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우타노 쇼고 지음, 한희선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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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를 가면 새 집에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개인차가 조금 있겠지만, 저는 이사 온지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적응기를 갖고 있습니다. 밤에 혼자 집에 있으면 조금 무섭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소리 내어 뭐라고 중얼거려 보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러면 텅 빈 벽을 타고 울려 다시 귓속으로 들어온 제 목소리가 더욱 텅빈 집을 무섭게 만듭니다. 또한 괜히 우습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겸연쩍게 웃어 넘기곤 그짓을 그만 두기로 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날 우리 집에서 매우 기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할 그 이야기는, 우타노 쇼고《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를 읽으면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이전부터 계속해서 그래왔던 것일지 모릅니다. 그것은 어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은 단편집입니다. ‘집’이라는 주제의 본격 추리소설 다섯 편이 실려 있습니다. 대부분이 밀실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무언가 독자와 승부한다는 느낌보단 이런 이야기도 있다고 들려주며 작가 스스로가 재미있어하는 느낌의 글입니다. 짧은 이야기인 만큼 등장인물도 한정되어 있고, 거의 직접적으로 단서를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진행을 보여서 쉽다면 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강렬한 무언가에 의해 한방 얻어맞았다고 느낄 정도의 충격적인 트릭을 보이진 않지만 뭐랄까, 작가가 스스로 재미있어 하니깐 덩달아 읽는 독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느낌의 글이란 느낌입니다.


 

    이런 재미는 어쩌면 저만 느끼는 것일지 모릅니다. 우타노 쇼고의 글에선 작가 스스로가 글을 쓰며 노력한 어떤 모습들을 흘려 놓습니다. 굉장히 미미한 부분이라 그것을 딱히 무어라 말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노력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려다 그만둔 흔적, 독자들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기 위해 일부러 심어놓은 장치, 알려주지 않아도 될 부분을 숨겨놓기까지의 최소한의 한계, 도입부분의 서술 형태 변화, 관련 없는 단서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기법 등을 흘려 놓고 작가 스스로가 재미있어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미완의 작품이란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의 글은 실험입니다. 그리고 이 단편집은 실험실입니다. 아마도 이런 실험을 통해 무언가 깨닫고 느끼는 바가 생겨 작가 스스로가 어떤 결론을 내리고, 또 다른 실험을 위해 새 소설을 쓰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실험을 통해 그의 소설은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88년 그의 데뷔작 『긴 집의 살인』을 시작으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밀실 살인 게임』까지. 그의 소설은 정말로 출간 년도 순서 그대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뚜렷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가 나온 년도를 확인하면 그의 소설 중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소설이란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신기한 것은, 이 단편집 안의 다섯 편의 이야기도 순서대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단 것입니다. 물론 각 소설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 차이로 나뉠 수 있으나,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들어서 한편으론 오싹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몇몇 단편은 정말로 오싹한 내용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요. 늦은 시각 집에서 혼자 이 소설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부엌에서 와당탕탕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소리를 듣고 너무 놀라서, 어쩌면 진부한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섰고, 등줄기를 타고 무언가 파르르르 올라오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아무튼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더 무서울 것 같아서 부엌으로 가서 떨어진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비스듬하게 세워둔 도마가 싱크대에 떨어지며 낸 소리더군요. 그래서 다시 도마를 원래 있던 자리에 세워두고 다시 방으로 가려던 순간, 또 다시 와당탕탕 하는 소리를 내며 도마가 싱크대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 앞에 있던 거울에 비친 부엌의 모습을 보고서 저는 그만…….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영원히 이 집과 함께 있다. (152쪽)

 


    안타깝게도 이 기묘하게 비틀린 사건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할 수는 없다.

    몇 십 년이나 지난 옛날의 이야기다. 시효도 한참 전에 지났다. 따라서 지금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당국에 의해 처벌받거나 할 일은 없다.

    그러나…… (235쪽)


 

    “대체 누가 죽였을까?”

    이 말에도 대답은 없었다. 이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는 게 당연한가. (276쪽)

 


    요컨대 질서는 일단 유지되는 상태라는 거지. 그것을 일부러 깰 필요가 있을까? 진실, 진실, 해도 대체 누구를 위한 진실이냐는 말이지. 닥치는 대로 정보를 공개해서 질서를 혼란시키는 게 정의일까? 세상에는 ‘필요악’이라든지 ‘거짓도 방편’이라는 말이 있어. 사람이라는 생물은 거짓말이나 악을 잘 이용해서 지금까지 계속 번성해 왔지. (306쪽)

 


    이렇게 ‘잘되면 좋고 실패해도 의심받지 않으니까 문제없다’고 하는, 성공률이 낮을지 모르지만 죄가 발각될 확률도 지극히 낮은 소극적인 계획범죄가 프로버빌리티의 범죄다.

