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민주주의의 몰락

전간기 동안 유럽의 민주주의는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를 맞았다. 한 세기를 풍미했던 민주주의가 독재주의, 군사주의, 전체주의 정권 앞에서 뒷걸음질치고 만 것이다. 1920년, 유럽 민주주의는 헝가리를 비롯해 이탈리아, 불가리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유고슬라비아 등지에서 일어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1930년부터는 대공황으로 중산층이 무너지며 다시 한 번 극우주의가 힘을얻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불만을 품고 과격화된 소수민족들이 민족적 분노를 표출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 P12

게다가 1938년 서구 민주주의 열강으로 손꼽히던 프랑스와 영국이 체코슬로바키아를 독일에 넘겨버린 일은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는 커다란 배신으로 다가왔으며, 이는 결국 민주주의가 후퇴를 겪게 만드는 데 씻을 수 없는 과오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시작된 이듬해 9월, 상대편이 전체주의를 내세운 독일이었던만큼 프랑스와 영국은 또다시 민주주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릴 수 있었다. - P13

경제력

전쟁이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경제력의 중요성은 점점 커졌다. 연합국이 부족한 군사적 요소들을 경제력으로 보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흘렀기때문이었다. 영국, 미국, 소련의 자원은 물론,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라틴아메리카가 자원을 내놓았고, 중동 지역의 자원까지 끌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연합국의 힘은 규모, 질, 다양성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 P14

1938년은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다시 한번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인데, GDP도 8,000억 달러로 떨어진 상태였다. 또한 모든 설비를 가동해야 했던 일본, 독일, 이탈리아와달리 미국의 경우 농업, 공업, 광업 분야의 설비 다수가 유휴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실업자도 1,030만 명에 달하는 등 미사용 생산능력이 컸다. 1945년 미국GDP가 1938년 대비 84% 증가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이유 때문이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대규모 약탈과정복에도 불구하고 동 기간 GDP 증가율이 독일 24%, 일본 11%에 그쳤다. - P14

석유 문제

1939년 각국의 석유 보유량은 그 어떤분야보다도 가장불균형한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석유의 3분의 2가미국에서 생산되었고, 미국, 영국, 네덜란드의 대기업들이 남아메리카, 중동, 네덜란드령 동인도 지역의 석유 자원을 손에 쥐고 있었다. 서방 연합국을 제외한 상태에서 살펴보면 자국의 석유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나라는 소련이 유일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석유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1939년 9월, 독일의 석유 보유량은 몇 개월분 밖에 남지 않았고, 결국 1940년부터는본토와 유럽 내 점령지에 남아있는 석유가 부족해지자 루마니아의 석유자원을 끌어와야 했다. 그나마 히틀러가 자급자족론의 핵심 요소로 내세웠던 합성유 생산이1943년 정점을 찍은 덕분에 총 연료 수요의 40%를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1944년 5월 미국의공습으로 생산시설들이 파괴되면서 이미 기울어 있던 석유의 생산-수요 간균형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 P20

6. 일본, 너무 먼 석유 생산지

일본은 네덜란드령 동인도 지역의 석유 자원을 손에 넣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석유를약 6,000km 떨어진 도쿄까지 가져오기 위한 수송 문제가 남아 있었다. 전쟁 전까지는 대부분 서방 국가들이 석유 수송을 도맡아왔던 탓에 일본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유조선 제작이 시급했다. 그러나 이렇게 급작스럽게 제작된 일본의 유조선도 1943년 이후 잠수함과 전투기를 앞세운 미국의 공격으로 상당 부분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나 미국의 잠수함 공격은 그 성과에 비해 독일이 대서양에서 펼친 유보트 잠수함 작전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 P23

1939~1945년의 무기 생산


경제적·기술적인 면에서 연합국의 최대 적국이었던 독일은 자국을 비롯한 유럽 점령지 전역의 자원을 모조리 동원했던 순간인 1943년부터 산업 전쟁에서 패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이어진 뒤늦은 노력들은 독일의패배를 간신히 6개월 정도 늦춰주는 역할에 그쳤을 뿐이었다. 독일의 경쟁국인 미국, 영국, 소련은 독일이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들을 갖추고 있었다. - P24

2. 탄약 생산

소련은 탄약 생산에서 제2차 세계대전 최고의 위업을 기록했다. 과거제정 시대에는 러시아제국의 총탄 생산량이 독일제국의 10%밖에 되지 못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생산량은 화학 분야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비슷한 수준에 달했다. 연합국 전체로 본다면 전체 전쟁 기간 기준으로 추축국에 비해 평균 세 배 더 많은 총탄을 생산했으며, 1943년 기준으로는 네 배, 1944년 기준으로는 다섯 배 더 많았다. 특히 독일은 부족한 강철과 비철금속 자원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 P24

