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균의 종말>은 전투기 조종석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한다. 처음에 전투기 조종석은 조종사들의 평균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여 만들어졌다. 그런데 전투기 사고가 조종석이 실제 조종사들의 신체와 맞지 않아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렇다면 과연 평균 사이즈와 실제 조종사들은 얼마나 오차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조종사 4,063명 중에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오류를 공군은 수용하고 조종석을 개개인 조종사에게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지금은 모든 자동차에서 사용하고 있는 조절 가능한 시트이다.  

우리는 쉽게 평균을 이야기한다. 마치 평균에 모든 것이 녹아 내려져 있고 평균으로 하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실상, 평균은 평균일 뿐 실재의 다양성을 제대로, 아니 하나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심지어 "평균이라는 이런 측정 방식이 거의 언제나 틀리다"라고 말한다. 

물론 평균이 아무 쓸데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두 그룹을 비교할 때 각 그룹의 평균을 비교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다만, 개개인과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 평균이 쓸모없다고 덧붙인다. 쓸모없을 뿐 아니라 허위 정보를 제공해서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바로 평균의 피해자라고 말한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5년 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되었다. 

학교에서 한 학생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체 평균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회사 지원자도 마찬가지다. 개인을 평가할 때 그룹의 평균과 비교하는 것이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했던 방식이다. 

이렇게 평균이 깊숙이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평균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시작은 바로 케틀레라는 인물이다. 그는 닥치는 대로 평균을 낸다. 평균 출산, 평균 사망 연령 등등. 사람들은 케틀레가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들을 밝혀냈다고 천재로 치켜세우며 평균의 시대를 열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골턴은 평균을 중심으로 계층의 개념을 더한다. 평균보다 우월한 계층과 평균보다 떨어지는 계층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이 우월한 계층은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의미를 붙인 것이다.  

케틀레는 평균에 가까울수록 정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벗어나면 오류라고 생각한 반면 돌턴은 오류를 계층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결국 케틀레의 평균 개념과 골턴의 계층 개념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평균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이 두 명에 더하여 프레더릭 윈슬로 테일러를 거치며 전 세계의 기업과 학교의 평가 기준에 평균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테일러는 평균을 활용하여 산업 공정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통해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표준화 작업에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필요가 없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 

미국의 교육은 이 테일러주의에 의해 표준화되고 정비된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을 각각이 지닌 재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닌 평균적 학생으로 다루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손다이크는 골턴의 개념을 도입하여 학생들을 계층화했다. 즉, 우등생과 열등생 개념이 시작된 것이다. 

내가 중학교 때 심화반이라고 해서 별도로 운영되었는데, 그 뿌리가 바로 손다이크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심화반은 더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는 식으로 맞춤식 교육이어서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계층 구분을 통한 상위 학생들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균 및 표준화 개념을 도입하여 생산성이 늘어나고 경제가 발전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 과정에서 빈곤이 해결된 부분도 어느 정도 있다. 즉,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재조명이 필요하고 보완이 필요한 것이다. 개개인인성이 사라지고 부품으로 취급당하며 많은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현실 때문이다.  

평균과 개개인성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평균의 시대를 특징짓는 2가지 가정은 무엇인가?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개개인은 오류라는 케틀레의 신념과 한 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골턴의 신념이다. 그러면 이번엔 개개인의 과학이 내세우는 주된 가정은 뭘까? 개개인성이 중요하다는 신념이다. 즉 개개인은 오류가 아니며 개개인을(재능, 지능, 인성, 성격 같은)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단 하나의 점수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전자는 종합 후 분석으로 접근하고 후자는 분석 후 종합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개개인 접근을 통한 발견이 평균에 의존하는 발견 결과에 비해 차원이 뛰어나다고 언급하며 여러 사례를 이야기한다. 물론, 개개인 접근 방식은 방대한 양의 자료가 요구되고 자료를 수집하고 처리할 도구도 필요하다.  

개개인성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원칙 3가지를 이야기하는데 바로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다. 들쭉날쭉의 원칙은 인간의 중요한 특성과 재능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이 요소들은 서로 관련성이 낮다는 것이다. 하나를 잘하면 나머지도 다 잘할 것 같아 보이지만 지적 능력들은 서로 별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시험 점수 하나로는 절대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맥락의 원칙은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과 따로 떼어서 설명되거나 예측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은 원래 그렇다'라거나 그런 '본질적 기질'이 있다는 방식은 잘못되었다 말한다. 상황과 맥락에 따른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향성이나 외향성 뿐만 아니라 친절이나 성실 같은 것도 마찬가지로 맥락에 따라 변한다는 연구 결과이다. 도덕적 행동도 외부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를 신경 과민이라거나 공격적이라거나 쌀쌀맞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때마다 그것이 하나의 특정한 맥락에서만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어떤 직장 동료가 이런저런 맥락에서 아무리 봐도 '까탈스러운 사람 같아 보이더라도 회사 밖에서는 의리 있는 친구이자 자상한 언니이자 정겨운 이모일지 모른다. 또 그 점을 알고 나면 그 직장 동료를 함부로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경로의 원칙은 한 마디로 인간의 발달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가 없다는 것이다. 즉, 개개인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길마다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경로의 원칙은 학습 속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흔히, 학습 속도가 빠르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이 둘이 관련이 없다면? 또한 한 과목에서도 챕터에 따라 학습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즉 개인에 따라 그리고 같은 과목이라도 학습 내용에 따라 학습 속도는 천치 만별이라는 것이다.  

