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은 발걸음 - 작고 쉬운 실천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지혜
앨 세쿤다 지음, 최유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런 의문을 가져본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음식을 만드는 일은 대개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계의 유명 요리사들은 왜 대부분 남자인 것일까?

여기에 대한 재미있는 분석이 있다.

일단 남자들은 성장 과정에서 요리를 강요받지 않기 때문에 음식 하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남자들은 요리를 강요받지 않으므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도
시달리지 않는다. 따라서 남자들은 자기 마음이 내키는대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마치 화학 실험을 하듯 요리를 한다. 게다가 가족들은 남자들이 제대로 된, 완벽한 
요리를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맛있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러면 남자들은 그 칭찬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된다.

흥미롭고, 그럴듯 하기까지 한 분석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내리 자취를 한, 경력 5년의 자취생인 나는 많지는 않지만
꽤나 다양한 자취생 레시피를 개발, 보유하고 있다. 나름대로 요리왕 비룡같은
요리 만화를 참고하며(!) 개발된, 혹은 선임 자취생들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다듬어진
음식을 만들 줄 안다는 소리다.
가끔 친구나 선배들을 집에 초대해서 밥을 해주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그랬다. 어라, 생각보다 괜찮네? 

아마 위에서 말했던 세계적인 요리사가 남자인 경우를 분석한 것과 비슷한 논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즐겼고, 사실 맛없다고
했으면 먹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겠지만, 그러다보니 창의적인 태도로 전환이 되었고,
당연히 결과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도에 있어서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
어떤 목표를 가지면 한번에 너무 큰 것을 바꾸려고 한다. 
성과가 눈에 띄지 않으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일에 가장 완벽히 몰입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일의 과정 자체를 즐기던 그 순간이었다. 

[위대한 작은 발걸음] 은 말한다. 하루에 딱 15초만 투자하라고. 
시도때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부정적인 생각들,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나쁜 생각들을 전환시킬 수 있는 시간은 15초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지마, 이건 해야해, 이것이 더 좋지 않겠니 와 같이 한때는 우리를 보호해 
주던 믿음들이 어느 틈에 우리를 제한하는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어떤 능력을 키워 큰 발전을 이루길 간절히 바라지만, 
인간으로서 타고난 본능은 그런 변화를 위협으로 느끼는 것 같다. 

조금씩 변화하려고 해보는 것은 어떨까.
머릿속으로는 괜찮다고, 충분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계산이 되었지만
실제로 우리 몸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우리 몸은 그 변화를 갑작스럽고 대대적인
것으로 여겨 강하게 저항하는 것이다. 

우리 몸이 점진적인 변화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자.
느린 것은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시작을 했다.
시작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비결이다. 
끝의 비결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잘게 쪼개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중요하지도 않은 희미한 기억으로 인해 우리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알고 있는 잘못이라고 해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은 언제든 있다.
그건 혼자서 이겨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럴때는 요청하고 불러.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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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이 있고 평론이 있다.
둘의 관계는 20년쯤 된 부부같다. 죽이네 살리네 해도 결국 함께 사는 부부다.
이 둘 사이와는 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자기 영역을 일구고 있는 농부가 있다. 
독자 리뷰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저마다의 시각으로 책을 읽고, 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펼치는 리뷰다.

리뷰는 여러 열매로 맺혀진다. 
책의 상품성에 주목한 리뷰가 있는가 하면, 작가의 의도에 근거해 쓰여진 평론같은 리뷰도 있다. 독서감상문 같은 리뷰가 있기도 하고, 책 자체를 요약한 리뷰도 있다. 그리고 아예 하나의 독자적 양식을 가진, 그 자체로 문학성을 가지는 리뷰도 있다.사과, 감, 배가 모두 다른 모양이듯이 나, 너, 어떤이, 누구의 리뷰도 모두 다른 모양이다.

인터넷에는 전문적인 리뷰어들도 있다. ’전문적인’ 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미흡하기도, 모호하기도 하지만 그 방대한 양이나 행간을 다루는 솜씨를 보면 그러고 싶어진다. 이것을 문제삼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독자, 익명의 블로거들로부터 시작된다. 책보다 리뷰를 먼저 접한 독자가 나중에 정작 본 문학 작품을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리뷰에서 말한 것만 못하네.

