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 3단계

유전자 오작동 극복

나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2학년 때 충격적인 수업을 하나 들었다. 응용인지심리학이라는 수업이었는데, 수업 주제는휴리스틱 Heuristic이었다. 당시엔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픈 주제였다.
하지만 이 어려운 수업 내용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인간이 얼마나 멍청한지‘만 배우면 다 얻은 것이었다. - P142

○ SNS와 유튜브 등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1분짜리 자극적인 콘텐츠를 1시간씩 보면서 인생을 낭비한다. - P142

ㅇ 주식이 폭락하더라도 ‘이걸 참아내면 돈을 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막상 가진 주식이 폭락하자 패닉셀panic sell로 엄청난 손해를 본다.
ㅇ 유튜브를 하면 현재 연봉의 10배를 버는 게 확정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얼굴 노출이 꺼려져 결국 기회를 포기하고,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을 한다. - P143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처럼 보이지만,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나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밑바닥에서 시작했지만, 유전자 오작동의 개념을 이해한 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선 인간이 왜 잘못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143

*SNS와 유튜브 등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1분짜리 자극적인 콘텐츠를 1시간씩 보면서 인생을 낭비한다.

→도파민 분비로 기쁨과 쾌락을 느끼는 건 선사시대에 우리의 생존을 더욱 유리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과일을 발견하거나운 좋게 사냥감을 잡아 가족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경우,
짝을 유혹해 번식에 성공하는 경우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후략). - P144

*길거리를 걷다가 부딪쳐 시비가 붙은 사람의 얼굴을 쳐서 1년치 연봉을 날리고 빨간줄까지 얻는다.
→ <동물의 세계> 등 생태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컷들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선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불사른다. 수컷으로서 명예가 실추되면 암컷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몇몇의 남성들은 ‘자존심‘, ‘우두머리 수컷의 지위를 지키려는 선사시대의 본능을 따른다. (후략). - P146

* 유튜브를 하면 현재 연봉의 10배를 버는 게 확정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은 얼굴 노출이 꺼려져 결국 기회를 포기하고,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을 한다.
→우리는 평생 절대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 앞에서도 알몸을보이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이와 비슷하게 여자의 유전자코드에는 ‘대중에게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명령이 새겨져있다. 선사시대 여성이 많은 남성에게 노출되는 것은 신상에좋은 일이 아니었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폭행을 당할 수도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대중에게 노출되었을 때 오히려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후략). - P147

‘내가 나보다 잘된 친구들을 안 좋게 본 건, 우두머리 수컷 본능때문에 상대를 적으로 인식한 거야. 학벌이 나보다 낮고 사업이 아닌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도 나보다 돈을 많이 번다면 분명히 배울점이 있을 거야. 지금 상대를 비웃는 건 내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유전자가 오작동하는 거야‘라고 생각을 전환해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자신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본인을 역전한 사람들에게연락해 자존심을 버리고 조언을 구했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는 건 유전자의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순리자의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P149

ㅇ『역행자』 확장판을 내면 사람들이 돈 벌려고 환장했다고욕할지도 몰라. 어쩌지? 스트레스받는데 그냥 하지말까?

→인간은 원래 대중에게 공개될 때 스트레스를 받도록 프로그래밍돼 있어. 학교에서 발표할 때도 스트레스를받잖아? 대중에게 망신당하게 되면 평판이 하락할 거라는 두려움에 뇌가 스트레스를 받는 거야. 확장판을 내더라도 어차피 수익 전액 기부에,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거니까 독자들 입장에선 ‘더 좋은 책‘을 얻는 거야. 괜히 평판 유전자 오작동에 휘둘리지 말고 일을 끝마치자. - P150

뇌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1.4킬로그램의 회백질 덩어리, 뇌는 현대 과학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다. 원래 뇌는 몸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멍게는 유충일 때에는 뇌가 있어서 이리저리움직이다가, 한군데 자리 잡고 살게 되면 자기 뇌를 먹어버린다. 이제 움직일 일이 없으므로 뇌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 P152

