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화려해보이는 홍콩의 야경속에 묻혀진 700만이 넘는 인구중의 대다수의 서민들은 여전히 힘겹게 살아갑니다.. 중국 본토에서조차 힘겹게 살아가던 사람들은 홍콩에서의 나름의 희망을 찾아 이곳으로 몰려오지만 여전히 이곳에서의 삶은 힘겹기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샤오원의 부모 역시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찬 홍콩의 생활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아버지는 산재를 당해 죽게되지만 보상조차 받지 못한 체 부인과 어린 딸 둘만 남겨놓고 세상을 떠납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 지 제대로 안 아이는 공부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합니다.. 엄마 혼자 어린 샤오원과 자신을 키우기가 버겁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은 것이죠, 그런 엄마 마저 얼마전 암으로 돌아가시고 이제 남은 가족은 자신과 유일한 여동생인 샤오원뿐입니다.. 벌써 샤오원은 중3이 되어 자신의 세상속에서 자신을 찾아갈 나이가 되었지만 퇴근길에 아이의 눈에 들어온 사고를 확인한 아이는 오열과 함께 처참하게 펼쳐진 현실을 인정하질 못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여동생이 아파트의 22층 집에서 뛰어내려 죽음을 선택한 것이죠, 샤오원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사람을 찾고자 한 아이는 탐정을 이용해 과거 샤오원을 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인터넷상에 악마적인 모함을 한 인물을 찾습니다.. 그 악의가 가득한 살인 흉기와도 같은 글을 올린 장본인이 샤오원을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아이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탐정을 통해 들은 이야기에서 아이는 또 한번 허망함을 겪게 되지만 인터넷과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에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한 인물을 소개받고 아이는 다시한번 샤오원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없는 탐정은 아녜라는 이름을 쓰는 해커인 듯 합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아녜에게 의뢰비로 전달하고 샤오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진실과 관련자를 찾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생각치도 못한.......


    2. 근래 들어 가장 매력적인 문구가 들어있는 띠지를 접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흉기가 아니라 악의다.'라고 말이죠, 특히나 이러한 악의를 익명으로 드러내는 공간에서 펼쳐내는 경우를 우린 너무나도 흔하게 접합니다.. 살의가 가득한 악의 넘치는 댓글의 사이코적인 문장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끄적거리는 대중의 익명성은 도대체 어떤 정신상태에서 나타나는 지 정말 궁금할 따름입니다..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비웃음의 소재로 악용하고 그들이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몰이해와 편견과 비판이나 악마적 비하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이 시대의 익명의 대중들의 악마적 근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고민해봅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들의 많은 부류가 겉으로 드러내는 현실속에서는 아주 일반적이고 살가운 이웃일 경우도 많을겁니다.. 심지어는 어린 초딩 아이들도 허다하죠, 왜 이렇게 이들은 익명과 숨겨진다는 이유만으로 뒤에 숨어서 타인에 대한 악의적인 모함과 거짓과 배척과 질시와 거부적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이 작품은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추리소설입니다.. 포털 검색사이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악의적인 댓글의 고발과 관련된 대중적 스타들의 이야기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입니다.. 근데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서 주목을 받는 이들의 악의적인 댓글과 명예 훼손등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이 시대의 아이들과 서민들의 삶에 주축이 되는 주변의 삶속에서 거짓된 상처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타격이나 생명적 위협을 받는 경우 도대체 어디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죠, 나의 아이, 나의 가족, 나에게 그러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진다면, 어느순간 나와 전혀 무관한 것 같았던 대단히 악의적인 소문의 굴레가 나에게, 우리에게 씌워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름난 공인이나 대중스타들처럼 고발하면 잘 풀릴까요,


