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어떤사람들은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일을 해주니 사람은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 P103
18세기에는 열을 얻으려면 나무를 태워야 했고, 동력원으로는 인간의 힘이나 소와 말을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시에 비해 오늘날의 생산력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증대됐기에, 우리는 당시의 노동이 대단히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P103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목수는 하루에 실질적으로 네 시간 정도 일했고, 무사들은 하루 일하면 이틀은 쉬었는데 일해서 번 돈도 바로 써버렸다는 것이다. 돈은 묵히는 게 아니라면서 말이다. - P104
아무튼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때보다 거대한 생산력을 갖고있으니 더 편하게 일해야 할 것만 같다. 에도시대 사람들이 일주일에 사나흘 정도 일했다면 우리는 하루 정도만 일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 P104
그런데 실제로는 기술이 발전해도 전혀 일이 편해지지 않고노동시간도 줄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이 이미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 P105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한다.
기계는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다. _제15장 기계와 대공업, 제1절 기계의 발달 - P106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계 도입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전체 생활시간을 자본의 가치 증식에 이용될 수 있는 노동시간으로 바꾸어 버린다. 기계 도입이 노동시간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 P107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기계를 도입했더니 오히려 일이 더 힘들어졌다니,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현상은 자본의 근본적 성격과 연관이 있다. - P107
상품론에 대해서는 앞에서 살펴보았다. 상품은 일반적인 부즉 ‘재(財)‘와는 다르다. 마르크스는 이 점을 강조한다. 유용성을가진 물건은 무엇이건 ‘재‘가 될 수 있다. 휴대전화는 유용성이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재‘다. - P108
사용가치는, 다시 말하자면 유용성이다. 어떤 것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상품과 부는 동일하다. - P108
상품이 이렇게 판매되는 순간에 실현되는 것이 있다. 바로 ‘교환가치다. 단순히 ‘가치‘라고 말할 수도 있다. - P108
그것은 상품의 자연적 속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추상적 인간노동은 다시 말해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다). - P108
마르크스는 상품의 특징으로 교환 가능성에 주목한다. 여기서는 일단 화폐를 상정하고 생각해보자. 모든 상품에는 가격표가 붙는다. 여행 가방과 셔츠는 용도가 전혀 다른, 비교할 수 없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물건도 가격표를 붙여 매대에 올려놓으면 그 가치를 양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 P109
상품을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보고 심지어 분해해서 뜯어본들, 교환가치는 눈으로 볼 수 없다. 마르크스는 이를 두고 ‘가치를눈으로 볼 수는 없는데, 그것은 상품의 자연적 속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P109
그럼 교환가치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것은 사회에서 온다.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이 놓인 사회적 관계에의해 생긴다고도 할 수 있다. 교환가치는 자본제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추상적이고도 사회적인 속성인 것이다. - P110
앞에서 자본제 사회에서는 노동도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상품과 완전히 동일하게 노동도 이중성을 띠고 있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바로 구체적 유용노동(질)과 추상적 인간노동(양)이다. - P110
상품에 투입되는 노동 중 사용가치를 만드는 부분을 제외하고 남는 것, 즉 순수하게 양적으로만 구분이가능한 노동이 바로 추상적 인간노동이다. - P110
노동의 이중성에 대한 견해는 『자본론』을 읽을 때 대단히 중요한 관점이며 뒤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제대로 알아두도록 하자. - P111
그러나 추상적 인간노동은 이 환상 같은 무언가를 생산하려 한다. 마르크스는 이 무언가가 한없이 증가하는 운동 자체를 ‘자본‘이라고 부른다. - P111
자본은 뭘까? 먼저 돈이 있다. 돈은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즉 돈으로 상품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판다. - P112
그런데 얼핏 생각해보면 지금 예로 든 것처럼 1만 엔에 사 온것을 다른 사람에게 1만 5000엔에 판매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 P112
