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6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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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한 파묵의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삼 대에 걸친 한 부유한 상인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터키의 역사, 문화, 정치, 사회적 갈등, 동서양의 간격, 혁명과 계몽, 인생의 의미 등의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그 세상 안에 속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 내면을 장악한 사고 등 세부적인 묘사와 다양한 접근으로 감각적인 소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소설? 맞아. 대단하긴 하지…….’



    특히 하나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등장인물의 속사정을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며, 미묘한 변화를 주는 느낌이 좋습니다. 무어라 확정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 시간에 따라, 그들의 처지에 따라,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따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그것은, 인생은 차갑기도 하지만 따뜻하기도 하다, 빠르기도 하지만 느리기도 하다, 라는 말처럼 모순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모순! 맞아. 인생은 모순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지. 내가! 내가 이 소설을 읽고서 무엇을 느꼈다고 이런 글을 쓰는 거지? 맞아, 모순이야. 이런 게 바로 모순이라고!’

 

 

    ‘그런데 나는 왜 갑자기 이런 생각들을 작은따옴표 안에 넣어 쓰고 있는 것일까.’ 소설 속의 인물, 특히 제브데트 씨의 둘째 아들과 그의 친구들 모두는 그들 내면에서 혁명을 외칩니다. 그런 혁명이 개인에 속한 문제든, 한 나라에 대한 문제든 모두가 변화를 꿈꾸고 미래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매번 토론을 할 때마다 의견 차이를 보이며 다툽니다. 동상이몽.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잖아. 다른 꿈이 아니라고!’ 그들이 말하는 혁명은 그것에 대한 열정과 감정의 온도, 그리고 신념과 지혜를 향한 이성의 예리함,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서 오는 방식의 차이를 보이며 그들을 항상 다투게 합니다. ‘그들은 왜 항상 그렇고, 우리는 왜 아직 이런 것일까.’

 

 

    그런데 다시 소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뒷이야기를 할 때, 이 친구들은 젊을 때 품었던 생각과 전혀 다른 인생의 궤도를 달리게 됩니다. ‘한 권의 소설로 여러 인생을 관찰한다는 것은 괜히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 삼 대에 걸친 인생들이 한 권의 소설에 들어가 버리다니……. 인생이 이토록 짧고 허무한 것이란 말인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이들의 인생이 말하고자 한 것은 그런 게 아니라…….’ 두 개의 평행한 선이 있다고 쳤을 때 한 직선에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나 작은 각도로 틀어졌다면 평행하던 선은 우주 너머의 한 지점에서 교차하게 될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행해 보일지라도 더 이상 평행하지 않은 궤도. ‘오늘 하루의 일은 미미할 정도로 작은 변화의 각이라 우리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 있을 테지만, 인생 전체를 두고 보면 오늘 하루의 일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란 것을 알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가 되어서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 맞아! 이미 인생은 궤도를 따라 한참을 달린 후일 테니까…….’

 

 

    ‘오늘 나는 조금 흥분하며 책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소설은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고민하게 하고 질문하게 합니다. 자신에게 속삭이는 마음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것은 가족과 일에 대한 이야기,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 삶과 미래, 목표,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수많은 질문이 있을지언정 명쾌한 해답은 없었어. 아니! 어쩌면 답은 있지만 내가 아직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몰라.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책에 있을 거야. 그런데 과연? 이 소설 안에 내가 원했던 답이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면 나는 왜 이 소설을 읽는 데 이토록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일까.’ 소설속의 인물들과 마찬가지 이런 고민들은 아마도 책을 읽는 우리 모두가 항상 하는 것일 겁니다.

 

 

    ‘이런 생각들만 머릿속에 가득 찬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인 척하고 싶기도 해. 지금 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부정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투덜거려야할 것 같아. 이 소설을 읽고서 소설에 대해 조롱하는 글을 쓴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나를 굉장히 무언가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 여기겠지.’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자신의 인생 궤도를 확실히 정하고 그 궤도에서 일부분 성공을 이루어 내겠다고 다짐한 소설 속 친구의 말, 만약 그렇지 않으면 자살해 버릴 것이라던 그 친구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돕니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궤도는 어디일까. 나는 언제까지 살다가 죽기를 다짐해야 할까. 액자 속 사진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제브데트 씨가 지금 내 옆에 있다면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 할까……. 아…….’ 하는 생각에 탄식의 한숨이 나옵니다.

