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제국의 몰락 - 풍요로운 식탁은 어떻게 미래 식량을 위협하는가
롭 던 지음, 노승영 옮김 / 반니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단일 품종의 대규모 생산에 따른 식량 확보는 당장은 인류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다양성의 감소는 또 다른 위기를 가지고 올 수 있다. 생산성과 경제적 이득만을 쫓는 행위의 이면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나나, 커피나무가 단적인 사례이다.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단일 품종으로 재배를 하게 되나, 이는 생물학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병충해로부터 너무나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품종으로 재배했으면 그중에서는 특정 병충해에 대한 면역력이 있는 품종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전멸할 위험은 없고 사람도 일부 식량의 공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단일 품종은 전멸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식량이 고갈된다.  

지금처럼 단위 면적당 식량 생산성이 높았던 적이 없다. 그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도 엄청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준비를 해야 한다. 단기적인 시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품종의 재배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단일 품종 재배로 인한 끔찍한 재해를 가지고 온 대표적인 사건이 1800년대 중반의 아일랜드 감자 기근이다. 감자역병으로 인한 감자의 전멸은 1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이렇게 피해가 컸던 이유는 아일랜드의 감자 의존도가 그 어느 민족보다도 높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춥고 습해서 감자 말고는 잘 자라는 작물이 거의 없었다. 그 당시 아일랜드의 성인 하루에 50~80개의 감자를 먹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감자역병이 돌아 감자밭이 쑥대밭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감자역병의 원인을 찾는데 너무나 많은 세월이 걸렸다. 원인을 모르니, 해결할 수도 없고 무방비채로 당하는 것이다. 결국, 감자역병의 원인은 난균류였다. 난균류는 균류가 아니고 조류도 아닌 고대 생명체였다. 

그렇다면 감자역병에 저항력이 있는 감자 품종은 없을까? 최근까지 학계는 그러 품종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다. 안데스 감자 품종들은 감자역병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안심해서는 안 된다. 감자역병균도 하나가 아니었다. 감자역병균도 종류가 다양했고 그중에는 최상의 살진균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것들도 있다. 즉, 여전히 감자는 위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감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주요 단일 작물들도 언제 어떻게든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원인이 난균류일 수도 있고 균류나 바이러스, 곤충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경작 면적이 넓을수록 해충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  

그 당시의 감자처럼 지금 현대인들도 몇몇 단일 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바로 북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 유럽에서는 밀, 아프리카에서는 카사바, 아이아에서는 쌀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카사바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사는 5억 명의 주 열량 공급원이다. 특히, 콩고는 일일 열량 섭취량의 80퍼센트를 카사바에서 충당하고 있다. 카사바는 가난한 자들의 식량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만약, 이 카사바가 균류나 해충에 의해 공격을 당한다면 아일랜드 감자 기근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실제로 카사바는 카사바가루깍지벌레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연구 끝에 이 벌레를 공격하는 로페스기생벌을 카사바 경작지에 뿌리게 된다. 이 과정이 말로는 간단하지만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무엇보다 저 멀리 아프리카의 빈곤에 그 누구도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 다행히 바사바가루깍지벌레 방제 작업에 참여한 300명의 연구진 덕분에 수백만 명이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카사바는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작물이라고 저자는 이어서 설명한다. 온난화에 따라, 점점 작물이 가능한 지역은 줄어든다. 따라서, 뜨겁고 건조한 기후에서도 자라는 작물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카사바가 바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고 덥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인 것이다. 

재미있지만 위험한 사실은, 작물들은 천적을 피해 이동했지만, 영원히 천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충과 병원체가 따라잡고 만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해충이나 병원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한 국가나 지역, 단체를 해치려고 할 때 인위적으로 퍼뜨리기도 한다. 이것도 큰 위험이자 재앙이다. 책에는 브라질의 카카오나무 사례를 이야기한다. 브라질에서 빗자루병이 갑자기 발병해 카카오나무가 감염되었다. 그리고 카카오경작계획집행위원회(CEPLAC)는 카카오나무의 생산과 회복을 지원하는 단체인데, 이들이 제시한 대책들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나아가, CEPLAC은 농부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지도 않고 대형 은행으로부터 고금리의 대출을 받도록 했다. 이 결과로, 브라질 바이아의 카카오 생산량은 75퍼센트 감소하게 되었다. 결국, 브라질은 세계 2위의 초콜릿 생산국에서 4년 만에 초콜릿 순수입국이 되었고 지금도 같은 처지이다. 

연방 경찰은 이 재난의 원인을 찾으려고 수사하였다.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빗자루병이 자연적으로 발병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이대로 미스터리로 남겨지는 듯했으나 10년도 더 지난 2006년 놀라운 반전이 발생한다. 바로, 자신이 빗자루병을 퍼뜨린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자백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를 비롯한 범인들은 바로 CEPLAC의 기술자였다. 그들은 토지와 부의 재분배를 옹호하며 카카오 귀족의 권력에 반대하는 목적을 가지고 빗자루병을 퍼뜨린 것이었다. 그저, 감염된 가지를 카카오나무와 접촉시키면 끝이었다. 너무나 쉽게 퍼뜨릴 수 있다. 

