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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살림월령가 -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그리는 시골살림 이야기
양은숙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책 표지 사진 속 빨간 딸기와 싱싱해 보이는 푸른 빛 채소들, 그리고 조금쯤 투박해 보이는 그릇들까지..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소박하지만 어딘지 모를 정겨움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 하다.
부러 찾아간 곳은 아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저자에게 찾아온 시골 생활은 불편하고 어렵다기 보다
알근달근한 무처럼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는 생활이었고,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산으로 터를 옮기신 부모님. 그런 친정에 아이들과 내려가 며칠씩 머무를 때면
내가 느끼곤 하는 바로 그 감정일테지, 라고 괜한 동질감도 느껴본다. ^^
저자가 푹 빠져버린 매력적인 들살림, 사계절을 온전히 담아낸 그 일상의 이야기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제목처럼 달별로 시간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 계절을 소제목 삼아 저자가 보낸 일상 속 이야기들은 잔잔한 에피소들들이 더해져 소소한 감동마저 전해준다.
이젠 50~60대도 청년이라 불릴만큼 노인사회가 된 시골 풍경,
하지만 살아 온 시간만큼 넉넉해지고 깊어진 어르신들의 나누는 모습은 더 따뜻하게 마음을 울리는 듯 하다.
과연 저자의 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 또 어떤 요리들이 등장할까? 궁금해진다.

봄이면 우리 부부는 늘 두릅부터 찾는다. 싱싱한 두릅은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쌉쌀한 맛이 일품이다.
더욱이 봄 한 철 짧은 기간에만 맛볼 수 있기에 더욱 기다려지는 봄나물 중 하나다.
가지런히 담아 놓은 푸른 빛깔의 채소와 빨간 고추장을 보니 침이 고이는 듯 하다. 다음 봄은 또 언제 올는지..ㅎㅎ
요렇게 제철 재료들과 요리법이 중간중간 소개되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짧은 글.
역시 푸드스타일리스트답다. 잘 담아내고 정말 예쁘게 꾸며내었다.
투박해 보이는 무쇠 솥뚜껑 위에 가지런히 둘러 앉은 화전이 먹기 아까울 정도로 곱다.
요렇게 글을 읽는 재미 외에도 사진을 통해 들살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인 듯...

각 계절의 마지막 글은 그 계절에 걸맞는 레시피 소개이다.
봄의 레시피는 바로 화전. 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먹을거리이기도 한 화전.
보통 진달래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의외로 화전에 활용할 봄 꽃이 많다고 한다.
진달래로 화전을 만들 때는 독성이 있는 꽃술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는..ㅋㅋ
찬찬히 옆에서 설명해 주듯 친절히 풀어 쓴 레시피가 인상적이다.
겉보기엔 한 편의 짤막한 에세이 같은데, 사실상 완벽한 레시피이다.
내년 봄엔 아이들과 직접 봄꽃도 찾아보고 화전도 만들어 보고픈 맘이 간절해진다.
먹지 않아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비주얼의 화전, 과연 봄레시피가 될만하다.

새봄을 알리는 분홍빛 매화. 그렇게 들살림은 새로운 계절을 또 맞이하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며 돌아오는 들살림은 고단하지만 고단하지 않다.
소박하지만 소박하지 않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더욱이 주변에 함께하는 이들의 따뜻한 인정이 넘치고 넘친다.
어떤 이는 '마음 먹은 대로 산다'는데 나는 늘 마음 빚쟁이로 산다. 햇살과 바람, 땅과 사람에게 진 빚이다.
빚이 늘면 늘수록 삶이 풍요로워지는 기이한 빚쟁이다.
달리 내어줄 것이 없는 나로서는 과분하게 누리는 지복이다.
스위터처럼 따뜻하고 친절했고 캄스러웠던 길, 사람, 시간들에 무한한 고마움을 갖는다.
- 들어가는 글 중, P 9 -
자연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하는 이에게 이처럼 무한히 내어주는가보다.
그리고 그 자연의 흐름을 함께 살아내고 있는 이들간의 돈독함도 부럽기 그지 없다.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우리네 일상과는 확연히 다른 그네들의 하루 하루에 샘이 날 지경이다.

소박하게 차려낸 하지만 그 무엇보다 화려해 보이기도 하는 저자의 식탁에..
그리고, 요리만큼 맛있게 전해지는 글솜씨에 푹 빠져 읽었던 것 같다.
소박하고 꾸밈없지만 으리으리한 매력을 가진 들살림.
이 책을 읽은 이라면 또 한번 시골에서의 삶, 들살림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