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철학하는 아이 1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민유리 옮김 / 이마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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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결혼전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지만 나에게는 부모님의 고향이 있다.
어린시절 방학만 되면 온 가족이 시골로 휴가를 떠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뛰어놀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았다.
물론 그게 내 고향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부모님의 고향을 가는 것만으로도 신다고 좋았다.
서울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냇가에서 물고기도 잡아보았고 여름이면 수영도 하였다.
겨울에는 냇가가 빙판으로 변해서 나무로 직접 만든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했다.
그때는 다른 친구들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부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추억이 아니기에 참 좋다.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미국에서 살던 '내'가 아버지의 마을을 여행하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미국과는 다른 환경이 살아 숨시고 있었다.
섬의 가장 중심에는 골짜기가 있고 그 안에 오라니마을이 있었다. 이곳은 아버지가 태어난 마을이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보면 골짜기의 깊숙한 곳에 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멈춰서자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친척들이었다.


사촌들은 나를 여기저기로 끌고가서 말을 붙인다. 미국은 어떤지. 그러면 '나'는 여기가 더 좋다고 말을 한다.
그들은 믿기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
그곳은 바쁘게 돌아가는 미국과는 너무 달랐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고 지나가는 새들도 행복해 보였다.
여기저기 집집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아보였다. 
빼곡한 집들 사이로 한참을 가다보면 깨끗한 샘물이 솟는 곳이 있고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집집마다 친척이라 친척 아저씨 가게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기도 한다.
방앗간을 하는 친척, 옷을 만드는 양장점을 하는 친척, 할머니는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고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나무의 열매도 직접 따 먹을 수 있다.
사촌들과 몰려다니면서 놀다가 보이는 친척집에 들어가면 밥을 얻어 먹기도 한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서로 나눠 쓰고 교환하면서 지내는 친척들이었다.


직접 빵을 굽고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고 오라니는 '내가' 본 미국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그것에 감사하게 된다.
한곳에 있다보면 몰랐을 세상이지만 다른 면에서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버지였기에 그 사랑을 자식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던것 같다.
처음에는 아버지도 오라니가 아닌 환경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적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은 경쟁사회이고 개인주의가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오라니는 공동체 사회이다.
서로 나눠주고 함께하고 내것 네것의 구분없이 살아가도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오라니를 다녀오고 '나'는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마을에 몇일 다녀온것만으로 마음을 힐링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라는 화자는 그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 '나'를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라니가 참 좋다.
요즘 사람들은 도시에서 많이들 태어나 도시가 고향인 사람들이 많다.
시골에서 태어나는 학생들이 없다보니 뛰어놀면서 자라온 아이들이 거의 없다.
그로 인해 쌓을 수 있는 추억들이 있을텐데 그 추억들을 쌓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서로 관심 가지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기때문에 혹시 관섭을 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피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 모습이 냉정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또 안전을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는것 같다.
그래서 '오라니'라는 마을을 마음속에 품게 되는 것 같다.
힘든 도시 생활을 하다가도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 고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 나를 반겨줄 고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 될 것 같았다.
'오라니' 같은 고향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라도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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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먹는 괴물 - 의사소통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6
김수옥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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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는 엄마에게 매일 혼난다.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는 매일같이 소리친다. '이레야, 양치부터 해야한다고 몇번 말했니?', '엄마가 벽에 낙서하지 말랬지?' 등등
하지만 이레는 속상하다. 엄마의 말을 분명듣지 못했기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와삭와삭, 냠냠'
엄마의 잔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괴물이 엄마의 말을 모두 삼키고 있는 것이다.
이레는 너무나 맛있게 먹는 괴물들에 놀랐지만 그로인해 엄마의 말을 제대로 못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너무 화가난 이레는 괴물에게 달려가 말했다. '먹지마! 우리말을 먹지 말라고!'
하지만 너무 맛있게 먹는 괴물은 이레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는 대뜸 하는 말이
'우리는 떨어지는 말만 주워 먹어'라는 말로 오히려 놀라며 말했다. 이레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괴물은 엄마의 말을 참 맛있게 먹었다. 그말은 바삭하고 고소하면서도 달콤하고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한다.
괴물은 귀에 담아 듣지 않는 말만 먹는다고 말했다. 이레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엄마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엄마에게 투정부렸던 일이나 동생이랑 싸웠던 일, 거짓말을 많이 했던 생각이 났다.
그렇게 엄마 말을 듣지 않아 괴물이 자신의 집을 찾아왔다고 이레는 반성하게 된다.
그러고는 엄마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분명 듣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레는 들었던 말을 흘려듣고 있었던 것이다.
괴물로 인해 이레는 엄마에게 엄마말을 잘 듣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 이야기는 엄마에게 매일꾸중을 듣는 이레의 이야기였다.이레는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해만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레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이레또한 엄마의 말 중 듣고 싶은 말들만 골라들었을 것이다. 
상대의 말을 마음으로 듣고 그것이 어떤 말이는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면서 들어야 했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었더라면..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었더라면..
최선을 다해서 들었더라면.. 괴물은 이레의 집에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레는 그걸 몰랐다.
'말 먹는 괴물'로 인해 자신의 지난 일들을 반성하게 된다. 