 




 


    “그때는 뭔가를 믿거나 믿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도 생각지 않았지!”

    그러고는 흥분해서 덧붙였다.

    “하지만 넌……. 너도 알잖아. 한번 알게 되면 어쩔 수 없다는 거.” (59쪽)

 

 

    선로 부설 작업으로 번 돈으로 니샨타쉬에 땅을 사고, 다시 자신이 데리고 있는 기술자들과 함께 선로를 깔고, 또 땅을 샀다. 담배를 피우며 돌아다니던 노동자 하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다 선로를 까는 사람들을 보며 갑자기 “내 삶은 궤도를 이탈했어!”라고 말하고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그리고 돌아갔다. (76쪽)

 

 

    “당신이 말하는 공통된 견해라는 건 공통된 열정일 뿐이오. 우리의 차이에 대해 말하겠소. 당신은 혁명의 유일한 힘이 정부와 핵심 멤버라는 걸 이해 못했소. 시골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여 그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살게 하고, 그들에게 현대적 시설을 가져다주려는 게 당신 계획이오. 그건 모두가 바라는 바요. 하지만 당신은 단지 그것만을 바라고 있소. 당신은 다음과 같은 건 이해 못하오. 당장, 저절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이오. 우선 국가가 더 강력해져야 하고, 예전의 힘을 지켜야 하고, 바로 이 힘으로 전진하면서 장애물을 무너트려야 하는 거요. 국가가 먼저요! 터키에서는 국가가 고유한 위치에 있다는 걸 당신은 이해 못한 것 같소!” (184쪽)

 

 

    ‘나는 뭘 원하지? 내가 뭘 원하는지는 분명해! 그럼 다른 사람에게 그건 무슨 의미일까, 의미가 있을까? 단순해. 난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도 않고, 작은 걸로 만족하고 싶지도 않아.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나 새로운 물건, 새로운 집, 아이들, 가족에 만족하며 살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이런 것 대신 뭘 원하지? 나? 나! 난 늘 ’나, 나‘라고 하지. 추하다는 건 알고 있어. 나는…….’ 그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뭐가 되고 싶지 않은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뭐가 되고 싶은지는 모르지! 나는 젊어. 또 생각이 시작됐군! 그만해야지. 생각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괜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군!’ 그는 이런 생각과 술이 역겨워져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214쪽)

 

 

    “내일 뭐 할까? 그다음 날은 뭐 할까? 그리고 그 이후엔 또 뭐 할까.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린 뭘 할까?”

    “당신은 사무실에 나가잖아…….” (265쪽)

 

 

    내 삶에는 반드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난 명예롭게 살 것이다. 헤르 루돌프에게 썼던 똑같은 딜레마. 어둠과 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다. 살아 있기 때문에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낀다!

십 분 후. 아니다! 모든 게 바보 같다! 아무에게도 편지 따위는 쓰지 않겠다. 나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난 바보 천치니까. (3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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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5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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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 씻고 일하러 나갑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고 보통의 일을 합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라 하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입니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점심을 먹습니다. 커피도 한 잔 마십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오후의 업무를 시작합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다르다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일이 많아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듯하지만, 사실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로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균형 잡힌 느낌. 모든 것이 적당합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또 집으로 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을 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운동을 할 때도 있고, 책 읽을 때도 있고. 그러다 밤이 되면 침대로 가서 잠을 잡니다.

 



