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허지웅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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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라는 책을 사고, 또 읽게 된 건 순전히 허지웅에 대한 개인적 호감 때문이다. 그 호감은 멘토라든가 매체에 등장하는 셀러브리티를 향한 수직적 그것이 아니라 지극히 수평적이며, 내 나르시시즘의 반영이다. 그가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 그는 나와 유사한 부류의 인간이다. 여성편력 말고 사고나 정서적 측면으로. 그렇기에 내가 공감할만한 얘기들을 책에 담을 것 같았다.

누구라도 쉽게 눈치채겠지만 이 책은 허지웅의 자전적 소설이다. 아니,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다. 가격에 비해 책의 페이지가 너무 적고 페이지 당 활자도 애들 동화책 수준으로 성기게 열 맞춰 누워있다. 게다가 굳이 돈까지 지불하고 남의 사생활을 탐닉하는 관음증 환자같은 기분이 들게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들에게 완벽히 죄스러울 정도의 책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사적 연애사의 특수함에서 보편성을 충분히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언급했듯 내가 그를 동종으로 느끼고 있기에 그렇게 여기는지도 모르겠지만.

허지웅의 페르소나인 주인공 김갑수씨는 끊임없이 연애하고 섹스한다. 그는 사랑에 굶주린 사람이다. 근데 그의 사랑은 지속되는 법이 없다.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건 고통스럽다. 그래도 그의 연애는 계속된다. 돌이켜보면 연애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다시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그러려면 파국이 없도록 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결국 연애 후 갑수씨에게 남는 건, '자기'를 객관화시켜 감행하는 '자기' 개선의 여지 희박한 '자기' 성찰 뿐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연애 후 자기 성찰의 산물이다. 그 산물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98% 정도 내 직간접적 경험을 통한 사유의 결과와 일치했다. 단지 내 것보다 좀 더 정돈된 생각과 맛깔난 문장으로 활자화 되어 세상 밖에 나왔을 뿐이다. 사람은 옳거나 아름다운 얘기를 해주는 사람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던가. 같은 가격으로 훨씬 좋은 질을 담보하고 있는 다른 책들을 제끼고 이걸 택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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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野 2014-03-2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적 소설'이라.. 그럴까요?
소설가들이 원래 제 얘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내놓은 버릇이 있긴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러나오는 근원적인 정서가 너무도 다른데요? (딴지 걸려는 의도는 아닌데 덮어놓고 단정하려드니 좀 안타까워서-_-;;)

작가는 자신의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히 보는, 스스로 '보통남자'이자, 그러므로 '정상'이라고 착각하는 뭇 남성들에 대한 못마땅함과, 그러면서도 갖게 되는 연민을, 김갑수라는 인물 한 사람으로 응축시켜 스스로의 '작태들'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고 싶었 던 것이 아닐까요?

자기성애자 2014-03-29 22:49   좋아요 0 | URL
자전적 소설인지 아닌지는 허지웅씨나 그 사람 주변 지인들만이 알겠죠. 저랑 여기서 사실여부를 논하실 문제는 아닌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