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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맑아지는 낙서 명상, 젠탱글
카스 홀 지음, 김영수 옮김 / 인간희극 / 2013년 3월
평점 :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해보았음직한 낙서.. 아니다, 누구나가 자주 하고 있음에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낙서.. 지루한 수업 중에 교과서 한 쪽 귀퉁이 혹은 글자 하나로부터 출발한 선이 점점 퍼져나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그것은 보다 넓게 확장되곤 한다. 별다른 의미도 없이 무한이 반복해 나가도 질리지 않는 그 시간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말그대로 무념무상의 시간을 즐기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낙서에 이름을 붙인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흔하디 흔한 낙서를 명상으로 발전시켜 치유의 일환으로 삼고 또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이름하여 젠탱글. 이 낯선 단어를 아는 것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사실 책의 제목만 보고서는 젠탱글을 통한 명상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리라 짐작했었는데, 그보다는 젠탱글이 무엇인지 젠탱글은 어떻게 그리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을 좀 더 중시하고 있는 듯.. 젠탱글에 대한 정의부터 역사에 대한 설명부터 젠탱글을 위한 패턴들을 소개하고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알려주는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하긴 어쩌면 젠탱글을 배우고 나면 직접 그리며 명상과 마음의 치유를 얻는 것은 각자의 몫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그래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젠탱글이란 선(禪)을 뜻하는 젠zen과 선(線)을 의마하는 탱글tangle 의 합성어이다. 사실 일본어를 배웠기에 젠이란 단어의 의미를 금새 파악할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이들에게 꽤나 낯선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쨌거나 재미난 발상이고 유쾌한 작업이기도 할 것 같다. 잡념없이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여 무언가를 해내는 일이 분명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 들기에 말이다.
젠탱글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직접 그려보는 일만 남았다. 어쩌면 조금은 시시하게 느겨질지 모를 이 낙서에도 공인되어 있는 패턴이 있고 가르치는 강사가 있다고 하니 세상엔 참으로 배울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총 12개의 공인 패턴이 등장하는데, 의외로 쉽고 재미나 보였다. 기본적인 패턴을 익힌 후에는 그것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준다. 음영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젠탱글이 확연히 달라져 보이는 점이 신기하고 또 재밌게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으로 등장하는 건 바로 컬러에 관한 것. 요즘은 컬러로도 힐링을 하는 시대이지 않는가. 젠탱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컬러들을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흑백의 젠탱글은 화려하게 변화한다. 색깔에 따라 같은 젠탱글도 전혀 다른 느낌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내가 만들어 낸 컬러들의 조합이 멋지게 어우러져 젠탱글 속에 녹아진다면 얼마나 기쁠까, 더불어 마음도 즐거워 지리라.
심리를 다룬 서적일 것이란 기대감과는 달리 젠탱글에 대한 소개와 그리는 방법 등등 기술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책이다. 한마디로 젠탱글 입문서라고 보면 좋을 듯..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젠탱글이란 이름의 낙서를 통해 마음의 치유를 얻고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무엇이든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저 책 한 귀퉁이의 낙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을 쏟아낸 작품으로 연결된다면 이 또한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 마음이 맑아지는 낙서 명상. 참으로 간단하고 쉬운 출발이지만 그 깊이는 그 어느 것보다 깊을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