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심리백과 - 완벽한 부모는 없다
이자벨 피이오자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아이를 키우면서는 정말 짬을 내어 책 읽을 시간이 없어졌다. 어찌됐건 모두 핑계가 될 수 있겠으나, 두 돌을 바라보는 엄마쟁이 우리 아들 녀석 덕에 변변한 책을 읽은 것이 언제였는지... 그래도 요즘은 조금 나아져서 하루에 한시간 정도는 틈이 나곤 한다. 어린 아이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주로 육아서나 간혹 옛 전공책을 보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도 속독을 한다면 하는데, 이 책은 도무지 그리 되지가 않았다. 천천히 읽으며 생각하며 돌아보고 생각하고 또 다시 앞 장으로 페이지를 넘겨 또 읽어보고.. 그러다 보니 꽤 긴 날이 걸렸나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읽고도 왠지 개운치 않아 다시 책을 펴보게 되는 몇 안되는 책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요즘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아서들 혹은 잘 팔린다고 소문난 육아서들은 대개 화려한 수식어구를 동반한 그럴싸한 제목들을 가지고 있다. 그 책 한 권이면 아이에 대해 다 알고 대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팍팍 주는 그런 제목들 말이다. 실상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은 만나기 쉽지 않고 또 그렇다 해도 그 내용 전부가 다 신뢰감을 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부모의 심리백과'라.. 심리학 쪽으로 구분지어야 할지 육아서에 포함시켜도 될지 살짝 헷갈린다. 하지만, 제목 옆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라는 작은 글귀에 눈이 번쩍 뜨였다. 대놓고 완벽한 부모는 없다고 말해주는 눈물나게 고마운 책이라니..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전에는 그저 잘해낼 줄 알았고, 좋은 엄마가 될 거라 어느 정도는 자신했던(지금 생각해 보면 참 뭘 몰랐던 것 같다.. ^^;)나에게, 그 짧은 한 문장은 육아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깨닫게 해 준 아들 녀석과의 지난 21개월에 대한 토닥임 같이 느껴졌다. 

   처음 '부모의 심리백과'를 받아 보고는 조금 두께감이 있긴 하지만, 관심 분야이기도 하고 속독을 하는 편이기에 그리 긴 시간을 들여 읽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꽤 긴 시간이 걸려서야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주로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설명하고 조언하고 충고하고 있는 일반 육아서들과는 달리 '부모의 심리백과'는 말 그대로 부모에 중심을 두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쓰고 있다. 이것부터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위해, 혹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많은 육아서들 속에서 사실은 부모도 완벽하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얼마든지 잘못할 수 있어요. 그러니 죄책감 갖지 말고 먼저 자신을 잘 살펴보세요. 라고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기 자식을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마다 않는 부모들.. 또 부모란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주변인들 속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며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직시해 보라고 말해주고 있다.

 

   제1장  자식 앞에 선 부모 - 우리가 힘들어 하고 부끄러워 하는 것 등 부모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 

   제2장  부모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원인 -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는 행동들이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장

   제3장  아이의 성장 단계별 문제와 대처 방법 - 아이의 연령에 따른 변화와 그에 따른 부모의 변화

   제4장  코칭 북 - 일상 생활에서 아이와의 충돌 장면에 대한 지침

 

   본 책은 위에 쓴 것과 같이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엇보다 부모란 입장이 되어서야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과 감정들에 대해 실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는 부분이 책의 제일 첫 부분에 들어가 있는 점이 맘에 든다. 아무리 좋은 해결책들이 등장한다 해도 내 마음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태라면 아무 소용 없으리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신의 내면을 먼저 이해하지 못했다면 나 이외에 누구든 그게 설령 자기 자식이라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감정을 느낀 부모들의 경험담들을 읽으며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는 기쁨과 동시에 그로 인해 내 작고 사랑스런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어떤 부모든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성장 과정과 자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과거 내력으로 인한 것들이 내 아이와의 사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 원인은 전혀 모르는 채 아이에게 잘못을 돌리거나, 죄책감에 빠져 드는 등의 과오를 범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처럼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2장에서는 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정말 똑같은 일들.. 나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게 되는 힘겨운 장면들.. 그 스트레스와 화가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향할 때가 있다. 언성을 높여 아이를 꾸짖고는 곧 후회하고 하는 일들.. 그리고 나서 밀려오는 죄책감.. 저자는 그러한 상태를 받아들이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라고 말한다. 아이에겐 내 손으로 다 해주고 또 엄마란 당연히 그리 해야 마땅하다고 들어왔고 내가 지치는 건 다음 문제라고 생각해 왔는데, 실제론 육아와 끊임없이 반복되며 게다가 티도 안나는 집안 일에 의한 부모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굳이 수퍼우먼일 필요도 또 그럴 수도 없다고 친절히 알려주니 고마울 밖에.. ^^

   3장은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3장의 첫 이야기 중에 '끔찍하리만치 떼를 쓰는 20개월된 아이는 당신 아이 말고도 많다.'란 문장이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큭큭 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나와 내 아이의 얘기 같아서겠지.. 나말고도 많다니.. 사실 다른 엄마들 얘기를 듣다보면 물론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찌나 천사같이 잘 자고 잘 먹고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들이 많은지.. 가끔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3장에선 각 연령대의 아이들이 보이는 특성에 대해 알려주며 각각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작은 TIP들도 소개되고 있다. '18개월에서 세살까지' 부분을 읽으면서는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고 내가 잘못 대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이가 부모 곁을 떠날 때까지가 소개되어 있으니 앞으로도 쭈욱 책장에서 '부모의 심리백과'를 꺼내어 펼쳐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장은 말 그대로 코칭북. 부모가 변하면 아이도 변한다고 한다. 변화를 위해 저자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부모 즉 나 자신을 잘 관찰하고 알기 위한 질문들.. 사실 모든 질문에 솔직해 질 수 있을까 답하기도 전에 두려움이 앞서긴 하지만, 하나 하나 생각해 보고 답해 나가다 보면 나 자신에게도 궁극적으로는 내 아이에게도 득이 되는 과정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 책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문제를 철저히 고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히고 있다. 단지 아이와의 갈등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내력과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와의 관계를 파악해 내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과정을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완벽한 부모보다 충분히 좋은 부모를 바라는 아이, 내 아이를 위해 나도 시작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을 무렵엔 어느새 자식의 입장이 되어 내 부모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물론 즐거운 일들이 많았지만 때로 겪어야 했던 아픈 일들에 대한 원망을 털어내고 부모님을 이해하는 쪽으로의 방향 전환이 되는 순간이었다. '부모의 심리백과'이지만 자식된 입장에서 부모를 이해하는 측면에서도 접근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 암튼 모처럼 좋은 책을 만나 뿌듯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살그머니 신랑에게 이 책을 건네줘야겠다.. 마누라와 자식과 부모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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