리뷰는 실제한 작품을 근거로 작성된 것이지만, 대체로 리뷰어 개인의 이미지에 의존한 파생된, 가상이다. 이 가상이 역으로 실제를 위협하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권력의 전복이 일어난다.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에서 지적되었던 현대 사회의 기호화는 바로 이 책,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에서 백민석에 의해 문학적으로 형상화 된다. 
아이고, 길었다. 결국은 이 말이 하고 싶은 것을.

육체가 기호화 되면서 소비의 대상이 된다는 논리. 육체의 건강함이 부유함, 여유, 웰빙과 같은 상징, 즉 기호가 되면서 사람들은 그 기호를 획득하기 위해 돈을 쓰고, 기업은 광고에 건강한 육체를 전시함으로써 기호를 생산하고 정착시킨다.
점차 기호와 기호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게 되는 우리들.
백민석은 여기서 유령을 말한다.

그 졸린 목에서 새어나오는 가냘픈 비명소리 같은 노랫말을 들었다.
...나는 서너 발짝 앞에서 네 노랫말을 듣지 못하네, 그건 아마 우리 둘 중 누군가 죽었기 때문...
(중략)
무슨 일인가 내게 벌어진 것이다.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구름들의 정류장」162쪽.

우리는 그렇게 산다.
그냥 그렇게 산다. 딱히 잘 사는 것도 아니면서 못 사는 것도 아닌, 이도저도, 
여기저기를 갈팡질팡하는 삶을, 대부분, 산다. 그건 넘치는 것도 궁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똑같다.
너의 하루나, 나의 하루나, 어떤 이의 하루나, 누구의 하루나, 
똑같다. 마치 그렇게 살지 않으면 누가 벌이라도 준다고 윽박지른 것처럼.
시체 같은 삶이다.

그 삶에 유령과 시체들의 노래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 노래는 어쩌면 진짜 죽음의 노래일 수도 있다. 단번에 내 일상을 전복시키는 노래.
그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보통의 기호일까, 틀을 깨라는 새로운 기호일까.

나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늦은 저녁이긴 했지만 계절 탓에 아직 완전히 어둡진 않았다. 형태를 분간하기 어려운 어떤 구름 덩어리들이 하늘에, 내 이마 위에 떠 있었다. 나는 낮게 깔리는, 그리고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너는 서너 발짝 앞에서 내 노랫말을 듣지 못하네...그건 아마 우리 둘 중 
누군가 죽었기 때문...단순히 오전이 오후로 오후가 오전으로 행진하듯...

                                      - 같은 책, 175쪽.

나는 유령과 시체들의 노래를 부른다. 
내가 유령이자 시체가 된 것일까. 전복은 또 일어난다.

누군가 애인을 부르며 검게 그을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군가 구두의 먼지를 털며 부러진 다리를 건들거리고 있었고, 누군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터진 머리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코를 풀자 휴지가 빨갛게 물들었고, 누군가 호주머니에서 다른 누군가의 손목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누군가 온몸에 불을 붙이곤 아주 늦어버렸다는 듯이 버스를 향해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그들 모두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같은 책, 175쪽.

우리는 전부 유령이자 시체다.
커다란 덫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유령과 시체가 되는 일인지,
바깥을 덫으로 여기고 빠져나가지 않는 것이 유령과 시체가 되는 일인지.
서로는 서로에게 유령이고 시체다.

나는
네스티요나 2집의 리뷰를 끌고 들어올 걸, 이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글을 쓰면서 그 노래들을 듣고 있다.
등 뒤에 노래를 부르느라 길게 뽑은 목을 한, 흰자위가 강조된 눈을 한 아이가 있다.
입을 달싹하지 않는데도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노래 가사를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시체다.
(어디로 가야할 지를 알것도 같다, 는 말을 추가하려다가 삭제한다.)


(+) 
괄호 안의 내용은 한유주 작가의 「허구 0」이라는 작품의 작법을 인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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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아파트 - 바보, 문제는 아파트야! 우리 시대의 위험한 문화코드 읽기
허의도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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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머리아픈 내용이 이어질 지 모릅니다. 혹시나 복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마우스를 스크롤 하셔서 현실 1.책 1. 만 보셔도 무방합니다.