3. 항공기 생산


1938년만 해도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항공기 총 생산량은 연합국이 될 국가들에 비해 세 배 더 컸으며 품질면에서도 월등히 앞서고 있었다. 이는 추축국에 우월감을 심어줬고, 적극적으로 침략할 수 있게 만든 배경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1940년이 되자 추축국의 항공기 생산량은 연합국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1942년에는 1/4까지 떨어졌다. 1944년에는 1/3 수준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영국과 소련의 생산이 감소한 탓에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그나마도 미국의 막대한 생산량 때문에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중략).
한편 뒤로 갈수록 독일은 더 많은 항공기를 생산했는데, (중략). 그러나 미국은 모든 종류의 항공기를 생산하여 연합국을 지원하고 있었고, 영국은 전투기와 전략폭격기 생산에 집중했다. 소련은 그 대신 모든 자원을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에 할애했다. 실제로 당시 가장 많이 제작된 항공기 모델은 소련의 일류신II-2 슈트르모빅(Ilyushin II-2 Sturmovik 36,1837기)과 야코블레프 Yak-3(Yakovlev Yak-3, 31,000기)였다. - P26

노동력 투임 및 구조 비교

전쟁 중인 모든 국가들은 18~50세의 남성 인구 중 무려 25~40%가 전쟁에 동원된상황에서 어떻게 생산을 증가시킬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여기에대해서는 세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새로운 노동력을 구하거나, 기존의 노동력을 다시 생산활동에 집중 배치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농업이나 공공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했다.
(중략). 게다가 농업 분야의 기계화율이 낮아 최소 800만여명의 농업 노동력이 필요했던 탓에 농촌 지역의 인력을 도시로 데려오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또한 병력 수요가 늘어난데다 기업가들도 숙련공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생산조직 재편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생산 속도도 1944년까지는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영국의 경우 비교적 효율적인 하청 제도를 장려했고 이에 따라 수천 개의 소기업들, 심지어는 도박 업체의 전화센터까지도 전쟁 기업으로 전환하였지만 인력 부족 문제는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1941년부터 여성도 후방 병력 동원 대상이 되었는데(독일에서조차도 여성동원은 매우 점진적으로만 이뤄졌다), 실제 동원률은 50% 미만에 그치는 등 제대로실행되지는 않았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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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범

국립강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주요 저서

•학술번역서 : 소설과 영화의 시점, 할리우드 영화 각본술, 할리우드 스타 인터뷰, 애니메이션의 이론과 실제, 털복숭이 원숭이, 꽃점술, 듣기, 안나크리스티, 위대한 신 브라운, 황제 조운스, 상복이 어울리는 일렉트라, 이상한 막간 희극, 지평선너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나?, 동물원 이야기 외
•영화 번역서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Reader, 킹스 스피치, 쇼생크 탈출, 흐르는 강물처럼, 제리 맥과이어, 아메리칸 뷰티,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킹, 프리즌 브레이크(1권, 2권,3권 4권), 레인 맨, 뷰티플 마인드, Big Fish, 분노의 역류,
아웃 오브 아프리카, 트루먼 쇼, Aviator, 쥬라기 공원, MonsterHouse, Cars 1, Cars 2, 리틀 미스 선샤인, 부그와 엘리엇, 볼트외

영문을 읽다보면 문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표현들을 종종 만날 때가 있다. 아래 예문에서 an apple is an apple is an apple과 the moon is the moon is the moon 이란 표현도 그중 하나인데, 이는 미국의 여류 작가인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1923년에 출판한Sacred Emily 에서 쓴 표현으로, 그 시에 나온 Rose is a rose is a rose is a rose. (장미는 장미이고 장미는 장미다)란 표현에서 유래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첫 번째 Rose 는 사람의 이름이다. - P14

또한 아래 예문에 나오는 it remained for Isaac Newton to perceive what~도 익숙하지 않은 표현인데 어떤 구조이며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이처럼 자동사인 remain 이 it~ to~가주어, 진주어 구문에 쓰이는 형식도 잘 익혀두는 것이 좋다.

*go to trouble to
* bring ~ into contact with
* in the interests ofin the name of
* make sense
*have ~ in common
* deal with
* in terms of
* from time immemorial - P14

힌트를 이용하여 한 단계 앞으로!

the reduction of multiplicity to unity 에서처럼 추상명사가 전치사로 연결되는 경우 해석방법은 저자의 『영문 독해 테크닉』 책들에서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즉 reduce multiplicity to unity 로 생각하여 풀어서 해석하도록 한다. reduce ~ to 는 "~을 ~으로 환원시키다, 변형시키다, 감소시키다, 격하시키다, 적응시키다" 등의 뜻이므로 "다양성을 단일성으로 환원시키는 것"이란 의미가 된다. an apple is an apple is an apple whereas the moon is the moonis the moon 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문법적으로 분류하기가 애매하다. 실제로 이 표현은 anapple is an apple is an apple is an apple the moon is the moon is the moon is the moon 처럼 apple 과 moon 이 4개 연속되는 것과 같은 표현인데 변형된 말투로 표현된 것이다. - P17

「no matter + 명사」라니? 뭔 소린고! 02

no matter 다음에는 whether 나 if 가 오든지 what, which, who, where, when, why, how둥이 와서 "비록 무엇이, 어느 것이, 누가, 어디에, 언제, 왜, 어떻게 ~할지라도(일지라도)"의 뜻으로 쓰이는 것이 상례이다. - P19

