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주인공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로 인해 주인공의 내면에 일어나는 ‘변화‘가 중요하다. - P14

주인공의 ‘내적 투쟁‘을 소설의 ‘전깃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열차 선로에는 두 가닥의 레일 옆에 전력을 공급하는 레일이 하나 더 있다. - P15

사건도, 플롯도, 심지어 ‘감각적 디테일‘까지도, 소설 속의모든 요소는 전깃줄과 이어져야 비로소 의미를 갖고 독자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 주인공의 내적 투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미려하게 쓰였다 한들, 아무리 겉보기에 극적이라 한들 소용없다. - P15

출판사로부터든 독자로부터든, 원고가 외면받는 이유는거의 하나다. 전깃줄이 없다는 것. 작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실수이자 패착이다. - P15

다시 말해 주인공의 내적 문제는 플롯 속의 사건들보다 선행하며, 때로는 수십 년 전부터 주인공이 갖고 있던 것이다. 주인공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 어떤 잘못된 내적 신념이 어떤 이유로 목적 달성을 가로막고 있는지 작가는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 P16

그러므로 작가는 플롯을 만들기 전에 주인공의 구체적인내적 문제를 소상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플롯은 저절로 척척 만들어진다. - P16

보다시피 이 책에서는 ‘개요‘보다 ‘밑그림‘이라는 말을 쓴다. 작법 용어로 ‘개요outline‘란 보통외적플롯을 장면별로요약한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소설의 겉모습에 해당하며 이 책의 진짜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 P16

이 책에서 말하는 ‘밑그림blueprint‘은 플롯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개요가 아니라, 스토리를 이루는 내적 · 외적 층들을 처음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완전하게 종합한 것이다. - P17

 이 과정에서 나오는 것은 하나도 버릴게 없다. 흔히들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전 조사와는 다르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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