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침고요 정원일기 - 어느 특별한 수목원의 기록
이영자 지음 / 샘터사 / 2013년 5월
평점 :
아침고요수목원. 대학 신입생 시절 영화 편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장소.
아침고요 수목원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건 결혼전이니까 벌써 8년도 더 된 옛날 일.
<아침고요 정원일기>란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 모습은 어떨까.. 였다.

부모님은 몇해전 귀농 아닌 귀농을 하셨다.
남들은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데, 그보다는 나무를 심고 화초를 가꾸는데 주력하신 부모님.
아버지의 평생 꿈이신지라 반대하지도 막지도 못했지만 선뜻 응원하기도 힘들었던 것 같다.
이제 아이들에겐 정겨운 시골 외갓집이 된 친정은 처음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은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
그래서 아침고요수목원을 직접 만들고 가꾸고 지금의 모습으로 멋지게 만든 원장님의 시각에서 본
아침고요 수목원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에서도 쓰고 있지만, 저자는 아침고요수목원을 개원하고 직접 정원을 가꾸는 일부터
매표와 청소, 식당일까지 세세한 모든 일들을 맡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글을 읽는 내내 아침고요 수목원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은.
약 5년여간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직접 정원을 가꾸는 이의 입장이라서 그런지 꽤 많은 사색을 하게끔 만든다.
그냥 와~ 예쁘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란 말씀.
피고 지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기에 그것에 마음이 담기고 생각이 담기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수국, 그중에서도 산수국. 파란빛이라 해야할까 보랏빛이라 해야할까..
아무튼 요 산수국의 오묘한 색을 보고 있자면 늘 마음도 차분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이다.
다만 꽃이 피는 시기가 장마철이라 꽃을 볼 수 잇는 시기도 짧아지는 것이 아쉬울 뿐...

이 가을날 내가 느끼는 애상은 계절의 순환 속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나무와 풀꽃들이 전해주는 비장한 삶과 운명에 대한 애달픔이다.
그래서 떨어진 단풍나무의 낙엽이 더없이 아름답고
말라붙은 나무수국의 꽃송이도 장하게 느껴진다. - P 192 중 -
책 속엔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보내는 특별한 날이 아닌 매일의 일상들이 사계절을 고스란히 담아 들어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핀 봄 꽃에 보내는 응원과, 한여름 장마에도 꿋꿋이 버티는 원추리에 대한 감동,
떨어지는 낙엽과 말라가는 나무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겨울 하얀 설원 속 봄을 기다리는 간절함까지..
어쩌다 아침고요 수목원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이와는 전혀 다를 수많은 감정들이리라.
그래서 저자의 글 곳곳에 삶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침고요 수목원과는 사뭇 달라졌을 그곳이 마구 궁금해진다.
그리고 한없이 부러워진다. 아침고요 수목원의 구석구석을 아는 이의 그곳에서의 일상이 말이다.
계절이 어느때고 상관없이 언제 가보아도 좋을 아침고요 수목원.
조만간 아이들 손 잡고 아침고요 수목원의 정취를 느껴보러 꼭 한 번 들러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