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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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헌신이라함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누군가를 지켜내거나 사랑을 하거나 뭐 이런 아주 거룩한 말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타인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거나 그러질 않습니다.. 뭐 직업상 헌신도 있을테고 가족적 헌신도 있을테고 애국적 헌신도 있을테지만 일반적으로 우린 함부로 이런 헌신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거나 하지는 않죠, 아무래도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자아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또 이 이기적인 본성이 어느순간 그 영역을 확장하게 되죠,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매개가 되는 연결의 울타리속에서 존재하는 가족이라는 공간에서는 더욱 이런 헌신의 단어가 와닿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와 다르지 않지만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들이라는 감정적 인식이 어느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리를 잡게 되죠, 나 하나 희생하더라도 나의 사랑하는 누군가를 제대로 지켜낼 수만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막상 그런 상황에 부딪힌다면 그 생각의 결론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우린 그런 상황을 미리 예상할 필요는 없으니 생각과 책임적 헌신의 마음가짐만으로 충분히 고귀한 인간의 헌신을 가진 대단한 존재라는 사실에 스스로 감격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령 아이와 아내가 물에 빠졌는데 둘다 구하다가는 나는 죽는다고 하면 웬만한 아부지들은 다들 죽음을 택하고 자신의 가족을 살리지 않을까하는 고귀한 헌신을 떠올릴겁니다.. 그것으로 된겁니다.. 실제 우리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고 살면 되니까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헌신은 충분한 값어치를 가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님 말고


    2. 하지만 이 헌신의 영역도 대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국한된 경우가 대다수의 우리의 삶의 모습입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헌신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경우가 가장 많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헌신의 개념적 예를 드는 경우에는 늘 종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경우를 보면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아무리 종교적 신념이 있다손 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죠, 특히나 재난이라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 국민에게 봉사하는 수많은 직업군의 헌신적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름 살만한 세상이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오늘도 수많은 누군가는 자신의 본능과 욕망을 위해 타인을 해하는 동안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버리고 타인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용의자가 어떠한 범죄를 숨기기 위해 타인에게 헌신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단순한 상황적 도움이라고 하기에는 그 헌신이 너무나도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향한 자신의 일방적인 마음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도 범죄를 숨기고 묵인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범죄행위를 우린 과연 헌신이라고 볼 수 있는 지도 의문이기도 합니다.. 제목만으로 우린 아하, 이거이거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워낙 유명해서 딱히 드릴 말씀도 없는 히가시노 게이고 센세이의 "용의자 X의 헌신"입니다.. 여기에서 용의자 X는 천재 수학교사인 이시가미라는 인물이죠, 그리고 이 소설은 갈릴레오 시리즈라는 유가와 마나부라는 천재 물리학자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라고 보시면 아주 멋지구리한 시작점이 될 듯 싶습니다..


