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2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2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에 퇴직하고 나면 중국으로 삼국지 문화기행을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변 지인들에게 노래하다시피 하는 나였기에 이 책 <삼국지 기행_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를 처음 접했을 때 '바로 이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삼국지 문화기행을 다녀와서 쓰고 싶었던 책이 바로 이런 책이었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나보다 선수를 쳤기 때문에 김이 새기는 했지만 같은 내용의 책이라 하더라도 컨셉과 독자층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의 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삼국지 문화기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삼국지 기행 1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의 삼국지 문화유적을 찾아 다니면서 지역민들에게 고증을 해서 쓴 책이라서 다른 종류의 삼국지 기행책들에 비해 훨씬 믿음이 간다. <삼국지 기행 2>에서는 25장_천하의 동작대여! 영원하라부터 48장_앞날을 헤아리지 못하면 걱정거리가 생긴다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시대에 벌어지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내가 있을 때 이룩해야 하고 내가 있을 때 끝장을 봐야만 한다. 다음 세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급하고, 해야 할 일만 많다. 하지만 정작 비중 있고 꼭 해야 하는 것은 몇 가지나 해결하는가. 야단법석과 부화뇌동, 우왕좌왕과 조변석개로 끝난다. 더 급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삼국지연의'는 중화 제국주의를 이룩하려는 중화 문화의 숨은 칼날이다. 역사와 소설, 사실과 허구로 무장된 카멜레온이 글로벌 시대 전 지구촌을 통째로 중화주의화하기 위한 콘텐츠인 것이다. 이에 비하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은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급한 민족을 상대로 하는 국지적 전략일 뿐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삼국지연의'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통해 발전된 미래를 열어 간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역사적'이란 구호 아래 행해진 수많은 불법적 행동들이 역사의 거울에 공표되지 않고 역사의 그물에 걸러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소위 진리라고 하는 것도 힘의 중심에만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힘이란 것도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력을 양산하고 이것에 의해 '진일보시켰다'는 역사를 쓰고자 한다. 부성회의 현장은 바로 진리의 역사임을 내세우려는 인간의 욕심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항상 무력이 곧 진리인 것이다. 비록 그 힘의 끝이 자신을 겨누더라도 말이다."


"삼협댐 완공 이후 다시 찾은 백제성도 많이 변해 있었다. 댐이 완공되면 백제성은 섬이 된다고 하더니만 말 그대로다. 좋아진 것이 있다면 배를 타지 않고서도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백제성이 삼협댐 건설로 섬이 되자, 중요 유적지인 이곳을 대대적으로 개발하였다. 덕분에 백제성을 오가는 다리를 놓아서 중경에서 출발하는 장강 삼협 유람선을 타지 않고도 편하게 이곳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람선의 선착장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중경에서 동쪽으로 장강의 중심 물줄기를 따라서 내려가다 구당협이 보이는 초입에서 정박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거센 물줄기를 벗어나서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 북쪽으로 옮겨졌다."


"강유가 지휘를 하였다는 영반취를 둘러보고 검각산을 올랐다. 절벽을 깎아 만든 계단 길은 뒤조차 돌아볼 수 없을 지경이고,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바윗길은 맨 몸으로 오르기도 벅차다. 숨가쁨에 쉬기를 몇 번이나 했던가. 땀범벅이 된 윗도리는 소금이 버석거린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과연 검각이란 이름에 걸맞게 기세의 장대함이 비할 곳이 없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순간, 다리의 힘이 풀린다. 어떻게 올라왔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삼국지 문화기행'을 다녀온 다음에 쓰게 될 책의 내용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이 책의 저자가 아주 상세히 그리고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잘 구분해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책을 써야할 지 매우 난감한 상황에 빠져버린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삼국지 문화기행'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기행을 떠나기 전에 계획을 체계적으로 잘 세워서 이 책의 저자가 쓴 내용과는 방향을 달리 함으로써 차별화할 수 있는 구상을 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모처럼 삼국지 관련 책을 읽으면서 기분좋게 책장을 덮을 수 있어서 기분이 매우 좋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