    요컨대 운을 하늘에 맡긴 범죄다. 그렇지만 되는 대로, 라든지 무계획과는 다르다. 교묘하고 교활한, 어떤 의미에서 제일 질이 나쁜 범죄다. (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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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팩터 - 무의식을 조종하는 매혹의 기술
앤디 하버마커 지음, 곽윤정.이현응 옮김 / 진성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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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폭스 팩터가 무엇인지 책과 관련한 이야기로 풀어보겠습니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무척 안타까운 책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정말로 재미없을 것 같아 보였던 책을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을 때의 경우입니다. 물론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 자체는 즐거운 일입니다만, 읽기도 전에 이미 재미없어 보였다는 점이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중에 어떻게든 재평가를 받아 다시 독자들로부터 선택된 책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출간과 동시에 그대로 사장되는 책들도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책들이 존재했는지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탄생과 동시에 선택받지 못한 채 잊혀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결정이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책의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으로 인해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책을 바라보는 시선과 책에 대한 믿음이 꼭 책에 담긴 내용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을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을 주의 깊게 보는 편입니다. 특히 표지의 느낌과 글씨체, 글자크기, 행간, 본문의 위치, 여백의 공간 등을 살핍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말하는 사람의 외모와 태도, 손짓, 표정, 말과 말 사이 등을 읽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전문적인 비평가들은 이런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덜 받을 것입니다. 『폭스 팩터』에서 말하는 부분은 일반적인 우리들이 무의식적으로 조종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가 발표나 토론을 평가할 때, 내용 외적인 요소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보여줍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이성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적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길 테지만, 사실 그런 확신은 스스로를 합리화한 것일 뿐이라고 이 책의 실험 결과는 말합니다. 우리가 우리를 교묘히 속이고 있었다고 분석해놓은 이 책의 심리학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다시 책 이야기를 통해 폭스 팩터의 예를 찾아보자면,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어떤 책을 추천하면(그것이 광고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책을 구입하고 읽습니다. 그래서 책이 많이 팔리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다시 그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이 또 다시 많이 팔리게 됩니다. 출판업에선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순환을 이 책에선 누적 이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작용이 우리의 의사결정에도 미묘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한편, 우리는 어떤 책을 읽고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출판사가 갖는 이미지까지 하나로 묶어 이후에 나올 책까지 미리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후에 나올 책은 작가도 다르고 내용도 다른 책일 테지만, 동일한 출판사에서 나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꺼리게 되는 심리를 책에선 집단 사고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건 그 출판사에 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편집인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부분은 우리의 뇌가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다음 판단을 내릴 때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 간단한 과정으로 직관에 따라 결정해버린단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뇌 활동을 위해 판단에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제가 쓴 이 글도 마찬가지, 그동안 책 이야기를 하며 제가 쌓아놓은 이미지와 신뢰가 글의 내용에 대한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겁니다. 글의 태도와 표정, 혹은 블로그의 분위기와 편집 기술 등이 실제로 여러분의 어떤 결정과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봅니다. 글을 시작할 때 “첵을 좋아하넌 여러분을 위해…”라고 시작했다면 아마도 글을 끝까지 읽으려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곧바로 다른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모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제가 실험을 했다면 아마도 『폭스 팩터』에서 보인 실험 결과들처럼 놀라운 차이를 보였을 겁니다.

 


    그래서 기업이미지 트레이너 앤디 하버카머의 『폭스 팩터』 1부는 폭스 팩터의 예시와 각종 실험 결과를 보여줍니다. 2부는 우리의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폭스 팩터의 경우를 보여주고, 3부는 폭스 팩터를 활용해서 무의식을 조종하고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외적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매혹의 기술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책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재확인하면서, 단지 알고 있다고 여기고 속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자기합리화로부터 벗어날 기술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폭스 박사 실험은 연구자들이 교육적 유혹이라고 불렀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그러나 그 실험은 더 깊은 수준에서 인간 본성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미자의 중요성, 그리고 그 관련성을 혼동하는 의사결정 과정의 함정을 잘 드러내준다. 이것이 바로 폭스 팩터이다. (27쪽)

 