사례 1.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를 당한 후 붕괴됐다.
불길을 잡았다고 판단한 초기 진압 때까지는 활주로에 손쉽게 착륙하는 비행기 같았다.
부분 개보수만으로도 복원 가능한 수준의 피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방관들이 화재 단서를 찾고 있는 와중에 불은 천장 안에서 소리도 형태도 없이 번졌다. 연기 사이를 뚫고 터져나온 불길은 순식간에 숭례문을 휩싸고 말았다. 
진압 불능.
600년 목조 건축물은 잘 마른 장작으로 타올라 끝내 주저앉았다.

총체적 사전 관리 시스템이 부실했던 것은 물론이고, 국보 1호라는 부담감으로 인한 화재 진압의 어려움, 내부 구조를 모른 데 따른 서툰 대응 등 문제점을 거론할라 치면 끝이 없다. 어디 그뿐인가? 불이 잡히고 난 뒤 들려오는 얘기조차 모두 부실 투성이였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은연중에 암시하는 지독한 예이기도 하다.

사례 2.
2007년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졌다. 이 금융 위기에 세계는휘청했다. 이 위기가 실물 경제로 이어질 경우, 대공황에 버금가는 혼란이 생긴다는 공포스러운 예측까지 나돌았다. 
잠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설명 하자면,
모기지론(Mortgage loan)은 우리말로 주택(아파트)담보대출 을 뜻한다.
대출을 할 때 필요한 것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이다. 대체로 신용등급은 세 단계로 분류하는데, 신용이 좋은 사람은 프라임(Prime), 보통인 사람은 알트에이(Alternative-A), 낮은 사람은 서브프라임(Sub-prime) 으로 나뉜다.

금융기관은 항상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높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대출 상품을 만들게 된다. 금융회사들이 신용도가 보통 이하인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 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집값이 그대로 유지만 된다면서 서로에게 위험이 없는데,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원금 상환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자율은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 금융회사는 급한 마음에 대출자의 집을 차압에 들어가게된다. 그러나 차압을 하고 나서도 문제는 여전히 산재하는데, 차압한 집이 팔려야 현금이 유통될 것 아닌가? 그러나 집값이 우후죽순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서는 당장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차압한 집은 늘어만가고, 금융회사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당연히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요약본이다. 

우리나라는 이 일을 남의 일처럼 팔짱을 끼고 바라보고 있었는데, 금융이 주택담보대출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는 우리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사례 3.
1960년대.
’잘 살아보세’ 열풍이 불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당연하게 불거진 것은 주택문제. 당시에 사람들은 빈 자리만 있으면 그곳에 판자로 집을 짓고 무허가로 살았다. 그것을 알고 있던 정부는 ’잘 살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집을 택했다. 

최초의 아파트는 해프닝이었다. 
1962년 대한주택공사가 서울 마포에 처음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었을 때, 보일러가 인체에 해롭다느니 하는 소문으로 주택공사는 보일러를 가동한 방에 실험용 쥐를 재우는 쇼로 안전성을 입증하는 일이 있었다. 정부는 관료와 유명 문필가를 동원해 신문에 ’문화주택 거주 체험기’ 같은 글을 실으며 아파트 예찬론을 폈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마포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까지 제작하게 했다. 사람들은 장독을 묻을 수 없고, 공동생활이 불편하며, 수세식 변기에 신문지를 집어넣고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불평을 해댔다. 

그런 아파트에 날개를 달아준 건 바로 ’돈’ , 투기 바람 이었다. 
1968년에 동부 이촌동 공무원 아파트 단지, 1970년에 최신식 한강맨션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부유층이 아파트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유층이 아파트에서 본 것은 ’차별성’ 이었다. 서민들과 구별지을 수 있는 무언가를 아파트에서 찾았던 것이다. 여기에 여의도 윤중제 건설, 강남에 이전된 주요 시설들,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이 이어지면서 서울의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현실 1.
중동에서 노동자들이 벌어온 외화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청와대와 상공부장관이 이에 합세하고,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토지를 매점하고, 서울시장이 땅값 빨리 올라라 깃발을 흔들고, 시민들이 동참해서 땅값 올리기에 매진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아파트를 논하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을 논하는 셈이 된다는 말.
이런 초라한 콘텐츠와 철학이 부재한 문화가 대한민국의 전부라니...좀 슬프다.
그런 아파트를 모더니즘의 아이콘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국민들.
불행한 일이다. 

