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에쿠니 가오리를 알게 된 건 대학때... 일문학을 전공한 탓도 있겠지만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한 친구로부터였다.

그 이후론 정말 팬이 되어 버렸달까.. 우리집 책장 한 켠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만으로 채워져 있다.

학생 땐 학교 도서관에서 읽곤 했지만 역시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책은 소장하고픈 법..

그럼에도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이후로는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소설 쪽과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관련된 육아서나 요리책같은 실용서적 위주의 편독 중이랄까..

이번에 출간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역시 위시리스트에 올려 놓고만 있다가 휴가를 이용해 겨우 읽게 되었다.

정말 오랫만에 읽는 소설, 그것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라 그랬을까.. 한 장 한장 책장 넘어가는 게 아까울 정도.

보통은 속독을 하는 편이지만 왠지 모르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한단어 한 문장 천천히 점점 천천히 읽게되는 경향이 있다.

 

소란한 보통날.

반짝반짝 빛나는, 호텔 선인장,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등등 여타 소설들에 비하면 조금은 약한 느낌.

하지만 책을 다 읽을 때쯤엔 이만한 제목도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 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가령 바로 옆 집이라도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도 멉니다. 다른 공기가 흐릅니다. 계단의 삐걱거림도 다릅니다.

비상약 상자에 담긴 약의 종류나, 곧잘 입에 담는 농담, 금기 사항이나 추억도.

그것마으로도 저는 흥분하고 만답니다.   ......  후기 중 p278

 

저자 후기에 모든 답이 있는 느낌이랄까.

매일이 소란한 사건 투성이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는 보통날인 가족.

그런 가족의 소란한 일상사...

 

아빠, 엄마, 그리고 세 딸과 아들. 이렇게 6가족인 미야자카 가족.

셋째딸인 고토코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 보는 미야자카 가족의 사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어쩌면 일반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를 이 가족의 에피소드들..

정말 소란을 벌일만한 일임에도 보통날과 다름없이 맞아주는 가족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일상을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섬세함과 잔잔한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뭔가 액티비티한 긴장감을 주는 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어쩌면 지루하다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그렇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다. 머릿 속에 자연스레 펼쳐지는 영상과 그 장면의 느낌.

뭔가 튀고 극적인 것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끌어들이는 무언가..

그래서 언제나 그녀의 작품이 또 언제 출간될 지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

 

큰 소란을 벌여도 좋을만한 사건들을 보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미야자카 가족과 에쿠니 가오리의 힘.

어저면 우리네 일상도 보통으로 받아들이고 그리 반응하며 보듬어도 좋을 일들을 너무 소란스럽게 반응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내 가족. 때론 미야자카가의 사람들처럼 그냥 덤덤하게 수긍하며 넘어가 보면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