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주의 회화에서 캔버스는 평평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어떤 ‘공간‘이 보입니다. 모더니즘에서는 이러한 공간을 ‘환영illusion‘이라고 보고, 환영을 제거해 ‘평면성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해야 장르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 P22

그림 밖으로 나와 사물이 된 미술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평면성이라는 모더니즘의 원리가 사각형의 캔버스 틀 안에서는 끝내 해결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최소한의 환영마저도 없애려고 했던 시도가 바로 미니멀리즘입니다 - P26

도널드 저드는 통째로 된하나의 유일한 사물을 전시함으로써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해체하고 환영을 제거합니다. 그는 작품 <무제>에서 상자 모양의 단위체들을 층층이 쌓아 올렸는데, 사이의 움푹 빈 공간은 아무 것도 감출 수 없다는 그의 신념을 반영합니다.  - P27

또 다른 미니멀리즘 작가인 칼 안드레Carl Andre는 여러 장의 벽돌을 바닥에 깔아놓는 ‘바닥 조각‘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만든 시리즈는 〈등가〉 조각으로 불렸는데요, 그 이유는 높이, 질량, 부피가 모두 같은 ‘등가‘이기 때문입니다. - P27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이처럼 표준화된 산업 자재를 사용해 이것들을 ‘배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줃략). 솔 르윗Sol LeWitt 또한 ‘정육면체를 사용해 반복성과 연속성을 만들어 내는데요, 반복적인 형태들은 끝이 보임에도 그 구조가 끝없이 계속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 P30

미니멀리즘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작가가 작품의 중요 요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주체가 중요하지 않다니, 의아할 수 있어요. - P30

관람자의 지각과 체험이 중요해진 이유

미니멀리즘을 첫 번째 키워드로 꼽은 이유는 미니멀리즘이 요즘 미술을 이해하는 데에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니멀리즘은 ‘관람객의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P34

미니멀리즘 작가들 중에서도 지각의 차원을 강조한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는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고 아무것도 암시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전시장에 다면체를 놓아두었습니다. - P34

그런데 모더니즘 비평가인 마이클 프리드 Michael Fried는 로버트 모리스의 작품이 무대 위의 배우 같다는 점에서 ‘연극성theatricality‘을 지닌다고 비판했습니다. - P35

 프리드가 보기에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의 미술 원리에서 이탈한 ‘퇴보적‘ 미술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마이클 프리드의 분석은 비판이라기보다는 미니멀리즘의 특성을 잘 설명한 글로 읽힙니다. - P35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도널드 저드마저도 자신의 작품이 미니멀 아트로 규정되는 것에 반대했다고 하죠.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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