아줌마들은 반상회에 모여 앉아서 얼마 이하로 집을 파는 가구를 왕따시키고, 단지 근처에 자리한 부동산 중개소에 압력을 넣기도 하며 스스로 자기들의 몸값을 높이는 데 열중하고,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하면 어느 쪽 표는 무더기로 빠져 나가고, 재개발로 지역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하면 표가 무더기로 쌓이며, 집의 소유자와 거주자가 일치하는 경우는 20%도 되지 않으며, 만 12세의 학생이 집주인이고, 그에 따라 투기 거품은 자꾸자꾸 커지기만 하는 현실.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책 1.
딱딱한 리뷰에 비하면 책은 한결 가벼운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담고 있는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은 무겁다 못해 버거울 정도다. 

이와 관련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읽어도 후반부에 가서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그것은 같은 내용을 적당히 반복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곁가지를 끌어들이는 저자의 필력의 공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 조심하셔야 할 부분이 있다.
스스로를 속칭 노빠라고 여기시는 분들, 참여정부의 성과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시는 분, 현 정부의 정책에 진절머리를 내시는 분, 그에 따라 전 정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보시는 분들은 이 책이 불편할 수도 있다.

정말 신랄하게 전 정부의 토지정책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이 사람 이거 MB측 사람 아니야?’ 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은 자체가 워낙 비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출판일이 2008년 7월인데도, 이명박 정부의 폐해를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변명을 해주자면,
일단, 현 정부의 잘잘못을 논하기에 책을 쓴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그렇다고 내가 불만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이 정부를 비판할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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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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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
1톤 트럭이 출렁, 했다. 그리고 색색이 쏟아져 나오는 뽀얀 눈꽃송이들.
계집애들은 귀를 막고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그 속에서 나는 히야, 하고 입을 벌렸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저절로 입에 침이 고였다. 

"저 위대한 킥복싱 선수 좀 봐라. 안 일어나, 새끼야!"

[1]      
보통, 내가 바라는 꿈이나 왜 지금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질문 받았을 때, 열에 여덟은
학창시절 은사님에 대한 사연을 풀어 놓으리라. 보잘것 없는 학생인 나를 발견해주시고
옆에서 용기를 복돋아 주셨던 아름다운 기억 속의 선생님. 그리고 생각보다 잠재력을
가지고 있던 나. 
적당히 감동적이고, 적당히 교훈적인 이야기. 보편화 된 구조 속의 매너리즘.
나도 처음에는 그 안온함 속에 나를 묻었다. 거기서 지금의 나를 끌어내려고 애썼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 때를 떠올리면 그렇다.
난 그 때의 훌륭한 선생님들을 내 인생에 덧씌웠다.
내 전공은 국어지만, 학창시절엔 특이하게도 국어 외의 과목 선생님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였다. 국어는 무뚝뚝한 아버지 같았다. 결코 내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잘해도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는 일이 없었다. 나는 점점 국어에 매달렸다.
그리고 책읽기에 매달렸다.
       

"문 열어요!"
"못 열어, 새끼야!"
"씨발, 빨리 안 열어요!"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어디서 선생님한테 씨발이아! 이 씨발놈아!"

누가 봐도 개판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기도를 하게 된다.
전능하신 하나님 제발 똥주를 죽여주세요. 

[2]      
솔직히 내가 이 길을 택한 건 덜 훌륭한 선생님의 덕택이다. 무슨 길이냐고?
그 길을 말할 것 같으면, 학생들에게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부따위는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으며, 학생들에게 귀찮으니까 알아서 종례하고 가라고 할 수 있는데다가,
멀쩡한 학생을 기초 수급 대상자로 만들어서 그걸 뺏어 먹을 수도 있고, 그 학생에게
소주를 권하다가 제풀에 화를 내고 냅다 욕을 할 수도 있고, 그건 그 놈의 어머니를 
찾아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빠한테 물어보래서 그런 것이기도 할테지만, 한국은 벌써
다문화 사회인데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아 혼자 힘으로 그들을 보살필 수도 있고, 학생들
연애사업에 슬쩍 끼어들 수도 있으며, 잘못된 연애를 하고 있는 학생에게 애정어린 
욕지거리로 선도할 수도 있고, 오르지 못할 나무를 포기하는 법도 강의할 수 있는, 
어쩌다가 학생에게 옆구리를 맞아 금이 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한 가정을 다시 모을
수도 있는, 선생님이란 길이다.
아우, 길다. 말은 되도록 적게, 말 보다는 행동으로. 
..어렵겠지?
아무튼 나는 덜 훌륭한 선생님의 영향으로 이 길을 택했다. 그 밑에서 이건 아니다, 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고 반성했으며, 내가 꼭 이걸 해야겠다, 고 다짐했다.
당시로서는 제법 난이도 있는 생각이었다. 
      

