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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엄청난 책이다. 인간 일생을 이야기하며 단계마다 각종 이론을 접목시킨다. 교육학, 사회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뇌과학 등 인간 삶을 연구하는 많은 학문이 존재한다. 인간의 특정 부분, 특정 시기에 대한 책은 많이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전 인생을 따라가며 매 시기를 풀어내는 책은 매우 드물다. <소셜 애니멀>이 바로 그런 책이다. 나도 책을 쓴다면 <소셜 애니멀>과 같은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내용이 있는 스토리라면 누구라도 쉽게 접근하고 기억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성공하는 삶에서 내면 의식(감정, 직관, 편견, 동경, 유전적 특성, 인격적 특성, 사회적 규범 등 무의식적 영역)이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한다. 두 인물이 우정을 쌓고 사랑에 빠지며 늙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유전자, 뇌의 화학 작용, 문화 등이 개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먼저 남녀 사랑을 이야기한다. 수천 년 동안 남자와 여자가 축적한 기능은 놀랍다. 일단, 여자는 남자보다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남자는 마약이나 술에 중독되는 비율도 여자보다 높고 여러 면에서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도 수천 년에 걸쳐 남자의 신뢰성을 감지하는 능력이 놀랍도록 발달했다. 흔히 말하는 여자의 촉은 수천 년에 걸쳐 유전자에 심어진 것이다.
인생에서 결혼 상대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행복과도 직접 연결된다. 수천 년을 지나면서 인간은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놀랍도록 정밀해졌다. 더 놀라운 것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무의식이 상대방의 엄청난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은 이 복잡고도 정밀한 과정을 순식간에 거친 것이다 . 이 과정을 거치고 배우자를 선택한다. 선택 과정은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와 거의 관련이 없다. 본능과 유전이 자동으로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성과 감정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성과 감정은 분리되어 있거나 상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성은 감정에 둥지를 틀고 감정에 의존한다. 감정은 사물이나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성은 이렇게 형성된 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을 할 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낭만적이기 때문에 실용적일 수 있다."
이 선택 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다. 육아는 정말 전혀 다른 세상이다. 아기는 평균 20초 꼴로 어른의 관심을 요구한다. 신생아 때 부모는 대부분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직접 경험해보면 무슨 말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는 매우 놀라운데, 고아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이다. 4년 뒤 입양된 아이들 지능지수와 입양되지 않은 고아들 지능지수가 무려 50점이나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입양된 아이들이 특별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엄마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지능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어린아이들이 쉽게 이야기하는 '나는 호랑이다.'라는 말도 사실은 엄청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깊이 공감이 간다. 이런 상상은 기계는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나와 호랑이를 묶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는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예전에 귤껍질을 까는 3살 딸을 보면서, 인체 신비에 놀랐다. '3살 아이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저렇게 쉽게 하는데, 과연 기계는 귤을 터뜨리지 않으면서 껍질을 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귤에 붙은 하얀 부분을 까는 건 더더욱 구현하기 힘든 기술일 것 같다.
아이를 기를 때 '안전과 탐험' 개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안정감을 많이 느낄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탐험 정신이 커진다는 것이다. 사랑받는 안정감은 애착관계와 연결된다.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가지면 낯선 상황에서 엄마가 나갈 때 조금 울었다가 엄마가 다시 들어올 때 엄마에게 달려간다.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가지려면 아기 기분을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아기가 놀랄 때 달래고 기뻐할 때같이 즐거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의 믿음직하고 일관된 육아를 통해 아기는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안전감을 느낀다.
이런 관계는 대물림된다. 부모와 안정적 애착 관계가 형성된 자녀들이 나중에 부모가 되어 애착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애착관계는 위에서 이야기했듯, 학교 성적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어린 자녀가 자라면 학교에 들어가고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와 관련해서는 빈익빈 부익부가 적용된다는 점을 책에서 이야기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관련 지식을 더 많이 더 빨리 획득하게 되고 기억하는 속도와 질도 강화된다. 즉, 마케팅을 공부한다고 치면, 처음 몇 권을 읽고 소화하게 되면 다음부터는 새로운 마케팅 책을 접해도 훨씬 빠르게 읽고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다. 육아를 할 때 적용되는 안정과 도전이 지식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핵심 지식(안정)을 기반으로 다른 지식으로의 도전이 지속되는 것이다. 학습 과정을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처음에는 핵심 지식을 수직하고, 그다음에는 그 지식이 머릿속에서 즐겁게 숙성되고, 지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관련된 자료를 한데 녹여 통합하고, 마법과도 같이 통찰이 의식에 튀어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마침내 떠오른 통찰을 가지고 논문을 완성하게 한 것이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난한 집안과 전문직 부모를 가진 아이는 어휘력에 차이가 난다는 연구도 소개한다. 단어뿐만이 아니었다. 전문직 부모는 자녀의 문법 오류도 바로잡았다. 언어 환경 차이는 지능 지수와 학업 성적과도 연결되었다. 단순히 부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무형 유산을 함께 물려주는 것이다. 반대로 보면, 가난한 집에서도 부모가 이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보완하면 부유한 집 아이들과의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난과 가정불화는 개인의 무의식, 즉 자기 미래와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복잡계 특징인 창발성도 언급한다. 창발성은 예기치 않게 갑자기 나타나는 속성을 말한다. 문제는 복잡계 창발성은 원인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자기통제력도 성적에도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성적의 상관성은 지능지수보다 자기통제력이 두 배나 더 정확했다. 자기통제와 관련해서 마시멜로 이야기는 매우 유명한 일화이다. 특히, 환경을 조성하고 신뢰할만한 정서를 제공할 때 자기통제력을 더 향상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악기 연주에서 놀라운 차이를 보인 두 그룹도 놀랍다. "너는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악기를 연주할 것이라고 생각하니?"에 대한 대답에 따라 아이들의 성과를 달라졌다. 악기 연주 성과는 재능이 아니라 아이들 자의식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기브 앤 테이크>에서 말하듯이 기버 성향을 가진 선생님의 지도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개인 연습과 부분 반복 연습, 즐거운 연습도 중요하다.
