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조커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5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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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죠, 서로 부대끼고 소통하고 때로는 오해도 하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 말 많은 중년의 아저씨입죠, 대화와 이야기를 좋아라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편안한 자리에서 서로가 소통하는 방식과 어떤 상황에서 뭔가를 설명하거나 보고하거나 전달하는 방식으로서의 소통의 대화적 기법은 차이가 나기 마련입디다.. 저는 그걸 잘 활용하질 못하는 것 같구요, 사실 전반적으로 요즘의 시대적 특성이나 인간의 성향상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본질적인 결론부만 전달하는게 서로에게 좋죠, 아니 듣는 사람은, 또는 이해하고자하는 사람은 그러기를 바랍니다.. 뭔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이해시킬 목적으로 처음부터 단계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어떠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전달에 있어서 문제시 되는 부분을 던져놓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건가라는 최종 결론만 듣길 원하는 것이죠, 그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굳이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요즘의 소통의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대체적으로는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히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인내가 줄어드는 것이 요즘 시대의 모습이라는 것은 제 주변을 봐도 충분히 느껴집디다..


    2. 그러니까 전 누군가에게 어떠한 설명을 하고자할때 상대방이 모른다는 전제하여 처음부터 설명하고 최종 결론을 이야기하려고 하죠, 하지만 상대방은 제가 말한 전제를 충분히 알고 있으니 그래서, 결론이 뭐, 어떻게 하자고,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뺑뺑 돌리지말고 결론만 말해,라고 하는 통에 참 힘듭니다.. 답답하고 왜 말을 돌려 하느냐, 너랑 이야기하면 힘들다라는 식의 핀잔을 많이 듣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에 있어서 그런 경향이 짙죠, 심지어는 이러한 방식의 대화적 소통이 오히려 절 답답하고 멍청한 인간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생깁디다.. 물론 사람의 됨됨이가 지랄같은 인간들이 해대는 욕설 비슷한 것이라 흘려버리지만 왜 권력이라는 나보다 조금 높은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인간들은 제대로된 설명을 듣지도 않고선 자신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아는양 무시한 체 결론만 듣고선 향후 또다시 그 상황이 발생할땐 딴소리를 해대는 지, 참나,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을 읽게 되니 저 역시 누군가가 어떠한 이야기를 끄집어낼때 처음부터 차근히 설명하려고들면 똑같은 방식의 따분함과 지루함을 느낀다는 생각과 함께 어느순간 조금씩 귀를 열기 시작하면 제대로된 이야기속으로 집중하게 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는군요, 세상에는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의 중요함을 다시한번 되새기면서 뜬금없는 소설의 시작을 적어봅니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레이디 조커"입니다.. 워낙 유명한 작가님이시지만 저로서는 이제사 처음으로 읽어보는 작가님이기도 하고, 그동안 몇몇 작품을 구매해놓았지만 쉽사리 펼쳐들지 못했던 점이 앞서 이야기한 이러한 작가님의 작품적 성향으로 인해 빠른 진행적 방식에 적응된 저로서는 괜히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작품을 만났습니다.. 다카무라 가오루 여사의 걸작 중 한편으로 소문이 자자한 고다시리즈중 세번째 작품입죠, 1997년 출간 후 20년 이상 이 작품이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물론 전 그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구요,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3. 이 작품이 대작이라는 느낌을 풍기는 이유는 소설의 시작점이 현시대가 아닌 과거의 전후의 일본의 산업과 사회상 및 인물들의 이야기를 대단히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히노데 맥주라는 기업의 이야기속에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오카무라 세이지라는 이름의 남자가 히노데 맥주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그는 그의 삶과 그의 인생과 그의 현실을 주변의 인간관계와 그의 근로적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담담하게 주장하고 있죠, 그리고 자신이 속했던 회사에 대한 애정과 요구를 하면서 편지는 끝을 맺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는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근원적 배경이기도 하죠, 이렇게 우린 히노데 맥주의 탄생과 기업의 운영 및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월은 흐릅니다.. 1947년 오카무라 세이지의 이야기부터 40년 정도 뒤의 1990년의 시대로 오죠, 그리고 이 시대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세상의 삶속에서 찌들때로 찌들고 뭔가 불만스럽고 그래서 오히려 더 무감각해진 몇몇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경마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또다른 이야기의 시발점을 드려내죠, 이 경마장의 인물들은 어떤 이유로 독자들에게 보여지는 것일까요, 모노이 세이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네다섯명의 인물이 그려지고 그 중심에는 레이디라 불리우는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의 모습도 보여집니다.. 물론 이 아이의 이름에서 언듯 이 소설의 제목을 유추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도 이 소설이 뭔 이야기를 하려는 지 제대로 인지시켜주진 않죠, 단지 90년에 벌어진 한 사건을 토대로 뭔가 낌새를 채게 됩니다.. 모노이 세이조의 딸의 아들 그러니까 모노이의 손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하타노 다키유키는 히노데 맥주에 입사 면접을 본 후 사고로 사망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치과의사 하타노 히로유키는 자신의 아들의 죽음과 관련하여 히노데 맥주측에 몇번의 서신을 발송하게 되나 어느날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과거 오키무라 세이지가 발송한 편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히노데 맥주의 의도를 어느정도 짐작하게 되는 것이죠, 이에 따른 하타노의 문제로 히노데 맥주의 사장 시로야마 교스케는 이 사건이 문제가 되지 않게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오히려 고소를 당한 하타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죠, 그리고 여전히 이 소설이 중반에 이르는동안까지 차분히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작가는 찬찬히 그려냅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뒷표지에 큼지막하게 제시한 인질사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히노데 맥주에 대한 경마로 뭉친 다섯 남자의 인질극이 시작될 기미(낌새, 조짐)이 그제사 보여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렇게 1권의 중반까지 작가는 독자에게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라는 듯 너무나도 차분하게 극의 뿌리부터 하나씩 거슬러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1권의 중반 이후부터 2권, 3권으로 가면서 또다른 이야기를 대단히 밀도있게 그려내지 싶은 생각이 드네요,