    3. 이시가미는 변함없이 허허로운 삶의 외로움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출근길에 마주치는 노숙자들이 생활하는 강변로와 도시락을 사러가는 옆집 여인이 근무하는 벤텐테이로 일상을 시작합니다.. 그는 한결같이 야스코라는 여인이 있는 도시락 가게를 이용합니다.. 그가 그녀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런 그녀는 얼마전까지 밤업소에서 호스테스로 일하다가 현재는 중학교를 다니는 딸아이와 함께 이시가미가 사는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힘겹게 살아가는 중이죠, 하지만 과거 그녀의 남편이었던 도가시라는 인물이 야스코를 찾아옵니다.. 그는 그녀와 이혼한 후에도 그녀에게 치근대며 백수로 돈을 뜯어가는 질이 안좋은 인물입니다.. 야스코는 그를 뿌리치고 집으로 향하지만 어떻게 알았는 지 도가시는 그녀의 집까지 찾아옵니다.. 그녀의 집에서 행패를 부리던 도가시는 마침 집으로 돌아온 미사토에게까지 안좋은 모습을 보이고 그런 그가 야스코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에 미사토는 그에게 달려듭니다.. 도가시는 그런 미사토에게 폭력을 행사하다가 야스코가 그의 목에 감은 전선줄로 인해 죽음을 당하게 되죠, 갑자기 벌어진 이 상황에 모녀는 당황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릅니다.. 그러던 와중에 옆집의 이시가미는 이 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고 이 모녀가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완전범죄의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시가미의 논리적 판단에 따라 야스코 모녀가 살인범이 되지 않는 빈틈없는 알리바이와 완전범죄의 계획이 완성됩니다.. 뒤늦게 발견된 도가시의 사체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야스코는 천재 수학교사 이시가미가 미리 만들어놓은 계획에 따라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는 척 하지만 경찰은 사건의 중심으로는 나아가질 못하죠, 여기에서 수사를 하던 구사나기는 늘 그렇듯 자신을 도와주는 유가와 교수에게 이시가미가 그들이 다녔던 데이토 대학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유가와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자신과 필적할 수있는 유일한 천재인 이시가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 이루지면서 이시가미가 염두에 두었던 완전범죄의 틀은 조금씩 유가와로 인해서 깨어질 듯 보이나 유가와 또한 아무런 의미없은 타인을 위한 그의 역할이 무엇인 지 정확하게 꿰뚫지를 못합니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4. 모든 것을 이성적 판단의 논리적 근거에 대한 완벽한 계획을 만들어놓은 이시가미와 그 완벽함의 논리속에서 그가 아는 이시가미의 감정선을 찾는 유가와의 대결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결론적으로 로맨스라고 보셔도 될 듯 싶습니다.. 치열한 삶의 헌신을 다룬 가슴 시린 로맨스입죠, 초반과 중반에 걸쳐 우린 단순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천재의 일방적인 사랑의 행동으로 생각하며 이 소설의 논리적 추리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렇게 때문에 중간에 야스코라는 여인의 행동에 열불이 터지기도 하죠, 게이고센세이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대중적 공감과 추리적 즐거움과 상황적 묘미를 너무나도 잘 적용시킨 멋진 추리소설 작품을 만들어 냈으니 말이죠, 전 수년동안 책장에 꽂힌 이 작품을 언제 읽지 하면서 바라보다 이번 기회에 뒤늦게 읽게 되었지만 무척이나 즐거운 추리소설이었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사람들이 게이고게이고하는 지 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죠, 저 역시 게이고 센세이의 작품을 제법 많이 읽었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경향이 짙은 것은 알지만 이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아주 대단했습니다.. 유가와가 등장하는 작품도 몇 읽어본 기억이 나지만 아마도 제 머리속에서 앞으로 가장 뚜렷하게 기억되는 작품 역시 이 작품 "용의자X의 헌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천재와 천재의 만남이 주는 캐릭터의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와의 고뇌와 이시가미의 마지막 고통의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5. 이 작품은 이시가미라는 용의자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보니 대중독자들 역시 이시가미가 계획해놓은 완전범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 따라가게 되죠, 경찰 수사를 담당하는 구사나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단서속에서 끊임없이 사건 용의자인 야스코를 의심하고 그 틀속의 미로에서 헤매게 됩니다.. 무엇보다 늘 그렇듯 머리를 담당하는 유가와 교수는 구사나기와는 다른 이시가미의 머리속에 들어가보려고 노력하죠, 자신가 대등하거나 오히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천재적 논리를 보유한 이시가미이기에 유가와는 긴장하며 이시가미의 논리의 틈을 찾아보려고 하면서 과거 자신이 알던 이시가미와 현재의 이시가미의 감정적 변화를 중심으로 감정보다 논리가 중요하던 이시가미가 왜 변화되었는가에 대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논리로서는 그를 이길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만큼 이시가미는 단순한 완전범죄의 구성적 계획을 넘어선 모든 추리적 진입로를 차단하거나 방향을 틀어버리는 대단한 계획을 만들어 놓습니다.. 충격적인 반전이라고 할 이유도 없는 것이 이시가미가 아니 게이고 행님이 만들어놓으신 추리적 논리와 그 계획은 이 작품이 가장 성공적인 게이고의 장편 추리소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기에 조금의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 소설의 후반부에는 뭔가 상황적 뜬끔포나 충격적인 반전이 갑자기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시가미라는 인물이 자신이 가진 천재적 논리와 수없이 많은 변칙적 수식까지 예상한 완벽한 시나리오가 등장하니까요, 그리고 그가 단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논리는 다름아닌 감정이었습니다.. 휴,


    6. 워낙 유명해서 과거 일본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한 무렵 누군가의 추천으로 가장 먼저 산 작품중에 이 작품이 있습니다.. 그리곤 읽어야지하면서 여태껏 먼지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번에 새로운 완역본으로 재출시 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먼지만 후후하고 불어내며 언젠가는이라고 되풀이하고 말았겠죠, 좋네요, 많은 게이고 센세이의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장르적 재미만 놓고 본다면 가장 재미진 작품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네요, 물론 딱딱한 추리적 방법론에 포진한 감정적 격정도 이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것중 하나이죠, 치밀하고 속도감 넘치는 상황적 변환이 독자들로 하여금 가독성과 집중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죠, 늘 그렇듯 작품이 재미지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읽어나가는 문장의 맥을 이어나가는 가독성 하나는 제가 아는 모든 대중소설작가중의 탑에 들어간다고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즐거움까지 독자들에게 선사한다는 것은 두 말 할 것 없는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실 만 하다는 것이죠, 물론 저는 이번에 그런 느낌을 만끽했지만 버얼써 십년도 더 전에 이 작품으로 독자들은 대단한 즐거움을 맛보셨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 참에 새로운 완역 출간작으로 다시한번 그때의 즐거움을 만나보셔도 나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아무래도 추리소설들은 어느순간 머리속에서 잘 잊혀지는 휘발성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기 떄문에 새로이 경험해보셔도 새로운 느낌이 드시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요즘 과거 독자들의 즐거움을 주었던 게이고 센세이의 작품들이 재출간되는 경향이 있어 보이던데 역시 좋은 작가는 시대와 상관없이 늘 사랑받는 이유가 있나 봅니다.. 난 내가 논리적이지 않아서 좋고 외로움을 잘 잊어먹어서 좋습니다.. 아무렴, 집에 들어가도 외로움에게 정신이 기댈 틈이 없으니 당연하지, 그들이 잠들때까지, 휴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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