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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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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나'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것은 일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입니다. 사실을 그대로 적어 보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창작의 글도 아니면서 어렴풋하게 '나'라고 해둔 인물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과 생각을 조금씩 심어놓아보곤 하는 글입니다. 전지적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 말하는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려져 있을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미스터리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나'라는 인물의 독선적인 생각들이 주제의식을 만들어 내고 이야기속에서 사건을 만들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 점이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특히 혼자 놀때 그런 글을 쓰면서 놀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미나토 가나에의 글은 그런 재미가 느껴집니다. 그녀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무어라 확답을 내리진 못하겠습니다만, 일단 그녀의 글에선 '나'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그런 인물들마다 마치 살아 숨쉬고 있는 듯한 개성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설속의 인물들이 '나는...' 이라고 조곤조곤 뱉어내는 말에서 그 인물의 생각과 성격,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모습들까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물을 만들어내는데 정말로 탁월한 능력을 보입니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인물들은 가나에가 굉장히 아끼는 '나'라고 여겨집니다. 절대로 소설속의 '나'는 갑자기 쉽게 툭 튀어나온 무엇인가가 아닐 것입니다. 남들이 부탁하니까 마지못해 귀한 물건을 꺼내듯 어렵사리 꺼내어 다듬고 다듬어 공들여 만들어낸 미나토 가내 수공업의 완성품일 것입니다.



    『N을 위하여』는 N으로 추정할 수 있는 4명의 인물이 나옵니다. 소설은 5장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1장은 사건의 개요와 네 인물의 진술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나머지 장에서는 각각의 N이 알고 있는 선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쓴 전개를 보입니다. 이 인물들에게서 '나'라는 시점 이동이 발생하는데 이런 장치의 서술로 미스터리했던 사건의 진실이 점점 또렷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알아차렸을 때 우리는 우리의 심장이 내는 작은 울림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글은 어디선가에서 본 듯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순순히 고백하자면, 가나에의 데뷔작이었던 『고백』과 그녀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었던 형태입니다.



   『고백』은 굉장히 빠른 전개를 보인 소설로 파격적이고 당돌했던 모습에 감탄해가며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고백』은 모래위에 잘 세워진 삼각의 피라미드처럼 안정적인 모양을 이룬 글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형태의 소설인 『N을 위하여』을 보고 있으니 가나에의 글이 보이는 단점이 조금씩 눈에 들어옵니다. 가나에가 만들어 놓은 인물들 속에서 가끔씩 가나에 본인이 나와서 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부분이 너무 격양되어 있고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열의를 갖고 성심성의껏 만들어낸 인물이기에 그런 흥분된 자기가 그대로 인물들에게서 드러났다는 점이 충분히 이해할만한 부분이지만, 약간의 중립을 지켜가며 안정적인 글을 쓰는 것이 이런 형태의 소설을 계속해서 쓸 수 있게 하는 꾸준함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모래위에 안전하게 무언가를 세워 두려할 때 삼각형이 아니라면 우리는 괜한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별 시답잖은 쓴소리를 조금 했지만, 이렇게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 소설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끼고 있다는 제 나름의 새침한 표현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앞으로 가나에가 발표할 소설들의 서술적인 형식의 모양새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저는 계속해서 그녀의 소설을 찾아 읽어볼 것 같습니다. 각 인물들이 하는 혼잣말이 많아서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뿌연 느낌이 때문에 계속해서 안경을 닦아가며 소설을 읽어야 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미스터리 소설에서 씹는 느낌이 나게끔하는 글쓰기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나토 가나에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진 각 인물들의 속사정.

사실은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미스터리한 미스터리.