요즘들어 부쩍 그런 사람들이 많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듣고 싶은것만 들으려고 하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지 않으려 한다.
상대의 말이 길어지면 듣기 싫어지고 그로인해 진지하게 듣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분명 들었던 말이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그말이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 그른 말이더라고 말을 끊어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보다는
우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것부터 시작해보자.
지금 한창 자라나는 아이나 어린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상대의 말에 귀담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다 큰 어른들도 조금만 노력하면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 먹는 괴물>로 인해 어른인 나도 반성하게 되었다. 상대에게 '왜 말을 하지 않았냐?'라고 억울한듯 되물었지만
알고보면 나 스스로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했던 말들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엄마가 되는 나도 나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배움으로 태어날 아기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상대의 말을 잘 귀담아 듣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공감가는 말들과 귀여운 그림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림과 함께 책을 읽는다면 분명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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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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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모는 여행에세이로 꽤 알려진 여행작가이다.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본건 아니지만 여행을 하는 그의 모습이 참 자유롭게 느껴졌다.

물론 여행을 다니면 언제 돈을 벌고 언제 집을 가지? 라는 미스테리하고 현실적인 질문을 혼자 해보기도 했다.
뭐.. 꼭 돈이 많아야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붙어있는다고 뭔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의 프리스타일한 여행방식이 때로는 부럽게 느껴진다.
그는 길위를 걸어다닌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그 여행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행과는 다른 여행이 된다.
우리가 하는 여행은 잠시 다녀오는 관광에 가깝다면 그는 여행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때는 '왜 저렇게 여행만 다니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는 우리보다 더 많은 세상을 담고 있으며 더 많은 인생의 가르침을 직접 배웠을거란 생각이 든다.


흔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고, 맛집은 어디 있으며, 숙소는 어디가 좋은지 알려주는 친절한 여행서적이 아니다.
그는 나라마다 느껴지는 감성들. 그리고 그 나라 안에서도 도시. 
그리고 마을.. 점점 좁아지는 장소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느끼면서 살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던가. 낮, 밤, 새벽이 주는 느낌들..
그밖에 사랑, 이별, 외로움, 쓸쓸함, 거짓말 등..
많은 단어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마음들이 그 나라, 그 도시, 그 마을에서 느껴지는대로 표현해준다.
때로는 지난 사랑을 통해서 배우기도 하고 살아왔던 삶을 통해 배우기도 한다.
또는 그 마을의 사람들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걸어가면서 많은 감성들을 느끼고 그 감성을 통해 그는 말한다.
낯선 길 위에서 그는 왜 그리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다닌걸까? 
누군가는 그 길 위에서 뭐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애쓰는 동안 그는 마치 정지된 화면을 보듯 그 곳을 바라본다.
애초에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상이 보통의 여행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감성들이 그의 글을 읽으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느껴보지 못한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내가 여행을 하게 되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니 그 무엇도 내게 감동일 수 없던 때가 많았다.
마음으로 그리던 곳으로 달려가면 내 마음에서 비켜간 일들이 생기거나 당장 상상이 맞아 떨어지지 않을 땐 
어디든 불편하거나 불안할 뿐이었다.
늘 기대가 컸다. 무슨 일이든 결과에만 집착하는 일로 평생을 살았던 이유다.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던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어쩌면 그 대상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누군가 변한게 아닌데 내가 변한것인데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말을 들으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 책속의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이면서 우리들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인것 같다.
때로는 나와 생각이 맞지 않을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너무 이기적인 마음으로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려 했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그가 만나는 사람들과 풍경속에서 나도 같은 생각을 해보려고 해봤다.
역시 내가 직접 걸으면서 느끼지 못했기때문에 그가 말한것만큼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행은 보는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보려고 하는 여행에서는 남는 것은 사진일지 모르지만 마음으로 느낀다면 우린 더 많은걸 알게되고 깨달을 수 있을것 같았다.
언젠가 나도 그처럼 걸으면서 많은걸 알게 될 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감성여행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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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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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한 여인을 만났다. 시대를 잘못태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해보지 못하고 모든걸 참고 살아야 했던 한여인..

