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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작년 말 신문 한 귀퉁이에서 2011년 신간계획을 보았다. 거기에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이 있는 걸 보고 꼭 읽어야지 맘 먹었다. 그리고 지난 달인 6월 말, 나온다던 책이 드디어 발간되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제목을 달고, 예쁜 파스텔톤의 표지로 단장하고서. 7월 1일에 책을 샀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산 시점에서 책은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있었고, 받아든 건 벌써 3쇄였다. 나만 그녀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었단 얘기다. 그만큼 김애란이 신뢰감 있는 작가라는 증거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조울증 환자가 되었다. 웃다 울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첫 장편이라고 믿기 어려운 제법 탄탄한 스토리와, 곳곳에 번갈아가며 배치된 유머와 슬픔의 요소들이 한 번 집어든 책에서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주고 받는 편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중반 이후 약간 맥이 풀리는 감이 없진 않았지만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다시 단단해지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에 읽은 한 소설은 가독성에 중점을 둔 문장이 주를 이룬 듯 했고, 실제로 글 자체를 음미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책장을 넘겨 이야기 전체를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김애란의 이 소설은 허투루 쉽게 쓰는 법이 없는 듯한 밀도 있는 문장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반추하며 읽느라 쉽사리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두 스타일 각자 나름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나 소설이라면 독자로 하여금 후자의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소설이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만 크게 부각된다면 에세이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김애란 작가가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 나온 적이 있다. 책을 읽고서는 '정말 위트 있는 사람이겠다'라고 짐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깨알같은 개그를 수시로 쳐댔다. 자신이 생산하는 글 만큼이나 매력적인 사람인 듯 했다. 같은 프로에서 유희열이 그녀에게 어렸을 때 꿈은 뭐였냐고 물었는데, 국어교사였다고 대답했다. 김애란이 그냥 평범한 국어교사가 되었더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다. 그녀의 비범한 글들을 읽을 내 소중한 시간들을 거세당할 뻔 했잖은가.
사실 소설을(아니 책 자체를...) 거의 읽지 않는 내가 작년부터 드물게나마 이렇게 소설을 찾게된 건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를 읽고부터였다. 그녀가 앞으로도 양질의 창작물들을 통해 내가 웃고 울고, 감상에 푹 빠지고, 사람과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면 영광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