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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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독후감 18번이 가족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언듯 보면 무척 가정적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제가 읽는 대다수의 작품의 주제나 설정이 가족이나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늘 세상사 발생하는 수많은 범죄의 중심은 가족과 이웃과 우리 주변의 삶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속에 녹아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린 수많은 좋은 양서와 인문서들을 읽어야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이면과 딜레마와 비판적 시각과 문제를 들춰내고 보여주는 재미난 대중소설에 공감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들에서 보여주는 허구의 인물들과 세상의 모습들은 아무리 지어내고 꾸며낸 세상이라지만 현실 그대로를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비유와 수려한 문장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가님들의 작품들이 클래식이라 칭송받고 노벨 문학상을 받곤 합니다.. 물론 그 속에 담겨진 수많은 의미와 뜻을 모를 바 아니지만 이제는 대중적이고 대단히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파헤치고 대중적 공감을 안겨주는 인물들에게도 노벨 문학상의 모양새를 달아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곤 합니다.. 그러니 장르쪽의 에드가상이나 문학상만으로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마이클 코넬리나 히가시노 게이고와 같은 현존하는 뛰어난 대중스릴러작가에게도 노벨의 문턱을 낮춰주면 얼매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뜬금없이 해봅니다..


    2. 정말 뜬금없다 그죠, 대중소설은 수려한 문장과 메타포적 비유를 내포하거나 어렵게 그리고 오랫동안 독자들이 생각할 여력의 문장을 그려내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이고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문장과 문법으로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삶의 모습을 투영하죠,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언제나 고고한 멋은 대중과는 거리가 있기 마련이죠, 수많은 역사속에서도 이러한 대중적 취향은 수많은 고품격 비평가들에게 평가절하되어 왔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이 노벨이나 수많은 문학상의 기준에 부합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읽은 시점에 노벨문학상이 일본계 영국작가에게 수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되니 뭐 뜬금없이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읽은 아키요시 리카코 작가의 "성모"라는 작품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대중의 삶을 서민적 언어와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읽어보지 못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좋은 작품들보다 훨씬 더 감성적 공감이 이루어진다는 '독단적' 생각이 뜬금포를 날리게 만드네요, 이 작품은 미스터리스릴러소설입니다.. 그리고 유아가 살해되는 극악무도한 살인이 자행되는 자극적인 대중소설이죠,


    3. 호나미에게는 외동딸이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아이입죠, 난임이었던 호나미에게 마지막 남은 유일한 희망의 끝자락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호나미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인거죠, 그런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켜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호나미가 살고 있는 도쿄 외각의 아이이데시의 외진 곳에서 발견된 네살 난 남자 아이의 시신은 호나미의 공포를 불러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살해된 아이는 시신이 훼손된 체 버려졌습니다.. 어린 아이의 성기가 절단되었고 성폭행의 흔적이 남은 상태로 발견되었던 것이죠, 아이는 마트에서 잠시 아이의 엄마가 단 몇분동안 눈을 돌린 상황에서 실종되었고 다음날 시체로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경찰들은 전담반을 꾸려서 사건의 단서를 찾기 시작합니다.. 사카쿠치와 다니자키팀은 아이이데시 인근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인근 고등학교 2학년인 마코토라는 아이의 시선이 등장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이 마코토의 시선은 이 작품에서 대단히 중요한 모양새로 그려집니다.. 마코토는 왜 등장한 것일까요, 그리고 호나미의 어린 아이 가오루에게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될까요, 호나미는 현재 벌어지는 경악스러운 공포의 현실속에서 어떠한 행동으로 자신의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4. 띠지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작가는 마지막 20페이지에 모든 것을 쏟아놓고 있습니다.. 99%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제가 생각하고 우리가 이해하고 인식했던 모든 것이 뒤집혀 버리는 것이죠, 설마하면서 왜,라고 자문하고는 다시 처음부터 누군가의 삶과 그가 바라보는 세상의 이면을 다시한번 살펴보게 됩니다.. 이 작품은 현실속에서 벌어지는 우리가 미처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체 무너져버리는 삶의 내면을 대단히 극단적이면서도 무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알고 조심하고 지키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자신의 아이를,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주변을 세상의 모든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우리들이지만 현실은 언제나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니까 말이죠, 이 작품에서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노력하고 지키려해도 현실이 따라주지 못하는 삶의 이면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극단성은 대단히 이중적으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5. 사실 전 이 작가님도 처음 접해보고 내용 역시 초반부터 설정적 측면에서 이야기를 미스터리보다는 스릴러로 이끌고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딱히 새로운 것이 없는 범죄소설의 양상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후반부까지 이 부분은 변함없었구요, 띠지의 말처럼 마지막 몇페이지에서 보여준 충격적이 반전과 결말의 공감과 공허함은 대단한 반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지없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몰랐지,라고 스스로 자문하면서 상황을 체크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아주 칭찬해, 단순하고 일반적인 느낌의 충격적인 결말이었다면 또 읽고나서 그러려니 했겠지만 이 작품이 선택한 결말의 반전은 대단히 독창적이면서도 절절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적 의도가 짙습니다.. 현실속에서 이러한 비현실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적 충격이 아주 강하게 자리 잡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약간의 작위성을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도 좋을만큼 좋은 내용과 좋은 설정과 좋은 구성으로 좋은 결말까지 제대로 이끌어낸 멋진 작품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6. 무척 재미지고 상황이 주는 매력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뛰어난 가독성도 독자들이 작가가 만들어놓은 상황의 틀에서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가득합니다..마지막 몇 페이지의 충격을 위해서 앞의 99%의 페이지는 거들 뿐이라고 하기에는 앞에서 읽어내려온 이야기의 흐름이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마지막을 위해 준비해 둔 복선과 암시들을 우린 전혀 알지 못한 체 마지막까지 달려왔지만 마지막의 충격이 다시금 앞의 99%의 이야기를 되풀이하게끔 해주니 독자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되새김은 이 작품의 짧은 이야기의 구성이기에 더욱 더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길지 않고 적당한 분량의 문학작품으로 돌이켜 볼 여력을 주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은 없으니까요, 여하튼 근래에 읽은 그 어느 작품보다 뛰어난 재미가 가득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보여준 등장인물들의 집착과 감정의 극단성과 상황적 두려움의 현실적 감각의 공감적 의도는 언젠가 다시 읽게될 지도 모를 아키요시 리카코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과연 나라면, 나의 주변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졌다면 이라고 가정할때 이 소설이 주는 느낌은, 그리고 마지막의 충격적 반전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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