    끝으로 『N을 위하여』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란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달콤쌉싸름한 이야기입니다. 쓰르라미 우는 어느 여름날, 학교 건물 모퉁이 뒤에 숨어서 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정신이 아련해질 때 그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그 사람이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소리로 그 사람을 응원하는 소극적인 감정이 전해집니다. 남몰래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고, 그래서 자신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것이라는 소극적인 자기합리화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결국 그 사람이 잘 되어서 자신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갔다면, 그건 바로 자신의 기도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그걸로 됐다며 만족하고, 또 그런 상태의 애뜻한 감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느낌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랑의 감정이 꼭 달달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나'만 알고 있는 사랑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사랑은 그 어떠한 행위의 이유가 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상대의 상처를 핥아주다간 완전히 '새'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오븐 속에 들어있는 모이를 먹기 위해 그곳으로 기어 들어가며 '이것이 사랑입니까'라고 묻고서 사랑을 어떻게든 증명해 보이고 싶어한 '작열하는 새'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간의 존재 의의는 무의 상태에서 뭔가를 창조해 내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것들에 둘러싸여 있고, 주위 사람들은 그걸 축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거야말로 더할 수 없는 불행이 아닐까.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창조해 내고 싶다고 간절히 원해 보지 않은 인간이 어떻게 소설을 쓴단 말인가. 한여름의 무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알지 못하는 인간이 사계절을 묘사할 수 있는가. 마음 깊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모르는 인간이 질투나 증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선 나 자신을 무의 상태로 되돌리고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32쪽)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아니, 내가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것뿐일까. 그녀의 방에 단둘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가슴이 두근그려,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장기판을 펼쳤다. (94쪽)



    소설의 주인공을 작가와 동일시하며 읽는 것만큼 어리석은 해석도 없을 것이다. (125쪽)



    (…) 궁극의 사랑이란? (…) 죄의 공유. (154쪽)



    문학의 세계가 필요 없는 게 아니다. 가공의 세계에 빠져들 만큼 마음이 한가롭지 않을 뿐이다. 책을 읽어 본들 배는 불러지지 않는다. 눈앞에 책 더미가 쌓여 있다 한들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냉장고 안에 먹을거리가 충분했으면 좋겠다. (216쪽)



    행위와 이유는 어떤 경우에도 한 쌍인 것일까.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대해 뒤늦게 이유를 늘어놓아 봐야 사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동기다, 경위다, 이유다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일까.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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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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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중학교 정문 앞의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의 절단된 머리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잘린 머리의 입 안에는 "경찰 여러분, 나를 좀 멈춰줘.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어 죽겠어." 라는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후 이 살인자는 계속되는 살인행각과 함께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살인을 즐길 수 있다. 내가 일부러 세상의 주목을 모으는 것은, 지금까지 그리고 이제부터 투명한 존재로 있을 나를, 적어도 당신들의 공상에서만이라도 존재하는 인간으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다."라는 성명을 신문사를 통해 발표합니다.



    마치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 일은 실제로 1997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 스마구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의 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신기하게도 정말 마치 한 편의 소설과 같이 생생한 모습을 하고서 우리를 묘한 곳으로 인도하는 듯합니다. 소설처럼 살기를 바랬던 제 자신이 이토록 흉흉한 세상 안에서 실제로 살고 있구나를 느끼며 순간 공포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자신을 '투명한 존재'라고 말했던 이 범인의 서글프고 아픈 문장을 바라보고 동정하는 마음,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결국 자신을 '사카키바라'라고 불러주길 바랬던 이 사건의 범인은 14살의 소년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말세'라는 말은 인류가 기억할 수 있는 역사의 가장 오래된 곳에서부터 끊임없이 우리 곁에 맴돌고 있었던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진정한 말세는 바로 지금이다. 이 징조는 세상이 망해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농업의 발전, 과학의 발전, 의학의 발전을 이루며 지금 현재의 인류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번영을 누리고 풍요로운 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이츠키 히로유키는 실제로 우리는 가장 빈곤한 시대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연쇄 살인사건 뿐만 아니라 옴진리교 테러사건과 같은 흉흉한 사건이 연일 터지는 이 세상이, 그리고 고베 지진의 사상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이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말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란 것이 무의미해진 세상입니다. 우리는 10년 뒤, 혹은 2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고, 꿈꿀 수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이 일, 그리고 현재 다니고 있는 이 회사가 내일 당장 사라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미래를 예상하고 계획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미래에 대한 꿈을 품으며 은행에 저축해온 돈이 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TV의 올림픽 중계 방송에서 '아쉽게도 은메달'이라는 해설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시대인 것입니다. 현재 갖고 있는 직업이 자신만의 일이라고 여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회사는 직원 한두 명쯤의 대체자를 손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투명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츠키 히로유키『타력』은 이토록 영혼이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격려'가 아닌 '위로'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말없이 옆에서 그저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줄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따뜻한 감동이 물결치는 뜬구름 잡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무엇보다 또렷해서 이것은 이것이라고 단언하듯 말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낮은 곳에서 이 글을 '모범'으로 여기지 말고 '견본'으로 봐달라는 어조로 겸손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웃음을 유지하며 사람을 벨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사와 같은 모습의 글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0장의 이야기 속에서 모두 다 한듯해 보입니다. 결국 판단과 결정은 우리의 몫이지만 말입니다.



