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격차 - AI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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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초격차>를 읽었던 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당시 이 책을 읽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1등을 꾸준히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근본이 바로 '초격차'라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1위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던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번에 저자가 새로 내 놓은 책 <다시, 초격차>에서 또 어떤 충격을 받게 될지 궁금증을 갖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2부 4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부와 장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부_제도-조직의 주춧돌
  1장_제도가 조직을 완성한다
  2장_제도가 조직문화를 결정한다
2부_리더-조직의 기둥
  3장_리더는 현재를 넘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4장_리더는 관리자가 아닌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내가 아쉽게 느낀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제도가 시기적절하게 따라가지 못했던 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도는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자의 주장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제도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기득권의 불만을 달래거나 기존 제도의 피해자를 보상하는 식의 미봉책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좋은 제도는 현재의 문제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가올 시대까지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도 당장 적용가능한 것으로 '레버리지'를 갖는 것에 대한 내용이 크게 와 닿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leverage)를 갖는 것입니다. '우리가 더 잘 한다'가 아니라 '우리만 할 수 있다'라는 영역을 찾아야 합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사 시스템이 지속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는 리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리그전은 여러 팀과 싸우며, 때로는 이기고 지면서 실력을 쌓는 구조입니다. 세 번 중 한 번은 질 수도 있지만, 세 번 중 한 번은 이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기는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잘하는 사람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고 리더를 키우는 인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취업난이 극심한 것 같은데 어렵게 채용한 직원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다면 난감할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대한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좋은 인재가 떠나지 않고 일하게 하려면, 조직은 세 가지 '미(味)'를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는 의미, 둘째는 흥미, 셋째는 재미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와 더불어 그 과정에서 나온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에는 느려도 완벽하게 준비하는 전략이 통했지만, 퍼스트 무버 시대에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빠른 결단이 중요합니다. 현대 경영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항상 '타이밍'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경쟁자가 먼저 사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정말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조직은 다른 회사가 성공을 거둔 분야에 후발주자로 참여하여 거대한 조직력을 활용하여 시장을 석권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해왔는데, 이제는 이렇게 하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될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재단계를 현실화하여 보다 빠른 결정을 통해 타 회사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의 적절하게 잘 시행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해서는 퇴보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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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고 고전이 답했다 -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한 삶을 이기는 68가지 고전문답
김헌.김월회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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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평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많이 있지만 지금까지 인문고전은 그리 많이 읽어보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인문고전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해가고 있다. 이 책은 서양고전학자인 김헌교수님과 동양고전학자인 김월회교수님께서 68가지의 문답을 통해 독자들에게 인생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부_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2부_누가 시대를 움직이는가
3부_세상은 왜 이토록 불완전한가
4부_앞으로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도록 기도해야 한다."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풍자시 10번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몸이 건강하다고 해서 저절로 정신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건강한 만큼이나 정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육체적 건강과 사회적 차원에서 정신적 건강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행복은 보장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청춘이면서 기존 질서에 순응하고 새로운 도전을 포기한다면, 설령 그 안에서 잘 적응해 승승장구한다 해도 진정한 의미의 청춘이라 할 수는 없는 셈이다. 기존의 벽을 넘거나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내려고 할 때 비로소 청춘인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은데 이 글을 읽고 나 자신을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끝내 이겨 내는 힘에서 나오는 것임을 청년은 여실히 보여 주었다.' 진정한 용기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통해 나 또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땅 위에는 원래부터 길이란 건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길이 된 것"(<고향>)이라는 루쉰의 통찰처럼 한계를 긋지 않고 다니면 길은 나게 마련이다. 새로운 길은 본래 처음 밟고 가는 내 뒤로 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나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로 인해 새로운 길이 만들어져서 타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변하지 않는 관점에서 보면 세상에 변하는 것은 없고,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다. 현상을 살펴볼 때 늘 관계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에서 두 명의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동서양의 인문고전을 통해 나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모색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세상에 나의 족적을 남기고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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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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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법정스님께서 2010년 3월 입적하신 지 올해로 벌써 16년이 흘렀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김수환추기경님이나 법정스님같은 큰 스승이 이 시대에는 없기 때문에 나라가 큰 혼란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 책에서는 법정스님께서 남기신 주옥같은 말씀들을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하였으며, 각 장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장_나는 어떻게 가벼워질 수 있을까?_비움과 자유

2장_불안은 왜 자꾸 올라올까?_두려움과 신뢰

3장_일은 삶을 어떻게 바꿀까?_일·돈·시간

4장_관계는 왜 어려울까?_가족·사랑·갈등

5장_슬픔은 어떻게 치유될까?_상실·병·죽음

6장_자연은 왜 스승일까?_숲·바람·침묵

7장_어떻게 계속 걸을까?_단련과 실천



'익숙함은 편하지만 오래 머물면 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묻습니다. 지금 선택이 나를 넓히는가, 어제를 복사하는가, 작은 실패는 흠집이 아니라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가진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소유는 목표가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태도가 됩니다. 그래서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 무엇에 얽매이지 않을지 스스로 묻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소유는 목표가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태도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무소유는 모두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물건, 습관, 계획 등에서 불필요한 몫을 덜어내는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반백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책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자꾸 모으기만 했는데 이제부터는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


"오늘 내가 겪는 불행이나 불운을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남을 원망하는 그 마음 자체가 곧 불행이다. 행복은 누가 만들어서 갖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만들어간다."


