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경제학 강의
데이비드 D. 프리드먼 지음, 고기탁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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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를 새에 웬만한 교양서는 원서와 함께 읽는 스타일이 정착되고 말았다. 그런 나를 전제하고서 이 책의 한국판은 좀 이상하다고 말해본다.


번역이 중구난방이어서 혹시 판이 다른가 했더니, 앞쪽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This Korean edition was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Writers' Representatives LLC." 회사 둘이서 쑥덕대며 원문을 훼손했다는 말을 예쁘고 깔끔하게 적어놨다. 열심히 축약해놨는데 그게 도움되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원문이 훨씬 낫다. 그렇다면 간략하게 만든 의의는 무엇인가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은 내겐 없다.


이 책을 읽는 의의에 대해서는 그래도 간략하게 설명해볼 수 있다. 얼마 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행동경제학 권위자였다. 한국에서는 『넛지 (Nudge)』로 꽤 유명한 경제학자다. 행동경제학은 고전적인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공격한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David D. Friedman)의 학문적 성과나 이 책에서 그 원칙을 언제, 어떻게 언급하는가를 확인해보자. 그도 그 원칙을 똑같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펴면 '시작하는 말'이 나온다. 두 번째 문단을 읽다 보면 게리 베커 (Gary Becker)의 불량아 정리 (Rotten Kid theorem)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을 잠시 살펴보자. "which tells us when a rational child will…" 그만 읽자. 'rational',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수만 가지 경제학 용어 중 프리드먼이 가장 처음으로 등장시킨 것이 바로 이 합리성이다. 1강의 첫 줄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을 탐구한다"이며, 사실 1강 전체를 합리성이 경제학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역설한다. 그 말대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번 노벨 경제학상이 인간은 기존 경제학의 주장만큼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겠다. 바로 그 점에 지금 이 책을 읽는 의의가 있다.


원문이 워낙 좋은 교과서이다 보니 마구 헤집어 놔도 나쁘지 않은 책이지만, 원서를 보길 추천한다. 한국판은 합리적이지 못한 책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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