하지만 영문을 읽다보면 문법에 맞지 않게 no matter 다음에 명사가 오는 표현들이 심심치않게 나온다. no matter the consequences, no matter the weather, no matter the case, nomatter the outcome, no matter your age, no matter kids or adults 등 수없이 많다. 여기서no matter 는 regardless of, irrespective of 즉 "~에 관계없이, ~를 개의치 않고와 유사한뜻이다. - P19

물론 명사뿐만 아니라 형용사가 오는 경우도 있다. 다음 예문을 보자. No matter smoggy,
sunny, windy, or chilly, I‘m gonna miss and appreciate these days. 이는 No matter the weather —smoggy, sunny, windy, or chilly appreciate and am going to miss these days. 와 같은 의미일 것이다. It‘s the little things, no matter good or bad, that create life. (좋든 나쁘든 간에 생명을 창조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No matter rich or poor, the one thing you alwayshave to give away is love. (돈이 많든 가난하든 언제나 베풀어야 하는 것은 사랑이다.) 같은표현도 쓰이는데, 문법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들이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다.

Each of our habits has a different catalyst and offers a unique payoff.
Some are simple and others are complex, drawing upon emotional trig-gers and offering subtle neurochemical prizes. But every habit, no mat-ter its complexity, is malleable. The most addicted alcoholic can becomesober. The most dysfunctional families can transform themselves. A highschool dropout can become a successful executive.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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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시에 대한 두려움

많은 사람이 항상 감시와 통제를 당한다고 느끼는 이 쉼 없는 감시의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이 특정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사회전체로부터 무시당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주의를강조하고 유명 인사를 숭배하며 거기에 소셜 미디어의 유행이 결합된 탈산업사회는, 눈에 띄어야 한다고 개인들을 점점 더 압박한다. 또 집단에서 도드라지고, 자기 홍보에 능하며, 올린 글의 "좋아요"와 공유 횟수 같은 형태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고 엄청나게 강조한다. - P183

요즘 우리는 남들에게 매력적이고 자신에게 기분 좋은 이미지나 공적 페르소나를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 낸다. 하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의 단점은, 손질을 해서라도 어떤 수준의 완벽함에 이르고 어떤 이상에 일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에 맞춰 살지 못할 때는 필연적으로 불만족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다는 점이다.  - P184

현대사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 맺어야 하는 관계, 이상적인 생활 방식 등에 대해 완전히 비현실적인 관념을 갖도록 조장하며, 이런 이상에 따라 살지 못할 경우 표준 이하의 삶을 살고있다고, 또 모욕과 무시를 당한다고 느끼게 만든다. - P184

과거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신체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소셜 미디어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 P185

지금까지 이 책에서 논의한, 현대인의 자기 인식 방식에서 일어난 변화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 어떤 경우에는 비유가 아니라말 그대로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의 정신분석가 후쿠다 다이스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앞에서 불안을 겪는 내담자에 관해이야기한다. 이 여자는 근처에 있는 모든 거울을 깨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반사하는 표면을 부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관찰할 때 느끼는 불안을 덜어 내고 싶어 했다.¹ - P186

6 무시에 대한 두려움
인셀부터 사칭자까지

1 후쿠다 다이스케와 나눈 개인적 대화. - P272

다른 모든 자본주의사회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일본은 미용 산업이 상당히 성장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그렇지만 일본의 여자들도 나이와 관계없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비교되거나 자신이 갈망하는 여성적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광고에 압도당하고 있다. - P186

수지 오바크는 몸에 갇힌 사람들』에서 문화적 환경이 다를 경우나체·몸무게·아름다움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녀는 동시에 이런 환경이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흔적을 남긴다고 말하는데, 그래서 어린 시절 몸에 대해 특정한 태도를 형성하게 된 경우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살게 될 때 변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² - P187

2 Susie Orbach, Bodies(London: Profile, 2009). - P272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소셜 미디어는 온라인 거울 단계를 만들어 놓았고, 이는 자기 인식의 새로운 문제들을 낳았다. - P187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인정하는데 상대가 무시하면 상당한 심리적 고통이 생기고, 극단적이면 이런 고통으로 인셀처럼 깊은 분노와 폭력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³ - P188

3 Stephanie J. Tobin, Eric J. Vanman, Marnize Verreynne, and Alexander K. Saeri, "Threats to Belonging on Facebook: Lurking and Ostracism," Social Influence 10, no. 1(2015/01/02): 31-42. - P272

무시당하는 "베타 남성"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인정의 사다리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과 성공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불만은 역설적으로 비슷한패턴의 자기비판으로 나아가는데, 이것은 종종 공격성 - 자신을향할 수도 있고 타인을 향할 수도 있는과 결합된다. 개인주의,
삶의 경제화, 성공을 찬양하는 분위기에서 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격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무시당한 사람에게서 공격적 반응을 촉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 P188

 프랑스 정신분석가 페티 벤슬라마는 테러리즘 분석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 이후에 그들의 이미지를 공개하지 말라고 프랑스 매체에 촉구했다. 그런 인정과 주목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⁴ - P189

