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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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없는 군대 이야기 또 좀 합시다.. 중년 아저씨가 기억할 추억이 다 거기서 거기구만이라고 하신다면 참 허허로운 인생일 수도 있겠습니다.. 여하튼 전 군대생활을 동두천에서 보냈죠, 그 유명한 미2사단과 그리 멀지 않은 소요산 인근의 포병사령부였습니다.. 어떻게보면 그곳은 거의 도시에 가까운 곳이었죠, 늘 부대 앞에는 연천, 전곡으로 이어지는 하나뿐인 도로여서 끊임없이 차들이 통행하는 번화한 곳이었으니 말입니다.. 허나 그 시절엔 지금처럼 외부와 소통이 쉬운 시절이 아니다보니 외부로 한번 나가는게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군대는 노니 땅판다고 어떤 식으로든 일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것은 대강 아실터이고 하다하다 할게 없으면 뒷산 너머에 굳이 파지 않아도 될 진지를 구축한다는 지시에 따라 이등병시절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기 위해 산을 오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면 인사계는 미리 막걸리와 식사추진을 기분좋게 준비하면서 흥얼거리며 산을 오르며 과거 이 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아냐는 보물찾기 18번을 끄집어냅니다.. 누군가 한번은 걸린다.. 아직은 찾지 못했지만 분명히 있다.. 과거 전쟁 와중에 누군가가 금괴를 탈취하고 이 산으로 숨어들었다가 총을 맞고 숨지면서 숨겨놓은 금괴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린 끊임없이 진지를 구축하면서 금괴를 찾아내야한다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대단히 진지하게 늘어놓았더랬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 자체만으로 땅 파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오후가 되면 거나하게 취하신 인사계는 웃으며 오늘도 허탕은 치지만 진지구축의 보람찬 하루일을 무사히 끝마쳤으니 즐겁게 하산하자, 뭐 진짜 금괴가 있지는 않을지언정 그때만큼 뭔가 발견되길 기대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늘 인사계는 자신이 진지구축 인원을 이등병 3명으로 한정하는 것은 금괴가 발견되면 우리끼리 나눠야되니 사람이 많으면 우리 몫이 줄어든다라는 이유때문이라고 대단히 대단히 심각하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갓 자대를 배치받은 우리들은 당연히 쉬쉬하면서 말을 아꼈죠, 물론 얼마가지 않아 누구나 똑같은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2.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근데 막 군대를 들어간 아이들은 말 그대로 아이들입니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곳으로 갔으니 애기나 다름없는 것이죠, 정말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진지하게 땅을 팠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나 그렇듯 보물찾기만큼 즐거운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땅을 파다보면 뭔가 나오는 경우도 있죠, 그게 물론 좋은 것이여야만 하겠지만 말이죠, 제가 알기로는 그 진지구축 자리가 끊임없는 도돌이표처럼 팠다가 허물어졌다가 또 팠다가 하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그곳에 뭐가 나올 일은 만무하다는 사실은 뒤늦게 깨달았지만 여전히 그 처음 금괴가 나올까봐 파면서 노심초사했던 기억은 여전히 그대로 남겨져 있습니다.. 우스개소리로 군대 보급품 순위목록에도 군인은 포함되지 않을 정도이니 그 가치가 없는 와중에 나태한 군인은 필요치 않는다, 고로 늘 한결같이 몸을 굴여 보급품의 우선순위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는 고참의 말이 기억나네요, 여하튼 잭 리처는 여전히 미군 헌병대 출신입니다.. 퇴역 후 처음에는 미 전역을 정처없이 떠돌며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수십권의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과거와 현재와 해외로 까지 이어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나이트 스쿨"은 과거 복무시절 벌어졌던 나라의 중대한 위기에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리처의 모습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무시절에도 여전히 옷은 입고 버립니다.. 잭 리처는 빨래가 뭔지 알기나 할까요,


    3. 리처는 해외에서 전쟁과 관련된 중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남자를 제거한 작전수행으로 인해 또다시 미육군 수훈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훈장을 수여하는 날 리처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죠, 도무지 뭔지 알 수 없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일종의 좌천의 느낌이 다분한 곳으로 온 리처는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임무를 부여받은 두명의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CIA분석가인 화이트와 FBI요원인 워터맨이죠, 이 세명은 어떠한 이유로 인해 한 곳으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국가안보위원회의 수장과 부국장인 싱클레어가 그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 국외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통독 이후의 함부르크는 혼란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이중 스파이로 활약하고 있는 이란청년에게서 의문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죠, 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함께 생활하는 사우디 테러집단의 일원에게 연락책을 보네 무엇인가를 팔려고 하는데 그 가치를 1억달러를 매긴 것이죠, 상당히 확실한 정보로 인해 미국의 국가안보국은 발칵 뒤집어집니다.. 과연 1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미국의 물품은 무엇일까, 일종의 무기거래의 의도 외에는 그만한 가치의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 없지만 도저히 파악히기 쉽지 않은데다가 그 거래의 주체가 되는 미국인의 윤곽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들을 한데 모은 것이죠, 그리고 리처와 그 일행들은 함부르크에서 벌어지는 거래의 답을 얻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고 이로 인해 미군과 정보국, FBI, 독일 경찰의 긴장된 공조가 시작됩니다..