좀 이상한 애다.
혼자 말하고, 혼자 울다가, 혼자 코 풀고, 아 코는 원래 혼자 푸는거지, 혼자 웃는다.
"가자."

"너 참 편하다."
그거야 니가 알아서도 척척척을 했으니까 그렇지. 아무튼 똥주가 경찰서에 있을 때는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그랬다기보다 눈에 보여서 그런 말을 한거다. 
"우리 이제 어디 갈래?"
어디가긴.
"나 아르바이트 가야돼. 잘 가라."
"뭐?"
"늦었어. 똥주 때문에."
"기가 막혀. 그래, 잘 가라!"
역시 이상한 애다. 같이 경찰서 가자고 했고, 그래서 같이 갔고, 볼 일은 다 끝났는데
저렇게 버럭 화를 내면서 가버린다. 

[3]     
좋은 사회란 사람들을 꿈과 현실의 딜레마로 내몰지 않거나, 그중 하나를 선택한 결과가
극단적이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아, 이건 인용문이다. 이 말에 동감한다. 꿈 꾸는대로
현실이 되는 사회란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는 그렇다치면,
꿈과 현실의 괴리가 적은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이다. 적어도 꿈을 선택했을 때,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조금 부족하게 살아도 최소한 인간으로서 품위는 지킬 수
있게 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우리는 꿈을 꿨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꿈을 꿨다. 하지만 사회는 꿈 속에 위험한 시한 폭탄이 
도사리고 있다고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가난과 실직과 모멸이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점점 꿈을 잃어갔다. 꿈이 무의미한 노동이 되었다.
      

아버지는 춤을 사랑한다. 삼촌이야 아버지에게 배워서 아는 것이 그뿐이라지만. 근데 
삼촌이 추는 춤은 제법 멋지고 신이 난다. 
"나, 나, 남밍굽니다."
"난닝구요? 어우 이름이 편안하시네."

아버지는 춤이 곧 꿈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아버지는 꿈과 무의미한 노동을
맞바꿨다. 그러나 아버지는 꿈을 잃지 않았고 결국 꿈을 이뤄 춤 교습소를 차렸다. 똥주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빌어야겠다. 아, 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은 딴 동네로 이사가셨지.
그 자리에 춤 교습소를 차렸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정윤하, 얘는 왜 지가 매니저를 한다고 그러는거야.
하루이틀이면 그만 둘 줄 알았는데 방학 내내 출석을 찍었다. 이젠 관장님이나 세혁이,
수종이 놈이 더 반긴다. 서울댄지 인 서울댄지를 간다는 애가 이래도 되나?
"완득이, 너도 잘하면 인 서울 하겠다?"
이 눈치 백 단 똥주. 아버지한테 말하면 안되는데

[4]            
사막같은 겨울이 깊어간다.
이리의 이빨 같은 잔인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아직 꿈을 껴안은 당신에겐 더욱 긴 
사막이 되리라. 행운은 절대 우연으로 얻을 수 없다. 당신은 살아남아야 한다. 삶을 진정
사랑하고, 삶을 사랑할 자격이 있는 당신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 모진
시간과 동정없는 세상을 기필코 증언해야 한다.
      

그 겨울, 정윤하가 부모님을 따돌리고 나의 대회에 오지 못한 날, 아버지가 춤 교습소
원장님으로 등록된 날, 삼촌이 잠시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날, 아들 시합에 안 보내준
다고 어머니가 식당을 그만두고 온 날, 내 인생의 첫 시합에서 TKO 패를 당한 날, 
관장님은 떠났다. 
하지만 사나이로서 약속한다.
TKO 패는 TKO 패로 갚겠다고.

"야,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야자 땡 까는 건 좋은데, 내가 복도에서 사라지면 까, 
새끼야. 이번에 좋은 거 많이 나왔다. 따라와."
이건 똥주.