4 Fethi Benslama, Un furieux desir de sacrifice: Le surmusulman(Paris:Seuil, 2016). - P272

 스스로 인셀이라 밝히면서 호감가는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섹스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남자들 역시 무시당한다는 느낌으로 인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한 예다. 그들은 비자발적 금욕 상태다. 여기서 금욕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성공과 매력에 대한 특정한 이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로부터 무시당한 결과다.  - P189

인셀은 특정한 생물학적 특징이 있어야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끌 수 있다고 믿는다. - P190

 이상화된 채드는 매우 강력한 남자이고, 인셀은 감탄과 혐오가 섞인 태도로 채드에 관한 글을 쓴다. 그는 알파 남성이고 근육질이고 잘생겼고 성공한 남자다.
호감가는 여자, 이른바 스테이시는 이런 종류의 남자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는 반면, "베타 남성"인 인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 P190

 프로이트의 이야기에서 남자들은 원시의 아버지를 죽인 뒤 즐거움을 얻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죄책감에 시달린다. 반면, 여자들을 향한 인셀들의 공격성의 경우 실제 폭력에서건 상상의 폭력에서건 죄책감른 보통 결여돼 있다. - P190

인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개되는, 호감 가는 여자들로부터 관심을 얻는 방법에 대한 잔인한 환상들은 실생활에서 자신의 접근에 우호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여자들을 모욕하고 겁주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여자를 스토킹하거나 윤간하는 환상은 인정에 대한 비틀린 욕망을 표현하는데, 이것은 1990년대 보스니아에서 전시에 일어났던 진짜 강간을 떠올리게 한다. - P191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엘리엇 로저 사건인데,
그는 2014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 근처에서 여섯 명을 죽이고 열네 명을 다치게 했다. 로저는 살인 행각 중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엘리엇 로저의 복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끼어들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묘사한 성명서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 P192

로저는 죽은 뒤 많은 인셀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았으며, 일부는 자기 나름의 폭력 행위로 그를 모방했다. 2018년 봄, 알렉 미나시안은 빌린 밴을 몰고 혼잡한 토론토 시내 보도를 덮쳐 열명을 죽이고 열네 명을 다치게 했다. - P192

인셀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만일 여자들이 이 남자들과기꺼이 섹스를 했다면 폭력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⁸ 이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진술이며, 사실 "인셀"이라는말 자체가 부적절한 명칭이다. 이 온라인 공동체의 가장 활동적인 구성원들은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여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 P193

8 인셀 운동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으로는 다음을 참고할 것. AmiaSrinivasan, "Does Anyone Have the Right to Sex?," London Review ofBooks 40, no. 6(2018/03/22). - P272

 이런 이른바 난잡한 상태와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태 때문에 인셀은 동정녀인 동시에 자신들은 차지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차지할 수 없는 여자, 이제까지 다른 남자에게는 속한 적이 없고앞으로 한 남자에게만 속할 여자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무지와 혐오에서 태어난 가부장적 이상으로 여자를 아무런의지나 자유가 없는 소유물로 보며, 자신은 무시당한다고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현실은 무시하는 위험한 상태를 반영한다. - P194

무지의 게임

여성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남자들은 대다수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에 의지하는 대신 연애 산업이 제공하는 조언으로 방향을 튼다. 이 산업은 남자들에게 여자와 섹스할 수 있도록 여자의 관심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주장한다.  - P194

연애 산업과 다양한 작업 전문가 온라인 게시판에서 컬트적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닐 스트라우스의 『더 게임』에서는 남자가 적극적 무시나 무관심 전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요약한 시나리오를 발견할 수 있다.⁹ - P195

9 Neil Strauss, The Game(Edinburgh: Canongate Books, 2011). - P272

이런 종류의 조언이 실행에 옮기려 하는 라캉의 이론은,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은 보통 타자의 욕망이며 이런 과정에서핵심은 여성이 "나는 ‘타자‘에게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은 나를어떻게 보나? 나는 어떤 종류의 대상인가?" 하고 자문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 P196

연애 산업은 자본주의의 전제들과 더불어 선택, 자기 계발,
24시간 지속되는 일이라는 관념들에 의지하고 있다. 유혹의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역사는 남녀가 서로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돕는 참고서로 가득하지만, 현대의 유혹 운동은 코치,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는 도서들, 강좌, 훈련, 특정 유혹 기법의 성공을 증언하는 비디오에 기대 하나의 산업을 창조해 놓았다. - P196

연애 산업은 섹스를, 올바른 전략을 따르고 여자에게서 점수따는 방법을 아는 노련한 작업 전문가의 요령을 익히면 얻을 수있는 것으로 제시한다. 레이첼 오닐이 이 산업에 대한 비평에서정확히 지적하고 있듯이, 연애 산업은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평가·감시·통제의 논리로 대체하며, 무슨 대단한 기교를 가르치는척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조종하고 "섹스와 관계를 경험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규칙과 제재들의 체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광고 산업을 흉내 내고 있다.¹⁰ - P197

10 Rachel O‘Neill, Seduction: Men, Masculinity and MediatedIntimacy (Cambridge: Polity Press, 2018), 154. - P272

다. 이 여자 저 여자를 계속 낚으러 다니는 남자들은 섹스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남는 기법을 적용하고 인정받고 욕망의 대상이 되는 데 성공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듯하다. 그들은 아직 가능할 때 최대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이 자신이 늙어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무시를 당할 때도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 P198

