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진 밤
파시 일마리 야스켈라이넨 지음, 김미란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1.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보고 배웁니다.. 그게 딱 교육이라는 전제를 가지지 않고도 수많은 사회적 연결속에서 본인의 감각속에 드러나는 모든 것들에게서 무엇인가를 깨우치는 것이죠, 특히나 이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과는 특이하게 다른 인간의 특징중의 하나가 문화적 속성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간은 창의적 상상력이라는 어마무시한 능력이 있기에 스스로의 창의적 본능을 위해 주변을 이용하죠, 특히나 문화를 다루는 예술가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의 창의적 발상에 도움이 되는 재료가 될 것입니다.. 누군가의 말투와 누군가의 삶과 누군가의 이야기들은 모두 그들의 창의적 세계에서 하나의 상상적 세계관과 또다른 세상의 기반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종의 모티프나 모티브가 되겠죠, 범죄스릴러소설작가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뉴스에서 생산되는 현실속의 광폭한 인간의 미친 짓이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을터이고 SF소설에서는 수많은 과학적 미래성을 중심으로 하루같이 달라지는 사회의 과학적 척도로 자신들의 상상력으로 무장하여 독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음악이나 미술이나 모든 예술적 판단의 근원은 언제나 우리의 모습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입장에서 이 모든 문화적 세상의 예술적 이야기들은 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2. 모든 예술적 창의의 소재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이야기의 중심은 늘 소설이겠죠, 인간이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늘 소설은 있어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이 없을때 조차도 인간은 그들의 이야기를 동굴의 벽에다가 표현했습니다.. 대단히 사실적인 이야기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분명 자신의 이야기를 치장하고 과장하여 표현한 벽화도 있을터이고 이후로 이야기는 구전을 거쳐 책으로 이어지죠, 늘 인간은 내 이야기라기 보다는 내 친구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인 척하면서 인간의 삶과 세상의 흐름을 표현하고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늘 인간은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 주변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그려내곤 한 것이라는 생각을 또 해봅니다.. 아주 단순한 대중소설을 읽은 머리 나쁜 독자로서 왜 이런 고차원적인 생각을 독후감에다 끼적거리고 있냐고 하신다면 이번에 읽은 대단히 흥미로운 환상적 느낌이 강한 핀란드의 소설때문이라꼬 말씀드릴 수 있겠구만요, 제목인 즉슨 "라우라 화이트가 사라진 밤"이라는 뭔가 스릴러적 느낌이 강한 작품인데 실상 읽어보면 띠지 정보에 정확하게 적시한 핀란드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라는데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하루키 작품을 많이는 읽어보질 못했지만 초창기의 여러 작품들에게서 받은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이 가득한 미묘한 세계관의 감성이 이 작품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3. 엘라 밀라나는 문학 지망생으로 그녀의 고향인 래빗백에서 임시교사로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문학에 대한 리포트를 받고서 여태껏 그녀가 알고 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내용과 전혀 다른 에세이 리포트를 받게 됩니다.. 학생이 읽는 "죄와 벌"은 그녀가 알고 있는 작품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결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게 이상한 작품에 대해 엘라는 도서관으로 가서 잉그리드라는 사서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대단히 사소한 느낌으로 오타나 인쇄 결함으로 인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문학작품이 변형된 방식으로 기술된 사실을 잊지 못하게 되죠, 그리고 문학지망생이던 엘라에게 대단히 중요한 기회가 주어집니다.. 래빗백이라는 지역에서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아동문학가인 라우라 화이트의 래빗백 문학회의 열번째 회원으로 그녀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죠, 이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전세계적으로 라우라 화이트라는 소설가의 명망은 핀란드내에서도 최고의 문학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고 그녀의 문학회에 참여한 아홉명의 작가들 역시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학회에서 수십년만에 열번 째이자 마지막 회원으로 엘라를 라우라 화이트가 받아들이게 된 것이죠, 그리고 엘라의 입회와 함께 문학회의 파티가 열리던 밤, 라우라 화이트는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며 한순간에 몰아닥친 눈보라로 인해 그녀의 저택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그녀의 실종과는 상관없이 래빗백 문학회에서는 엘라를 열번째 회원으로 인정하고 그녀를 문학회의 회칙과 운영방식에 따라 수년동안 사라졌던 문학회의 게임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게임인즉슨 문학회의 회원들은 어떠한 방식이든 회원이 요청한 진실게임에 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또한 게임을 실행한 당사자는 대결에서 자신의 진실 또한 상대방에서 모두 드러내야합니다.. 엘라는 한명씩 문학회의 회원들과의 게임에서 래빗백 문학회의 과거와 진실의 이야기를 들춰나가기 시작하는데, 이 진실의 중심에는 자신 이전에 열번째 회원이었던 한 과거의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밝혀지기 시작하는 진실의 추악함은 엘라로 하여금 끝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게 만드는데, 또한 사라진 라우라 화이트의 진실도 문학회의 비밀속에서 풀려나갈 수 있을까요,