호모사피엔스가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를 거쳐 영장류로가지 쳐지며 진화했듯이, 인간의 뇌 역시 여러 단계의 진화를 거쳤다. 1970년대에 폴 매클린 Paul MacLean이라는 신경과학자는 인간 뇌의 진화를 3단계로 구분하고, 이를 ‘삼위일체의 뇌‘라고 불렀다(3중뇌 가설). 즉 우리 뇌 안에는 포유류의 뇌, 파충류의 뇌, 인간의 뇌가들어 있고, 이 뇌들은 저마다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 3중뇌가설은 칼 세이건이 『에덴의 용』에서 언급하면서 대중화되었다. - P153

진화의 목적은 완벽함이 아니라 생존이다.

진화란 이전의 종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후 자연선택에 의해서 검증받는 것이기 때문에 ("우연이 제안하고, 자연이 처분한다"), 어떤 진화도 맨땅에서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즉 진화는 이전 버전 위에 새로 설치된 업데이트나 패치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낡은 버전(레거시 코드)을 내장하고 있어, 이걸 다 지우고 새로 짠 코드처럼 깔끔할 수가 없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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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릴리프웹 Relief Web은 재해 지역 지원 사업에서 세계의 조정자 역할을 한다. 앞선 세대의 재해 피해자들은 그저 상상만하던 일이다. 비용은 4단계 납세자들이 충당한다.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다. 우리 인간은 마침내 자연재해에서 스스로를보호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자연재해 사망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 역시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이 역시 인류의 무지목록에 알려지지 않은 성공 이야기에 추가해야 할 항목이다. - P156

앞으로 뉴스에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힌 피해자의 끔찍한 모습을 보았을 때, 이 같은 장기적인 긍정적 추세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언론인이 카메라에 대고 "세계는 단지 더 위험해졌다"고 얘기할 때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색의 헬멧을 쓴 해당 지역 구조대원을 보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저들의 부모는 대부분 글을 읽을 줄 모른다. (후략).‘ - P157

거창한 진실과 큰 그림은 그 위험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다시 과감하게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뇌를 식히고 수치를 비교하면서 우리 자원이 미래의 고통을 멈추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공포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이 지금은 국제적 공조 덕에 우리에게 가장 적은 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P158

보이지 않는 4000만 대의 비행기

2016년에 총 4000만 대의 상업 항공기가 목적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치명적 사고를 당한 항공기는 10대에 불과하다. 언론이 언급하는 항공기는 당연히 이 10대다. - P159

공포 본능은 워낙 강해서 전 세계가 협력해 위대한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해마다 4000만 대의 무사고 비행기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설사로 죽은 아이들 33만 명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아무렇지도않게 사라지듯이. - P160

전쟁과 갈등

(전략).
오늘날 갈등과 그 갈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그 어느 때보다 적다.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살고 있다. 끔찍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뉴스만 봐서는 믿기 힘든 사실이다. - P161

2011년 3월 11일, 일본 해안 근처 태평양의 약 29km 해저에서 ‘지진단층 파열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일본 본토가 약2.5m 동쪽으로 이동했고, 이때 발생한 쓰나미가 1시간 뒤 일본해안을 덮쳐 약 1만 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쓰나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놓은 장벽을 넘었다. 후쿠시마는 온통 물로 넘쳤고, 전 세계 뉴스는 신체 손상과 방사능 오염의공포로 넘쳐났다.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후쿠시마를 탈출했지만 이후 1,600명이더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방사능을 피해 도망쳤지만,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1,600명은 탈출 과정 또는 탈출 후에 사망했다. - P163

