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1. 나무가 우거진 자연 휴양림에 가족이나 모임이 있는 경우에 한번씩 가곤 합니다.. 낮에 방문한 곳에서 좋은 공기와 풀내음들이 가득찬 곳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느낌은 무척이나 신선하고 느낌이 좋더라구요, 그러다가 저녁 늦게 나무가지를 줍는답시고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참을 숲 깊숙이 들어가버린 적이 있습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아무생각없이 나무가지를 줍다보니 완전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버린 것이죠, 정말 깜짝 놀랬더랬습니다.. 뭐랄까요, 순간이동을 해버린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얼마전까지 아래의 불빛이 보였는데 딴곳으로 이동해버리고 세상이 조용해져버린 이상한 느낌이었죠, 그런데다가 컴컴한 곳에서는 축축한 내음과 함께 뭔가 을씨년스러운 감각들이 미친듯이 올라오더군요, 얼마전까지 무척이나 신선하고 몸이 반응하던 그 느낌이 한순간에 공포와 두려움이 음습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듯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한참을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 희한하게도, 아니 우습게도 예전에 봤던 백설공주 만화에서 백설공주가 사냥꾼에게 쫓겨서 홀로 숲으로 들어설때 주위에서 온갖 위협적인 눈들과 어둠이 한순간에 백설공주를 두려움을 끝으로 몰아가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숲이 보여준 두려움은 어느순간 위협과 공포의 대상이 아닌 친근한 다람쥐와 여러 동물들의 따뜻한 눈망울로 바뀌게 되죠, 문득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숲은 언제나 우리에게 편안함과 신선함과 자연 그대로의 평화를 주는 곳이지만 언제나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과 감정적 공포가 스스로 숲을 병들게 하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질시켜버리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무섭고 두려운 캄캄한 숲의 어둠이 이어폰을 벗고 편안하게 숨을 들이쉬고 멀리 바라보니 조금 전까지 전혀 보이지 않았던 아래의 불빛이 눈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을 알게 되더라구요, 어느새 손에는 한참동안 모은 나무가지들이 큰 쇼핑백 가득 담겨있어서 흐뭇하게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2. 판타지소설은 잘 안읽어요, 아무래도 장편의 도를 넘어서는 시리즈로 길게 이어지는 경향이 짙어서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완결을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한 책들도 제법 있었구요, 아님 읽다가 지쳐서 끝까지 다 마무리 못한 경우도 있었죠, 특히나 과거 국내에서는 판타지소설의 활기가 대단한 적이 있어서 저도 책 대여점을 통해서 상당히 많이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크게 어필할 정도의 대단한 작품들이 없어서 그저 그런 허접함을 느낀 판타지 장르에 대한 불신이 깊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외국 판타지라도 다를까, 국내 판타지소설은 외국의 이름난 판타지 문학에서 차용한 여러 소재들을 이용한 일종의 모방적 소설의 형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유명한 외국의 판타지소설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더욱더 편하게 다가오는 시대적 즐거움이 컸던지라 굳이 작품으로 읽어나가지도 않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저는 그렇다구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분들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매력적인 판타지소설의 즐거움을 놓지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유명하답시고 국내에서 제법 이름값을 하는 시리즈를 몇몇 사다놓고 여유가 있으면 읽으리라, 하면서 꿍쳐놓은 작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손에 들었다 놓았던 작품이 테메레르 시리즈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제가 읽고 싶어 집에 가져다놓았는데 아들이 먼저 읽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아들도 2권 초반을 못 넘기고 역시나 자기 침대 머리맡에서 몇달동안 날 펴주세요,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죠, 여하튼 그래도 근래 판타지 소설의 대세는 역시나 드래곤이라는 판타지적 존재가 등장하다보니 저도 관심이 많이 가고 또 모아오던 시리즈인데 이 작품이 여즉 완결이 안되서 저는 완결이 되면 시작하리라 홀로 독서에 대한 합리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동안의 대장정이 마무리를 하는 듯 하더라구요, 9편으로 국내에서도 십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독자들을 애태우던 작품이 끝이 나는 듯 하는데, 더불어 그 끝을 함께할 나오미 노빅 작가의 단행본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이거 홍보같은 문구로 이 단락을 채우긴 하는데 제가 읽은 작품은 "업루티드"라는 단행본 판타지소설입니다.. 제목에서 판단해보건데 뭔가를 뿌리채 뽑아버릴 정도의 대단한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나 봅니다.. 어떤 내용이냐믄요,