    책은 굉장히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호넨, 신란, 렌조라는 일본 불교 사상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그들의 말 속에서 현재를 살아갈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 중하나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타력'이란 것입니다. 우리를 이끄는 각종 힘들 중에서 '자력'이라는 어머니가 본인과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타력'이라는 아이를 그녀 안에 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를 너무 밀어붙이지 말라고 하며, 세상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조금 더 넓게 보라는 말을 합니다. 딱히 콕 찝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말입니다. 이 책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는 제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려운 이야기들인지라 저는 그런 이야기였다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렇게 저자가 전혀 의도치 않았던 깨달음을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얻어가는 것, 이것도 일종의 타력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게 자기책임인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하고, 의욕조차 생기게 해주지 않을 때도 있는가 하면, 또 생각지도 못한 용기와 투지를 가져다줄 때도 있습니다.

    만일 언젠가는 '타력의 바람'이 불 거라고 믿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그 사람에게 타력이 찾아오고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도저히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도 우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계에 영원히 바람이 불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6쪽)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나 이외의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커다란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자기 혼자 힘으로 했다는 생각은 얕은 생각으로, 그 밖의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내 운명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운명론도 아니고 숙명론도 아닙니다. 사람은 그것을 알 때 자기를 초월한 커다란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85쪽)



    크게 웃고 크게 울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감정의 자유로운 진폭인 것입니다. 깊이 절망하는 인간만이 희망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지독하게 고민하고 지독하게 번민하는 인간만이 진정한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120쪽)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이익공여 사건은 사회적인 범죄입니다. 책임자에게는 공공의 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매스컴은 죽음을 통해 쉽게 용서해주는 식의 논조를 보입니다.

    '주인님' 의식의 안일함 속에서 언제까지고 응석을 부리고 있을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164쪽)



    소설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확실히 발언해야 합니다. 혼돈의 세계에 직면한 사실을 얼버무리며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하는 등의 기묘한 말을 하지 말고, 삶과 죽음의 큰 스토리를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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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 임윤택 에세이
임윤택 지음 / 해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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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봐도 이 글은 크롱이 쓴 글이다." 