    물론 모든 신경과학자는 뇌가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연결과 화학물질, 그리고 원인과 결과가 복잡하게 엉켜 있기 때문에 뇌에서 발생하는 일의 극히 일부만 우리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것이다. 그러나 원인을 아는 것과 그것을 바로 잡는 것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82쪽)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의 양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의 양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두뇌에 입력되는 막대한 양의 정보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은 모두 무의식적인 수준에서 처리된 정보에 바탕을 두거나, 적어도 무의식적인 수준에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다. (92쪽)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합리화하며, 무엇이 이 과정을 이끄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고 해서 그들이 “물론이죠”라고 바로 답하지 않을 것이다. 폭스 박사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왜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한다.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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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개정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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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일 없을 것 같은 제 일상에도 나름의 미스터리한 사건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막상 첫 문장을 그렇게 쓰고 보니, 엄청나게 미스터리한 일상의 이야기가 갑자기 툭 튀어나올 것처럼 보이는군요. 흠흠. 아무튼 사건이라고 해서 호들갑을 떨며 말할 정도는 아니고 여전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이지만, 가끔 사소하지만 사건이라 부를 수 있는 일이 저에게도 일어난다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날 우리 집 주소가 아닌 택배가 집에 와서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수줍은 표정을 하고서 저에게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은 미스터리함입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제목 그대로 미스터리한 일상의 나열입니다. 일 년간 사내 소식지 편집 일을 맡은 한 여성이 익명의 작가로부터 꾸준히 연재할 단편 소설을 받아서 소식지에 기재하고,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형태의 소설입니다. 그렇다고 단편집은 아니고, 조금 더 미스터리하다는 건더기스프와 하나로 아우를 수 있다는 분말스프를 보태어 하나의 요리로 끓여 먹는 것이 가능한 소설입니다. 연작의 형태도 아닌 것이, 이것은 그냥 일상적인 모양을 한,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이야기 안에 있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그 이야기 안에 있는 이야기들. 전해들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이야기 형태로 다시 엮은 글이라 일단 생김새부터가 굉장히 미스터리합니다. 하지만 굉장히 복잡한 구성의 어려운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유유자적하게 읽기 좋은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건성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마치 수수께끼처럼 여기며 왜 그런 것일까? 라는 의미를 부여해 괜한 의문을 품게 합니다. 또 그 수수께끼에 대한 나름의 상상과 추리가 소설이 갖는 미스터리함을 더합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좋습니다. 매우 경쾌하고 담백한 느낌으로 궁금증을 잘 해소시켜 줍니다. 굉장히 미심쩍은 무언가가 있다 하더라도 지저분하거나 잔인하지 않아 기분 상하지 않을 정도의 깔끔한 구성과 전개를 보입니다.

 


    비슷한 느낌의 다른 소설로 미치오 슈스케의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두 소설은 일상의 작은 미스터리함을 다루었단 커다란 공통점 때문에 닮은 듯해 보이지만, 사실 그 부분을 제외하곤 전반적인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슈스케의 소설이 강아지 같은 느낌의 소설이라면, 나나미의 소설은 고양이 같은 느낌의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발랄하고 경쾌하지만 돌연 변덕을 부리며 공격할지 모르는 섬뜩함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악하게 위협하며 발톱을 드러내놓은 느낌의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실상을 알고 나서야 은근히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이라 여길 만한 미스터리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와카타케 나나미 본인은 이 소설을 6년간 준비했다고 합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준비한 소설인 만큼 이야기들 간의 치밀한 구조와 트릭들 간의 균형 잡힌 모습이 좋았습니다. 아무튼, 나나미는 결국 이 소설을 통해 1991년에 데뷔하게 되는데, 소설이 국내에 들어오기 위한 번역 작업은 2007년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또 다시 6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야만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번역 완료 시기와 이 책의 출간 시기의 간격이 이토록 길까요. 알고 보면 별것 아닌 이유일 테지만, 이런 미스터리함 역시 출판사 사정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미스터리일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저는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이것 또한 미스터리입니다.

 


    일상의 미스터리는 이렇게 끝이 없습니다. 결국 수수께끼를 혼자의 힘으로 풀지 못한다면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지켜볼 뿐입니다. 미스터리를 손 안에 쥐고 있으면서 풀이를 몰라 한숨 내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소설의 앞 장에 대한 줄거리도 어둑어둑해져 잘 떠오르지 않는데, 소설이 보인 미스터리한 실루엣만이 풍경과 뒤섞여 어렴풋이 남습니다. 그나저나 택배사의 미스터리한 배송은 아직도 아리송한 미스터리입니다.

