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돈의 역설
08. 루커스의 역설 Lucas paradox

자본 이동은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에서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으로 일어난다는 고전 경제이론의 예측을 깨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본이 흘러가는 ‘자본 흐름의 역전‘이 발생하는 현상,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루커스Robert Lucas가 1990년에 논문을통해 지적했다. - P133

 이혼을 앞두고 둘이 같이 살면서 모은 재산을 서로 나누어 가지기 위해 협의를 했는데, 루커스의 부인은 독특한 계약을 제안한다.
"로버트 루커스가 앞으로 7년 내에 노벨상을 수상하면, 그상금을 부인과 절반으로 나눈다."
루커스는 이에 동의했고, 둘은 이혼했다.  - P134

세상일이 재미있는 것은 정말로 나중에 루커스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기가 막히게 정확히 7년째인 1995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세간에 도는 말로는 이혼을 하며 내건 조건의 마감 날짜에서 한 달도 차이가 안 났다든가, 몇십 일이 차이 났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다.  - P135

돈이 생기면 집이 없었던 사람들은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집값이 오르게 된다. 이런 미래는 충분히 기대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만약 어떤 나라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킬 준비를하면, 사람들은 곧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므로 집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져 집값이 빠르게 오를 수가 있다.  - P136

그래서 루커스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경제를 따질 때 어떤 정책의 효과를 단순하게 예상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합리적 기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섬세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P136

돈이 많은 선진국 사람들이 돈이 더 적은 개발도상국에서돈을 쓰고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널리 퍼진 통념이다.  - P137

이런 현상은 상식적인 일이다. 본래 돈이 많은 사람들이돈이 적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137

그런데 루커스는 꽤나 자주 거꾸로 개발도상국의 돈이 오히려 선진국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이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하는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 P139

세계적인 강대국인 러시아 역시 1998년 8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때는 한국 정부도 러시아에 받을 돈이 꽤 많이있었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은 한국에서도 큰 문제였다. - P141

모라토리엄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로부터 루커스의 역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을 찾을 수 있다.
경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제가 부실하기 때문에 돈이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나 정부가 불안할 위험이 있다. - P142

 모라토리엄으로도 빚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는 소위 디폴트default 라고 하여 아예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해 버리는 수도 있다. - P142

(전략), 갑자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그 돈으로는 빵 열 조각 밖에 사지 못하게 된다. 크게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많은자본을 들여 독일 돈을 잔뜩 구했지만,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모인 작업자들이 아침 식사 한 번 하고 나면 그 모든 돈을 다날리게 된다. - P143

이렇게 한 나라의 정책이나 나라 전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위험을 흔히 뭉뚱그려서 소버린 리스크 sovereign risk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 P143

그런데 민주주의국가들이 많은 요즘에는그 나라의 전체적인 정치, 정책 상황에 얽힌 경제적 위험을 두루 말할 때에도 소버린 리스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소버린 리스크에는 경제정책의 혼란뿐만 아니라 전쟁, 정변, 혁명 등의 위험도 포함되어 있다. - P143

이렇게 소버린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면 가난하고 개발이덜 진행된 나라에서 역으로 부유한 나라로 돈이 흘러드는 루커스의 역설이 일어날 수 있다. - P144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195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에 어떻게든 한국에 많은 숫자의 미군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았기때문이다.  - P144

그러므로 루커스의 역설이 일어나는 한 가지 이유는 돈이없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정치 혼란과 경제 불안에 시달리는약소국일 가능성이 높고, 소버린 리스크가 클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루커스의 역설을 극복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단은 평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P145

 과학, 문화, 지식, 인재가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여러 가지 차이보다도 바로 그런 기술 영역의 차이가 경제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이 역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P146

 신발을 만드는 작업은 사람 손이 꽤 많이 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나라에 공장을 건설하는 편이 유리하다. 20세기 중반, 미국이나 유럽의 신발회사들은 그런 이유로 아시아에 신발공장을 지었다. - P146

자동으로 신발을 만들어 내는 로봇이 계속해서 발전한다고생각해 보자. 그러면 적은 돈을 받고 신발 만드는 작업을 하는직원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과거에 비해 큰 장점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로봇을 다루는 기술을 갖고 있는 직원을 구하기 쉬운 편이 유리하다.  - P147

요즘 세상은 그렇기 때문에, 힘들여 산에서 캔광석을 팔거나 고된 농장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도 그 나라의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한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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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플롯 짜기‘라고 하는 글쓰기 원리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글을 한 자라도 쓰기 전에 먼저 플롯, 즉 소설의 외양을 이루는 사건들의 개요를 짜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옛날 옛적에 "부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을 작가가 정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답을 아깝게 살짝 비껴간 얘기다. - P53

