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 : 한국인이 즐겨먹는 거리음식의 역사 - 음식유래이야기
윤덕노 지음 / 청보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이 너무 특이했다. 그래서 그냥 구입했다ㅋㅋㅋㅋㅋ. 진짜 오로지 ‘왜 하필 붕어빵일까?’ 라는 이유 때문에. 




읽고나서야 납득했다. 우리 주변에서 보기 쉬운 먹거리,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대표해서 ‘붕어빵’을 메인으로 가져다 놨다는 것을. 그러니까 이 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쉬운’ 역사책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이 먹거리들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그 궁금증을 아주 쉽게 해결해주는 책이랄까?



‘찐빵, 붕어빵, 소보로빵, 건빵, 마시멜로, 순대, 떡볶이, 주먹밥, 오뎅, 닭발, 호떡, 참깨, 쫄면, 돼지족발, 땅콩버터, 볶음밥, 육회 …….’


지금 나열한 이 음식들 말고도 더 많은 길거리 음식들, 혹은 메인 음식들이 이 책에 전부 들어있다. 



조금은 가슴아픈 사실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음식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역사인 ‘일제강점기’ 35년 동안에 말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음식은 대체적으로 제과/제빵같은 간식거리 위주이다. 그 외 음식들로 넘어가면 마시멜로처럼 기원전 4천년된 이집트에서 서양을 건너 넘어온 음식도 있고, 순대나 닭발처럼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음식도 있고, 쫄면 처럼 우리나라(인천)에서 발명된 음식도 있다.



<일본에서 건너오다: 붕어빵, 단팥빵, 건빵, 고로케>

붕어빵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형제가 겪어야 했던 수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깝게는 60-70년대 산업개발 시대에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우리 부모형제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밥 대신 끼니를 때웠던 것이 붕어빵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겪었떤 세대에게는 구호물자로 나눠준 밀가루로 풀 반죽을 해서 풀빵 그러니까 붕어빵을 구어팔아 생계를 이어갔던 생존의 몸부림이 기억으로 담겨있다. 일제강점기 떄 모든 면에서 물자가 부족했던 시절의 붕어빵은 동전 한닢으로 따듯하게 허기진 속을 달래며 굶주린 배를 달랠 수 있었던 구원의 먹거리였다. p 020



단팥빵의 겉모습만 봐서는 내용물에 통단팥이 들어갔는지 아니면 팥앙금이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해서 통단팥을 넣은 단팥빵에는 겨자씨를 뿌려놓았고, 팥앙금을 넣은 단팥빵에는 참깨를 뿌려 놓았다. 먹는 사람들이 참꺠가 뿌려져 있는지 혹은 겨자씨가 뿌려져 있는지를 보고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표시를 했던 것이다. p 034



지금 우리가 먹는 단팥빵을 보면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데 소금에 절인 벚꽃 열매를 놓기 위한 흔적이라고 한다. 또한 일왕이 단팥빵을 처음 먹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4월 4일을 단팥빵의 날로 기념한다. p 036



일본에서 다양한 일본식 빵이 만들어진 것은 빵이라는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강했지만, 서양음식을 통해 왜소한 일본인의 체형을 서구인처럼 키우려는 노력도 있었다. 아시아를 벗어난 일본을 유럽화 하려는 탈아입구의 일환이다. p 041



건빵은 한국군에서만 보급할 것 같고 한국군이 만든 독창적인 전투식량 같지만 사실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전쟁이 만든 결과물이다. 군국주의 일본에서 건빵을 개발했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빠르게 발전했으며, 태평양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 때 제국주의 일본군대에 전면적으로 보급되면서 전투용 비상식량으로 자리잡았다. p 053



크로켓은 고로케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는데, 일본에서는 1872년 포테이토 고로케 만드는 법이 기록으로 나오니까 상당히 빨리 전해진 셈이다. p 064