성공하는 회사를 이끄는 CEO에게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분석한 내용도 흥미롭다. 바로, 세부 사항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 끈기, 효율성, 치밀한 분석, 오랜 시간 일하는 능력 등이었다. 덧붙여 저자는 이 능력을 '조직하고 집행하는 능력'이라고 정리한다. 리더십에서 정서적인 안정과 성실함, 신뢰가 중요했다.
문화자본 개념도 알아두어야 한다. 바로, 취미, 견해, 문화 배경, 대화 스타일 등이 상류사회에서 입지를 굳히는 자본이라는 것이다. 문화자본이라는 고상한 말로 포장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들은 특별하고 구별되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 쓸데없이 만든 겉치레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말이다. 문화라는 것은 고유한 것이며 비교 불가능한 것이다. 각자의 색깔을 인정하고 동일선상에서 바라보아야지, 문화에 우월이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문화를 얕보거나 업신여기기 쉽다.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사람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하며 그들은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아이큐를 가졌고 무엇보다 그들의 장점은 바로 높은 노동윤리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훨씬 큰 야망이 있다는 점이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아이큐가 대세이다. 아이들끼리 여전히 아이큐가 얼마인지 가지고 서로 대결한다. 그러나 아이큐가 놓치고 있고 아이큐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도출할 수 있는 성공도 많지 않다.
행복한 삶을 연구한 결과도 소개한다. 먼저 익히 알 듯, 돈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빈민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설 때 느끼는 행복은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설 때 얻는 행복보다 크다고 한다. 인간관계가 깊을수록 더 행복하다. 1년에 한 사람과 섹스를 하는 사람이 같은 기간 여러 명과 번갈아가며 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행복도 사회적 연결에 달려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연결점을 적게 가진 사람일수록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도 나오지만 장기 실업 상태를 경험한 사람은 우울증에 시다릴 가능성이 더 높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거나 배우자를 때리게 될 가능성도 높다.
합리주의로 인해, 과학이 발달하고 산업이 발달하는 근간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합리주의는 기본으로 환원주의라서 창발성 세계인 복잡계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었다. 또한 인간의 의식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반면, 무의식적 인식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것도 한계이다.
최근 행동경제학 등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이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가 드러났다. 무의식을 다른 말로 암묵지라고도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무의식은 직관이라고 한다.
책에는 계층이 대물림되고 계층 이동성이 너무 낮은 현실도 지적한다. 가계소득이 작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대학을 졸업할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진학하는 신입생들 가계소득을 조사해보면 나오겠지만 부모나 조부모 경제력이 대학 진학률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 기회의 평등이 전혀 실천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기회의 평등은 곧 교육의 평등인데 대한민국 사교육은 세계 1등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문화자본이라든지, 정서 등에서도 차이가 난다.
특히, 책에서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육 워크숍, 어린이 건강 프로그램 등이 좋은 사례이다. 또한, 교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하고 교사와 학생이 깊은 인간관계를 가지도록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회의 평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국가의 진정한 기능은 경쟁의 기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지 경쟁을 없애는 게 아니다."
노인이 되어도 우리 뇌는 여전히 학습과 성장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책에서 이야기한다. 순발력이나 작업 기억은 퇴보하지만 다른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햇빛이 주는 효과도 따뜻함 이상이다. 위도가 높아 햇빛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지역에 사람들이 낮은 위도에 사는 사람들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 밤에 주로 일하는 사람이 낮에 주로 일하는 사람보다 유방암 발병률도 높다. 햇빛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열과 에너지를 통해 세상을 비추어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과 마음도 비추고 밝히는 등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