내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외적인 플롯에만 주목하고 있으니, 주인공이 이미 갖고 있는 내적인 ‘왜‘가 아닌 외적인 ‘무엇‘에 치중하는 결과가 된다. - P53

 플롯 속 사건을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 주인공으로 하여금 구체적이면서도 정말로 힘든 어떤 내적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플롯 구상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그 내적 변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만 한다.  - P54

‘외적 스토리 구조모형‘의 허구

주인공을 구상하기 전에 플롯을 짠다면 소설의 외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적 사건의 틀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 P54

소설의 긴장, 갈등,
드라마가 모두 오로지 플롯에서 기인해야 할 텐데, 무슨 일이 어떤 순서로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떻게 정해야 하나?

- P55

그런 스토리 구조 모형의 시초이자 가장 칭송받는것이 바로 조지프 캠벨 Joseph Campbell이 주창한 ‘영웅 서사 구조‘다. 뒤이어 등장한 구조 모형들도 마찬가지지만, 그 기본 전제는 신화, 소설, 영화 등을 관찰하면 비슷한 구조와 모양새가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형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웅의 내적 투쟁을 암시하기도 하고 ‘여정‘이니 ‘도전‘ 같은 말들을 수없이 언급하지만 정작 그 투쟁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 P56

생각해 보자. 그런 모형들은 하나같이 소설, 신화, 영화 등수많은 ‘완성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신화의 원형을 창작한 사람들이 과연 ‘외적 스토리 구조 모형‘을 본떠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 P56

그때 딱 빠지기 쉬운 착각이 좀 기름칠하고 광내면 해결되겠지‘ 하는 것이다. 스토리 속으로 뛰어들어 안에서부터 다시 써 나가야 하는 데다, 십중팔구 첫 페이지부터 재작업해야하는 마당에, 도리어 밖에서부터 다듬어 들어가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러면 얄궂게도 소설의 문제가 고쳐지기는커녕 더 부각되기 쉽다. - P57

 이렇게 되면 작가의 본의가 결코 아니건만 독자는 슬슬 짜증이 난다. 작가가 좀 잘난 척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마치 "내 글솜씨 끝내주지?" 하는 것 같다. "내 존재는 잊고 스토리에 푹 빠져!"해야 할 텐데 말이다. - P57

아주 간단히 말해, 스토리란 누군가가 어떤 불가피한 문제와 씨름하면서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을 들여 매끈한 외관의 소설을 써낸다 해도 그저 이런저런 사건의 지루한 묘사에 그치고 말 뿐이다. - P58

 우리가 살면서 번번이깨닫는 점이지만, 우리 눈앞에 나타난 골치 아픈 문제는 사실갑자기 튀어나온게 아닐때가 많다. 수년, 수십 년, 심지어 태어나서 지금까지 쌓여 왔던 무언가가 원인일 수 있다. - P58

모든 소설은 거두절미하고 중간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이미 3천 년 전에 ‘인 메디아스레스in medias res‘, 즉 ‘사태 한가운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브오보ab ovo‘, 즉 ‘알(시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설파했다. - P59

문제는, 작가들이 이 ‘인 메디아스 레스‘라는 개념의 뜻을오해해서, 그냥 진행 중인 사건의 한복판에 독자를 밀어 넣고 설명은 나중에 하는 기법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 P59

정확히 짚고 가자. 소설의 본체는 중간에서 시작하는 게맞다. 무엇의 중간이냐, ‘스토리의 중간‘이다.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펼쳐지는 것은 ‘스토리의 후반부‘다. 플롯이 거기서부터 진행된다. - P60

이제 다음 몇 장에 걸쳐 그 전반부를 낱낱이 파헤쳐 보려고 한다. 그렇게 소설의 시작점을 정확히 잡고난다음에야 비로소 소설의 밑그림 작업을 정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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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집합론, 수리 논리 및 논술 등 수학을 전공하려면꼭 알아야 할 기초 과목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에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 P5

 왜 학생들은 논리를 만나면 부담을 느낄까요? 그것은 학생들이 논리를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논리와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P5

학교 수학교육 현장에서는 논리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논리 문제를 기피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논리를 워낙 어려워하니 자연스레 논리를 최소한으로만 교육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6

저는 ‘논리의 생활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사고력도 결국 연습과 습관에 따라 크게 증진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논리적으로 말하기, 정확함을 추구하기, 잘 따져보기 등을 습관화함으로써 논리적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 P6

