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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1. 요즘은 사실 이웃이나 동네라는 개념의 친밀한 관계의 형성이 쉽지 않죠, 대다수가 아파트문화에 적응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잘 모르고 몇년을 살다 또 이사가고 하는 뭐랄까요, 정착의 개념이 그렇게 와닿지 않는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 벗어난 곳이나 제가 어릴때만 하더라도 이런 정착의 느낌은 상당히 중요한 문화의 일부분이었죠, 지금도 시골에서는 누구네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좋은 일, 굳은 일 서로 도와가며 살곤 하죠, 과거에 우리네 삶도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누군가에게 안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은 쉬쉬하면서 뒷담화를 그렇게 해대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가정에 불화가 있는 집의 경우에는 특히나 심했죠, 술을 먹고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들이 그시절에도 그렇게 많았습니다.. 밤마다 동네 입구 대포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가 아버지를 데리러 나온 딸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면 얼마안가 비명과 함께 세간살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동네 어른들은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안하셨죠, 아니 몇번은 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그당시만해도 저집 사정은 저집에서 해결해야된다는 생각을 하셨는 지는 몰라도 늘 변함없이 그 어른의 폭력은 한번씩 동네를 시끄럽게 했습니다.. 몰래 도망나온 아이들은 옆집 아주머니집에서 울다 지쳐 잠이 들고 무서운 아버지가 잠들고 나서야 집으로 가서 가방을 들고 학교를 가곤 했습니다.. 그 시절은 그러했습니다.. 늘 맞고 사는 엄마는 어느날 말도 없이 사라지고 남은 아이들은 결국 시골에서 올라오신 노년의 할머니가 키울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동네 사람들은 원인제공을 한 폭력 아부지를 욕하기보다 그 폭력을 못참고 떠난 아이들의 엄마를 욕하더군요, 그 여자아이는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중학교를 올라가면서 저도 이사를 가고 그 친구는 계속 그곳에서 살았던 것 같은데 얼마전 초등학교 모임 밴드에 그 친구가 보여서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2. 표정만으로는 그 친구가 견뎌내야한 삶의 아픔이 어떠했는 지 전혀 알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진으로 보여지는 친구의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또래의 중년의 나이에 예쁜 아이 두명과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으로 반갑게 친구를 찾는 느낌이 좋아서 당장 가입을 해놓고 아직까지 만나보진 못했지만 그시절 우리는 왜 그렇게 무식하게 살았는 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우리의 삶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죠, 어느나라건 가부장적이고 자기위주적인 대단히 폐쇄된 곳에서 자신들의 삶에만 집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은 듯 합니다.. 스웨덴같은 선진국에서도 소규모의 시골 동네에선 제가 경험한 삶보다 더 극단적인 이야기를 소설의 내용으로 보여주기도 하더군요, 물론 소설의 자극적 설정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는 없을테고 이번에 읽은 소설 "드라이"(죽음을 질투한 사람들)이라는 호주 작품도 그러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키와라라는 지역의 삶 역시 대단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인간의 모습이 담겨있는 곳이죠, 그리고 수년째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모든 사람이 지쳐있는 곳이라면 그 배타적 감성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곳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한 가족이 살해된 사건인데 살인범이 그 집의 가정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 가장의 친구인 경찰이 그곳으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3. 호주의 남부의 메마른 땅 키와라지역이 한 농장을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죽음을 알리는 파리의 모습으로 농장의 살인사건의 참상이 보여지죠, 그리고 살아남은 한 어린아이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로 그 서막을 엽니다.. 그리고 장례식이 거행되는 곳에 에런 포크가 왔습니다.. 에런은 자신의 친구인 루크와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의 장례식에 참석을 한 것이죠, 20년만에 고향을 찾은 에런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자신을 다시 이곳으로 이끈 루크의 아버지의 한마디 때문입니다.. 20년전 포크가 키와라를 떠날때 자살한 엘리와의 관계에 있어서 루크와 자신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한 루크의 참혹한 살인사건에 대해 루크의 부모님은 에런으로 하여금 아무리 비관적이라도 루크가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 살해할 이유가 없다며 에런에게 사건의 진실을 조사해주길 원합니다.. 여전히 키와라는 에런에게 냉대하고 과거 벌어진 엘리의 자살이 에런과 그의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소문을 진실처럼 여기고 있는 지독히도 폐쇄된 곳이기도 합니다.. 