열다섯의 나이에 집에서 정해준 남자에게로 시집을 간다.

지금 시대의 열다섯은 그냥 꽃다운 나이고 공부해야 하는 나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이지만..

그 시절의 여인는 그랬다.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혼례를 치뤄야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자는 그저 집안에서 정해진 사람에게로 시집만 가면 되었다.

 

 

초희는 어렸을때부터 시를 쓰기를 참 좋아했다. 오라버니 허봉과 동생 허균과도 글을 지으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초희의 아버지 허엽은 여자이기 때문에 딸이 글을 읽고 시를 짓는것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집안에서라도 할 수 있도록 그냥 두었다.

시집을 가게되면 어차피 하고 싶어도 못하기 때문에 그런 딸을 보는 어머니 김씨는 초희를 안타깝게 여겼다.

초희는 그렇게 김성립에게 시집을 갔다. 시집을 가는 날은 날이 좋지 않았다.

성립의 어머니 송씨는 초희를 며느리로써 마땅게 여기지 않았다.

여자가 글을 읽고 시를 쓴다는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아들 성립을 무시할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희가 시집오기 전 성립은 몸종 달이와 몸과 마음을 나눈 사이였다. 

달은 더이상 성립과 함께 할 수 없음에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는다.

장가가기 전의 성립도 성립의 모든 식구들도 이 사실을 쉬쉬하며 초희와 성립의 혼례를 치뤘다.

초희는 성립이 함께 하는 첫날밤은 그리 편치 않았다.

성립도 초희를 좋아하지 않았다. 얼굴이 곱고 아름다운 자태를 풍기긴 했으나 몸종 달이도 신경쓰이고 어머니도 신경쓰였다.

또한 글 꽤나 읽고 시를 쓰는걸 좋아한다기에 자신의 능력이 그정도 되지 않았기에 더욱더 초희를 탐탁하게 여길수가 없었다.

첫날밤부터 거칠게 그녀를 다루고 초희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된다.

의지할곳 없는 이곳에서 남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좀만 다정하게 대해줘도 좋으련만 앞으로의 날들이 걱정되었다.

 

 

그렇게 초희는 성립의 집에서 편치 않은 나날들을 보냈다.

그 사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초희의 오라버니는 귀향을 가게 되고 초희는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자식을 가지고도 시어머니에게 큰 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언제나 혼나기 일쑤였다.

남편 성립도 가끔씩은 그런 초희를 가엽게 여겼지만 어머니때문에 그녀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었다.

아내는 글도 잘 쓰고 시도 잘 쓰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잘 하지 못하고 언제나 시험에 떨어졌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낙방하는것에 기가 센 며느리 탓을 하며 여전히 초희를 마땅게 여기지 않았다.

성립또한 어머니 눈치를 보느라그런 그녀에게 다정해질수가 없었다.

 

 

해는 많이 지나게 되었다. 첫째 딸 소헌을 낳고 둘째 아들 제헌을 낳게 되었다.

아들 제헌은 엄마의 손에서 자라지도 못했다. 시어머니는 어린 제헌을 그녀의 품에서 떨어트렸다.

어느날에는 제헌이 많이 아프게 되었다. 시어머니 송씨는 어쩔줄 몰라 그제서야 제헌을 엄마의 품에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제헌은 어린나이에 죽게 되었다.

귀향갔던 오라보니 허봉도 귀향이 풀렸지만 사고로 죽게 되고 나중에는 딸 소헌마저 죽게되었다.

초희는 더이상 삶의 낙이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위로해주지 않았고 그녀를 가엽게 여겨주지 않았다.

더이상 삶에 의미를 둘 수 없는 초희는 친정으로 돌아가 삶을 끝낸다.

 

 

정략적인 혼인이어도 조금만 애정을 갖고 성립이 그녀를 돌봐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녀가 단지 글을 읽고 시를 잘 써 남편의 기를 꺾어 놓는다고 이뻐해주지 않았던 시어머니도 조금만 신경써주었다면 어땠을까?