    4. 뭐 한마디로 초반부의 진행과 흐름과 이야기의 연결등이 주는 환상적 감성은 제가 예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창기의 작품들과 대단히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그 내용들이야 기억나질 않지만 하루키 특유의 감성은 그대로 머리속에 남아있으니까요, 하루키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여겨집니다.. 현실세계속에서 벌어지는 조금은 기이한 환상의 세상을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 이 작품속에서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래빗백이라는 동네와 그 주변의 인물들의 삶과 그들의 세상에서 비롯된 현실의 테두리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 상황들이 하루키스럽다라는 느낌이 드는거죠, 개의 이야기들이나 엘라의 아버지와 라우라 화이트의 실종사건등도 그러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이 변형되어버리는 이야기는 특히나 그렇죠, 책이 그 자체로 존재적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감염이 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이런 흐름의 환상적 모습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라우라 화이트가 실종된 이후로 엘라라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비밀 들춰내기의 방식은 이 작품이 단순한 하루키의 아류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스릴러의 느낌도 강하게 이어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중후반부로 갈수록 심화되어가는 은밀한 비밀의 단서찾기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오히려 초반의 환상적 감성이 후반부로 갈수록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 사고의 느낌으로 변형되어가는 듯 해서 대중적 재미도 충분히 의도한 작가의 여러 장르적 요소의 복합적 방법론을 독자들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구요,


    5. 또 하루키 이야기합니다만 하루키의 소설에서 뭔가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잖아요, 하루키는 하루키스럽게 읽어줘야되니까 말이죠, 이 작품도 그러합니다.. 뭔가 해결적 방법을 중심으로 책을 끝낸다고 하면 이 작품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논리적인 이야기가 없죠, 하지만 이 소설은 충분히 독자적 설득력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확실하게 해소되는 느낌은 없지만 아련하게 남는 소설적 감각이 있습니다.. 사실 독자들은 라우라 화이트가 우찌되던 그건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녀로 인해 만들어진 하나의 공동체의 모습에 푹 빠져버리게 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문학이라는 이유로, 창의라는 목적으로, 집필이라는 수단으로 이 인물들이 행해온, 행하는 방법적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물론 간만에 직접적이지 않고 문학적 상상력과 하루키적 세계관에 기인한 판타지스러운 환상적 이야기를 읽는 관계로 문장과 비유적 스토리와 표현들을 단번에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약간의 지리함은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 역시도 적응이 잘 되더라구요, 핀란드라는 나라의 특유의 계절적 특성이나 문화적 측면도 문장 곳곳에 잘 드러나있어서 지역적 색채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듯 했습니다..


    6. 흠, 그럼에도 이 성인용 판타지 우화같은 작품은 확 끌리지는 않아요, 집중을 하기가 쉽지는 않죠, 하루키의 소설은 뭐랄까요,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과 감성과 비논리적이지만 현실적 공감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인해 대단히 자연스럽게 읽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의도나 방법적 이야기에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적응되어 가지만 이 작품은 물론 좋은 상상력과 매력적인 세계관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지만 이야기적 재미로 따진다면 가독성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후반부로 들어가서는 작가님께서 여태껏 어중간한 중간계 이야기에 힘들었지, 이제 편안하게 풀어나가서 마무리할께라는 의도를 충분히 엿볼 수 있게 상당히 멋진 스릴러적 감성까지 보여주셔서 그닥 아쉬울 것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늘 직접적인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문장의 인식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런 이야기에 적응이 된 단순한 머리를 가진 대중스릴러독자로서는 문장 하나하나에서 안겨주는 상황적 묘미와 문체의 향연과 독창적인 세계관의 문학적 경계를 급하게 책을 읽어나가는 저로서는 제대로 인지를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당한 여유와 상황적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오래도록 문장의 맛을 느껴보실 수 있는 독자님들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대단히 똑똑하고 작품이 주는 감성이 색다른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여전히 소설의 겉모습과 줄거리에 집착하는 독자로서 제가 이 작품의 세계를 완벽하게 맛보지 못한 어설픔이 오히려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확실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근데 정말 하루키 소설 안읽어본 지 오래되었다.. 이 아저씨 요즘도 마라톤하시나, 땡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