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우면 날씨 방송에서 ‘옷차림을 따뜻하게‘ 하라고 한다. 이럴 땐 "옷차림, 든든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가 더 바람직한표현이다. - P131
대표적 오류가 ‘감쪽같다‘를 ‘깜쪽같다‘로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맛있는 과일인 ‘감의 한쪽은 얼마나 달콤한가. 그래서 빨리없어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 ‘감쪽같다‘다. - P183
깜깜무소식? 틀리진 않지만, 웬만한 건 ‘감감무소식‘이라고 해야 순하고 근사하게 들린다. 앞길이 깜깜하다? 그보다는 ‘캄캄하다‘가 듣기에 더 낫다. - P183
미운 오리 새끼? 누군가의 초라한 언어감수성이 빚어낸 비극적 결과다. ‘미운 새끼 오리‘였어야 했다. 단어의 위치 잡기가 이토록 막중하다. 관성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 P191
강아지, 생쥐, 송아지처럼 새끼 형태의 낱말이 따로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단어 ‘새끼‘를 그 동물 명칭의 앞에 놓아야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새끼 사슴, 새끼 호랑이 등이 그 예다. - P191
중립적·객관적 용어일 때는 ‘새끼 사슴‘ 등으로, 문화적·감성적으로 표기해야 할 경우는 ‘아기 곰‘ 형태로, 어류일 때는 ‘어린‘을 넣어 쓰면 유용하다. ‘새끼 멸치‘는 우습지 않은가. ‘어린 멸치‘가 딱 들어맞는다. ‘멸치 치어‘는 느낌이 무겁고 어렵다. - P192
우선 ‘내빈‘이란 말은 없다. 내빈을 內?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아니다. 내빈은 이제 거의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 P194
내외 귀빈은 또 뭔가. 이들이 귀빈이면 보통 참석자는 평민이나 천민인가? 직위가 높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귀하다고는 볼 수 없을 터. 반대로, 없이 살아도 그 가족과 식솔들한테는 귀하디 귀한 존재일 수 있다. 환멸을 부르는 시대착오적 표현을 답습한다는 건 참담한 일이다. - P191
"오늘 이 자리를 빛내고자 단상에 몇 분 더 모셨습니다. 끝까지 함께 자리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는 "뜻깊은 이 자리, 인사 말씀 듣고자 몇 분을 초대했습니다.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라고 하면 어떨까. - P195
뉴스에서 ‘자정‘을 잘못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컨대 20일 밤 8시에 "우리 시각 오늘 밤 자정 한미정상회담이 열립니다"하면 오류다. - P121
앵커가 말하는 오늘 밤 자정은 20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 되고만다. 사실 20일 자정은 그 전날인 19일 밤 24시와 겹치는 시각인 것이다. 그러면 "내일 밤 자정 회담이 열립니다"가 옳겠지만, 그러면 또다시 시청자는 헛갈린다. - P121
‘굉장하다‘의 ‘굉장‘은 한자로 ‘宏壯‘이다. ‘넓고 크고 굳세고 웅장하다‘라는 의미로, 쓰임이 제한적이다. 규모나 성질 면에서크고 많고 높고 무겁고 엄청날 때만 ‘굉장하다‘를 쓰는 것이 옳다. 부사 ‘굉장히‘를 쓸 때도 같은 맥락이다. - P107
여부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으로 사전에서 풀이하는데 막상 쓸 때는 헛갈린다. 차라리 이렇게 여기는 게 좋다. ‘인지, 아닌지‘ 혹은 ‘했는지, 안 했는지.‘ - P98
‘여부‘ 앞에는 원칙적으로 상반성을 함께 지닌 단어를 놓으면 안 된다. 대표적인 게 ‘진위眞僞다. - P98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이다. - P101
부정의 의미일 때는 ‘입길에 오르다‘, ‘구설수가 있다‘, ‘구설에 오르다‘ 등이 대안이다. - P101
‘사람‘이 ‘하루‘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시간‘으로 변형하는 건어림없는 일이며 어법에 안 맞는 말이다. - P117
우리 인사법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이왕 인사를 하게되면 정중하고 내용이 있는 게 좋다. 아침이라면 ‘활기찬‘, ‘힘찬‘, ‘보람 있는‘, ‘즐거운‘ 등을, 오후라면 ‘편안한‘, ‘넉넉한‘, 밤시간이라면 ‘포근한‘, ‘아늑한‘ 등을 앞에 두고 ‘보내세요‘, ‘맞이하세요‘, ‘이어가세요‘ 등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 P117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김훈 작가가 『칼의 노래』의 서두에서 둘 중 어느 문장을 쓸까 며칠을 고민했다 한다. - P145
우선 ‘-이, 가‘는 주격조사다. ‘은, -는‘은 보조사다. - P145
‘-은, -는‘은 ‘문장주제어‘라고도 한다. 영어와 기본적으로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 P147
"이곳은요"는 문법에도 안 맞는다. 보조사 ‘-요‘는 주격조사 ‘이/가나 보조사 ‘은/는‘에 연이어 올 수 없다. 구어(말)의 자연스러움을 호소하곤 하지만, ‘-요‘를 붙이면 오히려 치기만 보탤 뿐이며 없는 것이 훨씬 산뜻하다. ‘이것‘, ‘저것‘, ‘요것‘ 등의 지시대명사는 말에 힘을 빼놓는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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