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1. 제가 어린 시절에는 지역에 수영장이라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 호텔내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가기 위해서는 큰 마음을 먹어야할 정도로 수영장이란 곳은 그 시절 어린 친구들에게는 꿈같은 장소였죠, 바나나만큼 말입니다.. 그래도 여름이 되면 동네 성당에서 조그마한 수영장을 마련해서 개방을 하곤 했습니다.. 그 좁은 수영장에 동네 꼬맹이들은 다 모여드는 것이죠, 어린이용이다보니 수영장의 높이도 1M를 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발 딛을 틈도 없는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중 갑자기 발이 미끄러지면서 물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이의 키보다 낮은 수영장의 높이지만 앉은 상태라면 물 속에 잠기는 것이죠, 미끄러진 체 넘어진 저는 일어서려고 몸부림을 치는 중 아이들의 발에 자꾸 밟히고 밀리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합니다.. 미친듯이 몸부림을 쳐보지만 아이들은 장난처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발 밑에 꿈틀거리는 느낌만 받은 것이죠, 그만큼 좁은 풀장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넘쳐났던 것입니다.. 도저히 일어서질 못해서 손을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쳐보지만 스스로 일어나질 못한 체 전 지옥을 맛보고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기억에도 그 당시 물속에서 느꼈던 지옥같은 공포가 그대로 살아 꿈틀거리니까요, 여하튼 그렇게 영원같은 시간이 흐르는 순간 누군가가 절 일으켜세웁디다.. 콜록, 콜록하면서 입과 코에서 물이 쏟아져나오고 물인 듯 눈물인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저를 수영장 밖으로 끌어내는 손길을 느꼈죠, 그리곤 기절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깨어나서 절 내려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올려보는데 우와, 아이들 사이로 보이는 햇볕의 강렬함이 절대로 잊혀지질 않습니다..


    2. 누가 절 구해주었는 지는 몰라요, 아무도 몰라요, 그냥 누군가가 걸리적거려서 절 일으켜주었고 전 일어나자마자 풀장 가장자리로 가서 구역질과 함께 고통받고 있는 걸 또 누군가가 밀어서 올려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절한 저를 아이들이 주변의 어른들에게 이야기하고 모여들었던 것 같구요, 여하튼 죽다 살았다는 것에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이야기는 저희 부모님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그 사실을 알리고 나면 또 수영장을 못가게 할 것 같아서 굳이 이야기를 안하고 넘긴 것 같구요, 이 사건 이후로 전 물에서 놀때는 항시 발이 닫는 곳을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생겼죠, 물론 수영을 배우는 것조차 조심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물에 대한 공포는 있지만 이제는 제가 아닌 아이들과 수영장을 갈때면 혹여나 저같은 상황이 발생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상황이 절 피곤하게 하곤 합니다.. 늘 그렇듯 물은 바라보고 있으면 늘 뛰어들고 싶지만 그 이후에 제가 겪은 공포로 인한 두려움이 절 삼켜버리지않게 가능하면 물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배를 타서도 전 멀리만 보죠, 흔들거리는 물결과 수면을 보고 있으면 물이 막 저를 부르는 것만 같아요,, 어서와, 물은 처음이지,, 뭐 이런 느낌?.. 이번에 읽은 작품은 예전에 "걸 온 더 트레인"이라는 작품으로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쳤던 폴라 호킨스 작가의 신작인 "인투 더 워터"입니다.. 번역하자면 '물속으로' 정도 되겠네요,