개개인성은 우리 모두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평균이란 잣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나의 존재 그 자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저 사람은 저 방식으로 저렇게 성공했으니 나도 똑같이 따라가야겠다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저자는 '새로운 길에 도전해 미답의 방향으로 나서보라'라고 도전한다. 

저자는 개개인성을 기준으로 직원을 바라보는 회사 벰부라는 회사와 이 회사가 세운 조호대학교를 소개한다. 당연히 실적 평가, 실적표, 직원 등급 평가 같은 것이 없다. 관리자는 문제 있어 보이는 팀원이 생기면 즉시 일대일로 면담을 하고 도움을 준다.  

개개인 중심 기업은 혁신이 빈번하고 유기적으로 일어난다. 직원은 주체적으로 일을 감당하게 된다. 자율권도 가지게 되어 더 행복하고 책임감 있게 일한다. 창의력도 더 풍부해진다. 개인도 행복해지고 회사도 더 잘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교육이 평균주의 구조에서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 다음 3가지 개념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저자는 이어서 중요한 포인트를 하나 더 이야기하는데 바로 교육 시스템의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용주들이 요구하지 않는 이상 대학들이 바뀔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개인성은 평등한 기회를 주기 위한 평등한 맞춤이다. 개인의 능력과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며 계발하도록 도와줌으로 인해 숨어 있던 인재들이 발굴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틀림없이 바뀔 것이다. 평균의 종말과 개개인성에 대한 관심은 바로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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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8-06-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데굴데굴 님.

의견이 있어 댓글로 남깁니다. 예전 라디오 토론에서 학부모 대표가 이런 주장을 하더군요. ; ‘실력과 잠재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나는 모른다. 어째든 학교의 책임이다.

제가 알고 있는 (학교 관계자의 이야기에 근거해서 얻는) 지식으로는 학교도 실력을 평가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실력의 근사치로 성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라는 것이 (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책에 그 방법이 나와 있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데굴데굴 2018-06-28 16:4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다시 책을 찾아보았네요.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점수가 아닌 자격증을 부여하자는 것인데요. 즉, 시험 점수는 큰 의미가 없다는 거죠. 그 학생의 실력을 평가하는데에.

대신에, 자바 프로그래밍 자격증, 제1차 세계대전사 자격증 등의 자격증을 시험을 통해서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커리큘럼에 참석해서 수업을 듣게 되면 수여하자는 거죠.

그리고 기업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수료한 학생들을 채용하는거죠. 자격증이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역량과 실력이 갖추어졌다고 보는겁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이고 현실성 전혀 없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긴한데, 하여간 그렇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무크나 현재 이루어지는 특정 대학의 수료증 부여를 봤을 때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고해서 일류대학이 완전히 대체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긴합니다. 이 부분은 <로봇의 부상>에도 살짝 언급되어 있습니다.

데굴데굴 2018-06-28 16:44   좋아요 1 | URL

덧붙이자면, 이 책의 저자는 실력과 잠재성을 평가하기에 시험 성적은 적합하지도 않고 오히려 왜곡시켜 잠재력이 있는 아이들의 기회까지도 뺏어버리기 때문에 성적을 대신할만한 평가가 없다하더라도 차라리 평가를 하지 않을지언정, 시험을 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마립간 2018-06-29 10:38   좋아요 0 | URL
(한나라당 정치인) 이준석 씨에 의하면 하바드에 입학생에 입학 성적이 현저히 떨어짐에 합격하여 입학을 좋은 성적을 낸 학생이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잠재적 능력을 본 것이죠. 하지만 이런 일이 한국에서 있었다면 당장 학사 비리로 고발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가난한 가정의 학생의 성적이 좋으나 부유한 집에 학생에게 잠재적 능력을 보인다면 더욱더 잠재적 능력에 의한 입학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치룬 대학 입학 시험은 학력 고사였지만, 이전의 수학능력 자격 시험인 예비고사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변경된 것이고, 지금은 다시 자격 시험격인 수능 (수학 능력 시험)으로 바뀌었지만 크게 달라 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10명의 수험생이 있고, 10명 모두 자격 시험을 통과하여 수학 능력은 있지만 입학 정원이 2명이라면, 누군가 붙고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기에 ‘줄세우기‘는 존재하게 됩니다.

데굴데굴 님의 의견에 대한 반론이기보다^^ 책 내용에 대한 반론입니다.

‘무크‘나 ‘특정 대학의 ‘수료증‘이 성적과 실력의 모순을 (해결하지는 못해도) 완화할 수 있다는 말씀에 대해 우리 사회에 대해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데굴데굴 2018-06-29 11:20   좋아요 0 | URL
그게 진짜 어려운 부분 같긴 합니다. 줄 세우지 않고 어떻게 뽑을 것인가. 정량적 평가를 하지 않게 되면 오히려 더 주관적 요소가 권력의 개입으로 흙탕물이 될 것 같기도하네요.

확실히, 비판하고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