많은 이가 수학적 논리와 언어적 논리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것은 수학적 논리력이 아니라 언어적 논리력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P6

제가 대학생 때 철학과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기가 우리 수학과에 와서 ‘집합론‘이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저는 그 친구에게서 분석철학과 집합론이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 P7

아무리 간단한 논리학이라도 ‘집합‘의 개념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개편된 중학교 수학교육과정에서 집합 단원이 사라졌습니다. - P8

원래 수학교육의 주요 목적은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있는데, 최근의 교육은 단순히 문제 풀이에만 치중하는 느낌입니다. 수학에서는 ‘답이 맞느냐‘보다는 ‘답을 구하는 과정이 합리적이냐‘가 더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교육 현장에서 그러한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P9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학문의 기초적 바탕을 이루어온 논리학이 19세기 후반부터는 독일의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그전보다 더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학문 분야로 거듭나게 됩니다. 프레게는 수학적 개념들, 심지어는 수조차도 완전하고 구체적인 논리에 따라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P10

체계적이고 엄밀한 현대논리학은 수리논리학mathematical logic 또는 기호논리학 symbolic logic 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철학자와 수학자가 공유하던 고전논리학과 구별하기 위함입니다. - P10

논리학은 철학이나 언어학을 연구하는 데중요한 배경지식이므로 철학자와 언어학자가 필수적으로 공부하는 학문이긴 하지만, 현대논리학을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서 연구하는 것은 결국 수학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 P11

그런데 수학기초론에는 중요한 결점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산술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931년 오스트리아의 젊은 수학자 괴델1906~1978은 불완전성정리 Incompleteness Theorem‘를 발표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며 아인슈타인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P11

완벽함과 엄밀함을 추구하는 논리학이 수학의 좋은 기초를 세우고자 발전해왔지만, 논리적으로 완벽한 수학의 기초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논리를 통해 증명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 P12

1장, 논리와 친해지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어려운 문제를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는능력이 좋다. 하지만 의외로 기초적인 논리적 사고력이나 서술능력은 미흡한 이가 많다. - P19

나는 집합론 강의 시간에 종종 간단한 퀴즈를 낸다. 주로 강의하면서 강조하여 여러 번 설명한 내용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연습문제 가운데 내가 풀이해주었던 문제 중에서 골라 출제한다. - P20

우리 학생들이 논리에 약한 것은 우리말이 논리적으로 서술하기에는 불편한 언어이기 때문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말이 영어 등 서양 언어에 비해 논리적 서술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문화와 교육‘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데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P21

 우리 각자가 평소에도 뭐든지 가능한 한 정확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확함은 정의롭다"
또는 "정확성은 꼭 필요하다"와 같은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 P22

일반인과 운동선수를 비교해보자면 일반인에게 ‘지식‘은 운동선수의 ‘운동능력‘과, 일반인에게 ‘논리적 사고력‘은 운동선수의 ‘정신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 P23

(전략)
불합리한 판단이나 언행은 주로 이런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논리적 사고력이 수학처럼 반복연습으로 향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옳은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도 습관화와 연습의 결과로길러질 수 있다. - P24

그러나 자신이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어떤 사람이 맞는 말을 하더라도 결론적인 의견이 자기 의견과 다르면 "그 사람이 말은 잘해"라고 하면서 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 P24

서로 다른 진영의 사람들이 정치적 쟁점에 관해서 이야기를나눌 때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지나친 진영논리는 보기에 좋지 않다.
자기 진영에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불리한 뉴스가 나올 때도
"여론 조사가 조작되었다", "그것은 가짜뉴스다"라며 무조건 자기 진영은 옹호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 P25

나는 학생들에게 가끔 이런 농담을 하곤 한다. "같다‘와 ‘동일하다‘는 같은 말일까, 아니면 동일한 말일까?" - P26

우리는 흔히 "한국 사람은 뛰어나다"라고 한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중략)
하지만 한가지 약점이 있다. 그것은 아주 기초적인 사안에 대해서조차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 P27

첫째, 틀리거나 적합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서 잘못는 유형이다. 좋은 판단력은 좋은 정보력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좋은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 정보나 지식의 양 자체가 부족하다면 더 많은 정보나 지식을 수집해서 보완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 심리‘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문제다. - P28

둘째,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아 잘못 판단하는 유형이다. 전문가의 말이나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우열의 차나 현실의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 P28

셋째, 논리나 과학(수학)적 사고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않고 그저 느낌에 의존하여 잘못 판단하는 유형이다. - P28

넷째, 좋은 판단의 중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여 잘못 판단하는 유형이다.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 결과는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물론 사안에 따라 다르다). - P29

종교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이젠 더는 사이비종교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종교의 믿음이나 가르침도 논리와 올바른 판단이 부가되어야 더 빛나게 된다. - P30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마치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남들의 말에 흔들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 - P30

요즘은 정보화 시대이다. 따라서 귀가 얇으면 좋을 때가 더 많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배우며 자기 나름의 의견을 정하면된다. - P31

수학교육의 기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키우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판단력과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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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쿡말 너무 어려워요, 란 말이 절로 나오네.

