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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집짓기 - 취향이 있는 집을 완성하기까지 6개월 프로젝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신랑과 나는 늘 집에 대한 이견을 갖고 있다. 교통이 편리한 도심 속 구획이 잘 갖추어진 아파트 VS 너른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놀 수 있고 취향껏 실내를 나누고 더하여 만든 단독주택. 과연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인가는 좀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볼 문제이지만, 단순히 희망사항만을 두고 결론을 내린다면 아이가 셋이 되고 아파트가 점점 갑갑해 지기 시작한 서른 중반을 넘은 나도 신랑 편에 서고 싶은 맘이 더 크긴 하다.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나보다 좀 더 아니 좀 많이 용감하고 어찌보면 무모한 그런 사람, 아니 건축주인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또 그녀의 집 역시 부럽기도 하고.

6개월에 걸쳐 직접 현장을 누비며 집짓기를 마친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현장에 함께하고 있는 듯 생생하게 전달된다. 글을 잘 쓴 탓도 있겠지만, 집을 짓는 6개월 동안 들인 수고와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기도 하리란 생각을 해본다. 그야말로 나를 닮은 집, 내가 정말 원하는 집을 짓기 위해 애쓰고 때론 싸우며 보낸 시간들을 거쳐 완성된 집이니, 그저 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 집을 완성한 이와는 다를 것이다.
총 4개의 단계로 나누어 집을 짓듯 책을 쓰고 있다. 1단계, 꿈의 집짓기 - 집을 짓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이야기. 2단계, 워밍업 -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후 집터를 찾고 어떤 집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에 대해 쓰고 있는 부분. 3단계, 안부장의 외장공사 - 단어 그대로 집의 외장이 완성되기까지의 이야기. 집을 지으며 저자가 겪은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다이내믹하게 기록되어 있다. 중간 중간 저자의 남편인 둘리틀의 한마디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4단계, 나의 내장공사 - 내장공사를 맡아 감독하기로 한 저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꿋꿋이 나를 닮은 집을 완성시킨다. 물론 후회가 남는 부분도 있겠지만 집짓기의 모든 과정을 알게 된 독자들에겐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적어도 실수를 줄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참으로 순탄치 않았던 저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집짓기로 완성된 집의 모양이다. 요렇게 그림으로 보니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이야기의 끝 부부에 부록처럼 이 집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마당, 거실과 서재, 부엌과 식당, 욕실, 침실, 작은방으로 나누어 각각의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며 무엇을 주의해야할지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알 수 있다. 미리미리 참고해서 집 설계에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 여러가지 책을 두루 섭렵하고 인터넷 카페를 종횡무진하며 얻은 귀한 정보이자, 실제로 저자가 겪고 알게된 비법들이니까..

그렇게 살이 빠지고 늙어 보이기가지 하며 지은 집. 그럼에도 저자는 집짓기의 수고로운 과정들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대지에 낮게 갈리는 평평하고 길쭉한 집. 그렇게 지은 집과 꼭 닮은 집주인. 내가 살고 있고 나를 닮은 누가 보아도 내집으로 보이는 그런 집을 짓는 일은 정말 어떤 기분일까. 점점 궁금해진다. 그리고 상상해 본다. 두근두근 조금쯤 떨리는 기분.. 어쩌면 이게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

그래서, 이제 행복한가.
우리는 이 집 데크 위에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는 것을 좋아한다. 아파트에 살던 동안에는 존재하지 않던 시간이다. 이 집에서 아침은 아침답게 환하고 신선하다. 밤은 이보다 더 밤스러울 수가 없다. 검고 적막한 시간. -본문 274 p 중 -
우리들은 언젠가부터 환한 밤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저런 소리 아니 소음들이 배경음악마냥 항상 깔려 있고 아침에도 얼마든지 어둠 속에 지낼 수가 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대로, 태양이 뜨고 지는 자연의 시간표대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그런 일상도 행복하지 않을까. 여유롭고 평안하지 않을까. 집짓기는 신난단다. 집을 지어 본 이들이 모두 그렇게 말한다. 물론 집짓기라는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을테지만, 그렇게 나를 닮은 그런 집이 생긴다. 아~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ㅎㅎ 과연 나를 닮은 집은 어떤 모습이어야할까..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모습일까.. ^^ 지어져 있는 그런 집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하.우.스.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보시라. 집짓기를 먼저 경험한 초보자의 생생한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