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의 영화로 들여다보는 역사 - 이해의 깊이를 더하는 역사 속 비하인드 스토리
썬킴 지음 / 시공아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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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 3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관에 거의 가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요즘은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 이 책은 총 10편의 영화를 통해 역사를 돌아보는 책인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영웅:천하의 시작, 명량, 라스트 사무라이, 광해, 늑대와 춤을 정도다. 

 

 

나는 영화 중에서도 중국 무협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 처음 소개하는 영화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이연걸이 주연으로 나온 영웅:천하의 시작이다.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륙을 통일했던 '진시황'과 그를 암살하려는 자객 '무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 <영웅>은 '사실을 기본으로 한 허구'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 연나라 왕의 아들인 태자 단이 사람을 보내 진왕을 암살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연나라 최고의 자객인 전광이 소개해 준 자객이 바로 영화 <영웅>의 모티프가 된 형가라고 한다. 영화가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그려진 것이라 할지라도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 <영웅>을 감상할 때 생각할 거리를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영웅>은 영화 제작 측면에서 보면 정말 걸작입니다. 그 방대한 스케일과 장예모 감독 특유의 몽환적인 영상 연출은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또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과 실존했던 자객들을 소재로 한 것도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영화를 볼 때는 스크린 뒤편에 숨어 있는 중화사상과 동북공정만큼은 꼭 인지하고 감상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소개되는 영화는 <명량>이다. 이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영화다. 임진년 1592년에 시작된 왜란이 잠시 소강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이 다시 조선 침공을 시작한 1597년, 즉 정유년의 2차 왜란(정유재란) 당시 단 12척의 함선으로 진도 앞바다인 명량 수도에서 133척의 왜군 함선을 물리친 사건이다. 그 유명한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란 명언을 남긴 해전이다. 아직까지도 내겐 '칠천량해전'의 참패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육지에서는 맹장인 원균이지만 해전에 있어서는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이해가 되지 않는 전투다. 당시 이순신장군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되었지 않았을까? 성웅 이순신장군이 우리에게는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가 아닐까?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로 들여다본 역사는 매우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영화들을 알게 되어 좋았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중에서 내가 제일 먼저 보고 싶은 영화는 아무래도 체게바라의 인생을 담고 있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라 할 수 있겠다. 아르헨티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체게바라가 어떻게 쿠바혁명의 아버지가 되었는지 영화를 통해서 제대로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중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의 승정원일기에서 15일간의 기록이 사라진 부분이 있는데 영화 제작진이 그 15일간의 공백에 상상의 스토리를 끼워 넣어 만든 영화라고 한다. 사실이야 어떻든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광해의 모습은 성군이라고 할 수 있을만 하다. 그리고 실제 역사 속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광해군이 중립외교를 한 것은 당시 시대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적절한 조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인조반정이 일어나지 않고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계속 이어졌다면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게 내 생각이다. 여하튼 역사에서 '만일'은 의미없는 상상일 뿐이겠지만 이 대목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볼 때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본다면 영화의 색다른 면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저자의 역사적 지식이 바탕이 된 설명이 내게는 이 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모두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서 볼 생각이다. 영화 속 장면이 역사적으로 사실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영화가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비록 10편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앞으로 나는 영화를 볼 때 역사적 배경을 미리 공부하고 영화를 봄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배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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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
강재상 지음 / 세이코리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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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때 전공이 축산경영학인데다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마케팅에 관심이 좀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다양한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지만, 회사에 입사한 이후 정작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회사 업무의 시작과 끝은 '마케팅'이라는 생각을 나는 여전히 갖고 있다. 그래서 요즘도 마케팅 관련 서적을 가끔씩 읽고 있다. 이 책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지인이 쓴 책이기도 해서 관심을 끈 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읽었던 마케팅 관련 서적들은 이론에 치우친 책들이 많았기에 실무에 적용하기가 사실 애매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가 오랜 기간 다양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컨설팅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정리된 책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는 1장~3장에 걸쳐 편견을 깨라는 내용으로 평소 내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저자가 깨라고 하는 편견은 '고객을 이해하고 있다는 편견', '마케팅은 홍보활동이라는 편견', '상품 기획에 정해진 순서와 원칙이 있다는 편견' 등이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시장의 고객들은 '결핍의 시대'를 지나 이미 웬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대체로 누리고 있다. 특히 생존이나 생활 편의성에 관한 니즈는 거의 해소되었다. 이제까지 이런 것은 없었다고 할 만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그야말로 '풀소유의 시대'다. 요즘 고객들은 여태 누려본 적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지만 추가로 또는 새로 구매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혹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에 구매하기도 한다. 이것이 지금의 시장과 고객에 맞는 전제다. 이미 충분히 갖고 있지만 더 갖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요즘 사업 전략과 마케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마케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온 마케팅 방향과는 다른 면이 많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전제는 충분히 곱씹을만하다고 생각한다.