    최근들어 책에 대한 감상글을 꽤 많이 남겨 놓으면서부터 생긴 목표나 희망, 꿈, 기타등등의 좋은 이야기를 다 끌어다 모아서 아무튼, 뭔가 하고자 하는 마음과 품고 있는 생각 중의 하나가 바로 앞에서 말한 그런 글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누가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독특함이 묻어난 책에 대한 감상글을 쓰고 싶습니다.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 저절로 흥에겨워 울랄라를 외칠 수 있는 글 말입니다. 기타 보도자료나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글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특이한 감상이어야 했습니다. 기왕에 좋아서 하는 일인데 좋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런 글을 쓰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직업의식을 갖고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배운 것이 없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이릅니다. 다른 전문가들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나 인물을 바라보고 그것을 해체조립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으며 개념적이고 현학적인 단어를 구사해가며 화려한 글을 쓸만한 능력마저 없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글을 쓰고야 맙니다. 그래도 가장 아마추어다운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다른 방향으로 책에 접근해서 이런저런 글을 써보지만, 그런 시도 역시 깊이있는 철학을 담아내지 못해 알맹이가 쏙 빠진 흉내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라 하더라도 멋진 글을 써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관련 블로그들을 살펴 다니보면 간혹 그런 분들의 글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글을 보면 세상에는 정말로 대단한 능력자들이 많이 숨어있구나를 느낍니다. 그들의 글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이 쓴 글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눈에 확 들어오며 살아서 숨쉬고 튀어오르듯 요동치고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글, 재미있으면서 속이 꽉 찬 글, 가짜가 아니라 '진짜'를 말하는 글인 것입니다.

 


 


    임윤택의 에세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는 그렇게 '진짜'가 되려 했던 자신을 이야기하는 글입니다. 책의 제목은 굉장히 훈육적인 내용을 담고서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아니된다는 말을 하고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닙니다. 매우 자유로운 형태로 아마추어가 쓴 수필입니다. 그래서 간혹 방향을 잃은 듯해 보이기도 하고 약간 중구난방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에 대해서도 고개를 조금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약간의 억지스러운 면이 보이기도 해 어중간한 느낌이 생겨납니다.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은 우리가 몰라서 그동안 몰랐던 것이지 꽤 오랫동안 댄스보컬 팀을 꾸려서 공연하고 있었던 실력파입니다. 이미 슈퍼스타K 무대에서 입증했듯이 임윤택 뿐만아니라 울랄라세션의 다른 멤버들의 실력은 이미 프로의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실력이 갑자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책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된 임윤택 자신이 생각하는 춤과 노래, 패션,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정신력을 말하며 슈퍼스타K 방송 전후에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수십만의 오디션프로그램 지원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저처럼 계절별로 한 벌씩의 옷을 입고 사는 패션의 'ㅍ'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방송연예쪽의 일에 촉이 있으며 그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읽으면 매우 좋을 책이란 생각을 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승자가 받고 있는 밝은 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꿈을 키우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법을 들려 주려는 마음이 전해진 이야기였습니다. 저자 임윤택은 작가 이외수를 멘토로 삼고 있다고 하는데, 임윤택 자신이 이 책을 통해 방송연예로 진출하려는 친구들에게 멘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모든 성공담이 그렇듯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충분히 예상가능한 내용입니다. 우리에겐 성공하기 위해 해야한다는 리스트를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그러한 방법들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마음의 움직임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막상 그 방법대로 해보는 것이 두렵고 망설여지며 확실한 무언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저하게 됩니다. 성공한 사람은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며 책을 쓸 수 있는 것이지만, 결국 똑같이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그들의 실패담을 갖고서 책을 낼 수 없으니 우리는 그들의 존재조자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망한 사람이 주목받는 일은 참으로 드문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에 이 글도 망했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뭔가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멋진 이야기를 해보려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생각처럼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에 이런 식의 '가짜' 글이 되고 말았으니, 울랄라 울라라, 울라.








    더 이상 남자가 바지 몇 개, 셔츠 몇 벌만 있으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138쪽)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가 있다. 아마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번번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큰 산 앞에서 숨 쉬기조차 버거울 만큼 고통스러울 때면 마음 깊숙이 간직해 둔 누군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의 멘토가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벅찬 현실 속에서 그저 내가 기댈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게 될 것이다. (199쪽)



    재능과 노력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이라는 명언을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타고난 재능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239쪽)



    원칙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난 지금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방송을 하는 것도, 치료를 받는 것도 모두 나와 나의 가족들, 그리고 멤버들과 한 약속이다. 난 그것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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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동물원 / 강태식 / 한겨레출판


처절한 경쟁 사회에서 상처받은 인간에 대한 존재의 이유란 무엇인가. 우리 안에 갇힌 동물로 전락해버린 우리 인간들에 대한 우울한 묘사와 시대의 슬픔을 구경하자.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계속해서 차오른다.