연애 산업에서 이런 적대적 태도는 감정과 욕망을 조종해 여자가 섹스를 하도록 유도하는 유혹 기법에 은근히 녹아들어 있다. 이때 성공은 조종에서, 또 관련된 여자의 감정과 욕망을 무시하고 오직 남자의 욕망만 인정하는 데서 온다. - P199

사칭자 증후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두 가지 핵심적 훈계는 "모두 성공할수 있다"와 "성공할 때까지는 성공한 척해라" 이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거나 성공 가도에 있는 척할 필요가 있다. - P199

"사자"라는 말의 전통적 의미는 고의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지만, 사자증후군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상징적 역할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헬렌 도이치는 사칭자라는 관념을 아이의 놀이와 연결한다. - P199

 죄책감에 시달리는 에고의 문제는 "사자 증후군"이나 "사자 현상"
이라는 말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말은 1970년대 말 심리학자 폴린 R. 클랜스와 수잔 임스가 높은 성취를 이루었으나 결국 탄로날 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을 "꿰뚫어 보고" 사기꾼임을 알아보게 될 거라고 느끼는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¹² - P200

12 Pauline Rose Clance and Suzanne Ament Imes, ‘The ImposterPhenomenon in High Achieving Women: Dynamics and TherapeuticIntervention," 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15, no.
3(1978): 241-47. - P273

전통적인 사칭자들은 이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인 척했던 반면, 새로운 유형의 사칭자는 성공의 사회적이상에 가까이 다가간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인식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다른 경우이다. - P201

첫 번째 유형의 사칭자는 다른 사람이 되고싶어 하는 반면, 두 번째 유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이 보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걱정한다. 두 경우 모두 안정된 에고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 인간은 절대로 에고 이상을 완전히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전 장들에서 보여 주었듯이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는어디인가 또는 자신이 남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해답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 P201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더 좋게 인식하도록 이미지를 조작하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탄로 날 것을걱정하고 자신이 겉으로 보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무시당하는 것을 불평하지 않는다. - P202

도이치는 사칭자 연구의 마지막에 연구를 하면 할수록 도처에서 사칭자를 더 많이 보게 된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친구와 지인들이 그렇다는 것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그렇다는 것이다.  - P203

이러한 간략한 사례는 게임이, 특히 디자인된 시스템이 어떻게 실천들을 생산하며 촉진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이것들은 중립적(neutral)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내가 나중에 주장하겠지만, 플레이어나 플레이어 커뮤니티는 이러한 게임을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을수도 있다. - P168

(전략). 이러한 덕 윤리학의 프레임 속에서 볼 때, 플레이어들은 수동적 주체들이 아니라 능동적인 윤리적 행위자들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행동을 창조하고 강화하며 실행하도록 디자인된 시스템에 대한 자발적인 경험에 의해 실제로 제한을 받는다는 사실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 P169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플레이어들이 고레벨 사례들에서처럼 특수한 지역들에서 휴전하기를 원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반대진영의 컴퓨터 통제 캐릭터들과 플레이어와 전투를 벌일 필요를 제거함으로써 게임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게임은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하기 어렵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 P169

덕 윤리학의 관점에서 게임 디자인은 윤리적 딜레마의 기원이 그 게임에서 역추적될 수 있을 때 의의가 있다 - P169

게임 대상의 이해를 위해 덕 윤리학이 제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관점이 있다. 이 관점은 우선은 플레이어로서, 둘째로는 인간으로서 플레이어들이 그들의 좋은 덕을 강화하도록 허락해 주는 제한들과 행위유도성과 관련해서 게임을 분석하도록 도와준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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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암스트롱이 주장하듯, 《무제》에는 가면을 쓴 얼굴들과 가면인 얼굴들로 가득하다. 그중 많은 사진이 핼러윈축제 중에 찍혔는데, 어른의 커다란 육체와 어린아이 같은 의상 사이의 대조가 그 자체로 사진의 기괴함의 일부를 이룬다. - P332

마지막 작업에서 모델에 대한 의식이 사라지는 것은관객에 대한 작인이 없어지는 것과 서로 상관된다. 형식상으로 볼 때, 이 사진들의 대상들은 좀처럼 중앙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들은 프레임 밖에서 들어오고, 카메라와 비스듬하게서고, 거꾸로 앉고, 텅 빈 시선으로 바라본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일은 훨씬 더 드물고, 설령 그럴 때조차 그 시선의 의미는 알 수가 없다. - P332

《사진에 관하여》 끝부분에 실린 잡다한 인용문 중 손택이 아버스에게서 가져온 인용은 다음과 같다. "그저 궁금해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은 정말 하기 힘들다. ‘당신집에 가서 당신한테 당신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사람들이 ‘당신 미쳤군‘이라고 할 테니까. 게다가 경계심도 한껏 곤두세울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일종의 허가증이다. - P333