"21세기 고객의 소비 유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러하다. '고객은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지금부터라도 고객의 니즈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저자의 고객에 대한 정의는 마케팅 담당자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객 니즈에 충실해도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마케팅 담당자라면 이러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째, 고객은 니즈 충족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판타지에 반응하여 지갑을 연다. 둘째, 고객은 능동적이라 가정되지만, 실제로는 능동적이라 착각하는 수동적 대상이다. 셋째, 고객을 설득하려면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당위보다는, 욕구를 만들어 소유를 갈망하게 만드는 편이 효과적이다.


"경험에서 우러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중요한 것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제품과 서비스의 타깃 고객군에 속하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다 직접 경험할 수 없고, 고객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결국 간접경험과 관찰 등을 통해 고객을 깊이 파악해가야 하는데, 이런 노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다. 수억에서 수백억을 투자받은 스타트업조차도 자신들이 고객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명심하자. 고객과 시장에 대해 몇 단계나 더 깊이 파고드는지가 사업과 마케팅 전략 성공의 첫 번째 시작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케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마케팅원론을 배울 때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제품판매 후 관리에 이르는 모든 활동이 마케팅이다."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진리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제품과 서비스는 기업이 자기 만족을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시작점은 무조건 마케팅이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이 내용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른 마케팅 관련 서적들과는 달리 실무자들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알짜내용들로 가득한 이 책을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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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이선종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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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시절 수업을 통해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해 개괄적인 내용만 들은 게 전부였고, 아직까지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몇 년 전에 책을 구입해놓고 책장에서 고이 잠들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내가 아직까지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보지 않았다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이번 기회를 빌어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보려고 이 책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읽게 되었다.

 

 

책 제목처럼 내 수준으로는 하룻밤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미술작품들과 함께 연관된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를 읽다보니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래도 책 제목을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로마신화>로 정한 것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한 번 들면 놓기 힘들 정도라는 점을 반증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이 신실한 데우칼리온과 피라는 테미스 여신의 신전 바닥에 입을 맞추며 이렇게 말하였다. "신들의 마음이 신심 있는 자들의 기도로 움직이고 부드러워진다면, 신들의 분노가 이로 하여금 가라앉는다면, 일러주소서. 여신이시여, 어찌하면 인류가 절멸한 이 재난을 수습할 수 있을는지요. 자비로우신 여신이시여, 환란을 당한 저희를 도와주소서…" 테미스 여신은 감동하여 이렇게 대답했다. "내 신전에서 나가 너희 머리를 가리고, 옷의 띠를 푼 연후에 주위를 맴돌고, 네 위대한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져라." 둘은 한동안 그 신탁의 뜻을 거듭해서 되새기고 여러 방법을 동원한 끝에 어머니의 뼈가 돌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돌을 모아 그들의 발자취 뒤로 던졌다. 뒤로 던져져 땅에 떨어진 돌들은 그 딱딱한 본성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말랑말랑한 형체는 더 크게 자라면서 온화한 본성이 그들에게 부여되어서, 인간의 형상이 그들 안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중략) 시간이 얼마큼 지나자 데우칼리온에 의해 던져진 돌들은 남자의 모습을 취했고, 피라에 의해 던져진 돌들은 여자의 모습으로 변신을 취했다. 이렇게 태어난 새로운 인류인 우리는 피로를 견딜 수 있는 강건한 세대임을 말해 주고 있다.'