    모든 시대가 변화의 시대이고 위기의 시대입니다. 아마도 거의 모든 세대가 본인의 세대를 두고서 급변하는 시대이자 시대를 넘어가는 과도기라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급변’이란 단어는 꽤 오래전부터 자주 들었던 단어라 이제는 우리에게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변화란 것은 항상 급하게 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은 1900년대 초, 변화하는 터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제브데트 씨는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자신의 사업을 번창시켜서 가정을 꾸리고, 중산의 위치에서 조금 더 높은 곳을 향해 신분상승을 이뤄냅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 같은 인물.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를 살면서 적당한 조심성을 갖추고 이익을 위해선 약간의 복종도 괜찮다고 여기는 온정적 보수주의의 평범한 상인. 우리는 이러한 인물을 매사에 적절함을 강조하는 기회주의자로 볼 수 있지만, 아마도 당사자는 스스로를 합리화하여 합리주의자라 말할 것입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온정적 보수주의는 세상의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영향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랬고, 현재 우리들이 그러한 것처럼 위기의 시대 중간에 걸쳐있는 세대는 잔바람에도 이리저리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바람으로 인한 큰 일교차를 겪어야만 합니다. 가장 먼저 혼란을 느끼고, 가장 늦게 안정을 되찾고. 그러다 문득 그들은 그들이 서있을 땅이 좁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론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이상적인 무언가를 향한 혁명적 사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쯤은 책을 통해 충분히 배워 알고 있긴 합니다만, 일단은 스스로가 두 발을 디디고 서있을 한 평의 땅이 필요한 것입니다. 내 사업과 내 가족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생의 궤도는 그런 데서 생겨납니다.

 

 

    그렇다고 책을 통해 배운 대로 “세속적인 인생은 틀렸잖아요.” 라는 말을 섣불리 할 수도 없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 속에서 제브데트 씨를 비롯한 수많은 인물들은 평범하고 나약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삶 속에서 저는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균형과 불균형이 공존하는 삶. 어쩌면 부도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군상에게서까지 언뜻 발견한 얼굴들이 저에겐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내 삶 속에 들어와 있었던 것일까. 이제 와서 고민하고 생각해 봐야 무언가 충분히 납득할 만큼 이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그저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적당히 걸쳐 살며 평범한 일상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생의 추진력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 변하는 대로, 시간이 가면 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주체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변화란 것은 항상 외부에서 오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넌 이것 말고 다른 건 이해하지 못해! 내가 계몽이나 빛을 말할 때, 너의 이성은 반짝이는 돈밖에 떠올리지 못하지. 하지만 너의 그런 점이, 돈 이외의 것엔 가치를 두지 않는 점이 좋아. 그게 널 합리적으로 만드니까. 넌 이해 못해. 하지만 넌 약속했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난 내 아들이 상인의 집에서 자라길 바라는 거야. 상인의 집에서, 게다가 너의 빈손에서 시작한 상인의 집에서는 모든 게 계산에서 나오지. 계산이 있는 곳에는 이성이 있어, 두려움이 아니라.” (129쪽)

 

 

    ‘서로 뒤섞이고 있어. 두 가지 삶을 어떻게 분리하지?’ (153쪽)

 

 

    하지만 결국에는 불행해질 거요……. 타협을 해야 하거든. (389쪽)

 

 

    “너는 불행할 권리가 전혀 없어. 알아들어? 그럴 권리가 없다고! (…)” (402쪽)

 

 

    여기서 읽은 게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까? 매일 아침 내 인생을 바꾸고,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뭔가를 볼 거라는 희망을 품고 신문을 읽는다. 어쩌면 세계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떤 사건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건 내 인생을 바꿔 줄 어떤 사건이다. 나 자신에게서는 내 인생을 바꿀 힘을 찾을 수 없다. 내가 아는 건 이 집과 회사에서의 삶이 명예로운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고, 게으르고 추레하고 더럽고 편협하고 가련하다는 것이다. 나는 행복해야 한다고, 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무히틴은 말했다. 그의 말이 옳다!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달아오른다……. 하지만 부족한 게 있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걸 ‘균형감’이나 ‘조화’라고 하지만 그게 뭔지는 말할 수 없다. 무히틴이 “복에 겨웠군!”이라고 한 걸 생각하면 신경질이 난다……. 여기서 몸을 떨며 이런 걸 쓰고, 아침까지 어떤 책을 읽을지 생각한다. 어쩌면 외메르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겠지. (410쪽)

 

 

