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부모의 오답백과
앨리사 쿼트 지음, 박지웅 외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엄친아, 엄친딸.. 한참 유행했고 지금도 많이 쓰이는 이 단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겐 얼마나 달콤한 유혹일지.. 내 아이가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아마도 다들 내 아이만은 좀 더 잘난 아이로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랄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이들 교육에 관한 것은 정말이지 차고 넘친다. 해야할 것도 사줘야할 것도 너무나 많다. 내 아이에게도 그저 남만큼은 해줘야지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조차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다.
 
사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영재란 단어에 흥미가 가기도 했지만 살짝 거부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영재란 특별함에 대한 동경과 시기란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한때 신동으로 불리며 영재교육을 받았던 장본인이라 한다. 그래서 영재교육의 딜레마를 몸소 체험하고 진정한 영재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쓰고자 한것 같다.

책 속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영재들이 등장한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영재도 있고 실패한 삶으로 힘겨워 하는 영재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현재 영재로 불리며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많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인터뷰 내용도 등장하고.. 물론 이 책을 쓴 저자의 눈과 귀를 통해 본 이야기이지만 한마디로 소위 영재로 불리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가는 쉽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의 의지일까. 그런 의문이 든다. 

책 속에 등장하는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의 도구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는 것들이라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얼마만큼 아이들 그것도 어린 영아들에게 교육이란 이름으로 많은 자극들이 주어지고 있는 것인지. 나역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아이를 위해 구입하는 책을 비롯한 각종 시청각 자료들이나 교구들, 혹은 학습지나 문화센터 강좌들은 어쩌면 아이의 선택이 아니라 결국엔 100% 엄마인 나의 선택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아이가 좋아하고 즐거워 하면 그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역시 부모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이런 단순한 즐거움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다. 지루함을 지겨워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다. 어른들은 자기도 아기였을 때 사소한 것에 즐거워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복잡한 자극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아이를 기쁘게 하는 것은 단순한 자극이다. --- 76p

아동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놀이의 핵심은 아이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정한 방법으로 노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진짜 놀이다. --- 123p

어린 영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DVD를 비롯한 조기교육 열풍에 대해 쓴 부분을 읽고는 잠시 멍해졌다. 책 속 부모들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나의 모습, 그리고 우리 아이.. 스스로 극성스런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주려는 부모의 마음과 또 한편으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꾸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일찍 결혼해 지금 8,7살 조카들을 키우는 동생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어린이집에 학습지, 학원 등등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놀 시간이 생기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주변에서도 모두 그정도는 해주기에 최소한 맞춰가기 위해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던가.. 그 당시엔 아직 아이가 없었기에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입장에서 내 의견을 말해주었던 것 같다. 아이를 진정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소신껏 잘 판단해야 한다고.. 그런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의 나는 좀 부끄럽지만 그때와 같은 답을 하기가 조금 곤란하다. 교육열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 엄마들 틈에서 마음편하게 아이에게 지루해할 시간을 주고 맘껏 놀 수 있게 할 수 있는 이 몇이나 될까. 뛰어난 아이를 둔 부모의 우월감과 뿌듯함, 그것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정말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압축되어 나오고 있다. 영재교육의 현실과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쓰고 난 저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지금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여러가지 학습을 확 줄인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영재'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는다면 내 아이는 이런 불행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 행복한 아이는 더 많은 꿈을 꾼다. 어른들이 무리한 욕심으로 아이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안에서는 꿈이 자랄 것이고 그 꿈을 이루겠다는 마음도 생겨날 것이다. 자신의 뜻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아이가 행복할 거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 342p

아이의 행복과 부모의 행복이 일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아이는 나의 일부가 아님을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임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 다음엔 아이에게 인위적인 교육이 아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접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아이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배우고 알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분명 즐거워 할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부모 역시 행복해 질 것이다.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생각하는 부모들.. 혹은 아이를 영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모습에 흔들리는 부모들에게도 적극 권하는 바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한다. 하지만 늘 잊지 말아야 할 기본 원칙 또한 존재할 것이다.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를 아이로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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