    3. 마법과 인간이 공존하는 판타지의 세상속에서 십년에 한번씩 마법사 드래곤은 마을의 처녀를 공물로 데려갑니다.. 그가 데려가는 여인들은 모두 열일곱의 성년의 나이가 막 시작되는 처녀들로 이들 중 드래곤에 선택된 여인을 드래곤이 거주하는 탑에 갖혀 십년동안 지낸 후 풀려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여인들은 자유로워 진 후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죠, 하지만 드래곤이라는 영주에게 갖힌 체 십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마을의 사람들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질 못하죠, 드래곤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거나 수모를 당하는 등 여성으로서의 온갖 고초를 겪은 여인으로 떠도는 소문으로 인해 그녀들은 그들의 고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질 못하고 늘 새인생을 찾거나 타락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십년채 되는 해에 아그니에슈카와 카시아는 드래곤의 공물이 될 나이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어려서부터 모든 것이 뛰어난 카시아는 동네 주민 모두 드래곤이 선택할 여인으로 인정하면서 자랐고 카시아 역시 자신이 드래곤에게 받쳐질 희생양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인지하면서 살아왔죠, 그리고 아그니에슈카는 모든 면에서 덜렁거리고 한순간도 단정한 적이 없는 말괄량이 시골 아이 그대로입니다.. 누구도 아그니에슈카가 공물로 받쳐질거라는 생각은 하지않죠, 하지만 카시아와 니에슈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카시아가 공물로 받쳐지는 순간까지 서로를 보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드래곤에게 선택되어지는 날 드래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아그니에슈카를 선택하고 자신의 탑으로 데려가버리죠, 꿈에도 생각지못했던 상황속에 놓인 니에슈카는 왜 자신이 드래곤에게 선택되었는 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자신을 하대하고 아무렇게 대하는 드래곤에게서 조금씩 마법의 주문을 배우게 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파악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아그니에슈카가 그동안 온갖 덜렁거림과 단정치못한 성격은 그녀에게 숨겨진 마녀의 능력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죠, 드래군은 조금씩 니에슈카에게 마법을 알려주려하지만 그가 그동안 알아온 마법은 니에슈카에게 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드래군의 입장에서는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드의 오염과 팽창을 막기위해 탑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우드와 맞서왔는데 그동안 자신이 선택한 여인들과는 다른 니에슈카의 모습에 당황하게 되죠, 니에슈카는 일반 마법과는 다른 교과서적인 마법이 아닌 흥얼거리 듯 조화로운 야기의 마법에 자신의 재능을 투영하게 되죠, 야기라는 마녀는 과거 우드의 숲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인물로 소문이 난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하죠, 그런 존재의 마법서를 니에슈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능력에 투영하게 되지만 수백년동안 내려운 마법의 능력이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수천년동안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과 동물들을 오염시키고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인간의 땅을 침범하려는 우드에게는 이들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그니에슈카는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4. 줄거리가 길어졌습니다.. 동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우드라는 비밀의 숲인 오염적 존재를 인간이 아닌 하나의 자연적 대상에 존재적 대결을 설정한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죠, 일반적인 착한 마법사와 악한 마법사의 대결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싸움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독창적인 세계관입니다.. 인간을 자연을 두려워합니다. 그것도 인간을 오염시켜버리는 숲의 존재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삼죠, 그리고 이 우드라는 자연적 존재는 수시로 인간의 세상을 위협하고 자신들의 악하고 습한 세계를 인간의 땅으로 팽창시키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군립하고 있죠, 인간들은 이 우드를 단지 그들이 자신의 영역으로 침범해오지 못하게 자체적 울타리를 치는 능력밖에 없죠, 그러면서도 인간의 악한 본능과 영악한 본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폭력적 행태는 변함없이 자신들의 세상속에서 끊임없이 드러내죠, 이 작품도 그러한 인간적 불평등의 영악한 본성들이 중세적 무식한 인간의 판단력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배신하게 우드가 조종하는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여기에서 오염이라하면 우드가 만들어내는 악한 기운속에 인간들이 악마의 근성으로 변해버리는 것이지만 언제나 인간은 스스로의 본성속에 조금씩은 이러한 악마적 근성을 숨겨두고 있으니 우드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스위치만 살짝 건드려주면 끝인거죠, 그렇기에 인간은 연약하고 우드는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작가는 이러한 인간과 자연과 마법과 세상의 이치를 동화적 상상속에 녹여놓고 이야기를 대단히 재미지게 풀어갑니다.. 