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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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뭐든지 선택할 수 있는 나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정작 열아홉이 된 애들은 성년이 다가온다는 것만으로 조바심을 내고, 그 와중에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라 안달복달이었다. 하고 싶은 일에는 재능이 부족해서 문제,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문제였다. 온 세상이 무조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시기였다, 열아홉은.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언가를 냉큼 그만두기 어려운 나이라는 거였다. 그게 어릴 때부터 하던 일이라면 더더욱. p. 19-20

하얀 바탕에 파란 물결 속 아이가 해파리와 함께 보인다. 표지와 띠지의 소개 글을 통해 열아홉 살 청소년, 수영 선수의 이야기려나 하는 막연한 짐작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흠.. 그런데 소설의 배경이 조금 낯설다. 일반적인 현실과는 다른 어느 미래의 일이다. 물론 그들의 현실이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겠지만.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고 지구의 많은 땅이 바다에 잠긴 뒤가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다. 그렇게 인간은 바다에서 사는 심해종과 육지에서 사는 고산종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심해종에 해당하고 심해 수영이라는 종목의 선수로 살아가고 있는 열아홉 모파다. 어느 정도 심해에 적응한 신체를 가진 모파는 심해 수영을 어릴 적부터 해 온 친구다. 그간은 별문제가 없이 상위권에 있었지만 슬럼프라도 온 걸까? 복잡해진 머릿속만큼 떨어지는 모파의 기록. 게다가 예선을 앞두고 훈련 도중에 부상까지 얻게 된다.

모파의 시선에서 서술되고 있는 소설인 만큼 모파의 마음을 따라가게 된다. 모파와 함께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모파 앞에 등장한 수림이라는 고산종 교환 학생, 하고 싶은 건 딱히 없지만 이것저것 해 본 일은 많은 친구다. 어쩌면 이 둘은 정반대의 입장에서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아홉의 나를 떠올려본다. 어떤 생각이었지? 어떤 마음이었지? 그리고 열아홉을 막 지났고 또 마주하고 있는 우리 집 아이들을 떠올려본다. 누구에게 더 공감할까? 어떤 생각이 들까?

운동을 하는 둘째는 아마 모파에게 강하게 공감할 것 같다. 주변에는 이미 운동을 그만둔 친구들이 많다. 재능의 문제도 있겠지만 재능과는 전혀 다른 문제들이 더 많다. 그리고 여전히 선수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도 각자 그 마음엔 다른 생각과 감정들로 차있겠지. 책 속에 등장하는 모파와 또 다른 열아홉 친구들 역시 각자의 고민이 있고, 각자의 방법을 찾고 있다. 모두가 다 다르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을 해 본다. 고민이 다른 만큼 각자 들여야 하는 시간도 다 다르다. 답을 찾게 되는 시점도 다를 것이고. 하지만 지금 우리의 세상이 그렇듯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다려 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더 조바심을 내며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주인공 모파를 공감하며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차치하고, 일단 스토리가 너무 재밌다. 모파를 둘러싼 의문의 스토킹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과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 등 다양한 갈등 장면과 해결 과정, 또 반전에 반전까지! 재미있게 읽다 보면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되고, 그다음 나의 현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뭐 꼭 그렇지 않더라고 괜찮을 테지만..



하지만 수림의 시선으로 바라본 훈련장은 달랐다. 다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같은 연습을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만년 4위여도, 지느러미가 약해 순위권은 꿈도 못 꾸더라도 제각각 자신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각자의 시간이 모두 치열하게 흘러갔다. p. 200

"누가 그러는데,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그중에서 내가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더라." 매 말을 들은 수림이 씩 웃었다. "그래서 나도 뭐든지 해보려고. 당연히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p. 243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파도는 시시때때로 몰려온다고. 그러니 마음의 준비만 되었다면 언제든 올라타면 그만이라고. 새로운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고, 그 모든 파도를 맞이할 준비가 된 모파처럼 이 글을 읽는 친구들의 마음도 설렘으로, 희망으로 물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는 않을까? 몰려오는 파도에 올라타길 바라면서 말이다. 불안한 미래와 완성되지 않은 나와 나의 현실에 좌절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건네고픈 책이다. 일단 우리 집 아이들에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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