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살펴본 메타 착각
박종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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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서 읽고 제 의견을 담아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의 추천사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서 옮겨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이 'AI도입'을 외치며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라면 반드시 멈춰 서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AI기술은 그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인가?", "기술 도입과 함께 우리의 프로세스와 문화도 진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시 우리는 해결책을 먼저 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문제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내가 이러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실패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예방할 수 있을까? 인지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의 '사전 부검'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름은 조금 섬뜩하지만, 죽은 사람의 사인을 살피는 '사후 부검'을 거꾸로 뒤집은 개념이다. 사전 부검은 아직 살아있는 프로젝트, 즉 '환자'를 살리기 위한 예방 의학이다. 실패라는 재앙을 막기 위해 미리 접종하는 백신인 것이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 대신, "이미 실패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고 질문의 방향을 트는 것이 사전 부검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5가지의 메타 착각을 소개하고 있다. 
메타 착각 1_도구의 혁신이 곧 생산성의 혁신이다.
메타 착각 2_정답은 거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시스템에 있다.
메타 착각 3_인간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메타 착각 4_멋진 제품과 서비스는 스스로 시장을 창출한다.
메타 착각 5_리더가 횃불과 채찍을 들면 혁신은 따라온다.

기술 발전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하고 낙관적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의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곧 깨달았다. 기술 자체의 힘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그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기존 사회 시스템의 준비 상태가 새로운 변화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핵심적 변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결코 사회의 '진보'를 담보할 수 없고, 그 기술이 놓이는 복잡한 사회경제적 맥락, 무엇보다 그 기술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 방식이 함께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다소 까다롭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들이 설명하는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을 들고 있다. 이는 한번 특정 경로로 들어서거나 특정 방식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더 좋고 효율적인 대안이 나타나더라도 쉽게 기존 경로를 벗어나거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관성이 새로운 기술의 편익을 압도한 것이다. 그것은 기존 생산 시스템 전체와 관련 기술, 숙련된 노동자의 작업 패턴, 그리고 관리 방식까지 모두 아우르는 매우 복합적이고도 강력한 '현상 유지'의 벽이었다. 내가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늘 '혁신'을 주장하고 혁신을 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혁신을 이끈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의 진정한 의미와 가능성을 꿰뚫어보고 낡은 생각의 틀을 과감히 부순 사람들의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정신이었다. 내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던 30년 전 나는 아직 우리 회사에서 도입하지 않고 있던 효율성이 높은 응용 소프트웨어(아래아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도입을 위해 앞장섰던 경험이 있다. 처음에 제안했을 때는 회사에서 별 반응이 없었는데 우리 부서에서 먼저 사용을 하게 되면서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결국 회사에서 전격적으로 도입을 하게 되어 업무의 효율성이 많이 높아지게 되었다. 끊임없는 실험정신이 무엇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일찌감치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책을 통해서 보고 배꼽잡는 일이 있었다. 일본의 사례인데 금융기관이나 지방 자치 단체의 대량 날인 업무에 대한 고충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이들이 내세운 해법은 문제의 원인인 '날인 행위'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낡은 행위를 자동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로봇은 혁신의 상징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한코(일본식 도장) 문화라는 과거의 중력에서 얼마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증명하는 대표적 상징이 되고 말았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실패 사례를 통해서 독자들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게 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이는 사전 부검 체크 리스트'를 잘 활용한다면 실패 가능성은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책들은 실패 사례보다는 성공 사례를 통해서 벤치마킹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로 성공 사례를 따라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처럼 실패 사례를 통해서 실패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독자들에겐 오히려 더 큰 혜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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