말 그대로 만화적 상상력으로 입체감 넘치는 영화적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5. 인물의 심리와 주변 상황과 표현의 이미지가 무척이나 시각적이고 플롯이 단순하면서도 얽히고 섥힌 상황적 묘미가 뛰어나 영화로 제작이 된다면 무척이나 신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 나갔습니다.. 판타지소설에서 대단히 전형적인 인물들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우드라는 존재적 가치의 영향력은 소설의 중후반을 넘어서면 너무나도 거대한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그동안 저급하고 허접하다고 여기며 무시했던 저로서는 이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듯한 유치한 판타지소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죠, 무엇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입체감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니에슈카와 드래곤이라 불리우는 탑의 영주 살칸 마법사의 캐미도 무척이나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흘러버리고 잊혀져버릴 지도 몰랐던 카시아의 새로운 발견과 그녀가 보여주는 상황적 입체감이 대단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카시아는 사실 몇마디 하지도 않아요, 표현이나 상황에서는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언제나 소설속에서 주변인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표면에 드러나질 않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 카시아가 쏟아내는 포스적 기운이 워낙 대단해서 이 작품의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더란 말인거지요, 작가는 이러한 작으마한 상황에서 전체를 이어가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독자들이 작품이 서사상에서 아무것도 놓치질 않게 마법의 양탄자를 안팎으로 씨줄 날줄 할 것 없이 꼼꼼하게 짜맞춰나가는 탑 꼭대기에 숨겨진 물레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절대 물레의 침에 찔려 잠들지 않게 말이죠,


    6. 전형적이고 대중적이며 단순한 판타지 소설의 이야기의 꼴을 띄고는 있지만 이 작품은 그 속에 상당히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과서적인 마무리와 흐름의 판단이지만 독자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흐뭇하게 작품의 내용을 좋게 끝맺음하죠, 흔한 권선징악의 판타지적 소설의 마무리는 어느 작품에서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이렇게 끝난다고 했다고 뭔가 억수로 지랄같은 스포일러를 날렸다고 그 누구도 저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으리라 믿는 것도 그러한 것입니다.. 판타지만큼 권선징악의 구조를 잘 꿰맞추는 장르도 없죠,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진행되어 끝을 맺지는 않습니다.. 대중적이고 전형적이긴 하지만 뭔가 새로운 형태의 끝맺음을 가진 좋은 영향력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오늘이라도 아이들에게 테메레르는 완결되는 올 중반기에 한꺼번에 읽고 이 작품 "업루티드"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판타지소설의 읽기에 가능한 모든 연령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대단히 자연스럽고 일반적이면서 대중적 재미가 가득하고 편안하면서도 유쾌한 작품적 즐거움과 누구나가 인식하고 이해하고 수긍할만한 좋은 소재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내용들이 종합세트로 꾹꾹 눌러 담겨있는 알차고 깔끔한 1권짜리 판타지소설의 즐거움을 만끽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것이죠, 뭐시 그리 대단하다꼬 판타지소설은 장대하고 대서사의 영역으로 시리즈를 끊임없이 이어간데요, 이렇게 깔끔하니 단행본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좋구만, 그리고 판타지소설답게 조금 두꺼운 700페이지 상당의 무게감이라고 해도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습니다.. 후욱하니 시작과 끝의 시간적 틈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만큼의 집중적 가독성이 대단하니 겁내지말고 펼쳐봐, 영화 한편보는 값으로 기깔나는 책속으로 빠져봐, 설날 세배하면서도 언능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어, 물론 벌써 조금씩 잊혀지고 있긴 하지만,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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