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플롯 짜기‘라고 하는 글쓰기 원리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글을 한 자라도 쓰기 전에 먼저 플롯, 즉 소설의 외양을 이루는 사건들의 개요를 짜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옛날 옛적에 "부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건을 작가가 정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답을 아깝게 살짝 비껴간 얘기다. - P53

내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외적인 플롯에만 주목하고 있으니, 주인공이 이미 갖고 있는 내적인 ‘왜‘가 아닌 외적인 ‘무엇‘에 치중하는 결과가 된다. - P53

 플롯 속 사건을 만드는 목적이 무엇인가? 주인공으로 하여금 구체적이면서도 정말로 힘든 어떤 내적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플롯 구상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그 내적 변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만 한다.  - P54

‘외적 스토리 구조모형‘의 허구

주인공을 구상하기 전에 플롯을 짠다면 소설의 외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외적 사건의 틀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 P54

소설의 긴장, 갈등,
드라마가 모두 오로지 플롯에서 기인해야 할 텐데, 무슨 일이 어떤 순서로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떻게 정해야 하나?

- P55

그런 스토리 구조 모형의 시초이자 가장 칭송받는것이 바로 조지프 캠벨 Joseph Campbell이 주창한 ‘영웅 서사 구조‘다. 뒤이어 등장한 구조 모형들도 마찬가지지만, 그 기본 전제는 신화, 소설, 영화 등을 관찰하면 비슷한 구조와 모양새가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형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웅의 내적 투쟁을 암시하기도 하고 ‘여정‘이니 ‘도전‘ 같은 말들을 수없이 언급하지만 정작 그 투쟁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 P56

생각해 보자. 그런 모형들은 하나같이 소설, 신화, 영화 등수많은 ‘완성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신화의 원형을 창작한 사람들이 과연 ‘외적 스토리 구조 모형‘을 본떠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 P56

그때 딱 빠지기 쉬운 착각이 좀 기름칠하고 광내면 해결되겠지‘ 하는 것이다. 스토리 속으로 뛰어들어 안에서부터 다시 써 나가야 하는 데다, 십중팔구 첫 페이지부터 재작업해야하는 마당에, 도리어 밖에서부터 다듬어 들어가는 작업에 몰두한다. 이러면 얄궂게도 소설의 문제가 고쳐지기는커녕 더 부각되기 쉽다. - P57

 이렇게 되면 작가의 본의가 결코 아니건만 독자는 슬슬 짜증이 난다. 작가가 좀 잘난 척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마치 "내 글솜씨 끝내주지?" 하는 것 같다. "내 존재는 잊고 스토리에 푹 빠져!"해야 할 텐데 말이다. - P57

아주 간단히 말해, 스토리란 누군가가 어떤 불가피한 문제와 씨름하면서 바뀌어 가는 과정이다.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을 들여 매끈한 외관의 소설을 써낸다 해도 그저 이런저런 사건의 지루한 묘사에 그치고 말 뿐이다. - P58

 우리가 살면서 번번이깨닫는 점이지만, 우리 눈앞에 나타난 골치 아픈 문제는 사실갑자기 튀어나온게 아닐때가 많다. 수년, 수십 년, 심지어 태어나서 지금까지 쌓여 왔던 무언가가 원인일 수 있다. - P58

모든 소설은 거두절미하고 중간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이미 3천 년 전에 ‘인 메디아스레스in medias res‘, 즉 ‘사태 한가운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브오보ab ovo‘, 즉 ‘알(시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설파했다. - P59

문제는, 작가들이 이 ‘인 메디아스 레스‘라는 개념의 뜻을오해해서, 그냥 진행 중인 사건의 한복판에 독자를 밀어 넣고 설명은 나중에 하는 기법 정도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 P59

정확히 짚고 가자. 소설의 본체는 중간에서 시작하는 게맞다. 무엇의 중간이냐, ‘스토리의 중간‘이다.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펼쳐지는 것은 ‘스토리의 후반부‘다. 플롯이 거기서부터 진행된다. - P60

이제 다음 몇 장에 걸쳐 그 전반부를 낱낱이 파헤쳐 보려고 한다. 그렇게 소설의 시작점을 정확히 잡고난다음에야 비로소 소설의 밑그림 작업을 정식으로 시작할 수 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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