아버스가 이 사진들을 찍은 시기는 정신장애자와 신체장애자들을 위한 운동으로 새로운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오기 전인 1970년대 초반이었다.²¹ 나는 아버스가 찍은 사진의 대상들이 고통스러워했다거나 그들에게 자의식이 결여되었다고 믿지 않으며 아버스가 그렇게 믿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21 페이 긴즈버그는 정신장애자들이 공공장소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난30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했다. Faye Ginsburg, "Enabling Dis-ability: Renarrating Kinship, Reimaging Citizenshipm", Public Culture 13,
no3 (Fall 2001), 533-556쪽. - P334

아버스는 "관심을 주는" 문제를 놓고 우리를 흥미로운 입장에 밀어넣는데, 이 문제는 정신지체아,
아니 사실 명백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빤히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금기 때문에 더 복잡해진다. 예의("반히 보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라는 말로 늘 표현되고 있지만,
빤히 보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은 동시에 관심을 거둬들이는일이기도 하다.²²


22힐튼 알스는 1995년 11월 27일자 <뉴요커 New Yorker>지에 쓴 리뷰 <가면 벗기 Unmasked>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이 사진들 몇몇에는 또한사진가에 대한 크나큰 사랑과 신뢰가 담겨 있다. 악명 높은 다이앤 아버스가 자신들을 기념해주고 있다는 것에 특별히 흥미가 있어서가 아니라-그 순간만큼은- 아버스가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 P334

그렇다면 이 사진들은 관객들에게 봐달라는 것 외에는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제어되지 않는 얼굴과 볼품없고 어색한 몸, 어울리지 않는 자기표현, 고삐 풀린 감정,
텅 빈 시선들과 마주한 관객은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개입하거나 정상화할 수 없다. - P335

 작인의 부재와 실패에 주목할 때 이 한계의 경험은 평범한 사건으로 개조된다. 끊임없이 완전성을 장려하고 이상화하는 문화 속에서 결함 있는 작인은 견딜 수 없는 일, 더 나아가 개인적인 일이될 수도 있다. 마치 각 개인이 작인의 실패를 몰래 감춘 채 홀로 숙명의 희생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 P336

작인이라는 장엄한 관념은 자아와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위를 향한 충동을심지어 짓눌러 없애버릴 수도 있다. 자연은 장난이 아니라는것을 아버스에게 가르쳐준 스토메 데라르베리는 1969년 스톤월 인²³에서 가장 먼저 주먹을 날렸다고 한다.


23 1969년 뉴욕에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벌어졌던 스톤월 항쟁 Stonewall Uprising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경찰들이 동성애자들이 주로모이던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Stonewall Inn 을 급습하면서 벌어진 갈등이었다. (옮긴이) - P336

역자 해설

‘터프한‘ 여자들의 차가운 지성과 뜨거운 휴머니즘

우리가 무심코쓰는 상용구들에 언어가 추상적인 감정을 체감하기 쉬운 온도로 바꾸어 재현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한자로도 냉정靜, 열정, 온화라고 쓰고 영어로도 "icy cold"라는 말은 냉정하다 못해 비정하다는 뜻이며 "warm-hearted" 라는말은 친절하고 다정하다는 의미로 통용되니 감정의 온도라는 유비는 상당히 보편적인 관습으로 보인다. - P413

(전략).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현대의 선도적인 여성 지식인, 철학자, 예술가들이 모두 "무자비하고 "얼음처럼 차고" "임상적"이며 "싸늘하고" "몰개성적"이라는 극렬한 비난에 시달렸다는 데 주목한다. 비난의 이면에서는 물론 여성에게 기대하는 감정의 온도를 위반한 일탈자들에 대한 남성 중심적 사회의 규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 P414

하지만 이들의 혹독하리만치 냉철한 현실 인식은 수난자에대한 비정한 무관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수난이나 천형을 당연시하고 받아들이는 둔감한 체념과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책에서 다루는 터프한 지성인들의 공통점은, 누구보다 ‘차가운‘ 현실 인식을 견지하되 사회적 불의나 정치의 실패로 부당하게 수난받는 약자들을 구제하고 개혁을 선도하려는 의지만큼은 ‘뜨겁다‘는 데 있다. - P415

.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인간성을 회의하게 만든 규모의 세계적 위기에 대처하려면, 감정에 휘둘려 판단력을 잃지 않고 가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금욕적인 지성주의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정치적 당파성에서 감상적 도덕주의까지 비판적 판단력을 흐리는 모든 감정적 압력에 저항해 인식의 정확성을 지켜야만 한다. - P416

마지막으로, 윤리적·예술적·정치적 전략으로서의 "비정"은 불패 불변의 절대적 가치가 아니고, 아니어야만 한다. 책의 결론을 장식하는 조앤 디디온의 변화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다. 수난의 트라우마에 감정적으로 얽혀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도덕적 터프함"을 주장했던 디디온은 나이가 들며 자기가 견지해온 입장이 가혹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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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onblüten am Vorarlberg Museum -Die Umsetzung einer künstlerischen Idee

포어아를베르크(Vorarlberg) 박물관을 따라 핀콘크리트 꽃들 - 미학적 아이디어의 실현

서술: Julia Liesse, DETAIL誌편집자(p.36 참조)

