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돈의 역설 08. 루커스의 역설 Lucas paradox
자본 이동은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에서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으로 일어난다는 고전 경제이론의 예측을 깨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본이 흘러가는 ‘자본 흐름의 역전‘이 발생하는 현상,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루커스Robert Lucas가 1990년에 논문을통해 지적했다. - P133
이혼을 앞두고 둘이 같이 살면서 모은 재산을 서로 나누어 가지기 위해 협의를 했는데, 루커스의 부인은 독특한 계약을 제안한다. "로버트 루커스가 앞으로 7년 내에 노벨상을 수상하면, 그상금을 부인과 절반으로 나눈다." 루커스는 이에 동의했고, 둘은 이혼했다. - P134
세상일이 재미있는 것은 정말로 나중에 루커스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기가 막히게 정확히 7년째인 1995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세간에 도는 말로는 이혼을 하며 내건 조건의 마감 날짜에서 한 달도 차이가 안 났다든가, 몇십 일이 차이 났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다. - P135
돈이 생기면 집이 없었던 사람들은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집값이 오르게 된다. 이런 미래는 충분히 기대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만약 어떤 나라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킬 준비를하면, 사람들은 곧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므로 집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져 집값이 빠르게 오를 수가 있다. - P136
그래서 루커스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경제를 따질 때 어떤 정책의 효과를 단순하게 예상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합리적 기대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섬세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 P136
돈이 많은 선진국 사람들이 돈이 더 적은 개발도상국에서돈을 쓰고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널리 퍼진 통념이다. - P137
이런 현상은 상식적인 일이다. 본래 돈이 많은 사람들이돈이 적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137
그런데 루커스는 꽤나 자주 거꾸로 개발도상국의 돈이 오히려 선진국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돈이 없는 사람이 돈이 많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하는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 P139
세계적인 강대국인 러시아 역시 1998년 8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때는 한국 정부도 러시아에 받을 돈이 꽤 많이있었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은 한국에서도 큰 문제였다. - P141
모라토리엄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로부터 루커스의 역설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을 찾을 수 있다. 경제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제가 부실하기 때문에 돈이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나 정부가 불안할 위험이 있다. - P142
모라토리엄으로도 빚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나라는 소위 디폴트default 라고 하여 아예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해 버리는 수도 있다. - P142
(전략), 갑자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그 돈으로는 빵 열 조각 밖에 사지 못하게 된다. 크게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많은자본을 들여 독일 돈을 잔뜩 구했지만,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모인 작업자들이 아침 식사 한 번 하고 나면 그 모든 돈을 다날리게 된다. - P143
이렇게 한 나라의 정책이나 나라 전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위험을 흔히 뭉뚱그려서 소버린 리스크 sovereign risk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 P143
그런데 민주주의국가들이 많은 요즘에는그 나라의 전체적인 정치, 정책 상황에 얽힌 경제적 위험을 두루 말할 때에도 소버린 리스크라는 말을 자주 쓴다. 소버린 리스크에는 경제정책의 혼란뿐만 아니라 전쟁, 정변, 혁명 등의 위험도 포함되어 있다. - P143
이렇게 소버린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면 가난하고 개발이덜 진행된 나라에서 역으로 부유한 나라로 돈이 흘러드는 루커스의 역설이 일어날 수 있다. - P144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1950년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에 어떻게든 한국에 많은 숫자의 미군을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았기때문이다. - P144
그러므로 루커스의 역설이 일어나는 한 가지 이유는 돈이없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정치 혼란과 경제 불안에 시달리는약소국일 가능성이 높고, 소버린 리스크가 클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루커스의 역설을 극복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단은 평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P145
과학, 문화, 지식, 인재가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여러 가지 차이보다도 바로 그런 기술 영역의 차이가 경제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이 역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P146
신발을 만드는 작업은 사람 손이 꽤 많이 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나라에 공장을 건설하는 편이 유리하다. 20세기 중반, 미국이나 유럽의 신발회사들은 그런 이유로 아시아에 신발공장을 지었다. - P146
자동으로 신발을 만들어 내는 로봇이 계속해서 발전한다고생각해 보자. 그러면 적은 돈을 받고 신발 만드는 작업을 하는직원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과거에 비해 큰 장점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로봇을 다루는 기술을 갖고 있는 직원을 구하기 쉬운 편이 유리하다. - P147
요즘 세상은 그렇기 때문에, 힘들여 산에서 캔광석을 팔거나 고된 농장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도 그 나라의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한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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