    ‘그에게는 신념이 있어. 그게 터무니없고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난 그런 신념을 지닌 사람에게 추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무히틴은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신념과 남자의 분노가 터무니없고 공허해 보여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왜 저렇게 흥분하지? 저렇게 흥분할 게 뭐가 있지?’ (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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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만화로 읽다 - 학교, 미술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술 이야기
장우진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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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 솔직히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처럼 아는 것이 없어서 보이지 않고, 그래서 어려운 것입니다. 보통 저처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어 놓은 듯한 회화, 말끔하게 잘 조각한 조각상,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을 보면 대단한 예술작품이라 말할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런 예술작품들이 기술적으로 대단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밖에 작품 안에는 모방과 창조, 암호와 의미, 상상과 관찰 등의 복잡한 의미와 과정을 동시에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술을 이해하려면 이런 것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책은 말합니다.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작품에 담긴 암호를 해독하여 의미를 읽는 것이라 합니다. 미술관 관람법이 따로 있다는 말은 미술의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을 따로 갖고서 미술을 감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말을 해봐야 어렵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술, 만화로 읽다』는 미술을 만화로 풀어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전공수업이 아니라 교양수업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이야기. 대형 마트 시식코너 같기도 하고, 홈쇼핑 체험단 같기도 한 이야기. 하지만 핵심적인 이야기에선 맥을 짚는 해설을 통해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빨간펜으로 밑줄을 긋고 시험에 나올 확률 100%를 외치며 별표를 100개 치듯이. 그래서 책을 읽으며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 미술관에 가서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면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책의 시작은, 어렸을 때 스케치북에 붓을 휘저으며 미술이라 여겼던 막연한 경험과 지식을 일목정연하게 정리합니다. 미술이 무엇이고, 미술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미술용어 정의가 끝나면 미술이 품고 있는 암호에 대해 예를 듭니다. 미술이 보인 어떤 원리와 착시, 도식과 양식, 형상, 기호 등을 설명합니다. 그러다 우리가 가장 어렵다고 여길, 미술 장르, 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끝으로 미술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흉포하고 난폭하여 우리를 물거나 해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짓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약간은 미술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미술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라 한다면 여전히 어물거리겠지만, 어어, 저거 거시기 거기서 본 거시기 한 그건데 말이야, 하는 정도로 아는 척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주 가볍게 미술에 대해 몸을 푼 느낌의 미술 준비운동. 한편, 이토록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주입된 미술에 대한 지식과 교육의 탓이 크다고 봅니다. 외우려 하지 않고 느끼려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미술을 만화책 보듯이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에 무엇을 기대할까요?

    (…)

    글자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이 좋아서였을까요. 지하철을 오가며 심심풀이로 읽을 가벼운 책을 찾고 있었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미술에 대해 알고 싶으나 다른 책들은 너무 어려워 보여서였을까요. 아니면 무슨 책이든 즐겨 읽는 당신은 독서광인가요? 혹시 신랄하고 획기적인 미술 이론을 기대하고 계신지도 모르지요. (7쪽)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시공을 초월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머릿속엔 이미 박물관 하나를 짓고도 남을 수많은 예술품이 존재한다. 우리는 누구나 ‘상상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51쪽)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단순히 이 그림이 고흐가 그린 것이고 그가 죽기 적전에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접한 순간 이 그림은 그의 불행했던 생애와 겹쳐지면서 격렬한 불안과 고독, 그리고 종말의 예감을 던져둔다. 하나의 지식은 새로운 정서의 지평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미 진부해질 정도로 많이 들어온 문장이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호소력이 있는 말이다. (56쪽)

 

 

    그것은 ‘본다는 것’자체가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물을 본다는 것, 혹은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빛에 의한 시각적 자극이 아닌 현재의 순간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의 순간을 경험하는 일은 결코 독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에 무수한 기억의 흔적들이 흘러들어 온다. 이 기억의 쇠사슬은 도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20쪽)

 

 

    결국 양식이란 우리 눈에 선입감을 만들어 미술가로 하여금 자기가 그릴 수 있는 확실한 모습만을 찾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술가는 자기가 보는 대로 그리기보다는 반대로 자기가 그리는 대로 본다고 할 수 있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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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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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공지영 작가의 25년 문학인생에 새겨놓은 흔적의 모음입니다. 앤솔로지. 고르고 고른 그녀의 책들. 그리고 그녀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했던 사고와 감정. 그것을 표현한 그녀의 단어와 문장. 그것을 다시 모아서 작고 예쁜 상자에 꾹꾹 눌러 담아 한 데 모아둔 책. 새로 구입한 예쁜 사진첩에다가 오래전 사진을 보기 좋게 정리해 꽂아놓은 책.