    4. 한결같은 말이죠, 잭 리처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35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언듯 미치 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성향이 다른 분야이긴 합니다만 이 소설속에서 펼쳐지는 상황은 여느 리처소설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띄엄띄엄 읽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리처는 국가적 문제에 자신의 역할을 하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남성미가 넘치는 활약은 조금 뒤로 제껴두죠, 정황적 미스터리와 상황적 추리를 목적으로 스파이소설의 정보적 흐름에 중점을 두고 사건해결을 해나가는 느낌이 큽니다.. 그래서 재미는 있으되 통쾌하거나 화끈한 느낌은 덜합니다.. 하지만 상황적 꼬임이나 미스터리적 해결의 단서찾기가 주는 긴장감 넘치는 타임워치식의 진행방식으로 독자들을 끊임없이 소설에 집중하게 만들어주죠, 하나의 단서를 찾기 위한 방식으로 단순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임에도 그 속에 여러갈래의 흐름의 잔가지들을 배치해놓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즐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리처의 액션스러운 재미보다는 보다 추리적 묘미를 살린 방법론을 갈수록 차일드 형이 선호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는 진실과 단서의 흐름에 대해 소설속의 인물들에게 주어진 정보보다 보다 많은 단서를 남겨주기 때문에 상당한 전지적 관점으로 리처일행이 사건의 단서를 찾아나가는 방식을 즐겁게 바라보게 됩니다.. 주인공이 보지 못하는 반대편의 시선까지 독자들은 인지한다는게 이 소설이 주는 대단한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읽는 편안함이 있죠,


    5. 이 편안함에는 문장의 명료함도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느 잭 리처 시리즈들도 군대식으로 딱딱 끊기는 문장의 맛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군인적이고 남성적인 문장적 성향이 보다 두드러집니다.. 이야기를 질질 끌지도 않고 하고자하는 말을 주절거리지도 않습니다.. 필요한 말, 원하는 말을 적시적소에 있는 그대로 직설적인 단어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인식시켜주기까지 합니다.. 상당히 긴 분량임에도 독자들은 지리함을 느끼질 못할 정도로 문장의 간결함과 상황적 단순함에 대한 흐름의 인지를 하게 작가는 미리 의도된 설정과 문장적 방법론을 끊임없이 보여주죠, 이게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자 포인트라고 전 생각합니다.. 작품의 재미를 떠나서 읽는 이의 대중적 즐거움이 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 구성방식으로 인해 수십권에 이르는 시리즈의 진행에도 수많은 독자들이 그를 찾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작품 시리즈가 주는 인식적 감흥은 사실 캐릭터의 구축 하나 외에는 딱히 남는게 없습니다.. 아주 두꺼운 분량의 즐거움이 가득한 상황적 설정과 흐름의 스파이소설 못지 않은 내용적 꼬임과 해결적 영역이 다른 스릴러 미스터리 작품과 비교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임에도 결국 읽고나서 남는 것은 잭 리처라는 아주 단순한 캐럭터 하나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여태껏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읽는 동안은 즐겁고 남는 것은 앞으로의 캐릭터의 또다른 활약뿐이니 말이죠, 주인공만 두고 언제나 리셋되는 것이죠,


    6. 여전히 잭 리처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예전만하지는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재미도 있고 남성적 멋스러움도 여전합니다만 늘 한결같은 리처의 행동과 도박과도 같은 그의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우린 익히 알고 있기에 예전만큼의 통쾌한 액션스러움의 상황적 즐거움은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가 만들어가는 상황의 추리적 단서찾기는 늘 재미집니다만 아무래도 대중스릴러소설을 즐기는 남성적 마초스러움에 길든 중년 아저씨의 입맛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악인에게 정의의 불벼락을 내리는 리처의 정의스러운 데저트 이글의 폭발력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결국 남는건 캐릭터 뿐인데 굳이 미스터리와 추리의 무게에 더 힘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게 저의 잭 리처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물론 대단히 똑똑하고 정황적 판단을 천재적으로 만들어내는 리처의 역할이 없으면 이 또한 이 작품의 묘미가 안살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외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잭 리처는 무지막지한 인간계의 정의로운 영웅임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아니 전 알고 있기 때문에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늘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악인을 떡하니 내세워서 죽음의 영역에서 언제나 정의를 구현하는 리처의 어드벤처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쉬어가는 느낌이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리처의 현피뜨는 장면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요, 17대 1로 싸우면 임창정이 이길까요, 잭 리처가 이길까요, 막상막하겠죠,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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