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초기 환경 운동 당시, DDT가 먹이사슬에 축적되어 어류와 조류에도 침투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인기 있는 훌륭한 과학 작가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이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자신이사는 지역에 있는 새의 알껍데기가 점점 얇아진다고 보고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물질을 살포해 벌레를 죽여도 좋다는 생각은, 그리고 이런 행위가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를 당국이 외면한다는 생각은, 당연히섬뜩했다.
불충분한 규제와 무책임한 회사에 대한 공포가 촉발되었고, 세계적 환경 운동이 탄생했다. - P164

그러나! 대중이 화학물질 오염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거의과대망상 수준에 이르는 부작용이 생겼다. ‘화학물질 공포증chemophobia‘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오늘날에도 아동 예방접종, 원자력, DDT 같은주제를 사실에 근거해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불충분한 규제를 기억하다 보니 저절로 불신과 공포가 생겼고, 이 때문에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에 귀 기울이는 능력이 마비되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나는 사실에 근거해 주장해볼 참이다. - P165

방사성물질 유출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그것을 피해 탈출하다 사망한 노인은 1,000명이 넘는다. DDT는 해롭지만,
DDT가 직접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1940년대에는 이루어지지 않다가 이후에 실시된 유해성조사를 바탕으로 200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497쪽분량의 《DDT, DDE, DDD의 독성 분석 Toxicological Profile forDDT, DDE and DDD》을 펴냈다. 2006년에는 세계보건기구가 드디어 모든 과학적 검토를 마치고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마찬가지로DDT를 인간에게 ‘미약하게 해로운 물질로 분류하며, 많은 상황에서 건강에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고 보고했다. - P166

화학물질 공포증 탓에 6개월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나오기도 한다. 흔히 먹는 음식에 합성 화학물질이 극소량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치사량에 이르려면 그 음식을 3년 동안 날마다 화물선 한두 척 분량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도 배웠다는 사람들이 레드 와인을 마시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이 문제를 토론한다.
그 물질을 먹고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이 토론의관심사가 못 된다. 공포의 정도는 전적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의 본질에서 나오는 듯싶다.
11 - P167

테러

(전략).
테러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4단계에서는 줄고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4단계 나라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은1,439명이었다. 그 전 10년 동안은 4,358 명이었다. 여기에는 최악의 테러인 2001년 9.11 사태로 사망한 2,996명도 포함된다.
그 사건을 제외하면 두 번의 10년 주기 동안 4단계 사망자 수는거의 같은 수준이다.  - P170

 2001년 이후로는 항공기 납치 테러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실 4단계 나라에서 테러보다 적은 사망자를 낸 사망 원인은 찾기 어렵다. 지난 20년간 미국 땅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은 3,172명으로, 한 해 평균 159명이다. 같은 기간미국에서 음주로 사망한 사람은 140만 명으로 한 해 평균 6만9,000명에 이른다. 아주 공정한 비교는 아닐 수 있다. - P171

갤럽이 2001년 9월 11일 이후 일주일 동안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 51%가 자기 가족도 테러에 희생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14년이 지나도 그 수치는 변함없이 51%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직후와 거의 같은 수준의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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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이 책은 마치 나 혼자 쓴 것처럼 내 목소리로 작업했고, 내 삶의많은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테드TED 강연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진행한 많은 강연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나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의 작품임을 밝힌다. - P6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천재 한 사람‘의 발명품이 아니다. 재능도 다르고, 지식도 다르고, 관점도 다른 세 사람의 끊임없는 토론과 논쟁 그리고 협력의 결과다. 기존과 다른, 종종 화를 돋우는,
그러나 대단히 생산적인 이런 작업 방식 덕에 세상을 소개하는법과 세상을 생각하는 법을 개발할 수 있었다. 나 혼자서는 절대불가능했을 일이다. - P7