Architekten/건축 설계:Cukrowicz Nachbaur Architekten, 브레겐츠(Bregenz)

Tragwerksplaner/ 구조 설계:Mader Flatz ZT, 브레겐츠(Bregenz) - P34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수많은 돌출부들이 노출 콘크리트 표면을 장식한다.
여기서 빛과 그림자의 생생한 연출은 삼차원적인상을 제공하며, 엄청난 촉감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건물의 외관은 신비롭다. 돋을새김 면(面)을 멀리서 보면, 점들을 규칙적으로 배열시킨 것처럼보인다. 가까이에서 보면, 여러 종류의 페트(PET)병 바닥을 형틀 삼아 주조해 낸, 동그란 꽃 모양의 원형 주형 돌출(凸)부들을 관찰할 수 있다. - P34

 중축을 통해 기존건물에 추가된 새로운 공간 구조에 의해, 새것과오래된 것 사이의 소통을 훌륭하게 이루어냈다.
이와는 별도로, 노출 콘크리트 입면의 균등한 표면은양각된 꽃무늬가 없는 편평한 구조로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돌출(凸) 부위와 패인(凹) 부위들이 창문을통해 시야에 들어오는 옛 건물의 전면 외관 요소와 어우러지게 된다. - P34

새 증축 건물의 3개의 입면을 따라, 13가지의 각기 다른 페트병 밑바닥 조형 무늬가 임의적인 배열을갖도록 만들어졌다. 스위스(Swiss)에서 활동하는기하학 구조 전문 설계가인 Urs Beat Roth가이 작품의 배치를 위해 참여하게 되었다. 세 개의 입면에 어떠한 분포와 순서로 이러한 수천 개의 점들을 배치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질문이었다.
임의적인 순서 및 배치를 적용하는 것이 최적의선택이라는 의견이 수렴되었다. - P34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축가는 그의 설계 디자인을 통해 제안된 다섯 가지의 안(案)들 중 하나인, 순서 체계 "Domino13" 를 선택하였다. 이것은 두 개의 점이 있는 하나의작은 직사각형, 3개의 점이 있는 하나의 직사각형,
그리고 5개의 점이 있는 하나의 정사각형을 포함한3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1x1평방미터(m2)의 면적에 13개의 점을 넣을 수있게 되었다. 이러한 꽃무늬 요소들이 불규칙한 구조바탕에서 임의의 조합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 P34

하지만, 양각(돋을새김)의 크기 때문에 이러한과정이 적용될 수 없었다. 대신, 페트병을폴리우레탄으로 채우고 양각 주조용 바탕 프레임을제작한 후, 목재 장부촉 이음 방식으로 이를 MDF 보드에 이어 붙였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축가는 콘크리트를 단 한 번에 타설 작업하여제작한 듯한 일체감을 끌어냄으로써, 옛 건물과새 건물을 통일시키는 전면 외관을 건축하겠다는 단호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P34

G 입면의 기하학적 모양은하나로 합쳐졌을 때,
사각 구조를 만드는 세 가지기본 도형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H 중첩을 통해 한 개의 대형 압입 형틀로부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주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 P37

O 거푸집 공사(하중 내력벽과 단열재 층의 외측에 시공)P 부분 별로 분리시킨 방식으로 주조된 노출 콘크리트 전면 외관(매트릭스가 깔려있는 거푸집에 사전 제작됨) - P38

Betonrecycling - Recyclingbeton

콘크리트 재활용 재활용 콘크리트

서술: Aldo Rota, 건축 재료 공학자(p.48 참조) - P46

현재 재활용 콘크리트(RC)로 알려진 이 새로운 건축 재료는이미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재료이다.
물론, 재활용 시설까지의 운반 거리가 멀지 않아야하는 제약 조건은 감안되어야 한다. 결국, 재활용 콘크리트는 앞으로 수십 년간 대규모 수급이 가능한 가장 중요한 건축 재료가 될 것이다. - P46

골재 조각들은 둥근 골재만큼 유동적이지 않기때문에, 추가로 높은 비율의 유동성 개선용 화학제가요구된다. 오늘날 콘크리트 기술에는 화학 첨가물이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첨가제 그룹은 가소제(신선한 콘크리트의 제조를 돕기 위해, 특히 자기충전 콘크리트의 경우에), 촉진제, 억제제(경화 속도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공기 다공성제(경화된 콘크리트의 내한성을 늘리기 위해)이다. - P46

콘크리트는 일반적으로, 재생 불가능하며, 그것들의양이 한정되어 있는 자연 골재들 (자갈, 모래, 돌,
암석, 석회석 등)을 포함한다. 전문 집단들은 자연모래와 자갈 침전물들이 몇 년 사이에 고갈될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에 대한 타당한 접근 수단의 대안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서유럽의 일부지역에서는, 이러한 자연 재료들의 공급 상황이 화석연료의 경우보다 더 심각하다. - P46

콘크리트는 일반적으로, 재생 불가능하며, 그것들의양이 한정되어 있는 자연 골재들 (자갈, 모래, 돌,
암석, 석회석 등)을 포함한다. 전문 집단들은 자연모래와 자갈 침전물들이 몇 년 사이에 고갈될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정치적으로나경제적으로 이에 대한 타당한 접근 수단의 대안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 P46