    3. 유럽의 중세 이후의 마녀사냥의 비논리적이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없는 비인륜적인 행위는 기가 찰 정도입니다.. 이 작품의 프롤로그에서도 과거 영국에서 벌어졌던 마녀사냥의 한 방법인 드라우닝 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리비라는 어린 여자아이를 마녀로 몰아세우고 강물에 빠트려 물에 뜨면 마녀라고 화형에 처하고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결국 이런 방식은 죽음밖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죽어서 마녀가 되지 않거나 살아서 마녀가 되어 화형당하거나 말이죠, 그런 과거를 가진 드라우닝 풀의 웅덩이가 존재하는 백퍼드를 가로지르는 강은 현재에도 그 명맥을 유지한 체 끊임없이 여성의 죽음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과거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던진 곳에서 넬 애벗의 시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녀 역시 자살로 추정되는 죽음으로 그녀의 동생 줄스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리고 줄스는 런던에서 그토록 잊고 싶었던 언니의 세상으로 다시금 벡퍼드로 돌아오게 되죠, 그리고 언니의 자살과 함께 그녀의 딸인 리나를 만나게 되고 또한 언니의 죽음 이전에 리나의 절친 이었던 케이티의 죽음 역시 그 상처가 지역내에서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언니인 넬의 사건을 담당하는 션 타운젠트는 넬의 죽음에 대한 단서를 찾으며 런던에서 차출된 에린 모건 형사와 함께 수사를 펼치게 되고 넬의 딸인 리나와 케이티 그리고 케이티의 엄마인 루이즈와 지역 주민의 연결고리는 하나씩 찾아나가기 시작합니다.. 단순한 자살로 보이는 넬의 죽음에 도사린 수많은 이유와 단서가 리나와 주변 인물들에게서 하나씩 그 꺼풀이 벗겨지지 시작하는 것이죠,, 벡퍼드에서 발생하는 강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일은 그다지 비밀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넬은 자신의 책과 자료를 통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죠, 수백년전의 마녀사냥에 희생된 리비의 죽음부터 이어지는 어두운 드라우닝 풀의 전설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4. 전반적인 구성이나 방식의 틀은 전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비슷한 구성방식을 택하고 있죠,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을 통한 다각도의 상황적 인식을 토대로 스토리의 궁금증을 이끌어나갑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시점의 다양성은 하나의 상황에 대한 여러 각도의 진실적 모양새를 취하고 있죠, 이런 점이 오히려 미스터리스릴러의 틀을 맞춰나가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섞여서 하나의 상황을 연결하는 이야기의 시점은 전작에서도 우리가 경험해봤듯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즐겁습니다.. 또한 많은 집중을 요하기도 하죠,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 지 그 사람의 속내를 우리가 쉽게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작가는 누군가가 거짓을 드러내고 그것이 진실인냥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애초부터 독자들에게 전달하곤 있지만 우린 그 진실의 끝을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죠, 이러한 구성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곤 합니다.. 열 길 물 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는 인간세상의 모습이 아닌가요, 그리고 이 작품은 전작과는 달리 한 지역의 역사와 오랫동안 내려오는 미스터리한 상황의 과거를 함께 드러내는 스토리로 묶여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여성의 관점이고 여성의 역할이고 여성이 중심인 이야기이죠, 이 소설의 여러 등장인물들중 극을 이끌어나가는 여성의 중심도 사망한 넬 애벗이라는 인물의 동생인 줄스와 넬의 딸인 리나를 중심으로 엮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틀속에서 중심적으로 상황을 연결하는 인물들도 여성이죠, 작가는 이러한 여성의 심리와 상실적 압박감을 대단히 현실적이면서도 깊이있는 감성적 쓰라림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5. 극단적인 가족의 상실이라는 직접적인 상처를 겪어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 소설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절망감과 타인에 대한 이중적 증오의 공격적 성향을 좀체 이해하기 쉽진 않지만 그 상황이 주는 공감적 감성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심리스릴러소설의 즐거움을 던져주는 이면에 사회적 취약성을 가진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불편부당한 역할적 부조리를 대단히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지죠, 작가는 가족이라는 테두리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황적 극단성을 이 소설에서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여성이 견뎌내야하는 아픔을 가진 심리적 압박감에 대한 작가의 의도는 대단히 현실적인 감성적 인식으로 다가오죠, 그러한 점이 전작인 "걸 온 더 트레인"에서의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감과 알코올 의존적 기억상실의 아픔으로 드러내곤 했고 이번에는 자살이라는 관점에서 주변에서 바라보는 하나의 상황적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니 제가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금은 전체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진 못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요, 게다가 대단히 짧은 챕터의 인물의 시점이나 관점들이 수시로 변화되기 때문에 상황이 이어지더라도 하나의 상황에서 여러 인물의 시선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어지러움이 있죠, 물론 오히려 이런 점이 소설의 가독성과 집중도를 높여주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달갑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전작과는 달리 이 이야기의 스토리상의 흐름으로 볼때 결말부에 등장한 주변의 큰 줄기의 흐름은 애초부터 짐작은 하고 가지요, 물론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작가는 드러내곤 하지만 이 역시 미스터리적 측면의 스릴러로서 큰 영향성을 주진 못합니다.. 인물에 대한 지배적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반전 역시 인물로 이어지지만 딱히 매력적이진 않다는 것이죠, 뭐 전 그랬습니다..


    6. 여하튼 대단한 심리묘사와 상황의 전개입니다.. 무척 재미지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토리의 흐름은 이 작품의 가독성에 엄청난 힘을 실어줍니다.. 여러 인물을 통한 상황적 흐름은 독자들의 집중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나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시선의 관점을 각기 다른 심리를 토대로 만들어가는 집필의 능력은 뭐 말 할 것도 없이 이 작가가 누구인 지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줍니다..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작에서 경험해본 바가 있어서 그렇게 대단한 느낌으로 와닿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현실속의 지배적인 남성적 폭력의 세상에 노출된 여성적 심리의 불안함을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리라 예상해봅니다.. 전작의 즐거움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펼쳐드시라고 말씀드려도 욕은 안들어먹을 듯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때만큼의 반전등의 충격이 있진 않지만 인물들에게 집중된 심리스릴러의 감성에 있어서는 전작과 비교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인투 더 워터"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아닌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오해과 불편한 착각에 대한 상황의 오류를 대단히 리얼하게 그려내기 때문에 이 작품의 미스터리적 측면이나 반전의 스릴러적 감성은 차치하더라고 이 인간의 본성적 착각에 대한 자기오류를 섬세하게 드러낸 작가의 역량에는 개인적으로 아주 칭찬회, 나도 그런 기억이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해보게 되더라구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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