-체육관에 도착하면 메세지 남겨
-도착했어?
-너 어디야? 체육관 아니지?
-왜 메세지 안 남겨?
-거기 어떻게 가는 거야?
이건 매니저.

"거기 교습소엔 여자도 많니?"
"대부분 여자 같던데요."
"그래......"
요즘 화장을 하셔서 더 예뻐진 어머니.

"아, 아, 안녕하세요. 저, 저는, 나, 나, 남밍굽니다."
이건 삼촌. 삼촌 이름은 남민구다.

"우리 서로 인정하고 살자. 녀석......다리 긴 것 좀 봐. 근사하게 컸네......"
이건 아버지.

늦은 해가 뜨는 겨울 아침.
폴딱폴딱 뛰면서.
TKO 패는 TKO 패로 똑같이 갚아주는 거다.
원 투 차차차, 쓰리 투 차차차!

"완득아! 완득아, 새끼야! 지랄말고, 어제 호박죽 나왔지! 하나 던져!"
이런, 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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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툰 - 만화로 배우는 디지털 카메라
김태정 지음, 윤지선.연두 스튜디오 그림 / 한빛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진은 잘 찍고 싶은데 사진 관련 서적이 너무 두껍고 어려워서 지레 겁부터 내는 분.
카메라라면 오로지 셔터를 누르는 것 밖에 모르시는 분.
카메라의 기본 기능은 다 아는데 사진은 어째 계속 평범하게만 나오는 분.
그리고 남자친구가 몇 번 카메라에 대해 가르쳐주다가 답답하다고 포기 당한 여성분들.

자꾸 이러니 약 팔러 온 약장수 같지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어설프게 열 개를 아는 것보다 정확하게 한 개를 아는 것이 지식이다.
카메라와 관련된 각종 지식에 대해서 꼬박꼬박 알고는 있는데 적용이 안되는 분들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보통 초보자들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처음부터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은 맞는 말이지만 또 반은 틀린 말이기도 하다. 고가의 카메라가 저가의 카메라보다 화소 수도 많고 이미지 센서의 크기도 크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진의 질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면 저가와 고가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고가의 카메라가 전설의 무공비급이라도 되는 것처럼 혈안이 되어서 ’비싼 카메라, 비싼 카메라~’ 를 외치고 다니는 것은 좀...
세상에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알면서 왜 카메라는 거기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은 걸까? 좋은 카메라로 찍는다고 무조건 예술사진 이 짠 하고 찍히는 건 아니다. 
그런건 무협지에나 있는 경우다.

-그럼 어떻게 해야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나요?

사실 이 문장은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요구를 담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이 요구하는 바는 명확하게 하자면 이것이 아니던가.

-어떻게 하면 쌈빡하고 기똥찬 사진을 단박에 찍을 수 있나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는 ’빨리’ 라는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반성하는 자세부터 시작하자. 걷기도 전에 뛰기란 매우 어렵고, 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먼저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즐거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진에 대한 사랑을 이론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야 한다. 말은 쉽게 했는데, 이 이론 이라는 게 녹록하지 않다. 서두에서 했던 말처럼 대부분의 사진 관련 책들은 너무 두껍고, 너무 비싸고, 너무 어렵다. 생소한 용어와 복잡한 수치의 융단 폭격에 의욕적으로 책을 집어 들었던 손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디카툰] 은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난해한 용어는 최대한 풀어서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고, 지루하지 않도록 카툰으로 꾸며진 내용, 다양한 예시 사진과 실천 팁까지 꼼꼼하게 배치한 것은 [디카툰] 의 최대 장점이다. 게다가 이론을 단순히 만화로만 풀어 놓은 것이 아니라, 고정된 캐릭터가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면서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은 ’공부한다’ 는 부담 또한 덜어준다.

디지털 카메라, 하이엔드, DSLR의 구분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오해
초점, 반셔터, 팬 포커스와 아웃 포커스
화각, 광각, 망원
노출과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
빛의 이해, 구도의 이해
색 온도와 화이트 밸런스

대충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아놔 이게 뭔 소리야.’ 하시는 분들에게 말씀 드리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다시 처음으로 올라가 보면, 남자친구에게 포기 당한 여성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만큼 책의 내용은 친절하고 쉽게 되어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뭔 소린지 모르는 무뚝뚝한 남자분들, 
여자친구에게 이런 책도 좀 사주고 그러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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