    3. 찬호께이는 이번에는 정보적 소통속에서 악의가 흉기로 돌변하여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흔한 이 시대의 흐름의 사건 뉴스이지만 아주 위험하고 불안한 삶의 모습이죠, 소설은 대단히 극단적인 방식으로 진행을 하지만 우린 이 극단성이 단순한 자극적 드라마틱한 설정일 뿐이라고 합리화할 순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와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드러난 현실이기 때문이죠, 찬호께이는 이러한 현실의 사회상을 전문적인 정보적 지식을 토대로 인간과 주변의 이야기를 대단히 심도깊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아주 길게 끌어나가고 있죠, 700쪽이 넘는 페이지에 대해 우린 읽다보면 지칠만도 합니다.. 하지만 챕터와 상황의 연결선에서 찬호께이는 여러가지의 복선과 암시와 추리적 얼궤를 지리하지않게 짜맞춰 이어나갑니다.. 소설의 중심은 샤오원이라는 아이의 자살과 관련된 사건의 정황에 대한 진실찾기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줄기의 한 부분에서는 홍콩의 IT산업과 관련된 이야기의 축속에서 한 인물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설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나 독자들은 소설이 연결되어감에 따라 그 인물에 대한 나름의 추측과 함께 호기심을 드러내게 되죠, 이런 두갈래의 설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아녜라는 독특하면서 걸출한 천재적 해커의 추리와 탐정적 역할로 인해 조금씩 상황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물론 이 소설의 이야기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드러납니다.. 가장 큰 부분이 컴퓨터와 소통적 정보통신의 전문적 지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죠, 대체적으로 알아듣긴하겠는데 구체적으로 이해하긴 힘들어 개인적으로는 쉽게 넘긴 부분이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분량에 지쳐 힘드신 분들은 이런 전문적인 이야기는 조금 흘려버리셔도 되지않을까요, 그렇게하니 저는 조금 더 인물들에게 집중하기가 쉽더군요, 그렇다고 아예 외면하시면 전문적 상황의 연결고리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조금 낭패를 보실 수도 있습니다..


    4. 이 작품은 본격미스터리적 감성이 강한 탐정소설입니다..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벌어진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본격추리물은 나름의 반전과 추리적 카타르시스가 존재해야합니다.. 이 소설 역시 이러한 반전적 형태의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찬호께이의 전작중 하나인 "13.61"을 읽어보신 분들이시라면 이 작가의 역량이 어떠한 지 충분히 인지하시고 계시리라 믿지만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도 작진 않습니다.. 다만 이전 작품과 다르게 하나의 주제를 통한 이야기의 연결이 워낙 방대하게 이루어지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어느순간 대략의 단서를 스스로 깨우치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작가 역시 후반부를 들어서면서 이러한 추리적 반전이나 진실의 상황에 대한 충격적 흐름으로 작품을 이어가진 않습니다.. 단지 워낙 뛰어난 탐정의 역할을 드러내기 위해 독자나 의뢰인이 알지 못하고 넘겼던 진실과 숨겨진 내막에 대해서 딴엔 나름 드러낸다고 하면서 작품의 중간중간 살짝 드러내며 잘난체 해놓고 마지막의 결말부에 내가 그만큼이나 눈치를 주고 상황에 암시를 줬는데도 하나도 몰랐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는 뭐 본격추리물의 탐정적 형태이니 이해할 만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가 받았던 "13.61"만큼의 충격적 여파는 없는걸로,, 단지 이 작품의 감성적 측면에서 사회적 스토리의 현실적 사건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공감이 지대합니다.. 어린 소녀들의 주변의 소통과 한 소녀가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이들로 인해 상처받고 무너지는 이야기는 대단히 슬프기까지 합니다..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이들에게 주어진 결론은 늘 아픔만 남는 것이죠, 누구 하나 승자는 없습니다.. 피해자만 남는 이 시대의 아이들의 삶에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지랄같은 범죄의 모습은 역겹기까지 합니다..


    5. "망내인"이라는 제목속에서 드러나는 진실 하나만으로 이 작품이 지향하는 부분을 독자 누구도 헷갈려하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제목에 부합하는 소설의 흐름과 상황과 모든 현실적 이야기들도 마지막 책을 덮고 난 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되죠, 단순한 허구의 소설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작가가 드러내고자 한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길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 인물의 상황과 심리와 주변의 세상속에서 펼쳐지는 이 복잡하고 답이 없는 현실속의 우리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죠, 악의가 주는 위험성과 이로 인해 한순간에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는 흉기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대해 작가는 낱낱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던져놓은 익명의 악의가 누군가에게는 죽음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표현하고 싶었던게지요, 작가도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이 작품이 이렇게나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고 자수(?!)했습니다.. 하지만 작가조차 이야기를 이어나감에 있어서 필요한 말만 했겠지요, 그러지않고는 독자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납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가를 놓아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독자로서 대단히 좋은 설정과 내용이지만 분량의 압박은 무게만큼 무시못할 것이기도 하지요, 이 소설은 단순한 미스터리소설의 진실찾기에 그치지 않고 그에 따른 복수의 댓가를 후반부의 긴 분량에 그쳐 표현해내고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구요, 꼼꼼한 작가의 성향에 걸맞게 흐트럼없이 모든 구성의 톱니바퀴를 맞춰내는 내공은 정말 분량만큼이나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읽어서 후회될 일은 엄따, 이 말입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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