혼인을 하고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었던 초희. 젊고 아름답고 고운 자태는 서서히 빛을 감추게 되었다.

어느누구보다 성립이 잘 알았을것이다. 그런 그녀를 가엽게 여기면서도 다정하게 대해줄 순 없었다.

자신이 허락하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필 그시절 그때 태어났던 난설헌. 자신의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자신의편 한명 없이 살아야 했던 일대기.

그런 그녀가 너무 가여웠다. 자식마저 먼저 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제대로 한번 안아주지 못하고 추운날은 추운데로 더운날은 더운데로 보내야 했던 그녀가 한없이 안쓰럽기만했다.

그녀가 웃었던 적은 있었을까? 

젊은날 사모하던 남자와는 이어질 수 없었고 함께 글과 시를 나누었던 오누이마저 잃게 되고 의지할곳 하나 없었던 난설헌.

때를 잘 만났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녀의 곱디 고운 자태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다시 태어난다면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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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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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그녀는 어디론가 가야만 했다.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소설'28'까지 쓰고 나서 청탁원고를 받았지만 한줄도 써내려갈 수 없었다.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안나푸르나에 갈꺼야'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한번도 해외 여행을 한적 없던 그녀가 휴양지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왠만한 산악인들도 힘들어 한다는 네팔의 그 안나푸르나에 가겠다고 외친것이다. 너무도 완고한 그녀를 말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걱정이 많았기에 누군가 함께 하길 바랬다.

그녀또한 누군가 함께 갈 사람이 필요했다. 언어의 장벽앞에서 자신이 없었기에 누군가 동행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남편은 휴가때 맞춰서 같이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후배 작가 혜나도 평소 안나푸르나에 가보고 싶다고 하기에 마음이 맞아 함께 떠나기로 했다.

서둘러 모든 트레킹 준비를 마친 후 그녀의 17일에 걸친 대장정의 안나푸르나 여행은 시작되었다.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하여 그녀들과 함께 해줄 가이드 아칼을 만났다. 예약한 호텔로 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비행한 여행으로 힘들었던 터라 맛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함께 간 혜나는 그 곳의 음식을 맛있게 잘도 먹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곳의 음식을 한입 베어무는 순간 먹을 수가 없었다.

무언가 입안으로 강하게 들어오는 '마살라향'으로 인해 어떠한 음식도 삼킬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등반을 시작하기 전이라 아직은 괜찮지만 네팔의 음식들에는 '마살라'라는 향신료가 거의 들어가 있었다.

빈속에 맥주만 먹을 수 있었고 아침으로 나오는 계란후라이에 토스트, 커피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

등반을 하기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지만 그 곳에 도착한 후 나흘간의 휴식과 관광을 취한 후 본격적인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영어벙어리였던 그녀는 가이드 아칼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혜나의 설명으로 모든 준비를 했다.

아칼은 그녀들과 함께 트레킹을 할 가이드 검부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는 그녀들의 목숨을 지켜줄 대장이다.

무엇보다 그의 말을 잘 따르고 움직여야 무사히 그녀들의 목적지인 쏘롱라패스까지 종주를 마칠 수 있다.

17일의 종주 코스 일정을 들은 후 간단히 점심을 하고 쏘롱라패스로 가기 위한 모든 장비구입 등 

나푸르나를 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다음날부터 그녀들의 종주는 시작되었다.

 

 

그녀들의 1일 일정부터는 긴장되는 이야기들로 나를 설레게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한번쯤 안나푸르나로 한번 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평소 해외 여행이라고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녀가 선택한 곳이 왜 하필 안나푸르나 였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녀의 여행기를 읽다보니 어쩌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다. 우선 '마실라향'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계란 후라이나 빵으로 끼니를 떄우거나 그것마저 없을때는 한국에서 가져온 달달한 믹스커피로 배를 채웠다.

힘든 등반이 시작된 후 그런 그녀가 힘들어 할까봐 검부는 식당의 주방에 직접 들어가 '마실라향'을 뺀 볶음밥을 직접 요리해주게 되었다.

물론 가능한 식당에서만 요리를 해주었지만 덕분에 그녀는 식사가 가능하게 되었고 신경써준 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함께 등반을 하게 된 재미있는 청년 아칼도 그녀들이 여행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종주가 시작된 후 많은 어려움과 불편함들이 그녀들을 찾아왔다.