 



 

    다만 친구 중에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쓰는 녀석이 하나 있어. 왜 그런지 단편을 좋아하는데다가 제법 시건방진 문장을 쓰지. 다만 본인도 말하듯,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은 없어. 하지만 자기가 체험했거나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기에 생각지도 못한 해석을 부여하는 묘한 재능을 갖고 있거든. 그러니 미스터리풍이라 해도 될 것 같지 않나? (11쪽)

 


    정신이 들자 도서관 창문으로 붉은 저녁 햇살이 들이비치고 있었다. 나는 끝도 없는 상상을 접고, 책 더미를 안고 일어섰다. 어차피 상상에 지나지 않는 도 하나의 이이기에 나는 녹초가 되어버렸다. (59쪽)

 


    잠깐,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콩트는 하나도 안 가벼워. 장편이 무겁고 단편이 가볍다는 건 좌우지간 양만 많으면 된다는 일본사람의 가난뱅이 근성이 문화에까지 영향을 끼쳐서 생긴 망상에 지나지 않아. 무지막지하게 긴 대하소설보다 스파이시한 콩트가 훨씬 무거운 경우도 있다고. (96쪽)

 


    형태를 먼저 작추고 나서 본질을 획득하려 하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우선 자기 이름을 박은 원고지를 만들어본다든지, 골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도구를 장만해 본다든지. 환경을 이용해서 자기 내부의 힘을 끌어내려 하는 것이겠지요. (156쪽)

 


    소설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탐정 역인 농대 교수는 갓 결혼한 아내에게 만족해서 꼴불견이지는 않을 정도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수수께끼는 잔인하지는 않지만 흥미롭고, 등장인물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런 경우 사람은 자기가 세 평짜리 방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그런 사소한 문제는 깨끗하게 잊어버리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바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얼마 동안 멍하니 있었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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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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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소설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겠지만, 굉장한 소설을 만나면 흥분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선 나도 이 소설의 소설가처럼 글 한번 써봐야겠다며 흉내 낸 글을 짧게 구상해 보곤 하는 일이 더러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 줄을 써보다가 곧 좌절하고 말죠. 아니, 어쩌면 단 한 줄도 쓰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지 모릅니다. 머릿속에서 소설의 구성에 대한 번쩍이는 아이디어, 플롯과 인물, 배경 등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그 번쩍임의 순간은 굉장히 짧은 순간의 기억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후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언가가 퇴색되는 느낌, 희미하게 사라지는 느낌, 붙잡고 싶지만 떠나는 느낌이 들어 금세 좌절하고 맙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처음 이 책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던 어떤 기억과 내용이 조금씩 사라져 흐릿해짐을 느낍니다.

 

 


    『소설과 소설가』는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찰스 엘리엇 노턴’ 강의 내용을 묶은 강연록입니다. 책은 그가 소설에 대해 아는 것과 소설을 쓰며 배운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여긴 몇 가지를 말합니다. 소설가들이 글을 쓰는 방법, 소설의 작용과 쓰임새, 소설을 통한 독자의 경험, 그런 독자를 마주한 경험이 있는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책은 소설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접근하지만, 책에서 말한 분석은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 그리고 그 자신만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 지나치게 멀고 어려운 문학론 아니라 꽤나 친숙하고 가까운 느낌의 강연록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독자라면 소설가가 소설을 만드는 과정을 궁금해 하며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그 과정을 엿보길 바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서 친근한 느낌으로 이 책에 다가갔습니다. 그래서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묘한 공감대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오르한 파묵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으면서 희열을 느끼고 공감하는 과정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첫 문장의 시작부터 이미 많은 독자들이 전적으로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소설과 관련된 사람들, 소설가와 독자의 상호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보인 글이라, 놀랍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해 소설가들이 소속되어 있는 어떤 우주를 관찰하고 탐험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경외심이랄까, 덜컥 두려운 마음도 생겨납니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것은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앞으로도 제대로 된 소설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그런 소설을 찾았다 하더라도 제대로 읽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굉장히 암담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세상에서 혼자 허우적거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도저히 높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위대한 소설과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로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지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편,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독일의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는, 어떤 글을 쓸 때 사상적, 도덕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레 쓸 수 있는 작가를 ‘소박한’ 작가라고 합니다. 자신의 글을 고심하며 계산하고 운율을 맞춰가며 자신을 끝없이 통제하고 비판하려 들지 않고 어떤 힘에 이끌려 글을 쓴다는, 일종의 천재적인 작법을 추구하는 작가를 말합니다. 반면 글을 쓸 때 단어들의 규명, 문체와 구조의 형태, 스타일과 기법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를 ‘성찰적인’ 작가라고 합니다. 자신의 글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어떤 인위적인 모습을 갖추고 실재에 도달할지에 대한 문제로 항상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작가를 말합니다.