위에 언급한 먹거리는 전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크림빵, 소보로빵 등 우리 제과점에서 흔히 만나는 기본적인 빵들, 그러니까 유럽 빵집에서는 만나기 힘든 그런 빵들은 대게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까지, 주로 채식을 위주로 식사를 해왔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일본인이 유독 왜소했다. 메이지 유신(근대화 정책) 이후, 정부에서는 육류 섭취를 적극 권장했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일본인의 체형을 서구인처럼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 생각해된 방법이 바로 서양의 ‘빵’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서양식 빵은 딱딱하거나 혹은 달지 않다. 여기서 또다시 고안된 게, 서양식 빵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출 수 있게끔 개발하는 거였다.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달게. 그렇게 개발된 빵들이 위에 나온 빵들이다. 그렇게 개발된 일본식 빵들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다다. 일본인이 한반도에 제과점을 오픈하며, 그렇게 일본식 빵들이 한반도에 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말하자면, 각 지역별로 유명한 빵집인 ‘**당’은 대게 해방이후 주인이 사라진 일본 제과점을 조선사람이 인수하며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일제강점기를 거쳐 넘어온 음식들이 있다면, 이미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음식들도 있다.


<반전의 마시멜로, 순대, 닭발, 약과, 양갱>

(마시멜로는) 기원전 2,000년 이전부터 이집트 사람이 먹었다. 그러니까 4,000년이 넘는 유서깊은 과자다.고대 이집트에서는 신들에게 마시멜로를 제물로 바쳤고 파라오들도 먹었다. 그렇지만 과자라기보다는 의약품이라는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p 070



동양에서 순대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에 보인다. 기원전 11세기에서 8세기까지 중국에서 불린 시와 노래를 기록한 책인 시경에, “훌륭한 요리를 곱창과 순대를 준비했다”라는 구절이 있다. p 078



한편 우리나라 문헌에서 순대라는 한글 이름이 처음 보이는 것은 19세기 말 요리책인 『시의전서』다. 한글 이름은 그렇지만 한자로 동물창자를 요리했다는 기록은 17세기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개 창자, 18세기 증보산림경제에 소 창자를 삶은 우장찜이라는 기록이 있다. p 078



우리나라의 실학자 이덕무도 닭발이 천하의 진미라는 사실에 동의를 했고, 서기 3세기 무렵의 문학가인 장협도 닭발을 산해진미라고 했지만, 역사서를 보면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임금이 닭발을 무척 즐겨먹은 것으로 나온다. p 135



엉뚱한 소리 같지만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반드시 약과를 놓는 것은 약과가 영혼을 부르는 음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p 273



고려 의종 때 팔관회와 연등행사에서 약과가 빠진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 처럼 요란을 떠는 장면이 고려사에 보인다. (중략) 약과가 영혼을 부르는 음식이라는 것은 중국 전국시대 때의 노래를 엮은 『초사』에 근거를 누고 있다.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루는 초혼부라는 노래에 자신의 임금이었던 초나라 회왕을 그리워하며 ‘밀이’라는 음식을 차려놓았으니 돌아오라는 구절이 있다. p 275



양(羊)은 왠만한 사람들이 다 읽을 수 있는 한자로 네발 달린 가축인 양을 뜻하는 한자이지만, 갱(羹)은 왠만큼 한자 실력이 좋은 사람 아니면 읽기조차 힘든 글자로, 국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양갱은 양고기 국이라는 뜻이다. p 280



일본에서 양갱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인 에도시대다. (중략) 중국에 유학을 온 승려가 귀국하면서 이 떡을 일본에 전했는데,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기 때문에 양고기 대신 팥을 넣어서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양갱이 됐다고 한다. p 280~281



지구 2바퀴를 뛰어도 빠지지 않는다는 마시멜로는 알고보면 4천년 전 이집트에서 약으로 쓰인, 메시멜로 나무뿌리로 만든 유서깊은 음식이었다. 약으로까지 쓰였던 음식이니, 몸에도 좋은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마시멜로는 중세/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마시멜로’라는 이름만 남은 채, 그 내용물은 완전 다른 불량식품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명절만 되면 제사상 위에 있는 약과에 눈독들이는 아이들, 매운 음식의 대명사 닭발, 떡볶이 친구 순대.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이 음식들이, 알고 보니 고대 조상들이 신성시하며 극찬한 요리라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대 중국에서부터 극찬하고, 심지어 조선 왕족 및 선비들의 교과서인 『사서삼경』에까지 그 기록이 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어느날 TV속 사극에서 조선 왕들이 순대를 먹고, 닭발을 뜯고 있을 지도!



아, 위와는 별개로 양갱의 시작은 양고기 국이었다는 건, 또 다른 반전이랄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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