처음 이야기했던 대로 처음에는 식사의 불편함이 있었고 다음으로 식사가 가능한 후 부터는 배변을 잘 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누구나 여행을 가게되면 한번쯤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선 음식이 달라지기도 했거니와 낯선곳에 가면 장도 낯을 가리는지(?) 힘들어한다.

안으로 넣는건 쌓이는데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숙소에 도착하면 서로 화장실에 가서 죽을상을 하고 나오기 일쑤이다.

겨우겨우 신호가 찾아왔을때는 화장실에 못가는 순간이라 그 타이밍을 놓치고 나면 또 다시 변비가 시작된다.

수많은 약중에 왜 변비약을 챙겨오지 못했는지 서로를 탓하기도 한다.

혜나와 그녀는 서로가 동지가 된듯한 안타까움에 매일매일 힘들어 하는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또한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얼굴은 가부키 화장처럼 선크림을 가득바르고 고글을 써 눈만 하얗게 되는 촌스러운 몰골로 인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기도 한다. 

불편한 숙박시설로 인해 제대로 씻지 못하기도 일쑤이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그녀들은 초췌해져간다.

고도가 높아지니 그만큼 기온은 내려간다. 그러니 머리라도 한번 감고나면 머리를 잘 말리지 못해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

검부는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정말 더럽게 등반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검부는 등반을 하면서 그녀들의 템포에 발을 맞춰준다. 가이드 역활의 중요성을 또 깨닫는 순간이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한다. 남편이 말한 그 '고산병'. 이 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려내려오기도 한단다.

그녀는 하루하루 증상이 늘어만 간다. 분명 남편이 말한 그 '고산병'의 증상 같았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몸은 너무 피곤해 죽을것만 같은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지친몸 아픈몸으로 그녀는 계속 걷는다. 지나가는 등반객들이 모두 그녀들처럼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아 동지를 만난듯 하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그녀는 매일매일 일정대로 움직인다.

 

 

다행이도 고산증의 증상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미리 약을 먹어두어도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컸다고 하지만

정말 위급한 순간에 먹어야 하는 약을 미리 챙겨와서 그 약으로 간신히 하나둘씩 안좋은 증상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씩씩하게 잘 걷던 혜나도 조금씩 힘들어 하기에 약을 권해주기도 하면서 둘은 그렇게 그 힘들다던 쏘롱라패스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얼어죽을 것 같이 추운날들, 손발이 꽁꽁시려 동상에 걸리면 절단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위급한 순간들도 찾아왔었다.

다행이도 검부는 그녀들의 컨디션을 잘 체크하며 함께 동행해 주었다. 

천천히 움직여야 할때, 쉬면서 움직여야 할때, 모든 것들을 잘 맞춰주어 무사히 그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이제 그 기점으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가는 길만큼 수월하진 않았지만 무사히 그녀들은 17일간의 일정은 마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휴식과 관광을 취하게 된 그녀들. 혜나는 이곳의 여기저기를 관광하며 산책도 잘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를 못했다. 무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들이 싫었다.

다시 어디론가 등반을 하거나 아니면 집으로 빨리 돌아가거나를 선택해야 할것 같았다.

혜나는 그런 그녀에게 함께 어디라도 가자고 말했지만 그녀는 그런 혜나가 걱정할 것 같아 마음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처음 그녀가 안나푸르나에 갈때까지만 해도 여행기를 쓸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혜나가 자신을 쳐다보기에 무엇이라고 깨작거려야 할 것 같아서 1day로 시작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언가 해야할 목표가 생기고 나니 다시 생기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왜 이곳에 왔는지 다시 나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용기있는 그녀가 참 대단해보였다. 처음 가는 해외여행을 어떻게 안나푸르나로 정했을까?

나는 아무리 멋지고 보람되어도 그곳으로는 못 떠날것 같았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고 씻지도 못하는데..

추위와 더위와도 싸워야 하고 정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여정같아 보였다.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던건 여행기의 순간순간의 찰나에 그녀가 생각하는 옛이야기가 있어서였던것 같다.

그 순간에 생각나는 가족들의 이야기, 책속의 어느 구절들..

그 이야기들이 그녀가 힘들때 지탱해주는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무튼 그녀의 첫번째 여행에세이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정말 재미있었다. 

비록 내가 도전해보지는 못하겠지만 그녀의 이야기로 안나푸르나의 그곳을 다녀온것처럼 실감넘치는 여행이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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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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