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철학하는 아이 1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민유리 옮김 / 이마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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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결혼전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지만 나에게는 부모님의 고향이 있다.
어린시절 방학만 되면 온 가족이 시골로 휴가를 떠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뛰어놀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았다.
물론 그게 내 고향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부모님의 고향을 가는 것만으로도 신다고 좋았다.
서울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냇가에서 물고기도 잡아보았고 여름이면 수영도 하였다.
겨울에는 냇가가 빙판으로 변해서 나무로 직접 만든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했다.
그때는 다른 친구들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이 부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추억이 아니기에 참 좋다.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미국에서 살던 '내'가 아버지의 마을을 여행하게 되면서 겪은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미국과는 다른 환경이 살아 숨시고 있었다.
섬의 가장 중심에는 골짜기가 있고 그 안에 오라니마을이 있었다. 이곳은 아버지가 태어난 마을이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보면 골짜기의 깊숙한 곳에 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멈춰서자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친척들이었다.


사촌들은 나를 여기저기로 끌고가서 말을 붙인다. 미국은 어떤지. 그러면 '나'는 여기가 더 좋다고 말을 한다.
그들은 믿기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
그곳은 바쁘게 돌아가는 미국과는 너무 달랐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고 지나가는 새들도 행복해 보였다.
여기저기 집집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아보였다. 
빼곡한 집들 사이로 한참을 가다보면 깨끗한 샘물이 솟는 곳이 있고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집집마다 친척이라 친척 아저씨 가게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얻어먹기도 한다.
방앗간을 하는 친척, 옷을 만드는 양장점을 하는 친척, 할머니는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고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나무의 열매도 직접 따 먹을 수 있다.
사촌들과 몰려다니면서 놀다가 보이는 친척집에 들어가면 밥을 얻어 먹기도 한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서로 나눠 쓰고 교환하면서 지내는 친척들이었다.


직접 빵을 굽고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파티를 하고 오라니는 '내가' 본 미국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그것에 감사하게 된다.
한곳에 있다보면 몰랐을 세상이지만 다른 면에서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버지였기에 그 사랑을 자식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던것 같다.
처음에는 아버지도 오라니가 아닌 환경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적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은 경쟁사회이고 개인주의가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오라니는 공동체 사회이다.
서로 나눠주고 함께하고 내것 네것의 구분없이 살아가도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오라니를 다녀오고 '나'는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마을에 몇일 다녀온것만으로 마음을 힐링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라는 화자는 그곳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 '나'를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라니가 참 좋다.
요즘 사람들은 도시에서 많이들 태어나 도시가 고향인 사람들이 많다.
시골에서 태어나는 학생들이 없다보니 뛰어놀면서 자라온 아이들이 거의 없다.
그로 인해 쌓을 수 있는 추억들이 있을텐데 그 추억들을 쌓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서로 관심 가지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기때문에 혹시 관섭을 하게 되면 그게 오히려 피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 모습이 냉정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또 안전을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는것 같다.
그래서 '오라니'라는 마을을 마음속에 품게 되는 것 같다.
힘든 도시 생활을 하다가도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 고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당장 힘들더라도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 나를 반겨줄 고향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축복이 될 것 같았다.
'오라니' 같은 고향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라도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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