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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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영화 리뷰를 통해 알게 된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책을 읽으며 소설에 감탄하여 테드창이란 작가와 그의 소설을 알게 해준 영화 '컨택트'가 오히려 고마웠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테드창의 단편 모음집이다. 2004년에 번역본이 나왔는데, 최근 영화 컨택트가 개봉되면서 발빠르게 번역본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아마도,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출판업계에서 그 시기에 맞게 개정판을 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에서 2016년 11월에 개봉했는데, 번역본 개정판은 2016년 10월에 나왔다. 책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읽은 소감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소재의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다. '바빌론의 탑'에서는 바벨탑이라는 거대한 소재를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바벨탑을 지어가는 과정과 생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일흔두글자'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자인간을 묘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는 외계인을 등장시키며 우주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상상력은 우주의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우주 저 멀리까지, 그리고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종횡무진하며 그 상상력으로 하나씩 하나씩 파헤쳐 나가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언어와 과학을 도구로.

 

물론 각 단편소설마다 친절하게 각주가 있다거나 배경을 따로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단편소설이라서 빠른 시간안에 이 소설에서 설정한 상황이 어떠한지를 간파하고 사용하는 단어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거나 스토리의 전개를 못 따라갈 수도 있다. 그래서 특히, 소설 초반에 집중해서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SF소설의 묘미인 것 같다. 이번엔 도대체 작가가 어떠한 설정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낼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일흔두글자'에서 나오는 논리는 현대 사회에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종의 우열을 밝히고 열등한 인종은 퇴보시키거나 멸종시키고 우등한 인종만 정책적으로 번성시키겠다는 논리와 똑같다. 이렇게 테드창은 현대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이슈가 되는 내용을 소설 속에 집어 넣는다. 

 

“누가 아이를 가지고, 누가 가지지 않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식견을 발휘한다면, 우리 정부는 국가의 인종적인 구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야... 하층계급의 인구 증가율은 귀족과 신사 계급을 능가하고 있다네. 평민들에게도 미덕이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세련미라든지 지성이라는 면에서는 크게 떨어지지. 이런 형태의 정신적 빈곤함은 대물림된다네. 하층민의 환경에서 태어난 여자의 자식은 결국 같은 길을 가게 돼 있어. 하층계급의 높은 출산율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는 결국 조야한 멍청이들에게 점거당할 걸세... 임신율 저하에 관한 진실이 밝혀질 무렵 하층계급에 대한 이름 날인을 거부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게 뻔하니까. 물론 하층계급 역시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지. 요컨대 그 수가 너무 늘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마지막에 수록된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도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단편소설에서 사람은 칼리라는 도구를 통해서 외모에 대한 호감을 중립적으로 만들 수 있다. 즉,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않도록 하는 도구가 '칼리'이다. 

 

이 단편소설에 주옥같은 문장이 많이 나온다.

 

"반장으로 뽑힌 아이는 얼굴 반쪽에 화상 흉터가 있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그 여학생의 행동거지는 보기에도 정말 편하고 자연스러웠고,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았습니다. 다른 학교였다면 아마 바로 그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했겠죠"

 

"어떤 업적을 이루더라도 예쁘면 크게 각광받자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평가절하됩니다. 더 나쁜 경우가 있다면, 여자아이들 일부가 자신의 외모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수용하고 정신적 성장을 멈춰버린다는 사실이겠죠. 얼굴이 예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인 특징입니다."

 

"칼리가 혹시 성적인 욕구를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개인의 매력의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가, 행동과 몸짓을 통해 어떤 일을 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사람이 당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중요하겠지요."

 

"우리는 공평하게 사람을 판단하고 상대방의 외모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자동적인 반응만은 억제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연구에서는 모두 똑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외모가 매력적이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잘생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유능하고, 좀더 정직하며,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이 아니지만, 그들의 외모는 우리에게 그런 인상을 줍니다. 칼리는 눈가림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여러분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입니다."

 

테드창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어디까지나 작가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즉, 다른말로 하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작품이 탄생한다. 따라서, 작가도 끊임없이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혹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을 드려다봐야 하는 것이다. 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대한 소설은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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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황약사 2017-10-1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잘 읽었어요.

데굴데굴 2017-10-16 13:0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데미안 2017-10-1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르 더 매력적이라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깁니다.한번 읽어봐야 겠디고 리스트에 추가합니다.

데굴데굴 2017-10-16 13:0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테드창의 다음 책도 읽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