1장 간극 본능

도와줘요! 다수가 사라졌어요

다수가 저소득 국가에 살지 않는다면 어디에 사는 걸까? 다수가고소득 국가에 살지 않는 건 확실할까?
목욕물은 어느 정도가 좋은가? 얼음처럼 차갑게? 아니면 김이나도록 뜨겁게? 물이 두 종류만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얼음장같이차가운 물, 미지근한 물, 델 것같이 뜨거운 물, 그리고 그 사이에 해당하는 다양한 온도의 물이 있어 선택 대상은 많다. - P51

중간층에 사는 50억 인구가 잠재적 소비자로서 삶의 질을 높이며, 샴푸 · 오토바이 · 생리대·스마트폰 등을 소비한다. 그런 사람들을 그저 ‘가난한‘ 사람으로 치부한다면 큰 시장을 쉽게 놓쳐버리는 꼴이다. - P52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네 단계 명명법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나라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행위를멈추는 것이다. 그런 구분은 이제 말이 안 된다. 세상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인이 사업 기회를 찾는데도 도움이 안 되고, 가장 가난한 사람을 찾아 경제적 지원을 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분류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에 붙인 이름을 포기할 수 없으며, 그걸 대체할 말도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P53

 인간에게 필요한 기본 요소를 충족하며 사는 단계다.
흥분되지 않는가? 흥분해야 맞다. 네 단계 소득수준은 사실에근거한 새로운 사고의 틀에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 장담하건대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추측하는 단순한 생각 도구 중 하나다. 앞으로 이 책 전반에 걸쳐 이 네 단계가 어떻게 테러부터 성교육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이해하는 단순한 도구가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각 단계별로 삶이어떤 모습인지 설명해보겠다. - P55

1단계: 1단계는 하루 1달러로 출발한다. 5명의 자녀가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더러운 진흙 구덩이에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하나뿐인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맨발로 몇시간씩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중략). 그래도 살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운이 좋아 작황이 좋으면, 남는 작물을 팔아 하루에 가까스로 2달러 남짓 번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행운이 함께하길! (오늘날 약1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 P55

2단계: 드디어 2단계다! 소득은 4배가 되어이제 하루에 4달러를 번다. 날마다 3달러가남는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이제는 먹을거리를 직접 기르지 않고, 돈으로 살수 있다. (중략).
삶은 이제 훨씬 나아졌지만, 아직도 매우 불확실하다.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가진 것을 거의 다팔아 약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1단계로 추락한다. 하루에 여윳돈 3달러만 생겨도 좋지만, 삶을 극적으로 개선하려면 소득이 다시 4배가 되어야 한다. 동네의류업체에 취직할 수 있다면, 집에 급여를 가져오는 첫 번째 식구가 될 것이다. (오늘날 약3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 P56

3단계: 와, 해냈다! 투잡, 스리 잡을 뛰면서하루 16시간, 주 7일을 일해 어렵게 소득을다시 4배로 올려 하루 16달러를 번다. 저축도 제법 하고, 수도도 설치한다. 이제 물을길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중략).
어느 날 공장에 출근하다 사고를 당해 그동안 모아둔 아이들 교육비를 치료비로 쓴다.
다행히 몸은 회복되고, 모아둔 돈이 있어 2단계로 추락하지는 않는다. 아이들 중 둘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어떻게든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면 부모가 경험한 적 없는 높은 급여를 받는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57

4단계: 이제 하루에 32달러 넘게 번다. 부유한 소비자이고, 여기에 다시 하루 3달러를더 번다고 해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극도로 빈곤한 삶을 바꿀 수있는 3달러가 큰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하지만 이런 고소득층의삶을 사는 사람은 다른 세 단계 삶 사이의큰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4단계 사람이다른 60억 인구의 현실을 오해하지 않으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약 10억 인구가 이런 식으로 산다.) - P58

인간의 역사는 1단계에서 출발했다. 10만 년이 넘도록 누구도 1단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아이들은 부모가 될 때까지 살아 남지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200년 전만 해도 세계 인구의 85%가여전히 극도로 빈곤한 1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오늘날에는 절대다수가 중간층인 2단계와 3단계에 분산되어있는데, 1950년대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 해당하는 생활수준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여러 해 지속되었다. - P59