 


    그런데 ‘소박’하고 ‘성찰적’이라고 구분한 이 두 특징은 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소설가가 미리 독자의 머릿속에서 소설을 읽을 때 일어날 일을 예상하여 유도한다는 점에서 두 가지 특징이 독자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용어가 조금 어렵지만, 그냥 독자도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어느 쪽의 독자에 속하나요? 저는 성찰적인 독자에 속합니다. 단, 많이 모자란 느낌의 성찰하는 독자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쉽게 소설의 이야기에 속아서 빠져드는 편입니다. 모자란 정보를 갖고서 소설을 이리저리 재어보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전적으로 소설을 믿고 따르는 부류, 즉 소설의 이야기가 곧 자연이라 여기는 소박한 독자가 되기도 합니다.

 


    비록 이 강연록이 오르한 파묵의 소설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론 도저히 성찰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글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뜬금없이 이런 글도 소박한 느낌으로 자연스레 소화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소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떨쳐내어 쉽게 소설과 하나가 되고 소박하게 있는 그대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찰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죠. 역시 뭔가를 깊게 파려 했다면 어설프게 팠다간 쉽게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두 번째 삶입니다. (11쪽)

 


    소설은 삼차원적 허구이기에 우리 현대인에게, 다시 말해, 모든 인류에게 강력하게 호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설은 삶의 가장 표면에 있는 모습, 그러니까 우리 감각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사적인 경험과 지식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때로는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그러니까 중심부에, 삶의 본질에, 톨스토이가 ‘삶의 의미’라고 했던 것에, 다다르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낙관하는 그곳에 대한 지식, 직관, 실마리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의 본질과 관련된 가장 심오하고 가장 귀중한 지식에, 철학의 난해함이나 종교의 사회적 압력에 시달리지 않고도, 우리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우리 자신의 이성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평등하며 가장 민주적인 희망입니다. (33쪽)

 


    이 무렵 나는 일곱 살부터 꿈꿔 왔던 화가의 꿈을 접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 이 결정은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어릴 때 그림을 그리면서 지극히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이 즐거움이 갑자기 그리고 한 번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로 사라졌습니다. 그 후 35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도 사실 내가 그림에 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이제는 단어들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113쪽)

 


    소설 읽기와 상상하기에 투자되는 노력의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고 특별해지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습니다. 이 감정은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소설 주인공들과 동일화되고자 하는 바람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주 ‘어려운’ 책을 읽기 때문에 기분이 좋은 겁니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우리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조이스 같은 어려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우리 두뇌 한구석에서는 조이스 같은 작가를 읽고 있는 우리 자신을 축하하느라 분주합니다. (134쪽)

 


    내 생각에 한 소설가가 창작자이자 예술가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은 소설 형식을 수수께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해답이 바로 그 소설의 중심부인 수수께끼! 가장 소박한 독자라도 이러한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의 의미, 즉 중심부를 찾으려면 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챌 것입니다. 순문학 소설에서 수수께끼는 살인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진정한 주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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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에 가다 - 차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공간
안혜연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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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그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그는, 아하! 당신은 이런 데서 이렇게 하고 살고 있군요, 하는 표정으로 신기한 듯 집안 곳곳을 둘러봅니다. 사실 둘러보는데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을 공간인데도 이것저것 살피는 척하며 계속해서 두리번거리는 이유는, 아마도 좁은 공간에 둘만 있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나는, 커피 마실래요? 라는 말과 함께 부엌으로 숨어버립니다.