 앞으로 다가올 수십년 동안, 기존의 콘크리트 건물의 보수와 신축콘크리트 건물을 건축하며, 이 같은 건축 프로젝트를조심스럽게 확장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폐기물의재활용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실행할 수 있는방안이다.
독일과 비교하여, 스위스의 자갈 공급은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자연적 침전물이 더 적고, 더 많이이용되었다. 따라서 콘크리트 파쇄물과 혼합된 건설폐기물의 적정한 재고 수준을 확보함으로써 자연침전물 골재 용량의 부족분이 대신 채워지게 될것이다. - P46

 철근 콘크리트의 경우에, 이 과정은 철근은 그대로 남기고 콘크리트만을 제거하는 장점을 가져왔다. 이는 공사 현장에서 그것들을분리하고 별도로 회수하는 여건을 가능하게 했다.
추가적인 절차 없이, 여기서 발생되는 조각들은공사 현장에서 재활용 공정 시설로 바로 운반될 수있다. 그리고 이 시설에서 다른 콘크리트 폐기물과섞인 다음 골재로 변하게 된다. - P46

초기의 RC 실험들은 1960년대에 시도되었으나,
소외되었다.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략 1990년대에, 취리히(Zurich)의 스위스연방 재료 기술연구소(EMPA)는, 실험실과 현장실험에서 RC의 가능성과 한계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 P46

2002년부터 취리히의 모든 프로젝트의 신축 건물은일반적으로 RC(처음에는 RCB로 불림)로 지어져왔다. 지금도, 취리히 시(市)의 건설 관련 부서는RC와 특히 RCM의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하고있다. 재활용 콘크리트의 활발한 개발은 현재 진행중이다. 지방자치제들이 이를 따라오는 것은 단지시간문제일 뿐이다. - P47

1 재활용 콘크리트(RC)의 구성

5 훈련 센터 Rohwiesen,
취리히(Zurich)의 Brandhaus , 2011건축설계: Staufer Hasler Architekten - P47

Kirche in Kanagawa

카나가와(Kanagawa)의 교회

Architekt/건축 설계:Takeshi Hosaka, 요코하마(Yokohama)

Tragwerksplaner/구조 설계:Ove Arup & Partners Japan, 도쿄(Tokyo)Hitoshi Yonamine, 요코하마(Yokohama) - P66

일본 각 지역의 기독교 신도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50년이나 된 예전 교회 건물은 더 이상 전체 신도들을 다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신축교회 건물은 1층 구조 그리고 알맞은 공간 비율을갖고 있다. 때문에, 주택 건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변의 환경에 조화롭게 통합된다. - P66

디자인적 요소를 제외하고라도, 곡면은 지붕의구조 공학 콘셉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분적 반원통형 둥근 천장 형태의 공간 배치 덕분에, 아치지붕들은 7.60m의 폭과 25cm의 두께를 갖게된다. 둥근 천장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구조 디자인콘셉트에서는 각각의 콘크리트 유닛들의 중심에 강관을 삽입하여 시공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 P66

지붕들 사이의 갈라진 틈 부분들을 통해서 교회의내부까지 빛이 깊게 유입된다. 이 천창들은 낮동안 교회 내부로 들어오는 빛이 극적인 연출을 할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아침에는 간접광에 의한 환하지 않은 빛이 모이고, 오후 시간이 가까워지면,
콘크리트 벽의 질감을 강조하게 되는 직사광이 모인다. - P66

Serviceanlage der SBB in Zürich

취리히(Zurich)에 위치한 SBB의 서비스 시설

Architekten/건축 설계:EM2N,
취히리 (Zurich)
Ernst Basler + Partner, 취히리 (Zurich)

Stahlbau und Fassade /구조적 강철 시공 작업, 파사드:H. Wetter, AEE (Stetten) - P137

승객수가 증가함에 따라 기차의 길이도 계속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스위스 철도공사가 400미터길이에 달하는 객차 서비스 시설을 짓는 계기가되었다. 대지는 기존 시설을 바탕으로 정해졌고,
홀(hall)의 하중지지 구조는 오로지 공학의결과물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는 남측 입면을 덮는 커튼월 파사드 디자인에 설계의 초점을 맞췄다. - P137

Stadtaufzug am Hauptbahnh of Rorschach


로르샤흐(Rorschach) 중앙역의 공공 엘리베이터


Architekten/건축 설계:Alex Buob, 로흐샤흐베르크(Rorschacherberg)

Tragwerksplaner/구조 설계:Wälli AG Ingenieure, 로흐샤흐 (Rorschach) - P191

. 단순한 구조의 철재 계단은 높이 차를 극복할 또 다른 방법이다.
지나가는 열차의 풍하중을 구조 계산에 고려해야했으며, 타워의 기초는 암반에 굳게 고정되어 있다.
다리는 경사 끝에서 미끄럼 베어링으로 고정되어있다. 하루 동안의 엘리베이터 사용 횟수가 1,000번에달한다는 사실을 통해, 이 새로운 연결 구조가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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