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에서 우리는, 의식적인 당신은 당신의 뇌 활동에서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행동, 믿음, 편견은 모두 당신의 뇌 연결망들에 의해 조종되며, 당신은 그 연결망들에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 P103
그러나 그 행동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잔을 들어 올려 입에 대는 동작은 결코 쉬운 성취가 아니다. 로봇공학에서는 지금도 이런 유형의 과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로봇을 제작하려고 애쓴다. - P103
내 이마엽 피질은 운동 피질로 신호를 보내고, 운동 피질은몸통, 위팔, 아래팔, 손에 있는 여러 근육이 정확하게 협응된방식으로 수축하도록 만든다. 그 덕분에 나는 잔을 손에 쥘 수있다. 내 손이 잔에 닿으면, 나의 신경들은 잔의 무게, 공간적위치, 온도, 손잡이가 매끄러운 정도 등 수많은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 P105
둘째 정보는 뇌에서 기저핵, 소뇌, 체감각 피질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는 협동의 산물이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잔을 쥐는 힘과 들어올리는 힘이 적절하게 조절된다. 나는잔을 원호 모양의 궤적으로 들어올리면서 커피를 흘리지 않기위해 활발한 계산과 되먹임을 통해 내 근육들을 제어한다. - P105
나의 뉴런 연결망들은 분주하게 작동하느라 비명을 내지를 지경이지만, 나의 의식적 자각은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 그 경험은 완벽한 무관심에 가깝다. - P106
만일 우리가 평소에 당연시하는 동작들, 예컨대 아주 쉽다고 느끼는 걷기 동작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나는 이언워터먼 Ian Waterman 이라는 인물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었다. - P107
이언은 열아홉 살 때 심한 장염 후유증으로 드문 유형의 신경 손상을 입었다. 그는 뇌에 촉감을 알려주는 감각신경과 자기 팔다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감각(이른바 고유수용성감각) 신경을 잃었다. 그 결과로 이언은 어떤 신체 동작도 자동으로 해낼 수없게 되었다. - P107
이언은 신체 동작 없는 삶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일어나 걷는다. 그러나 깨어 있는 내내 자기 몸의 모든 동작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기 팔다리가 어디에 있는지알아채는 감각이 없으므로, 이언은 주의를 집중하여 의식적 결정을 내리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 P107
이언은 발이 바닥에 닿는 촉감을 느낄 수 없으므로, 매번 보폭을 정확히 예상하고 다리에 힘을 주면서 발을 디뎌야 한다. 그의 걸음 하나하나는 의식적 정신이 계산하고 조율한 결과물이다. - P109
이렇게 자신의 근육들이 어떤 상태인지 아는 능력을 일컬어 고유수용성감각이라고 한다. 근육, 힘줄, 관절에 있는 수용기들이 관절의 각도, 근육의 장력과 길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 P108
당신이 이언과 함께 1~2분만 지내보면, 우리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일상 동작들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즉각 알게 될것이다. 일어나기, 방문을 향해 걷기, 문을 열기,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기가 모두 그런 동작이다. 언뜻 드는 생각과 달리 이 동작들은 전혀 간단하지 않다. - P110
지금까지 제작된 로봇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신체동작에 훨씬 못미친다. 게다가 슈퍼컴퓨터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반면에, 우리의 뇌는 놀라운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인간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대략 60와트 전구와 같다. - P110
오스틴의 손놀림을 보노라면, 그 복잡한 동작들을 신속하게해내기 위해 그의 뇌가 과도하게 일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중이라는 추측이 절로 든다. 이 추측을 검증하고자 나는 그와 컵 쌓기 대결을 하면서 그의 또한 나의 뇌 활동을 측정해보기로 했다. - P113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은 부질없었다. 오스틴이 완승했다. 내가 전체 과정의 8분의 1도 채 마치지 못했을 때, 오스틴은 승리를 선포하듯이 컵들로 바닥을 내리치며 마지막 배열을 완성했다. 패배는 이미 예상했지만, 뇌전도에서 드러난 바는 무엇이었을까? 오스틴이 그 동작들을 8배 빠르게 했다면, 그가 나보다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으리라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 P114
실제로 뇌전도를 비교해보니, 과부하가 걸린 쪽은 오스틴의 뇌가 아니라 나의 뇌였다. 나의 뇌는 그 새롭고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했다. 나의 뇌전도는 베타파 진동수 구역에서 강한 활동을 나타냈다. - P115
그는 말하자면 뉴런의 구조 속에 컵 쌓기 솜씨를 새겨넣은 것이다. 반면에 나의 뇌는 의식적 노력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나는 범용 인지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반면, 오스틴은 그 솜씨를 위해 특화된인지 하드웨어를 갖춰놓은 것이다. - P115
자전거 타기나 신발끈묶기 같은 일들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장기 기억을 일컬어 ‘절차 기억 procedural memory‘이라고 한다. 오스틴에게 컵 쌓기는 뇌의 미시적 하드웨어에 절차 기억으로 새겨졌다. 그래서 그의 동작은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 P116
새로운 운동 솜씨를 학습하는 초기 단계에는 소뇌가 특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 정확성과 완벽한 때 맞춤을 위해서는 동작들의 협응이 필요한데, 이 협응을 소뇌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 P117
학습이 충분히 진행되면, 솜씨는 하드웨어가 되면서 의식적통제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러면 우리는 과제를 생각 (의식적 자각) 없이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일부 경우에는 솜씨를 담당하는 회로가 뇌보다 더 낮은 층위인 척수에서 발견될 정도로 솜씨의 하드웨어화가 철저히 이루어진다. - P117
일단 뇌 회로에 새겨진 솜씨는 생각(의식적 노력) 없이 실행될 수 있다. 따라서 자원이 절약되고, 의식적인 나는 다른 과제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몰두할수 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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