 가족 사냥 상, 하 / 덴도 아라타 / 북스피어


가족 내부에서 비롯된 상처에 대해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을 추리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적나라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사회구조에 의해 해체되어 가는 가족의 상처를 느껴보자. 비록 책 속에서 답은 구할 수 없을 지라도.






















 오레 오레 / 호시노 도모유키 / 은행나무


사소한 장난을 계기로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이 비현실적 설정은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스토리 전개를 바탕으로 읽는 이를 설득하고, 이에 더하여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인간 사이에서 사라진 신뢰와 배려 등 이 시대의 안타까운 모습을 영리하게 비판한다. 








 오토 픽션 / 가네하라 히토미 / 문학동네


남녀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적나라하게 밝힌 한 여자의 고백록. 파격적인 소재와 거칠 것 없는 표현으로 저자는 남녀간의 관계를 박력있게 말한다.편집자와의 결혼, 클럽과 노래방을 전전하는 일상, 폭행을 일삼는 남자친구와의 동거, 파친코에서 딴 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극빈 생활과 등교 거부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진 그녀의 실제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해 보인다. 자서전적 이야기, 그러니까 히토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의 나체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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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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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다작했던 작가였고, 그래서 세상에 남겨진 그의 작품이 많아서 인지, 처음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을 들었던 날로부터 아직 일 년의 시간이 채 흐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그의 작품을 20여 편정도 읽어 보았습니다. 단편과 장편을 포함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그의 작품이 훨씬 더 많이 있다는 데 놀라움을 느끼며 한편으론 경외심이 생겨납니다. 세이초 선생님,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들을 읽다보니 이제는 그가 어떠한 스타일의 글을 쓰는지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묘한 생각이 듭니다. 주제 넘은 소리일지 몰라도 이제는 눈을 감고서 그의 글을 읽어도 무언가―그것이 뭔지는 모르겠고 눈까지 감았지만―를 맞출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저기 저 멀리 건너편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는 어느 마담의 작은 손에 쥐어진 와인잔 속에 담긴 액체의 빛깔만 보더라도 그 와인은 로마네꽁띠라고 맞출 수 있을 정도의 감이라고나 할까요. 그의 작품을 읽다보니 별의별 희안한 능력이 다 생겨나는 듯합니다.

 

 



 

    《잠복》이라는 제목의 이번 단편집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최초로 썼다는 추리소설 「잠복」외에 7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모든 단편집이 그러하듯 긴 여운을 주며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 있는 반면에 그러하지 못한 작품도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 있었다하더라도 저에게 이 책은 세이초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한 포만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대단한 작가의 글은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흥분된 일인 것입니다.



    거장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해선 안된단 생각을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지 몰라도 장인이 한땀한땀 공들여 만들었다는 물건은 뜻밖의 일로 인해 그것이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불현듯 손에 들려져 있던 검이 눈부시게 빛을 냈고 그 순간 검이 주인과 한 몸이 되어서 스스로 바로 앞의 적들을 미친듯이 베어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면, 그 이야기에 나오는 검을 나중에 따로 조사를 해보니 엄청난 거장이 아주 오래전 공들여 직접 제작했다던 바로 그 전설의 검이었다고 하더라, 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일필휘지. 쾌도난마. 일도양단. 세이초의 글에서는 미친듯이 펜을 휘두르다 깔끔하게 베어낸 느낌의 세련된 마무리를 볼 수 있습니다.



