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집합론, 수리 논리 및 논술 등 수학을 전공하려면꼭 알아야 할 기초 과목을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에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 P5
왜 학생들은 논리를 만나면 부담을 느낄까요? 그것은 학생들이 논리를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성장하며 논리와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P5
학교 수학교육 현장에서는 논리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논리 문제를 기피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논리를 워낙 어려워하니 자연스레 논리를 최소한으로만 교육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P6
저는 ‘논리의 생활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사고력도 결국 연습과 습관에 따라 크게 증진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논리적으로 말하기, 정확함을 추구하기, 잘 따져보기 등을 습관화함으로써 논리적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 P6
많은 이가 수학적 논리와 언어적 논리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실생활에 필요한 것은 수학적 논리력이 아니라 언어적 논리력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 P6
제가 대학생 때 철학과에 다니는 고등학교 동기가 우리 수학과에 와서 ‘집합론‘이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저는 그 친구에게서 분석철학과 집합론이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 P7
아무리 간단한 논리학이라도 ‘집합‘의 개념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개편된 중학교 수학교육과정에서 집합 단원이 사라졌습니다. - P8
원래 수학교육의 주요 목적은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있는데, 최근의 교육은 단순히 문제 풀이에만 치중하는 느낌입니다. 수학에서는 ‘답이 맞느냐‘보다는 ‘답을 구하는 과정이 합리적이냐‘가 더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교육 현장에서 그러한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P9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학문의 기초적 바탕을 이루어온 논리학이 19세기 후반부터는 독일의 수학자들을 중심으로 그전보다 더 독립적이고 체계적인 학문 분야로 거듭나게 됩니다. 프레게는 수학적 개념들, 심지어는 수조차도 완전하고 구체적인 논리에 따라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 P10
체계적이고 엄밀한 현대논리학은 수리논리학mathematical logic 또는 기호논리학 symbolic logic 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철학자와 수학자가 공유하던 고전논리학과 구별하기 위함입니다. - P10
논리학은 철학이나 언어학을 연구하는 데중요한 배경지식이므로 철학자와 언어학자가 필수적으로 공부하는 학문이긴 하지만, 현대논리학을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서 연구하는 것은 결국 수학자의 몫이 되었습니다. - P11
그런데 수학기초론에는 중요한 결점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산술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931년 오스트리아의 젊은 수학자 괴델1906~1978은 불완전성정리 Incompleteness Theorem‘를 발표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며 아인슈타인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P11
완벽함과 엄밀함을 추구하는 논리학이 수학의 좋은 기초를 세우고자 발전해왔지만, 논리적으로 완벽한 수학의 기초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논리를 통해 증명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 P12
1장, 논리와 친해지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어려운 문제를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는능력이 좋다. 하지만 의외로 기초적인 논리적 사고력이나 서술능력은 미흡한 이가 많다. - P19
나는 집합론 강의 시간에 종종 간단한 퀴즈를 낸다. 주로 강의하면서 강조하여 여러 번 설명한 내용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연습문제 가운데 내가 풀이해주었던 문제 중에서 골라 출제한다. - P20
우리 학생들이 논리에 약한 것은 우리말이 논리적으로 서술하기에는 불편한 언어이기 때문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말이 영어 등 서양 언어에 비해 논리적 서술에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문화와 교육‘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데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P21
우리 각자가 평소에도 뭐든지 가능한 한 정확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확함은 정의롭다" 또는 "정확성은 꼭 필요하다"와 같은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 P22
일반인과 운동선수를 비교해보자면 일반인에게 ‘지식‘은 운동선수의 ‘운동능력‘과, 일반인에게 ‘논리적 사고력‘은 운동선수의 ‘정신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 P23
(전략) 불합리한 판단이나 언행은 주로 이런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 발생한다. 논리적 사고력이 수학처럼 반복연습으로 향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옳은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도 습관화와 연습의 결과로길러질 수 있다. - P24
그러나 자신이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어떤 사람이 맞는 말을 하더라도 결론적인 의견이 자기 의견과 다르면 "그 사람이 말은 잘해"라고 하면서 그 사람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 P24
서로 다른 진영의 사람들이 정치적 쟁점에 관해서 이야기를나눌 때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지나친 진영논리는 보기에 좋지 않다. 자기 진영에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불리한 뉴스가 나올 때도 "여론 조사가 조작되었다", "그것은 가짜뉴스다"라며 무조건 자기 진영은 옹호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 P25
나는 학생들에게 가끔 이런 농담을 하곤 한다. "같다‘와 ‘동일하다‘는 같은 말일까, 아니면 동일한 말일까?" - P26
우리는 흔히 "한국 사람은 뛰어나다"라고 한다.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중략) 하지만 한가지 약점이 있다. 그것은 아주 기초적인 사안에 대해서조차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 P27
첫째, 틀리거나 적합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서 잘못는 유형이다. 좋은 판단력은 좋은 정보력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좋은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 정보나 지식의 양 자체가 부족하다면 더 많은 정보나 지식을 수집해서 보완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 심리‘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문제다. - P28
둘째,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아 잘못 판단하는 유형이다. 전문가의 말이나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우열의 차나 현실의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 P28
셋째, 논리나 과학(수학)적 사고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않고 그저 느낌에 의존하여 잘못 판단하는 유형이다. - P28
넷째, 좋은 판단의 중요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여 잘못 판단하는 유형이다.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 결과는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물론 사안에 따라 다르다). - P29
종교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이젠 더는 사이비종교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종교의 믿음이나 가르침도 논리와 올바른 판단이 부가되어야 더 빛나게 된다. - P30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마치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남들의 말에 흔들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 - P30
요즘은 정보화 시대이다. 따라서 귀가 얇으면 좋을 때가 더 많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배우며 자기 나름의 의견을 정하면된다. - P31
수학교육의 기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 문제 해결능력 등을 키우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판단력과 분별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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