에런 포크는 두번다시 이 땅을 밟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그리고 지금이라도 바로 멜버른으로 떠나고자 하지만 자신에게 어머니와 같았던 루크의 어머니 바브의 부탁으로 지역 수사관 라코와 함께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 지 조금씩 찾아나가려고 하죠, 그가 조금씩 사건속으로 들어설수록 주변의 인물들은 그와 과거 엘리 디컨과의 관계와 여전히 살아남아 그를 괴롭히는 엘리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조카 그랜트 다우의 협박을 견뎌내며 루크가 어떻게 살아오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4. 승질나는 작품입니다.. 재미있어서 승질이 나고, 빌어먹을 동네 사람들 때문에 승질이 나고, 그것을 감내하며 진실을 밝혀내려는 주인공의 아픔을 보면서 승질이 나고 무엇보다 뒤늦게 밝혀지는 진실과 또다른 반전때문에 정말 승질이 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척이나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아주 메마른 가뭄이 극에 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모든 것이 메마르죠, 감성과 상황과 인간들 할 것 없이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퍽퍽하기 그지 없습니다.. 조금나 건드려도 파사삭거리며 부스러져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끝없이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자연이 주는 최악의 메마름은 인간을 편헙하게 만들 수 밖에 없죠, 특히나 자신이 가진 것들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 그곳에서만 살아온 정착민의 경우에는 쉽게 자신이 만들어온 땅을 포기하지 못하고 힘들고 괴로워도 여전히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그들 내부의 고립된 세계를 형성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어야하고 누군가는 그들을 단죄하는 역할을 뻔뻔스럽게도 자처하고 나서도 누구하나 거부하는 사람이 없는 것입니다.. 외면하고 모른척하며 개인이 어떠하더라도 전체의 의견을 따라가면 스스로 문제될 이유는 없으니까요, 또 그런 합리화가 결국은 진실처럼 여겨져 자기들 끼리 뭉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너네들이 뭘 알어, 여긴 우리 땅이야, 꺼져,, 뭐 이런 식입니다..
5. 그곳에 떡하니 과거 문제가 있어 야반도주를 했던 사람이 돌아왔으니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게 정상이겠죠, 하지만 이 아이는 현재 경찰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한 루크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것이죠, 과거와 현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이야기는 에런 포크라는 주인공이라는 존재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가 성장하고 자아를 찾았던 곳은 키와라이고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내쳐졌습니다.. 20년만에 돌아온 곳에서는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살인을 저지른 아이로 기억하고 편견과 분노와 배척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냅니다.. 진실과는 상관없는 그들만의 단두대를 만들어 놓은 곳이죠, 그리고 그곳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과거 자신의 친구인 루크와 그레첸을 통해 그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하나둘씩 끄집어내게 됩니다.. 작가는 이렇게 벌어지는 진행과정상의 모습들을 아주 밀도있게 보여줍니다.. 에런이라는 인물을 통한 키와라의 가려진 이면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것이죠, 이는 대단히 불쾌하면서도 그 어느것도 확신할 수 없는 궁금증을 함께 독자들에게 던져놓으며 진실을 찾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구성력이나 상황적 흐름에 대한 방법론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건의 시점을 그려나가는 추리적 방법론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사실 하나의 사건에 과거를 접목시키고 또한 지역적 감성을 제대로 묶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는 무난하고 오히려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로 상황적 분노가 자아내는 서스펜스의 감성은 상당히 뛰어납니다..
6. 이 작품은 아주 진지하고 소설의 감성에 걸맞게 뜨거운 한여름의 열기가 넘쳐 흘러 언제 터져버릴 지 모르는 분노를 몇년동안 비 한방울도 오지 않아 메말라버린 지역적 감성에 숨겨서 차곡차곡 독자의 마음속에 쌓아갑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터져버립니다.. 한 인간이 평생동안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분노한 자신의 고향의 모든 것을 털어버리는거죠, 그속에는 그에게 주어진 억측같은 편견과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자신이 선택한 외면에 대한 회환, 그리고 여전히 가시지않는 분노와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선의라는 가면속에 늘 악의와 욕망에서 비롯된 죄책감등을 감추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죠, 이 작품은 인간의 이면을 대단히 날카롭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은 하나씩은 있다는 인간 관계의 진리를 이 작품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그대로의 모든 것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은 밝혀질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이 작품은 차분하면서 집중할 수있는 즐거운 독서를 주는 아주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또한 스릴러소설로서의 매력이 아주 대단해서 감성과 여운과 재미를 모두 안겨주는 괜찮은 작품인 듯 싶습니다.. 남부는 여전히 비가 안와서 가물었는데 오늘 시원하게 비가 제대로 내려주네요, 이제 여름도 이렇게 가는건가, 땡끝