 

 

'크로노스의 딸 헤라는 아르고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100개의 눈을 수습하여 자기 신조(神鳥)인 공작의 꼬리 깃털에 붙여놓았기에, 지금도 공작의 꼬리에는 별같이 빛나는 보석이 잔뜩 박힌 듯하다. 분노가 하늘에 사무치는 판인데 헤라가 복수를 미루었을 턱이 없었다. 헤라는 곧 복수의 여신을 불러, 자기 남편의 정부이자 자기의 연적인 님프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그 가슴에다 광기를 채워 세상을 방황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야기 외에도 너무나도 재미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책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책장을 중간에 덮기 싫을 정도로 내용도 재미있고, 수록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공부하기 전에 읽어볼 책으로 아주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라가 아르고스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100개의 눈을 수습해서 공작의 꼬리 깃털에 붙였다는 이야기는 정말 그럴듯하게 들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조만간 책장에서 잠들어 있는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신들의 세상도 인간 세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배신, 증오와 복수가 난무하는 신들의 세계와 인간들의 세계가 무엇이 다를까?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공부해본다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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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사기 - 계속 나아가는 삶을 위한 역사 수업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영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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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중국역사 관련 책을 많이 읽은 편이다. 하지만 사기를 제대로 읽어 본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단편적인 사기관련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전반적인 사기를 다룬 책은 거의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 <오십에 읽는 사기>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사마천 <사기>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김영수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사마천은 47세였던 기원전 99년에 흉노와의 전투에서 항복한 젊은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가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옥에 갇히는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48세 때 반역죄를 쓰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수가 사형을 면할 수 있는 치욕적인 방법이자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형벌, 궁형을 자청하였고 그 때 그의 나이 49세였다. 50세에 사마천은 사면을 받아 옥에서 풀려났고, 지독한 고통과 고독, 그리고 고뇌 속에서 사마천은 말 그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마침내 130권 52만 6,500자의 3,000년 통사 <사기>를 완성하였다. 그 때를 기원전 91년, 그의 나이 55세 무렵으로 추정한다.

 

'춘추시대의 걸출한 정치가 진나라 문공은 논공행상과 관련하여 다음 네 가지 원칙이자 등급을 내세웠다. 첫째, 인과 의로 나를 이끌고 덕과 은혜로 나를 지켜 준 사람이라면 일등 공신이다. 둘째, 행동으로 나를 보좌하여 공을 이룬 이는 실무를 한 사람이다. 셋째, 위험을 무릅쓰고 땀을 흘린 자는 행동 대원이다. 넷째, 최선을 다하였으나 나의 잘못을 보완해 주지 못한 이도 공신이다.'

 

 

