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 1 - 나의 광복군 시절 - 상 나남신서 1927
김준엽 지음 / 나남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광복군에 속하여, 나라의 독립을 위해 생명을 바치려고 했던 독립투사이자, 중국을 전공한 사학자이자, 고려대학교 제9대 총장이자,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이었던 김준엽 소장의 일대기를 담은 자서전 <장정>이다. 총 5권으로 되어 있는데,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필요한 경우엔 역사적 상황을 같이 설명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읽으며, 어렸을 때부터 뜻을 정하고 그 뜻대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 큰 도전이 되었다. 학병에 지원하고 징집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스물두 살이었다. 그는 그때 그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렇게 결심하고 형님들의 전폭적인 동의와 격려를 받게 되니까 마음이 든든하였고 날이 갈수록 냉정하고 침착하게 되었다. 나는 이 세상에 나와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였다. 이제 내 나이 스물둘이었다. 이 세상에 나왔다가 나 개인이나 가족은 말할 것 없고 불쌍한 내 조국을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지금의 우리 이십 대는 어떠한가? 자기 앞 가름하기 너무나 바쁘다. 나라의 발전이며 세계 평화며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 영어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문제집을 사서 풀고 있으며 방학 때는 인턴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에게 있어 취업은 곧 자신들의 생계, 결혼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서 '시대정신'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대학 강의실에서 역사인물에 대한 분석을 할 때 '시대정신', '가정환경', '지리환경', '교육 배경' 이 4가지 측면에서 연구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즉, 그 시대의 시대정신은 일제로부터의 독립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은 독립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었고 독립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쳐야겠다는 결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정신은 더 이상 '독립'이 아니다. 지금 시대정신은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하겠지만 내가 볼 때는 '개인의 생존'이다. 즉, 개인의 생계유지이다. 물론, 개인의 안위와 성공을 시대정신이라는 거창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젊은 세대를 가까이서 지켜보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김준엽 소장은 관직을 열두 번이나 사양한 것으로 유명한데, 게이오대학을 다닐 때 설립자였던 후쿠자와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후쿠자와로부터 감명을 받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부르짖던 게이오대학의 교훈인 독립자존의 정신과, 그가 끝끝내 관의 유혹을 뿌리치고 학문과 언론활동에만 전념했던 생활철학에 대하여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또한 게이오 대학이 다른 대학에 비하여 훨씬 리버럴했던 것도 설립자 후쿠자와가 세운 전통이었는데, 아무튼 나는 그의 학문적 태도와 일본 사회를 근대화시킨 역할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그는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는 만났던 사람들 중요 인물들에 대해 책의 곳곳에 간략하게 그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 등을 정리하고 넘어가는데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틈틈이 자신이 방문한 도시에 거하고 있는 주요 인물들을 만나고 안부를 물으며 많은 가르침과 지도를 받았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김준엽 소장은 항상 공부하려는 자세와 태도를 견지했다. 심지어, 일본군에 학병으로 징집되어 중국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도 중국 대지를 열정적으로 관찰하며 지나가는 곳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이나 일화를 떠올리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이런 열정을 이야기한다.

 

"날이 새기가 무섭게 열심히 밖을 바라보았다. 탈출, 독립군, 임시정부, 죽음이란 일련의 생각과 병행하여 나는 중국의 풍물을 바라보는 데 골똘하였다. 마치 학생 시절에 사학과의 고적답사 때와 같이 열심히 관찰하였다. 사실은 동양사를 전공하면서 나는 항상 중국 여행을 갈망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죽지만 않는다면 이번 도화가 나의 공부에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었다. 죽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유심히 관찰하고 싶었다. 나에게 깊이 뿌리박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한다는 격언의 실천은 나에게는 모두 대단히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기차는 쉬지 않고 달린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처지인데도 중국이나, 중국사에 대한 지식을 넓히느라고 애쓴 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생명에 대한 애착만큼이나 중국을 알고 싶다는 집념이 강했다."

 

그는 일본군에 속하여 중국으로 가게 되고 마침내 계획에 따라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학병 탈출 제1호'였다. 그는 탈출하고 나서 다른 학병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탈출 경위도 듣게 되는데, 모두들 자신보다 몇 배나 고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통해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다음과 같다.

 

"나는 탈출하여 정확한 방향으로 전진했고, 예측한 대로 4시간 뒤에, 정확한 지점에서 중국군을 만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일군 입대 전부터의 용의주도한 계획과 준비, 그리고 과단성 있는 행동이 절대적 원인일 것이다. 매사에 계획과 조직적 준비와 정보가 필요하고 또 결정적 시기에 과단성 있는 행동을 취해야만 성공한다는 철칙을 나는 이때의 탈출성공으로서 뼈저리게 느꼈고, 이것이 이후의 나의 일생에서의 중요한 행동원칙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일에 있어서 철저한 계획과 준비,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과 행동이 있을 때 성공이나 성취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목숨을 건 탈출을 통해 직접 체득한 김준엽 소장과 단순히 이론만 알고 있는 사람과는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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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1-03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이
고작 개인의 생존이라니 너무나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만난 장정(제대로 읽었나
모르겠습니다)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에 잠
시나마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던 것 같
습니다.

데굴데굴 2017-11-0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세대에게는 사회와 공동체, 국가와 세계를 위한 시대정신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먹고 사는 일이 더 이상 화두가 되지 않는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