간극 본능

간극 본능은 아주 강렬하다. 내가 세계은행 직원들 앞에서 처음강의를 한 때가 1999년이다. 그때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라는 명칭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고, 곧이어 검을 삼켰다. - P59

그렇다면 부자와 빈자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오해는 왜그토록 바뀌기 어려운 것일까?
내 생각에 인간에게는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하고 극적인 본능이 있는 것 같다. - P60

언론인도 이를 잘 안다. 이들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서로 반대되는 두 부류 사람들, 반대되는 두 시각, 반대되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절대다수 사람들이 서서히 더 나은 삶으로 편입되는 이야기보다 극빈층과 억만장자의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 P60

간극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까?

누군가 내게(또는 내가 나 자신에게) 지금 과도하게 극적인 간극 이야기를 하거나, 간극 본능을 자극하려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신호가 세 가지 있다. 이를 각각 ‘평균 비교‘, ‘극단 비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이라 부르자. - P61

평균 비교

세상의 모든 평균이여,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에 부디 기분상하지 않기를 바란다. (중략).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는 많은 평균이 나온다. 그러나 정보를 단순화하다 보면 오판하기 쉬운데, 평균도 예외는 아니다. - P61

두 가지 평균을 비교할 때, 숫자 둘을 놓고 그 간극에만 주목한채 평균을 구성하는 서로 겹치는 분산을 무시하면 더 큰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간극을 보는셈이다. - P62

숫자 이면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세로축 눈금을바꿔보자. 숫자는 같은데, 도표에서 받는 느낌이 확 달라진다. 이제 간극이 거의 없어 보인다. - P63

보라, 남학생과 여학생의 수학 점수가 거의 겹치지 않는가! 다수의 여학생이 남학생과 똑같은 점수를 받았다. 멕시코와 미국의 소득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부에 그친다. 어쨌거나 데이터를 이런 식으로 보니 무엇보다도분명한 점은 남학생과 여학생, 멕시코와 미국이라는 두 집단이완전히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집단은 겹치며, 둘 사이에 간극도 없다. - P64

극단 비교우리는 극단적 예에 끌리게 마련이다. 그런 예는 회상하기도 쉽다. (중략). 서로 다른 정부 체제를 생각해보라고 하면 한편으로는 부패하고 억압적인 독재 체제를, 한편으로는 스웨덴 같은 훌륭한 복지 체계와 시민의 권리 수호에 삶을 헌신하는호의적 관료를 떠올리기 쉽다. - P65

불평등이 매우 심한 브라질을 보자. 브라질에서는 상위 10%의부유층이 전체 소득의 41%를 벌어들인다. 당혹스럽지 않은가? 너무하다 싶다. (중략).
맞다. 부유층 관련 수치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너무 높다. 하지만동시에 지난 여러 해 동안 그 반대편의 수치도 그리 낮지는 않았다. - P65

브라질 사람 대부분은 극빈층에서 탈출했다. 가운데에 불룩 솟은 부분은 3단계다. 3단계에서는 오토바이와 돋보기안경을 구입하고, 고등학교 학비를 대기 위해 은행에 저축을 하고, 언젠가는세탁기도 산다.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매우 심한 나라도 현실에서두드러진 간극은 없으며, 대부분이 중간층에 속한다. - P67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

앞에서도 말했듯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4단계 삶을 살게 거의 분명하다. (중략). 그리고 독자가 사는 나라에서 가난이라고 하면 ‘극도의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을 뜻한다. - P67