'문공 같은 통치자의 원칙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원칙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칫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할 수 있고 심하면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원칙을 지키되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집착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마음이 왔다 갔다 해놓고는 잣대가 굽었다고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사마천은 "해시계를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삐뚤어진 그림자를 얻는다."라고 하였다. 해시계를 똑바로 세우는 사람은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정확한 방법을 찾으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사로(思路)가 출로(出路)를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사로, 즉 생각의 길을 바꾸어야 방법이 보인다. 정확한 사유는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다. 역사상 틀을 깨고 한계를 돌파한 모든 방법은 마지막에 거의 다 한 길로 돌아간다. 바로 성공의 근원인 '인간의 사유 방식'이다. 인간의 차이는 문제에 대한 사고 방법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사마천은 생사관과 용기를 연계하였다. 그러면서 참아야 할 때는 참고 굽혀야 할 때는 굽혀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때 '굽힌다'는 것은 남에게 굽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존심을 굽혀야 함을 의미한다. 사마천이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한 것도 이런 생사관을 터득하였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았기에 그는 치욕을 감수하였다.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어려운 것"이라는 그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십에게 리더와 리더십에 관하여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 리더가 단단한 망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치는 쇠를 두드리는 도구이다. 쇠를 제대로 두드릴 수 있으려면 망치가 단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리더는 먼저 스스로 단단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조직과 조직원을 단단하게 두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주공이 옆에서 살피라고 한 것은 실제로는 늘 관찰하던 방식, 즉 기존의 시각을 버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사안을 다시 봄으로써 기존의 시각으로는 이해관계를 밝히거나 우열을 판단할 수 없음을 깨달으라는 조언이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하여 결단을 내릴 때 우리는 이익이나 도덕적인 기준, 자신만의 가치 표준에 근거한다. 그러나 사안을 옆에서 관찰하면, 즉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면 판단할 때 새롭게 참고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법가 사상의 집대성자로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하여 깊은 통찰을 남긴 한비자는 "가장 못난 군주는 자신의 재능만 믿고 이용하려는 자"라고 꼬집었다. 눈과 귀만 밝은 리더가 이렇고, 이런 리더는 사리분별을 못한다. 최상의 리더는 백성의 몸과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지혜를 활용할 줄 아는 리더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기>에 담긴 내용이 이렇게 방대하면서도 처세술을 비롯한 리더십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놀랐다. 역사책이면서도 역사를 통해서 다양한 인간들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사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에 읽는 사기>가 50대 중반에 접어든 내게 새로운 삶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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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사기史記 100문 100답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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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중국 역사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어서 삼국지, 초한지, 대진제국 등 다양한 드라마를 봤다. 그리고 사기도 전체를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사기와 관련된 책들을 몇 권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누가 사기에 대해 물어본다면 제대로 답하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사기에 대해 누가 물어본다고 해도 초보적인 대답은 벗어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책의 작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과 사기,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 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인 김영수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이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부_130권 52만 6,500자의 <사기> 어떤 책일까?
2부_사마천,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역사가
3부_사성(史聖)이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100가지의 질문은 <사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모두 흥미로운 질문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기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 본 내게는 일부 질문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각각의 질문에 저자가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어디 가서 <사기>에 대해 누가 물어보더라도 상당 수준의 답변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질문 중에서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먼저 열 번째 질문이었던 '어리석은 남자들을 한껏 조롱한 하희_<진기세가>에 기록된 섹스 스캔들'을 나는 참 흥미롭게 읽었다. "하희는 적어도 '네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일곱 남자의 혼을 뺀' 여성이었다. 기록에 남은 여성 가운데 하희만큼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여성은 없었다. 이 때문에 역사에는 '남편 셋, 임금 하나, 자식 하나를 죽이고, 한 나라와 두 명의 경을 망하게 했다.'는 기가 막힌 오명(?)이 뒤따랐다. 혹자는 장부라는 부잣집 노인의 손녀딸로 다섯 명의 남편을 잃고도 진평에게 시집간 진평의 아내를 하희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파장이란 면에서 보자면 비교 거리도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예순 여덟번째 질문인 '52만 6,500자에 박힌 메시지_3천 년 통사에 아로세긴 압축파일'에서 나는 사기가 지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마천은 <자서>를 통해 <태사공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요약하여 전달하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역사상 최초로 글자 수를 밝힌, 그리고 최초로 서문 형식을 가진 역사서 <태사공서>가 탄생한 것이다. 이 숫자는 단순히 <태사공서>의 글자 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투옥되어 사형을 선고 받고, 죽음보다 치욕스러운 궁형을 자청하고, 천신만고 끝에 풀려나 <태사공서>를 완성하기까지, 그가 겪은 모든 육체적·정신적 고통의 결정체에 다름 아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3천 년 통사에 집어 넣었다. 요컨대 52만 6,500자는 사마천의 삶과 정신을 장장 3천 역사에다 알알이 새겨 넣은 전무후무한 압축 파일이라 할 것이다."

 


끝으로 여든 여덟번 째 질문인 '사성(史聖)의 안식처'는 퇴직 후 중국 삼국지 문화기행을 계획하고 있는 내게 가는 김에 사마천의 고향인 섬서성 한성시 서촌을 가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역사 유적지에 관심이 많은 내가 그것도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의 고향을 가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른 삼국지 문화 유적지를 둘러볼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 말이다. "한성(韓城), 오늘날 중화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행정구역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섬서성 한성시다. 한성의 동쪽에서는 황하가 섬서성과 산서성을 경계를 나눈다. 서쪽은 양산과 황룡현이 접해 있고, 남쪽은 합양현과 이어지며, 북쪽은 의천현에 기대고 있다. 동서의 폭은 42.2km, 남북의 길이는 50.7km이며 총면적은 1,621㎢(서울특별시의 면적은 약 605㎢)다. 한성시의 특산물은 단연 화초(花椒)로 우리 산초와 비슷한 향료의 일종이다. 지하자원으로는 석탄이 103억 톤가량 매장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기>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사기>와 관련된 책들이 이 책을 읽는 데 있어서 다소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이 책만큼 <사기>와 사마천이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는 계기가 된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사기>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사기>에 대한 식견을 높일 수 있도록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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