 

    그동안 많은 책을 발표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가인 만큼 그녀의 책에서 듬성듬성하게 발췌한 글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녀의 글은 사랑, 아픔, 슬픔, 여자와 엄마, 세상, 사회, 꿈, 여러 생각과 풍경 등을 이야기합니다. 무언가 굉장히 강력한 느낌의 거친 획을 긋는 글이라 사실 한 번에 읽어 내려가기에 조금 힘이 부칩니다. 약간 어지럽고 거북한 느낌. 소화불량. 한꺼번에 많은 책들과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이 마구 내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 아무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의미를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을 읽다가, 문득 나의 생각들이 어디론가 방향을 갖고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의 종착점이 바로 ‘사랑’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모두를 사랑한다는 종교적 차원의 사랑, 내 자식을 사랑한다는 가족적인 사랑, 이웃을 사랑하라는 인류애적인 사랑이 아니라, 오로지 개인의 욕망을 위한 사랑, 젊은 날의 치기어린 사랑,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에 더욱 가슴이 저려옵니다. 책을 읽다가, 이 같은 구절은 정말로 가슴에 와 닿는구나, 하고 메모해둔 것을 보면 모두가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아!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이렇게 무의식중에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며 겸연쩍게 웃곤 넘어가려한 나의 모습, 이런 발견은 조금 어색한 일이지만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유독 몸과 마음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가 어떤 모습을 한 책일까 무척 궁금하기도 합니다.

 

 

    솔직히 그녀의 사랑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랑이라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입니다. 좋고 싫음을 떠나서 굉장히 극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평생 그녀와 같은 사랑을 하다간 아마 자기 스스로에게 지쳐 금세 쓰러지거나 혹은 질려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아마 아직도 꿈꾸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평생을 꿈만 꾸다 살 순 없지만, 평생 꿈을 꾸며 살고 싶다, 라는 식의 말장난처럼 말입니다. 이성을 지배하는 감성으로 내 몸의 모든 감각이 향한 곳이 어딘지 알려준 책이라 고맙습니다.





 

 

    06 사랑의 포로

    사랑의 포로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만인을 위해’ 싸울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해보지 않은 사람이

    갇힌 이들을 위해 울어줄 수 있을까요?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15쪽)

 

 

    34 사랑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우리는 멈추어 서서 혼란에 빠진다. 내가 더 많이 줄까 봐,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할까 봐…….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고, 사랑한다는 것은 발가벗는 일, 무기를 내려놓는 일, 무방비로 상대에게 투항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마스 만의 말대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지는 법”이라는 악착스러운 진리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더 많이 사랑하지도 말고, 그래서 다치지도 않고, 그래서 무사하고, 그래서 현명한 건 좋은데……. 그래서 그렇게 해서 너의 삶은 행복하고 싱싱하고 희망에 차 있는가, 하고. 그래서 그 다치지 않고 더 많이 사랑하지도 않아서 남는 시간에 너는 과연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봉순이 언니>, (47쪽)

 

 

    47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60쪽)

 

 

    92 상처의 이면

    아니, 아니다, 사랑은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는다. 사랑은 아이를 크게 하듯 사람을 자라게 하고 사랑만이 사람을 성숙시켜 익어가게 한다. 상처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 아닌 것들로부터 온다. 그러니 상처는, 사랑이 아닌데도 내가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들 혹은 사랑할 때 함께 올 수밖에 없는 나와 타인의 잘못들,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착한 여자>, (110쪽)

 

 

    187 사랑은 높고 고독한 독거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에게 부과된 가장 어렵고 궁극적인 것이며 최후의 시련이요, 다른 모든 일이란 실로 그 준비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일이란 한결 높고 고독한 독거(獨居)입니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213쪽)

 

 