4단계 사람에게는 1, 2, 3단계 사람이 모두 똑같이 가난해 보일 수 있고, ‘가난하다‘는 말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4단계 사람도 집 벽에 페인트칠이 벗겨졌다거나 중고차를 몬다거나 해서 가난해 보일 수 있다.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아래를 내려다보면 땅에 가까운 자그마한 건물들의 높이 차이를 제대로 식별하기 어렵다. 모두 작게 보일 뿐이다. - P68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나누지 않고 네 단계로 구분하는방식은 이 책에서 독자가 배울,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틀 중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독자는 이제 그 부분을 배웠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안 그런가? - P69

오해를 추적해 찾아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데이터다.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 이면의 현실을 설명해야한다. 그러니 유니세프 데이터 표도 고맙고, 물방울 도표도 고맙고, 인터넷도 고마울밖에.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P69

사실충실성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이야기는 간극을 말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는 별개의 두 집단이 서로 간극을 두고 존재하는 그림을 가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 P70

4장 공포 본능

바닥에 흥건한 피

(전략).
 나는 남자의 눈을 들여다보며 러시아어로 또박또박 말했다. "모두 진정됐습니다, 동지, 스웨덴 병원."
나는 그 말이 불러일으킨 공포의 표정을 절대 잊을 수 없다. 환자는 겁에 질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바브드포 파프라타르젠지 리쓰캬메멤제예…………." 나는 겁에 질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깨달았다.
그는 격추당해 스웨덴 영토에 떨어진 러시아 공군 조종사가 분명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우리를 공격했다는 뜻 아닌가. 아,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구나! - P146

그때 다행히 수간호사 비르기타Birgitta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돌아왔다. 비르기타는 내 손에서 깁스 절단기를 빼앗더니 "쉿"
소리를 냈다. "찢지 말아요. 공군 전투복 ‘G 슈트‘예요. 잘못하면최소 1만 스웨덴 크로나krona를 물어내야 해요." 수간호사는 호통을 친 뒤 이렇게 말했다. "구명조끼에서 발 좀 떼어줄래요? 컬러 카트리지를 밟고 있어 바닥 전체가 시뻘게졌잖아요." - P147

몇 년 전 그 조종사에게 연락을 한 적이 있는데, 1975년 응급실에서의 처음 몇 분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엉터리 판단을 두고두고 잊지 못했다.
모든 게 내 판단과는 정반대였다. 러시아 사람이 아니라 스웨덴사람이었고,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운 시기였으며, 간질 발작이아니라 추위에 몸을 떨었고, 피는 구명조끼 안에 들어 있던 컬러앰플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모든 판단이 그럴듯했다.
공포에 떨면 상황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법이다. - P147

주목 필터

세상의 온갖 정보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선택했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부분을 무시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이야기가 있는 정보, 즉 극적으로 들리는 정보다. - P148

주목 필터

세상의 온갖 정보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어떤 부분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선택했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부분을 무시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이야기가 있는 정보, 즉 극적으로 들리는 정보다. - P148

언론은 우리의 주목 필터를 통과하지 못할 이야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주목 필터를 통과할 것 같지 않아 편집장의 승낙을 얻지 못한 기사 제목을 2개만 살펴보자. "말라리아 지속적으로 감소" "오늘 런던 날씨가 포근하겠다던 기상청의 예측 적중."
반면 우리의 필터를 쉽게 통과하는 주제를 나열해보자. 지진,
전쟁, 난민, 질병, 화재, 홍수, 상어 공격, 테러, 이런 드문 사건은일상적 사건보다 뉴스로서 더 가치가 있다. 그리고 언론에서 꾸준히 봐온 드문 이야기가 우리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린다.  - P149

공포 본능

(중략).
이런 두려움은 우리 뇌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진화와 관련한 명백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 조상은 신체 손상, 감금,
독에 대한 두려움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런 위험 감지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공포 본능을 일깨우고, 뉴스에서도 그런 본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날마다 볼 수 있다. - P150

