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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ㅣ 그림책이 참 좋아 26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2월
평점 :
믿고 보는 작가들이 있지요.
여러 분야에 여러 작가분들이 계시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며 신간이 나오면
늘 찾게 되는 작가 중에 한 분이 바로 최숙희 작가님이에요.
최숙희 작가님의 신간 <엄마의 말(馬)>을 만나보았답니다.
의사소통에 쓰이는 말이 아닌 동물 말이에요 ^^

역시나 따뜻한 그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네요.
품 안에 말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다정한 미소를 보이는 엄마..
아~ 엄마의 말은 아이를 상징하는 거구나~^^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겐 할머니의 이야기가 되겠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에겐 엄마의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아이는 순한 눈망울과 보드라운 갈기털과 굳센 다리를 가진 말이 좋았더래요.
무엇보다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말예요.

하지만 정작 아이는 그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답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는 아이의 표정은 그냥 그림인데도 왜 마음이 짠한건지...
너는 하고픈 거 원하는 거 맘껏 하라는 말씀을 달고 사시던 엄마가 떠올랐어요.
학교에 가서 배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고,
고삐에 매인 말처럼 맘껏 달리지 못하고 나이를 먹어 처녀가 되는 아이.

그리곤, 이웃 마을 총각을 만나 시집을 가게 됩니다.
요 장면 그림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네요.
우리집 꼬맹이도 이게 뭐야~ 머리에 뭐야~ 얼굴에 뭘 붙인거야~ 질문이 많았네요 ^^
큰 아이와는 자연스럽게 전통혼례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고요.
그렇게 처녀는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됩니다.
비좁은 단칸방에서도 망아지처럼 잘도 뛰어 노는 아이들..
엄마는 비록 고삐에 매인 말과 같은 세월을 보냈지만,
엄마의 말인 아이들은 맘껏 달리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느껴졌어요.

아이들의 웃음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엄마에게 아픈 이별의 순간이 오고 맙니다.
바다를 좋아하던 망아지 한 마리가 바다로 가서 돌아오지 않은거에요.
고개를 푹 숙인채 가슴을 부여잡은 엄마의 모습에 대한 일절의 설명도 없었지만,
그 그림만으로도 어찌나 마음이 아려오는지...
작년에 있었던 세월호 사고 등 마음 아픈 엄마들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하고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겠더라구요..ㅠㅠ

하지만, 엄마에겐 남아있는 망아지들이 있습니다.
그게 엄마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 주어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막내에게 말 한마리만 그려달라 부탁하는 엄마..
그렇게 막내의 손에 의해 되살아난 망아지..
그걸 지켜보는 엄마.. 아~~~ 어떤 마음일지 어떤 기분일지..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그 복잡미묘한 감정을 함께하는 느낌이었네요.
이런게 최숙희 작가님의 글과 그림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그냥 동화로만 여기는 아이들도 조금쯤은 이런 엄마의 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덧 망아지들은 장성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엄마가 그리던 세상으로 날아가요, 그 말들을 바라보는 엄마..
지금 우리 엄마도 그럴까요..
나도 우리집 망아지들을 바라보며 그리 살아가게 될까요..
작가님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작품이란 설명에 더욱 마음 먹먹해 졌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 낸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
가끔은 그런 엄마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네요.
내가 지금 내 아이를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고, 내 아이를 살피듯 혹은 그보다 더 지극히 살폈을 우리 엄마.
아이들을 위한 예쁜 그림책이지만 또 나를 위한,
그리고 함께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엄마들을 위한 책이기도 한 것 같아요.
최숙희 작가님의 <엄마의 말>.. 여운이 길게 남을 그런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