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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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선생님이란 타이틀이 시인이란 것보다 더 잘 어울리는 천상 선생님 김용택 님의 산문집. 초등학교에 근무하며 메모해 두었던 생각들과 간간이 등장하는 아이들의 시와 글들이 참 따스하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아이들이 좋아 그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릴 수 있는 참 스승. 그런데 그는 오히려 그 아이들을 향해 내 생의 위대한 스승들이라 칭하고 있다. 아이들 이름 하나 하나를 불러가며 그저 소소하기만 한 것 같은 아이들의 일상을 묻는 문장 하나하나에 아이들을 향한 정이 듬뿍 담겨 있는 듯 했다. 푸근한 인상의 너털웃음을 입가에 가득 띄운 그 소박한 모습, 김용택 님의 그 모습이 그 웃음이 고스란히 글로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어느새 4월에 접어든 봄이건만 여전히 찬바람이 불어 더욱 봄내음이 그리워지는 요즈음 딱 어울리는 가슴 따뜻해 지는 글들.



실마리   - 52p -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자기에게 처한 어려움들을 잘 들여다 보면 그 끝이 보인다.
어느 구석이나 어느 굽이나, 그 일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인다.
그 실마리 끝을 잡고 천천히 따라가면 환한 끝이 반드시 보인다.
잘못은 늘 나한테 있다. 그 끝에 내가 있다.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들은 글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한아름 준다. 글이 곧 삽화라 여겨질만큼 잘 표현되어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마음이 잘 나타난 글도 많았지만,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과 물음들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어 그런지 그리 길지 않은 짧은 글들이건만 생각보다 더디게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우연히 내게 주어진 교사로 살았다.  ... 나는 스물다섯 살 무렵 내 인생의 길을 정했다. 나는 그 길을 사랑하기로 했다. ... 내 앞에 아직도 어린 영혼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앉아있다. 저 여리고 아름답고 겁많은 영혼들을 보며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 나는 내가 무엇이 되기 위해 열받고 열낸 적은 별로 없이 살았다. 어떻든 아이들 곁에 오래 머물렀던 내 삶은 작고 아름다웠다. 정말이지 나는 나를 깊이 사랑한다. 이 아름다운 인생을......      -266p -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어느덧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든 그 나이에 이런 고백을 하는 사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 참으로 부럽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했던가. 맞다. 하지만 그 반대는? 남을 충분히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자신도 그리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게 무에 그리 대수겠는가. 선과 후의 차이일뿐.. 어느 쪽이 되었건 그리 살 수만 있다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자연이라는 위대한 선물을 한평생 안고 거기다 아이들이란 덤까지 넉넉히 챙겨받은 행복에 겨워마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의 글이 어찌 따스하지 않겠는가.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여기 김용택 님의 글이 바로 그렇다. 오랫만에 이건  내 생각과 다르다는 둥 토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각박한 요즈음 그 고된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어주고픈 이들에게 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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