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만화로 읽다 - 학교, 미술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술 이야기
장우진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 솔직히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처럼 아는 것이 없어서 보이지 않고, 그래서 어려운 것입니다. 보통 저처럼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사진을 찍어 놓은 듯한 회화, 말끔하게 잘 조각한 조각상,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을 보면 대단한 예술작품이라 말할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런 예술작품들이 기술적으로 대단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밖에 작품 안에는 모방과 창조, 암호와 의미, 상상과 관찰 등의 복잡한 의미와 과정을 동시에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술을 이해하려면 이런 것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책은 말합니다. 미술을 이해한다는 것은 작품에 담긴 암호를 해독하여 의미를 읽는 것이라 합니다. 미술관 관람법이 따로 있다는 말은 미술의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을 따로 갖고서 미술을 감상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말을 해봐야 어렵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술, 만화로 읽다』는 미술을 만화로 풀어서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전공수업이 아니라 교양수업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이야기. 대형 마트 시식코너 같기도 하고, 홈쇼핑 체험단 같기도 한 이야기. 하지만 핵심적인 이야기에선 맥을 짚는 해설을 통해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빨간펜으로 밑줄을 긋고 시험에 나올 확률 100%를 외치며 별표를 100개 치듯이. 그래서 책을 읽으며 무언가 하나라도 얻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 미술관에 가서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면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책의 시작은, 어렸을 때 스케치북에 붓을 휘저으며 미술이라 여겼던 막연한 경험과 지식을 일목정연하게 정리합니다. 미술이 무엇이고, 미술가는 누구인가. 그리고 미술용어 정의가 끝나면 미술이 품고 있는 암호에 대해 예를 듭니다. 미술이 보인 어떤 원리와 착시, 도식과 양식, 형상, 기호 등을 설명합니다. 그러다 우리가 가장 어렵다고 여길, 미술 장르, 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끝으로 미술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흉포하고 난폭하여 우리를 물거나 해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짓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약간은 미술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미술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라 한다면 여전히 어물거리겠지만, 어어, 저거 거시기 거기서 본 거시기 한 그건데 말이야, 하는 정도로 아는 척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주 가볍게 미술에 대해 몸을 푼 느낌의 미술 준비운동. 한편, 이토록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주입된 미술에 대한 지식과 교육의 탓이 크다고 봅니다. 외우려 하지 않고 느끼려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미술을 만화책 보듯이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에 무엇을 기대할까요?

    (…)

    글자보다는 그림이 많은 책이 좋아서였을까요. 지하철을 오가며 심심풀이로 읽을 가벼운 책을 찾고 있었던 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미술에 대해 알고 싶으나 다른 책들은 너무 어려워 보여서였을까요. 아니면 무슨 책이든 즐겨 읽는 당신은 독서광인가요? 혹시 신랄하고 획기적인 미술 이론을 기대하고 계신지도 모르지요. (7쪽)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시공을 초월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머릿속엔 이미 박물관 하나를 짓고도 남을 수많은 예술품이 존재한다. 우리는 누구나 ‘상상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51쪽)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단순히 이 그림이 고흐가 그린 것이고 그가 죽기 적전에 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접한 순간 이 그림은 그의 불행했던 생애와 겹쳐지면서 격렬한 불안과 고독, 그리고 종말의 예감을 던져둔다. 하나의 지식은 새로운 정서의 지평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미 진부해질 정도로 많이 들어온 문장이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호소력이 있는 말이다. (56쪽)

 

 

    그것은 ‘본다는 것’자체가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물을 본다는 것, 혹은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빛에 의한 시각적 자극이 아닌 현재의 순간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의 순간을 경험하는 일은 결코 독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에 무수한 기억의 흔적들이 흘러들어 온다. 이 기억의 쇠사슬은 도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20쪽)

 

 

    결국 양식이란 우리 눈에 선입감을 만들어 미술가로 하여금 자기가 그릴 수 있는 확실한 모습만을 찾게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술가는 자기가 보는 대로 그리기보다는 반대로 자기가 그리는 대로 본다고 할 수 있다. (125쪽)

 

 


 

크롱의 혼자놀기 : http://ionsupply.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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