‘그들‘은 영어의 ‘they‘이다.
(중략)
번역투라고 꼭 못 쓰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어떤 안이함이 더 다가선다. 무엇보다 그들은 멀쩡한 사람을 타자화해 먼 관계로 치환하고 만다. - P221

‘저들‘은 ‘이들‘, ‘그들‘과 같은 계열이지만 대개는 적의떨 때 사용되지 않던가. 그 맥락을 되짚어보면 이들, 그들의 뉘앙스가 결코 유쾌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 P221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 ‘포함‘, ‘포함하다‘가 터무니없이 많이 쓰이고 있다. ‘포함‘은 함께 들어 있거나 넣는다는 뜻이다. 주된 위치, 기능, 역할이 아니다. - P223

"이 학교 운영위원 9명 중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이 ○○당 출신이라고 한다."

위원장이면 당연히 우두머리로서 ‘비롯하다‘가 격에 맞는다. 따라서 "이 학교 운영위원 9명 중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이 ○○ 당출신이라고 한다"로 써야 맞는 표현이다. - P223

‘부분‘이 대유행이다. 과거 세미나, 포럼, TV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주로 해외파 ‘먹물‘들이 많이 썼던 말이다. 그러던 것이 보통 시민들한테까지 악영향을 준 듯하다. 좀 교양 있고 뭔가 배운 티를 내고 싶을 때 ‘부분‘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그 배경에 영어 ‘a part of‘가 어른거린다고 의심된다. - P225

대안으로 ‘일의 어떤 특정한 부분이나 대상‘, ‘이야기나 말글 따위의 특정한 부분‘을 일컫는 ‘대목‘이 있다. 대목은 더구나 순우리말이다. - P225

‘since‘는 외래어 중에서도 변종에 속한다.

(중략)

1996년에 점포를 열었다면 소박하게 ‘1996년부터‘, ‘1996년개업(창업)‘, ‘1996년 설립 (세움)‘, ‘1996년 시작‘ 정도로 적으면어떨까. ‘1996년 ‘이라고 하면 더 전향적일 테고. - P228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퀴즈 등을 풀 때 ‘○○○‘ 만 나오면너나할것 없이 ‘땡땡땡‘은 무엇일까요? 하고 있다. 
(중략)
점이 일본 말로는 ‘뗀/뗑 [てん]‘이기 때문이다. 부지불식간에 대놓고 일본 말을 쓰는 셈이다. - P236

이게 번거롭고 무거우면 차라리 ‘삐리리‘가 낫다. ‘공개하기 어렵거나 감추고 싶은 말 대신 쓰는 말‘이 부사 삐리리다.
‘삐리릭‘이 아니라 삐리리다. - P236

이참에 짚어보면, 소수점 이하 숫자를 읽을 때에 ‘영 (0) ‘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 P236

당장, 휴대전화 앞번호 010은 ‘공일공‘이다. 제임스 본드 007은 아직도 ‘공공칠‘이다. 합리적 관용존중이다. - P237

섭씨는 攝氏다. 정확히는 섭이사攝爾?다. 스웨덴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 (1701~1744)의 이름이 중국어 음역으로 바뀐 것인데, 중국인들이 성의 앞 글자 섭攝만 따고 씨氏를 붙인 것이다. 그걸 그대로 들여왔다. 굴욕적인 일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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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날이 추우면 날씨 방송에서 ‘옷차림을 따뜻하게‘ 하라고 한다.
이럴 땐 "옷차림, 든든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가 더 바람직한표현이다. - P131

대표적 오류가 ‘감쪽같다‘를 ‘깜쪽같다‘로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맛있는 과일인 ‘감의 한쪽은 얼마나 달콤한가. 그래서 빨리없어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 ‘감쪽같다‘다. - P183

깜깜무소식? 틀리진 않지만, 웬만한 건 ‘감감무소식‘이라고 해야 순하고 근사하게 들린다. 앞길이 깜깜하다? 그보다는 ‘캄캄하다‘가 듣기에 더 낫다. - P183