    세련미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50년 전의 일본 사회이지만 소설의 이야기에서는 전혀 낡은 느낌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시대를 나타내는 몇몇 사물들의 모습이 언뜻 소설의 시대를 알아차리게 해주고 있긴 합니다만, 그런 것만 아니라면 매우 현대적인 느낌의 글이라 여겨집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술집 여성들은 물론 거의가 유카타를 입고서 끈 하나만 풀면 흐드러지게 내려앉을 벚꽃처럼 그대로 포개어질 것만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겠지만,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본다면 그런 시대적인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으로다가 검은 망사 스타킹에 가터벨트차림의 여성들이 눈 앞에서 아른거릴 정도입니다.



분명, 쉽게 쓴 단편들이 아니었겠지만.

이 정도의 단편을 뚝딱뚝딱 만들어 냈다는 것은 반칙이라 할 수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세이초의 소설은 은근히 에로티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로 부부간의 불륜과 치정에 의한 살인, 혹은 동반자살, 질투와 시기심, 여성의 인권 같은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중심엔 항상 젊은 유부녀가 등장합니다. 언뜻 보기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외모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꽤 미인축에 들 것이라는, 이 틀에 박힌 묘사를 받은 인물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물을 통해 만들어진 소설의 에로티즘은 독자에게 묘한 불안감을 만들어내게 하기 일쑤입니다. 스멀스멀 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신과 의심, 증거에 따른 확신, 그리고 결단과 행동. 세이초의 소설에선 이런 일련의 흐름에 따른 심리의 묘사가 매우 탁월합니다. 



    그래서 세이초의 미스터리 단편집 《잠복》은 재즈와 닮아 있습니다. 단편을 모아 두었으니 화려한 변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겠고, 이 단편집을 통해선 세이초만의 세련된 느낌의 선율을 들을 수 있으며 낮은 곳에서 크게 울려오는 불안과 같은 진동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거부할 수 없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마담이 한 손에는 립스틱 자국이 남겨진 와인잔을 들고, 다른 한 손에서는 피다만 담배 한 개피를 들고서 이쪽을 향해 연기를 품으며 무언가 눈짓을 보내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괜한 불안감에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지 눈만 마추졌을 뿐이고 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무언가 분명히 골치아픈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수상한 기운이 생겨납니다. 그녀는 은밀한 걸음으로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옵니다. 곧이어 함께 마시길 권하며 내게 건낼 와인잔에는 청산가리가 녹아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사다코에게 불이 붙었다는 것을 유키는 알 수 있었다. 저 지친 듯한, 정열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던 여자가 타오르고 있었다. 스무 살이나 연상에 인색하고 늘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남편과 세 의붓자식으로 엮인 가정에서, 여자는 지금 해방되어 있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매달리고 있다. (잠복, 84쪽)



    누워서 신문을 반복해서 읽고 있자니, 다이치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도 급기야 여기까지 떨어졌구나' 하는 서글픔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신문에 기사를 쓰든 지방의 작은 신문에 쓰든,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은 논리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투영, 142쪽)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굵은 목소리'라고 하면 너무 단순하다. 굵은 목소리에도 수천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런데 내가 '굵은 목소리'라고 대답하면, 듣는 사람은 어떤 고정된 유형을 만들어 버리지는 않을까? 그 점이 걱정된다. 예를 들어 '허스키한 굵은 목소리였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는 내 느낌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겠지만, '허스키한'이라고 할 만한 특징이 없을 때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감각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건 애초에 무리가 아닐까? (목소리, 207쪽)



    지친 아내에게 실증난 중년 남자가 자칫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품는 일이 많다고는 해도,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배신행위이다. 일본의 가족제도에서 남편이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가 이러한 이기적인 자의식을 낳았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러한 악습을 관대하게 보는 사고방식이 있는 듯하나,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 (일 년 반만 기다려, 316쪽)



    놀라는 내게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선생님, 오늘 밤은 저를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라고 했다. (카르네아데스의 널, 378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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