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클럽 1
매튜 펄 지음, 이미정.장은수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단테 클럽은 1865년 미국의 보스턴에서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를 필두로 한 5명의 출판 관계자들이 알리기에리 단테의 이태리 판 『신곡』을 영문으로 완역하기 위해 창설한 번역 모임입니다.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고 변화가 감지되면 기존 학계나 사회는 새로운 물결의 급격한 유입에 우려를 표하며 거부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상대적인 보수파가 생겨나는 현상. 이 소설의 단테 클럽도 마찬가지 『신곡』이 번역되면서 파급될 어떤 변화에 대해 우려한 반대 세력으로부터 갖가지 형태의 압력을 받습니다. 당시 미국의 문학적 보수주의가 『신곡』의 번역을 방해하고 저지하려는 것. 그런데 소설은, 단테 클럽을 둘러싼 개인과 단체의 갈등뿐만 아니라 기독교 내에서의 갈등, 인종차별주의,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분리주의 등 포괄적인 부분을 함께 다룹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분리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보스턴 최고위직 판사가 수천 마리의 구더기와 파리 떼에 잠식당한 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괴이하고 끔직한 형태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 살인 형태가 아직 번역 작업 중인 미발표 교정본 「지옥편」과 흡사하단 점에서 단테 클럽 일행은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단테 클럽의 회원인 시인 롱펠로, 시인 홈스, 편집자 필즈, 역사학자 그린, 시인 로웰이 그들의 ‘루시퍼’가 누구인가를 추리하기 위해 의기투합합니다.

 

 

    『삼총사』에서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라고 외치고, 『삼국지』에서 ‘한 날 한 시에 죽기로’라고 도원결의 하듯이 단테 클럽 회원들은 『신곡』에 나왔던 시구를 인용하여 그들 모두의 뜻이 같음을 확인합니다. 소설이 보인 수많은 장면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습니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시를 읊고서 술잔을 들고 건배하는 장면일 뿐인데, 묘한 감동이 생겨나 동심의 물결이 세차게 파도침을 느꼈습니다.

 

 

    소설은 대단한 리얼리티를 보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에서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한 대립과 갈등이 온전히 녹아 있습니다. 단테 클럽 회원들뿐만 아니라 사건에 관여한 주변 인물들 또한 실존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소설의 리얼리티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소설이 언급한 수많은 실존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프로필이 소설의 미주에서 꽤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유심히 읽어보는 것도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데 크게 작용하리라 봅니다.

  

 

    미스터리적인 면에서 봐도 소설 『단테 클럽』은 만족스럽습니다. 적당한 추리와 적당한 반전, 사건이 번지고 의심이 증폭되는 내러티브, 그리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과 조화롭게 만나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보인 치밀함까지 모두 훌륭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역사학자 그린이, 자신은 단테의 이야기가 실재한다고 믿는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이런 소설의 이야기는 1865년 보스턴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립과 갈등 때문에 세상이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신의 허락을 받고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동행해 끔찍한 지옥을 관광하는 단테. 『신곡』은 신의 뜻으로 쓰여 졌고 단테는 자신을 여행자일 뿐이라 말하지만, 사실 단테는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릅니다. 단테가 살던 당시 세상도 지옥과 다름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의 메시지. 매튜 펄의 추리소설 『단테 클럽』도 세상을 말하고, 세상을 향하고 있는 일종의 경고로 보여 집니다.

 

 




 

 

    “존경하는 총장 각하, 문학을 여흥거리나 강의실에서 억지로 암기해야 하는 엉터리 시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 자체에 깃들인 인간적이고 고상한 에너지 때문에 문학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만 비로소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은, 국가란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고차원적 의미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학을 죽어 버린 이름에서 살아 있는 권력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1권, 81쪽)

 

 

    “단테의 지옥은 지하 세계의 일부이면서 우리 세계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피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그에 맞서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얼마나 자주 지옥의 깊이를 느끼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1권, 109쪽)

 

 

    “단테가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묻지 말고, 인간이 단테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영원히 가혹하고 가차 없는 장소인 게 빤한데도 스스로 단테의 영토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일세.” (1권, 177쪽)

 

 

    “누가 벌을 받고 누구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를 결정한 사람은 단테야. 그 조치를 취한 사람은 그 시인이야. 하지만 그는 자신을 여행자로 만듦으로써 우리가 그 사실을 잊도록 했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단테도 신의 작품을 바라고는 순수한 목격자라고 생각하도록 한 거지.” (2권, 59쪽)

 

 

    “쏴 보시지. 어떻게 되든 간에 네놈은 이길 수 없어. 네 놈이 우리를 천국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우리가 네놈을 지옥으로 보낼 거다.” (2권, 89쪽)

 

 

    “홈스, 자네는 늘 단테의 이야기가 위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나는 항상 단테가 직접 여행을 했다고 믿었어. 하느님이 그에게 그 여행을 허락하셨고, 또 시를 통해 여행하도록 허락하셨다고 믿었네.” (2권, 348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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