    277 그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까

    나는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었다. 가끔 그의 손이 내가 살고 있는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면 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잠들고 싶었다. 나는 그와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고 참견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그냥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믿는 나는 내 감정에 충실한 이기주의자였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3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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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클럽 1
매튜 펄 지음, 이미정.장은수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단테 클럽은 1865년 미국의 보스턴에서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를 필두로 한 5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알리기에리 단테의 이태리 판 『신곡』을 영문으로 완역하기 위해 창설한 번역 모임입니다.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고 변화가 감지되면 기존 학계나 사회는 새로운 물결의 급격한 유입에 우려를 표하며 거부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상대적인 보수파가 생겨나는 현상. 이 소설의 단테 클럽도 마찬가지 『신곡』이 번역되면서 파급될 어떤 변화에 대해 우려한 반대 세력으로부터 갖가지 형태의 압력을 받습니다. 당시 미국의 문학적 보수주의가 『신곡』의 번역을 방해하고 저지하려는 것. 그런데 소설은, 단테 클럽을 둘러싼 개인과 단체의 갈등뿐만 아니라 기독교 내에서의 갈등, 인종차별주의,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분리주의 등 포괄적인 부분을 함께 다룹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분리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보스턴 최고위직 판사가 수천 마리의 구더기와 파리 떼에 잠식당한 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괴이하고 끔직한 형태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살인 형태가 아직 번역 작업 중인 미발표 교정본 「지옥편」과 흡사하단 점에서 단테 클럽 일행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단테 클럽의 회원인 시인 롱펠로, 시인 홈스, 편집자 필즈, 역사학자 그린, 시인 로웰이 그들의 ‘루시퍼’가 누구인가를 추리하기 위해 의기투합합니다.

 

 

    『삼총사』에서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라고 외치고, 『삼국지』에서 ‘한 날 한 시에 죽기로’라고 도원결의 하듯이 단테 클럽 회원들은 『신곡』에 나왔던 시구를 인용하여 그들 모두의 뜻이 같음을 확인합니다. 소설이 보인 수많은 장면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습니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시를 읊고서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장면일 뿐인데, 묘한 감동이 생겨나 동심의 물결이 세차게 파도침을 느꼈습니다.

 

 

    소설은 대단한 리얼리티를 보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에서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한 대립과 갈등이 온전히 녹아 있습니다. 단테 클럽 회원들뿐만 아니라 사건에 관여한 주변 인물들 또한 실존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소설의 리얼리티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소설이 언급한 수많은 실존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프로필이 소설의 미주에서 꽤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유심히 읽어보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데 크게 작용하리라 봅니다.

  

 

    미스터리적인 면에서 봐도 소설 『단테 클럽』은 만족스럽습니다. 적당한 추리와 적당한 반전, 사건이 번지고 의심이 증폭되는 내러티브, 그리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과 조화롭게 만나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보인 치밀함까지 모두 훌륭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역사학자 그린이, 자신은 단테의 이야기가 실재한다고 믿는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이런 소설의 이야기는 1865년 보스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립과 갈등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신의 허락을 받고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동행해 끔찍한 지옥을 관광하는 단테. 『신곡』은 신의 뜻으로 쓰여 졌고 단테는 자신을 여행자일 뿐이라 말하지만, 사실 단테는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릅니다. 단테가 살던 당시 세상도 지옥과 다름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 매튜 펄의 추리소설 『단테 클럽』도 세상을 말하고, 세상을 향하고 있는 일종의 경고로 보여 집니다.

 

 




 

 

    “존경하는 총장 각하, 문학을 여흥거리나 강의실에서 억지로 암기해야 하는 엉터리 시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 자체에 깃들인 인간적이고 고상한 에너지 때문에 문학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만 비로소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은, 국가란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고차원적 의미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을 죽어 버린 이름에서 살아 있는 권력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1권, 81쪽)

 

 

    “단테의 지옥은 지하 세계의 일부이면서 우리 세계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그에 맞서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지옥의 깊이를 느끼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1권, 109쪽)

 

 

    “단테가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묻지 말고, 인간이 단테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영원히 가혹하고 가차 없는 장소인 게 빤한데도 스스로 단테의 영토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일세.” (1권, 177쪽)

 

 

    “누가 벌을 받고 누구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를 결정한 사람은 단테야. 그 조치를 취한 사람은 그 시인이야. 하지만 그는 자신을 여행자로 만듦으로써 우리가 그 사실을 잊도록 했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단테도 신의 작품을 바라고는 순수한 목격자라고 생각하도록 한 거지.” (2권, 59쪽)

 

 

    “쏴 보시지. 어떻게 되든 간에 네놈은 이길 수 없어. 네 놈이 우리를 천국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우리가 네놈을 지옥으로 보낼 거다.” (2권, 89쪽)

 

 

    “홈스, 자네는 늘 단테의 이야기가 위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나는 항상 단테가 직접 여행을 했다고 믿었어. 하느님이 그에게 그 여행을 허락하셨고, 또 시를 통해 여행하도록 허락하셨다고 믿었네.” (2권,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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