 


    집에는 에스프레소 기계도 없고, 핸드드립 기구도 없습니다. 사실은 커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고작 마신다는 커피는 시내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혹은 마트에서 파는 200개들이 커피믹스 정도였으니까요. 지금까지 마신 커피의 99퍼센트 정도는 아마도 커피믹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특별한 커피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은 단지 마음일 뿐, 집에는 종류별로 모아둔 커피믹스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커피를 준비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신중하게 커피믹스를 골라봅니다. 노랑, 빨강, 검정, 갈색, 어느 것이 좋을까. 그리고 잘 쓰지 않아 찬장에 높은 칸에 넣어두었던 예쁜 커피 잔을 꺼냅니다. 오늘을 위해 지금까지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나 봅니다. 그러다 물이 끓길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그가 뭘 하고 있나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부엌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그에게로 시선을 옮기다, 주전자가 삑! 하는 소리를 내자 깜짝 놀라 다시 부엌으로 숨고선 분주한 척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무언가 크게 들킨 것 같아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다 끓은 물은 일단 차가운 커피잔을 따뜻하게 데우는데 조금 사용합니다. 그리고 물이 너무 뜨거워서 커피 가루를 태우지 않도록 뜸을 들여 기다립니다. 그러다 적당한 온도가 되면 커피믹스를 털어 넣은 잔에다가 적은 양의 물을 재빨리 붓습니다. 빠른 물살을 타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동시에 고루 섞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완성된 두 잔의 커피를 들고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갑니다. 고마워하며 잔뜩 기대하는 눈치로 천천히 커피잔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그 사람, 그리고 그의 눈치를 살피는 나의 표정. 그에게 내가 만든 커피의 맛은 어떨까, 그의 입맛에 맞긴 할까, 혹시나 그에게 너무 쓰거나 달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궁금해 하는 마음.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올 첫 마디 말을 기다리는 순간, 시간, 기억. 긴장과 설렘. 그래서 커피 향이 가득한 우리 둘만의 공간.



    “누군가가 당신만을 위해 커피를 끓여주면, 더욱 맛이 좋은 법이지.”

 


    『그 카페에 가다』는 공간이 있고, 사람이 있고, 사연이 있습니다. 물론 카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한 맛집을 소개하려는 실용서가 아닙니다. 각 카페가 갖는 특별한 의미를 들려주려 합니다. 그리고 주제에 따라 다양한 느낌의 카페 분위기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또한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까지 보탭니다. 커피에 대한 지식도 물론 얻어갈 수 있습니다만, 단지 외우기 위한 지식보단 카페 문화에 대한 감성을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공유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에 향긋한 커피 향이 배어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당신만을 위한 카페를 찾고, 그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커피의 원가가 몇백 원이 채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무려 10배가 넘는 금액을 흔쾌히 내면서 카페로 향한다. 그것은 비단 커피 한잔을 뱃속에 밀어 넣고 싶은 욕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커피 한잔보다, 그 안에 깃든 문화에 더 마음이 솔린 것이다. 사람들이 카페에 가는 이유는, 카페에 담긴 수많은 문화의 매력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까닭이다. (6쪽)

 


    차를 주문하면 다구를 정갈하게 준비해서, 노련하게 차를 우려내는 김인민 대표. 그녀는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을,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에 빗대었다. 보들레르는 대도시에 대한 환멸의 상징으로, 보란 듯이 거북이와 도시 산책을 나섰던 인물이다. 대도시 서울에서 차를 마시는 건, 거북이와 산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89쪽)

 


    쿠폰 제도가 독특하다. 다른 카페와 차별화할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하던 노장수 대표는 디바인인터랙티브에 아이디어 회의를 제안했다. 회의에서 나온 아이템이 바로 빙고 쿠폰. 일반적인 카페에서 10개의 도장을 찍으면, 음료 한 잔을 무료로 주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 로또 기계에서 번호를 뽑으면, 그 번호에 도장을 쿡 찍어준다. 운이 좋게 1, 2, 3이 연달아 나오면 단 3번 만에 무료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단, 이미 찍힌 번호와 같은 번호가 나오면 꽝. (125쪽)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온갖 감언이설로 구워삶아 그 녀석의 목덜미를 지그시 붙잡고 가서 에니어그램으로 성격을 파악해 보자. 그것은 좀 더 둥글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사람 속에 사는 진정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195쪽)

 


    예술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 삶의 여유를 잔뜩 거머쥔 자들의 것이라 치부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았던 사람이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쉽고 편안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을 대할 수 있다. 주택가 골목 사이에 적당히 어울릴 줄 알고 사람들의 일상에 교묘하게 스며들 줄 아는 <꿀>에서는 예술과 생활, 예술인과 대중 간의 경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247쪽)

 


    커피는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호불호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머신으로 뽑아낸 에스프레소를 넣어 만든 메뉴가, 누군가는 손맛으로 천천히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가 마음에 들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다. 어느 쪽이 더 맛있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다는 것.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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