미운 오리 새끼? 누군가의 초라한 언어감수성이 빚어낸 비극적 결과다. ‘미운 새끼 오리‘였어야 했다. 단어의 위치 잡기가 이토록 막중하다. 관성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 P191

강아지, 생쥐, 송아지처럼 새끼 형태의 낱말이 따로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단어 ‘새끼‘를 그 동물 명칭의 앞에 놓아야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새끼 사슴, 새끼 호랑이 등이 그 예다. - P191

중립적·객관적 용어일 때는 ‘새끼 사슴‘ 등으로, 문화적·감성적으로 표기해야 할 경우는 ‘아기 곰‘ 형태로, 어류일 때는 ‘어린‘을 넣어 쓰면 유용하다. ‘새끼 멸치‘는 우습지 않은가. ‘어린 멸치‘가 딱 들어맞는다. ‘멸치 치어‘는 느낌이 무겁고 어렵다. - P192

우선 ‘내빈‘이란 말은 없다. 내빈을 內?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아니다. 내빈은 이제 거의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 P194

내외 귀빈은 또 뭔가. 이들이 귀빈이면 보통 참석자는 평민이나 천민인가? 직위가 높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귀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반대로, 없이 살아도 그 가족과 식솔들한테는 귀하디 귀한 존재일 수 있다. 환멸을 부르는 시대착오적 표현을 답습한다는 건 참담한 일이다. - P191

"오늘 이 자리를 빛내고자 단상에 몇 분 더 모셨습니다. 끝까지 함께 자리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는 "뜻깊은 이 자리, 인사 말씀 듣고자 몇 분을 초대했습니다.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라고 하면 어떨까. - P195

뉴스에서 ‘자정‘을 잘못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컨대 20일 밤 8시에 "우리 시각 오늘 밤 자정 한미정상회담이 열립니다"하면 오류다. - P121

앵커가 말하는 오늘 밤 자정은 20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 되고만다. 사실 20일 자정은 그 전날인 19일 밤 24시와 겹치는 시각인 것이다. 그러면 "내일 밤 자정 회담이 열립니다"가 옳겠지만, 그러면 또다시 시청자는 헛갈린다. - P121

‘굉장하다‘의 ‘굉장‘은 한자로 ‘宏壯‘이다. ‘넓고 크고 굳세고 웅장하다‘라는 의미로, 쓰임이 제한적이다. 규모나 성질 면에서크고 많고 높고 무겁고 엄청날 때만 ‘굉장하다‘를 쓰는 것이 옳다. 부사 ‘굉장히‘를 쓸 때도 같은 맥락이다. - P107

여부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으로 사전에서 풀이하는데 막상 쓸 때는 헛갈린다. 차라리 이렇게 여기는 게 좋다. ‘인지, 아닌지‘ 혹은 ‘했는지, 안 했는지.‘ - P98

‘여부‘ 앞에는 원칙적으로 상반성을 함께 지닌 단어를 놓으면 안 된다. 대표적인 게 ‘진위眞僞다. - P98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이다. - P101

부정의 의미일 때는 ‘입길에 오르다‘, ‘구설수가 있다‘, ‘구설에 오르다‘ 등이 대안이다. - P101

‘사람‘이 ‘하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으로 변형하는 건어림없는 일이며 어법에 안 맞는 말이다.  - P117

우리 인사법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이왕 인사를 하게되면 정중하고 내용이 있는 게 좋다. 아침이라면 ‘활기찬‘, ‘힘찬‘, ‘보람 있는‘, ‘즐거운‘ 등을, 오후라면 ‘편안한‘, ‘넉넉한‘, 밤시간이라면 ‘포근한‘, ‘아늑한‘ 등을 앞에 두고 ‘보내세요‘, ‘맞이하세요‘, ‘이어가세요‘ 등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 P117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김훈 작가가 『칼의 노래』의 서두에서 둘 중 어느 문장을 쓸까 며칠을 고민했다 한다. - P145

우선 ‘-이, 가‘는 주격조사다. ‘은, -는‘은 보조사다. - P145

‘-은, -는‘은 ‘문장주제어‘라고도 한다. 영어와 기본적으로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 P147

"이곳은요"는 문법에도 안 맞는다. 보조사 ‘-요‘는 주격조사
‘이/가나 보조사 ‘은/는‘에 연이어 올 수 없다. 구어(말)의 자연스러움을 호소하곤 하지만, ‘-요‘를 붙이면 오히려 치기만 보탤 뿐이며 없는 것이 훨씬 산뜻하다. ‘이것‘, ‘저것‘, ‘요것‘
등의 지시대명사는 말에 힘을 빼놓는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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