저자는 농업 생태학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병균과 해충으로 작물이 피해를 입을 경우, 바로 병균과 해충의 천적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보호해야 한다. 이때 작물과 다른 종 간의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농업 생태학이다. 살충제는 일단 비싸기도 하고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추천할만한 것이 못 된다. 자연의 생존력은 위대해서 살충제에 대한 면역력이 금방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더 강력하고 독한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따라서, 농업 생태학을 통한 작물 보호가 더 중요하다. 

어느 지역에 어떤 종이 있는지 파악하고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사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저자는 생명의 계층을 나타내는 지도를 그럴려면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와 대학원생 수만 명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종자 연구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빌로프이다. 바빌로프는 종자를 모으고 보전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확신했다. 이 모아놓은 종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배종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병충해나 균류에 저항성이 있는 특정 품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체 과제를 500년으로 보고 그중 100년을 자신이 맡겠다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헌신적이고 위대한 생각인가. 자신이 그 열매를 따 먹지 못하더라도 그는 개의치 않고 씨앗을 뿌리는데 전 인생을 바친 것이다. 이런 이들의 헌신 위에 문명은 발전한다. 

바빌로프 뿐만이 아니다. 바빌로프의 종자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 종자 보관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으로부터 보관소를 지켜야 했다. 보관소가 있는 지역의 시민들을 비롯하여, 쥐들로부터도 식량을 지켜야 했다. 종자가 곧 식량이기 때문이었다. 쥐로부터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와 종이 용기를 금속 용기로 바꾸었다. 독일의 봉쇄로 인해 900일 동안, 150만 명의 러시아인이 목숨을 잃었다.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보관소를 지키는 연구원들도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바로 옆에 벼 품종(쌀)이 있었는데 보관소 직원들은 결코 이를 탐내지 않았다. 결국 쌀 포대 옆에서 여러 직원들이 죽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자신이의 목숨과 바빌로프의 종자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을 때 그들은 모두 종자를 선택했다. 그들은 미래 세대를 살리기 위해 죽었다. 그들은 지식과 식물의 대성당을 짓는다는 원대한 계획을 품었으며, 그 유산이 후대에 전해지기를 바랐다." 

바빌로프도 나중에 러시아의 교도소에 수감된다. 거기서 그는 다른 수감자들에게 식물학 강의를 하며 '전 세계 농업의 역사'라는 책도 집필했다.  

다음으로 녹색혁명을 이끈 볼로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볼로그 전까지는 겨울밀을 비롯한 농사용 종자는 발아 전에 동면해야 한다는 종자생물학의 기본 법칙이 있었다. 즉, 1년에 한 번 재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 위한 육종이 1년에 한 번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만큼 신품종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볼로그는 한 해에 두 번의 재배에 성공한다. 즉, 2배 빠른 속도로 새로운 품종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볼로그는 새로운 신품종 밀을 만들어 멕시코에 보급하고 밀 생산량이 4배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한 해에 두 번이 아니라, 나라를 옮겨가며 5-6번의 세대를 번식시키게 되고 이렇게 탄생한 품종은 저항력이 더 커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볼로그가 5년 만에 일으킨 밀품종 변화는 지난 수천 년간의 변화와 맞먹는다'라고 설명한다.  

나아가, 볼로그는 키 작은 일본 밀과 다수확 밀을 교배하여 생산성을 더 높이고 녹병에 저항력이 있는 품종을 개발한다. 이 품종의 개발로 멕시코의 밀 생산량은 1965년에 1945년 대비 10배나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야생 밀에 비하면 60배나 소출이 급증한 것이다. 말 그대로 녹색혁명인 것이다. 이 공로로 볼로그는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다. 

문제는 녹색혁명으로 인해, 생산성이 높은 단일 품종의 대규모 농작을 하게 되고 비료와 살충제, 제초제도 함께 쓰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미국식 농업자본주의에 물든 새로운 생태가 조성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로 인해, 농사를 짓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 종자를 구매하고 상업적 설비를 구축하고 비료와 살충제를 구매할 수 있는 농부들만 농작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는 해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내성이 생기는 해충들이 나타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점이다. 그럼 농부들은 더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써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농부들은 종자와 제초제, 살충제를 파는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몬센토같은 회사들 말이다. 

동시에, 천연 살충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천연 살충제는 유기농 농장에도 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티균이다. 이런 천연 살충제를 제대로 만들게 되면 농업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나아가, 세균 유전자를 작물에 심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언급한다. 그리고 몬센토가 비티 독성 유전자를 작물에 주입하는데 성공했다고 언급한다.  

책에서 녹색혁명의 방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론상 녹색혁명은 생태와 진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작지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품종을 지배하는 현대의 집약적 논은 품종의 수가 적은 논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다. 어떤 품종이 특정 병원체에 취약하더라도, 저항력이 있는 다른 품종들과 함께 있으면 병원체의 공격을 덜 받는다. 다양성의 단점은 경작이 힘들다는 것이다." 