주변을 돌아보면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나도 이런 경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앞으로는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말하는 습관부터 고쳐서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다녀서인지 나는 왠지 '불교'가 낯설지 않고 불교의 가르침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은연중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이 책에 담긴 법정스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통해 지난 내 삶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정스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통해 올바른 삶의 길을 배우고자 하는 많은 독자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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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사람을 위한 관계 연습
함규정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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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다름 아닌 인간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렵게 취업을 하고서도 1년도 되지 않아 퇴사를 하는 MZ세대들이 꽤 많다고 하는데 퇴사 이유 중의 상당 수가 인간관계 때문이라고 하니 인간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제대로 배울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인간관계 노하우를 다루고 있으며, 다양한 관계와 사례를 통해 어떻게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어서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나는 올해로 결혼한 지 27년차이며, 올해를 끝으로 30년이 넘게 정들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이 예정되어 있다. 나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고, 이제는 어느 정도 거리두기에 적응이 되어 과거와 같이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

'"결국 혼자가 편하더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차라리 혼자가 낫다"라는 말은 '이제는 더 애쓰고 싶지 않다'는 고백일 수 있습니다. 감정을 소모하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지친 마음이 혼자 있는 쪽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죠.' 저자의 이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랜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아내가 시댁 문제로 힘들어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자와 똑같은 느낌을 가졌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람들은 관계의 유지보다 나의 평온을 먼저 생각하는데, 누군가 무례한 말을 하면 그것이 단지 그 사람의 기분 탓일 수도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관계는 맞추는 것이 아니라 조율하는 것이고 조율의 출발점은 내가 어디까지 노력할지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건 누구와도 불편하지 않게 지내는 능력이 아니다. 불편한 관계를 알아차리는 안목과 멈출 줄 아는 용기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옳은 말인 것 같다. 모든 사람과 관계를 좋게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가족 사이, 부부 사이, 일터에서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실천이 어렵지 않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늘 가까운 곳에 두고 참고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인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은 독자라면 꼭 이 책을 한 번 읽어 볼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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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살펴본 메타 착각
박종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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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서 옮겨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이 'AI도입'을 외치며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라면 반드시 멈춰 서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AI기술은 그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인가?", "기술 도입과 함께 우리의 프로세스와 문화도 진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시 우리는 해결책을 먼저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문제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내가 이러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실패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예방할 수 있을까? 인지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의 '사전 부검'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름은 조금 섬뜩하지만, 죽은 사람의 사인을 살피는 '사후 부검'을 거꾸로 뒤집은 개념이다. 사전 부검은 아직 살아있는 프로젝트, 즉 '환자'를 살리기 위한 예방 의학이다. 실패라는 재앙을 막기 위해 미리 접종하는 백신인 것이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 대신, "이미 실패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고 질문의 방향을 트는 것이 사전 부검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5가지의 메타 착각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 착각 1_도구의 혁신이 곧 생산성의 혁신이다.
메타 착각 2_정답은 거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시스템에 있다.
메타 착각 3_인간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메타 착각 4_멋진 제품과 서비스는 스스로 시장을 창출한다.
메타 착각 5_리더가 횃불과 채찍을 들면 혁신은 따라온다.

기술 발전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하고 낙관적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의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곧 깨달았다. 기술 자체의 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그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기존 사회 시스템의 준비 상태가 새로운 변화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핵심적 변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결코 사회의 '진보'를 담보할 수 없고, 그 기술이 놓이는 복잡한 사회경제적 맥락, 무엇보다 그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방식이 함께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다소 까다롭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들이 설명하는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을 들고 있다. 이는 한번 특정 경로로 들어서거나 특정 방식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더 좋고 효율적인 대안이 나타나더라도 쉽게 기존 경로를 벗어나거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관성이 새로운 기술의 편익을 압도한 것이다. 그것은 기존 생산 시스템 전체와 관련 기술, 숙련된 노동자의 작업 패턴, 그리고 관리 방식까지 모두 아우르는 매우 복합적이고도 강력한 '현상 유지'의 벽이었다. 내가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늘 '혁신'을 주장하고 혁신을 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혁신을 이끈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낡은 생각의 틀을 과감히 부순 사람들의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정신이었다.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30년 전 나는 아직 우리 회사에서 도입하지 않고 있던 효율성이 높은 응용 소프트웨어(아래아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도입을 위해 앞장섰던 경험이 있다. 처음에 제안했을 때는 회사에서 별 반응이 없었는데 우리 부서에서 먼저 사용을 하게 되면서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결국 회사에서 전격적으로 도입을 하게 되어 업무의 효율성이 많이 높아지게 되었다.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무엇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일찌감치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책을 통해서 보고 배꼽잡는 일이 있었다. 일본의 사례인데 금융기관이나 지방 자치 단체의 대량 날인 업무에 대한 고충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이들이 내세운 해법은 문제의 원인인 '날인 행위'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낡은 행위를 자동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로봇은 혁신의 상징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한코(일본식 도장) 문화라는 과거의 중력에서 얼마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증명하는 대표적 상징이 되고 말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실패 사례를 통해서 독자들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게 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이는 사전 부검 체크 리스트'를 잘 활용한다면 실패 가능성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책들은 실패 사례보다는 성공 사례를 통해서 벤치마킹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성공 사례를 따라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처럼 실패 사례를 통해서 실패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독자들에겐 오히려 더 큰 혜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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