몸이 덜 고되고 자연에서 자신을 보호할 형편이 되는 3, 4단계삶에서는 그런 생물학적 기억이 이익보다는 해가 많을 것이다.
특히 4단계에서는 우리를 보호하도록 진화한 그 두려움이 이제는 해가 되는 게 분명하다. 4단계 사람 중에는 소수인 3%만이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을 정도로 그런 공포를 강하게 느낀다. 그 외공포에 방해받지 않는 절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공포 본능이 세계관을 왜곡하는 탓에 해롭다. - P152

언론은 사람들의 공포 본능을 이용하려는 욕구를 억제하기 어렵다. 주의를 사로잡는 데는 공포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주목을 끄는 이야기는 여러 종류의 공포를 동시에 촉발하는것일 때가 많다. - P152

그러나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위험한 세계‘라는 이미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방송을 타지만, 실제 세계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덜 폭력적이고 더 안전하다. - P152

자연재해: 이런 시대에

아시아에서 1단계 삶을 사는 거의 마지막 나라인 네팔이 2015년에 지진 피해를 입었다. 1단계 나라에 재난이 닥치면 사망률은더 높아지는데, 건물이며 기반 시설 그리고 의료 시설이 모두 열악한 탓이다. 당시 네팔의 지진 사망자는 약 9,000명이었다. - P153

오늘날 자연재해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자연이 변해서가 아니다. 다수가 더 이상 1단계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는 소득수준을 가리지 않고 닥치지만, 피해 정도는 매우 다르다.
부유할수록 철저히 대비한다. 다음 도표는 소득 단계별로 지난 25년 동안 인구 100만 명당 자연재해 사망자를 나타낸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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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해상특수구조대!! Answer

Q. 구조시 구조요청자의 팔을 부러뜨리는 일도 있나요?
(후쿠오카 현 • 시오리 씨)

A.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굉장한 긴급사태, 구조요청자를 다치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두말할것도 없습니다. 전에 어떤 잠수대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해안절벽에 충돌한 어선 안에 선장이 한 명 남겨져 있었다고합니다. 파도를 뚫고 필사적으로 구조에 나서, 마침내 선장을견했습니다. 곧장 선장을 데리고 나가려고 몸을 안았는데 꿈쩍도않는 것이었습니다. 주위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니, 선장의 손이좁은 틈에 껴서 로프를 꽉 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선장은 손에서 로프를 놓으려 했지만, 공포로 몸이 움츠러져 손은 돌덩이처럼딱딱해져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이대로 파도에 휩쏠려 가버리면 다 끝장이다‘라고 판단한 잠수반장은, 선장의 손목을 부러뜨려 딱딱해진 손에서 로프를 놓게 하고 배 밖으로 탈출, 목숨을 구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부러뜨리지 않으면 그사람 목숨이 위태롭다‘, 잠수사가 그렇게 판단한 경우는 더 이상주저하지 않습니다. 살아서 돌아가기만 한다면 부러진 뼈는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잃은 목숨은 두 번 다시 재생할 수없는 것이니까요....

회답:코모리 요우이치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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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신문을보더라도 그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조그만 두 나라가 수십 년이 지나도록 평화조약을 맺지 못하고 결국 파멸로 치닫는 걸 보라. 수백만년을 이어져 내려온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의 이익 때문에 불과 몇 년 안에 망가지는 것을 보라. 은행은 경제 위기를 겪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축적하고있다. 정치인들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다. - P7

인간의 문제점과 오류에 대한 수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크고 작은 정치적 오류들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그 뿌리를 연구해보기로 했다. 바로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 P8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주 결함이 많은 존재이며 어리석음 때문에 그 결함을 장점으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는. 또한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 P9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구체적인 지식 외에도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관적 지식도 갖추고 있다. - P9

이 책의 서술방식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두 저자가공동 집필한 책이지만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책을쓰다 보니 항상 ‘우리는‘이라는 주어로 문장을 서술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제3자적 관점으로 서술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에른스트 푀펠은 연구를 통해 이러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든가 ‘베아트리체 바그너는 실제로 이러이러한 경험을 했다‘와 같은 문장을 접하게 될 것이다. - P11

Chapter 6

전문성에 대한 맹신

전문가의 의견이 우릴 어시석게 만든다.