 

헨리포드의 이야기도 언급한다. 헨리포드는 아시아에 의존하지 않고 고무를 직접 재배하고 싶었다. 그래서 브라질 우림 지대 바깥에 거대 농장을 지으려고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농장의 인구가 1만 2,000명까지 증가할 정도로 대규모의 농장이었다. 그러나 헨리포드는 자연의 힘을 간과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고무나무에게 최악의 병원체인 잎마름병균 때문이었다. 특히, 잎마름병균은 나무가 다 자랄 때까지는 발병하지 않고 나무가 빽빽한 곳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힌다. 결국, 포드는 두 손을 들게 된다.  

세계2차대전 중 고무나무 수입이 안되자 미국은 합성고무 개발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합성고무로 전쟁에 필요한 모든 비행기, 자동차 등에 타이어를 장착할 만큼 산업으로 탄생시킨다. 그러나 합성고무는 천연고무만큼 질기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즉, 여전히 천연고무를 대체할만한 재료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잎마름병은 여전히 고무나무를 위협하고 있다.  

저자가 갑자기 식량을 이야기하다 고무나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야생에서 다양한 고무나무 종자를 확보하여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 등을 통해 잎마름병에 대한 대응을 미리 하지 않으면 고무 부족 사태가 한순간에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카오가 그랬듯이 고무나무도 전염된 고무나무로 쉽게 전염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 악의적인 의도로 쉽게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감염된 잎만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국제연합은 잎마름병을 생물학 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야생에서 오랜 세월 동안 돌연변이를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종자를 구할 수 있다. 기후가 바뀌고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날수록 야생의 다양한 종자는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야생을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경작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면적의 야생이 사라지고 있다. 야생이 없으면 종자 보존도 안되고 우리 식량을 위협하는 해충들의 천적을 찾는 생태도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결국, 야생은 마지막 보류라고 할 수 있고 완충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야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종자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국제 종자은행의 토대를 마련한 캐리 파울러의 이야기도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후원을 받아 노르웨이 스발바르라는 군도에 국제종자저장소(Doomsday seed vault)를 설립하게 된다. 이 저장소에는 50만 종의 종자 샘플이 모여 있고 이는 세계 식량 종자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몬센토 같은 회사들은 종자은행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수익 창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유전자 변형 작물의 가장 큰 위험은 건강도 아니고 환경도 아닌 바로 해충과 병원체로부터 벗어나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유전자 변형 작물은 농업의 단순화를 유발했고 다양성의 감소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작물 등장 이후, 우리는 몇 개의 작물에 주식을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다양성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미래에는 거대 농산업 회사들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는 해충과 병원체, 기후에 대한 대응을 대부분 공공 기관에서 처리했는데, 농산업 회사와 경제체제가 부상하면서 식물 육종, 식물병리학, 등의 공공 연구 자금이 꾸준히 줄었다는 점이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 관심과 자금이 없으면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문제에 대처할 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크나큰 위험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원래 제목인 Never out of season(언제나 제철)은 현시점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바로, 편향된 우리의 입맛이 산업적 작물 생산과 맞물려 다양성이 사라지고 단일한 주요 작물을 재배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식량이 풍부하니 종자가 단일화되고 제철이 없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내재된 위험을 함께 공감하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큰 피해를 입고 인류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저자는 희망적인 대안을 보여주며 책을 마무리한다. 희망 중 하나는 땅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휴스와 살라테는 플랜트 빌리지(www.plantvillage.org)를 만들어 식물 병원체와 해충에 대한 자료를 올려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바나나 페이지에 가면 바나나와 관련된 병원체와 해충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랜트 빌리지는 자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농부들이 직접 사진과 글을 올릴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농민들이 파수꾼이 되어 자신의 밭에서 발견한 각종 병원체와 해충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이미지를 식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까지 만들었다. 테스트에서 작물 14종에 대해서 식물 사진만 가지고도 26종의 병원체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준비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녹색혁명과 농산업 회사들로 인해 작물은 단일화되고 병충해의 위험은 더 커졌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새로운 병충해나 기후의 변화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것을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자들도 거의 없다. 개인이 힘을 모으고 자료를 모으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자발적 네트워크와 플랫폼이 대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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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2018-07-1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쓴 리뷰 중에서는 상당히 긴 글이 되었네요
네이버 블로그에는 3개의 글로 나눠서 올릴 계획인데, 여기는 한 번에 올렸습니다^^
https://blog.naver.com/wjlee984/221320861707

나와같다면 2018-07-1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과불식 碩果不食
씨과일은 먹지 않는다.

씨과일은 무조건 남겨야 하는 것입니다
때론 힘들 수도, 아플 수도 있지만
후대에 남겨줘야 합니다

석과불식.. 고 신영복님 생각이 납니다

데굴데굴 2018-07-19 15:4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말씀하신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책이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