    4.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아주 꼼꼼하고 차분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진행해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잡기 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제가 말씀드린대로 속도감과 긴박감에 적응된 대중독자로서 초반의 흐름이 무척이나 답답하게 느껴질지라도 귀를 열고 차분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 흐름의 속도에 따른 집중력을 얻게 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대중소설에서 느끼는 매우 이질적인 차분함과 끈기와 인내와 설명과 전달의 방식이지만 읽어나감에 있어 이렇게 완벽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존경심마저 듭디다.. 단순한 대중소설로서 이 작품이 주는 잔재미와 긴장감은 무척 소홀합니다.. 이 소설의 초반과 중반과 심지어 후반까지 이 소설의 감성적 느낌은 무척이나 허허롭고 매정하고 딱딱하기까지 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후의 일본의 사회와 이로 인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사회적 약자인 인간의 내면과 고도 성장의 시대를 거쳐 서민들의 삶이 더욱 비루해지고 공허해진 삶의 이면을 작가는 대단한 관찰적 시점으로 인물마다 상황마다 배경마다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단순하 사회파 미스터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이 작품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그렇게 대단한 긴장감은 없습니다.. 애초부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나 이렇게 진행할테다, 그러니 내 이야기를 중간에 끊지말고 귀담아 들어봐, 라고 하는 것 같죠, 그리고 이 작품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이야기와 시점과 심리에 집중하지만 그들에게서 보여지는 시대적 사회의 연결은 대단히 좋습니다.. 하나같이 현실 그자체의 리얼리즘이 고스란히 묻어나죠,


    5. 작가는 각각의 인물의 직업과 이야기들속에 무척이나 전문적인 지식적 배경을 덧붙입니다.. 단순하게 넘어가질 않고 하나의 상황과 인물들의 직업이 가지는 대단한 현실적 지식의 고찰이 자세하게 펼쳐지죠, 경찰직이 그러하고 기자의 모습들이 그러하고 무엇보다 히노데 맥주라는 거대 기업의 내부적 상황을 실제 경제소설인양 완벽하게 재현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물들이 표현해내는 연결적 고리와 상대적 심리의 방법론까지 작가는 단 하나도 놓치질 않고 꼼꼼하게 그려내는 것이죠, 이 인물들의 이야기와 사건의 흐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설정중의 하나로 드러나는 모티프가 일본내의 피차별부락민이라는 존재에 대한 차별적 사회현상입죠, 시작점에서부터 이 사회적 부조리는 상당히 심도깊은 주제의식을 드러냅니다.. 향후 벌어지는 사건의 단초가 되는 중요한 설정입죠, 단순한 천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시민과 권력자의 관계적 내면과 사회현상도 이 소설이 이끌어내는 범죄적 연결의 고리로 작용합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가지고 싶지만 늘 외면 당하고 끝내 버려지는 이 시대의 소서민의 분노가 무엇인 지, 작가는 매우 심도깊은 내면속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차분히 그려나가고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이정도 반복적으로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이라면 오히려 이 독후감을 혹여라도 차분히 읽어보시는 분들에게 오히려 작품적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감히 판단컨데 여기까지 제 독후감을 차분히 읽어보신 분들이시라면 여지껏 읽어보신 어느 작품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는 기회를 얻어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인내면 이 완벽한 작품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드실겝니다..


    6. 이 작품은 개인의 이야기이자 사회의 이야기이고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부조리와 정의를 표현해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매우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를 각각의 인물들을 통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극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우연성과 허구적 목적으로 대중적 재미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연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야기의 근간부터 도저히 이렇게 진행되지 않고는 안되는 방식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모든 인물들에 대한 심리적 여운을 동일하게 그려내는 것도 이 작품이 주는 완벽성중의 하나라꼬 전 생각하구요, 모르겠어요, 이 작품이 총 3권중의 1권이기 때문에 어떻게 이어져나갈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여지껏 제가 읽어온 그 어느 작품보다 진득하고 차분하고 읽는 재미가 가득한 작품일거라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하나의 나무라고 볼때 뿌리부터 시간과 흐름과 전개에 따라 물을 주고 제대로 클 수 있게 정원사의 역할을 매일같이 해주는 분이신 것 같아요, 중간중간 꼭 필요하지 않은 곁가지는 나무의 자람에 해를 끼치니 어느새 전정가위로 잘라내버리는거죠, 독자들이 아무리 이야기가 길게 이어져도 한눈 팔지 않게 해주는 전문가로서의 노력을 끊임없이 해줍니다.. 결국 자라난 나무는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죠, 뭐 이렇게 비유하면 좀 나을까 싶네요, 물론 다음편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중요하니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는 또 다음편을 보고 판단해볼텨,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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