하지만 이 공식은 오히려 자본의 본질을 나타낸다. 상인자본(merchant‘s capital)을 생각해보자. 이 공식에 대입하면 상인자본의 증식 운동은 G-W-G‘ 그 자체다. - P112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처음에서 마지막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G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재산을 모은다는 표현 자체가 잉여가치가 축적되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 P113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 또한 마찬가지다. 금융자본의 전형적인 거래는 대부(돈을 빌려주는 것)다. - P113
그런데 금융자본에서 G는 직접 G‘가 된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하는 걸까? 따지고 보면 이는 부등가교환이다. 100만 엔을 150만 엔과 교환된 것이니 말이다. - P113
부등가교환인 것은 상인자본도 마찬가지다. 상인자본은 무역으로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부를 쌓는다. 이런 부등가교환이 가능한 것은 매매하는 곳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P114
그런데 근대 자본제 사회는 여기서 예로 든 것처럼 분명하게 알수 있는 부등가교환에 의해 잉여가치를 얻지 않는다. 자본제 사회의 특징은 등가교환의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그 가치대로 매매한다는 것이다. - P114
G에서 출발했다가 W로 바뀌는 것은 앞과 동일하다. 그런데그 W의 내용을 잘 보면, ‘Pm (생산수단)+Ar(노동력)‘이라고 되어있다. Pm은 Production Method의 약어로 ‘생산수단‘을 의미하고, Ar Arbeit 의 약어로 ‘노동력‘을 의미한다. - P115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일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은매매는 전부 등가교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즉 가치대로이루어진다는 데에 있다. 모든 것이 가치에 따라 동일하게 매매되는데 어떻게 해서 가치가 증대되었는가? 이것이 문제다. - P116
생산수단(Pm)도 노동력(Ar) 도, 원칙대로라면 등가교환된 것이어야 한다. 공장, 기계, 원료 등을 공짜로 가져온 것도 아니고공짜로 부려먹는 노예를 데려온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면 G는 어떻게 G‘가 될 수 있을까? - P116
이러한 자본 증식이 가능한 이유, 바꿔 말하면 ‘잉여가치의 원천‘은 무엇일까? - P117
앞서 말한 산업자본 공식에 대입해보면, 마르크스는 잉여가치가 노동력(Ar)에 의해서만 생긴다고 지적한 것이다. - P117
노동력으로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노동에 의해 형성되는 가치가 노동력의 가치보다 크기 때문이다. - P118
만약 노동자가 1만 엔을 받는데 8000엔의 가치밖에 생산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동자가 자본가를 착취한 것이고 자본가는 결국 파산할 것이다. - P118
노동자가 형성하는 가치 > 노동력의 가치
이렇게 노동자가 노동력에 든 비용보다 큰 가치를 생산하는것을 잉여가치의 착취라고 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드시발생하는 일이다. - P118
잉여가치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보다 크기 때문에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 P119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마르크스에게 영향을 미쳤고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던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의 ‘임금 생존비설‘이라는 학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 P120
리카도는 노동자가 과도하게 착취당해 죽을 정도로 낮지는않고, 그렇다고 해서 부자가 되어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지도 않은 수준을 상정한 뒤 그것을 ‘생존(生存費)‘라고 불렀다. - P120
문제는 이 ‘필요‘가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상당히 까다롭다. 우리가 노동자, 근로자로서 생활하는데 급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당연히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 P121
리카도와 마르크스는 ‘최저한의생활‘, 즉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르크스는 ‘그것만으로 결정되진 않는다.‘라고도 말한다. - P121
어느 정도나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은 자신에 대한 평가와도 연관이 있다. 나는 ‘이 정도 여유 있게 사는 건 당연하지.‘라는 생각을 항상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 P122
거품경제 시대의 일본 노동자들은 필요 수준이 대단히 높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게 당연하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일할 맛이 나지." 이 정도가 거품경제 시대의 필요 수준이었다. 지금은 "분식집이나 국수집이면 되지." 정도인 듯하다. - P122
언론 매체는 ‘물질 지상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치관‘이라고좋게 평가하거나 반대로 ‘욕망을 잃고 점점 더 기운이 빠진 일본이 되게 만드는 원흉‘이라고 비판하지만, 아무 개념도 들어 있지않은 이런 논평은 무의미할 뿐이다. 문제는 마르크스가 말하는문화적 맥락에서 일본 노동자 계급은 과거 30년간 계속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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