철도 교통

악연의 운명적 귀결



끊임없이 공사가 진행 중인 독일 철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독일 철도 시스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지연 사고와 차체의 결함, 에어컨의 고장 등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기차를 타고 자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없이목적지에 도착한 경우가 드물 것이다. 화장실이 고장 났거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거나 식당차에 식수가 없거나 아예 기차 운행이취소되거나 하는 문제가 빈발한다. - P209

완벽한 시스템과 훈련된 인력과 컴퓨터화된 시간표를 갖추고 있는 독일 철도에서 어떻게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을까? 질문에대한 답은 단 하나다. 즉 승객의 책임인 것이다! 이따금 기차에 아무도 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철도 노동자들을 보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 P210

두뇌 탐험
쉽게 미신에 빠지는 우리


이제 농담은 접어두자. 우리 두뇌는 끊임없이 원인과 연결점을 찾는다. 어떤 사람이 기차를 타려 할 때마다 지연이 된다면 사람들은 우연히 벌어진 두 사건을 연결시켜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두뇌는 서로 다른 현상과 사건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유용한 기능으로 우리가 세상에서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 P211

인위적인 통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몸에 각인된 지식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존재하는 다른 형태의 지식이다. 스키를 타거나 혼잡한 도로 위를 운전하는기술은 일단 습득이 되면 이후부터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가능한 것이다. - P211

대규모 프로젝트

전문가들의
엄청난
실패


일의 진행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시적 연관성이 반드시 필연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연이반드시 필연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은 전문가들에게 이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 P214

하지만 우리 두뇌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속임수를 쓰려 든다. 즉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키려는 시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수도권 공항 신설이건 주식시장 거래건 아니면 환경에대처하는 방식이건,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 일단 자기 분야의 상황을 평가한 후 한 부분을 빼내어 다른요소들과 분리한다. - P216

BER 공항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핑센터를 맡은 전문가의 의견이 항공교통 전문가의 의견보다 큰 영향력을가진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공항 내의 쇼핑센터는수입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항공기로부터 오는 수입은 미미하기때문에 쇼핑센터가 중심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 P217

(전략).
따라서 대규모 프로젝트는 각 분야별 전문가의 수적 부족이나 결함이 문제가 아니라 지도력을 발휘할 프로젝트 책임자의 자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임자는 한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라기보다는 개별 사안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서로 통합하며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 - P218

이에 대해 ‘법관은 사소한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Minima noncurat praetor)‘라는 고대 로마법에 관한 격언을 인용하며 반박하는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악마는 세부적인 것에 집착한다‘라는 다른 격언도 있다. 현실에는 이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P218

조언!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조건

다시 말해 책임 문제에 관한 것이건 계획 일정이건, 정치적 결정 혹은 전체 프로젝트에관한 것이건, 수평적 · 수직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계층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라는 문제에는 또 다른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세부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나 기술자들은 문제를 직시하고 상관에게 직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 P219

초고속 전철의 위험

일단 기차를 간단히 살펴보자.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고 잘꾸려진 팀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간혹 이상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모든 견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있다. - P220

뮌헨 대학의 의사 연합회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매우 빠른 기차의 속도는 승객에게 어지럼증과신경쇠약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므로 철로 주위를 나무 벽으로 쌓아서 승객이 밖을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어리석음에 대해 - 인간의부족함에 대한 성찰》, 레오폴드 로웬펠트, 1909)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기차는 예전의 시속 평균 32~49킬로미터에서 200~30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면서 인간의 신경불안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소위 철도 교통 전문가들의 다른 평가도 스스로 철회되어야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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